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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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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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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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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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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1)

DUMMY


잠깐 반짝이고 사라질 길.

그렇기에 너무도 어두운 길.

그 찰나의 빛만 존재하는 길이기에 그것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이 깜깜했다.


쿠로는 그 길에 집어 삼켜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해답을 본 것만 같았다.


그 찰나의 빛.

그것이 그에게 해답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저항을 그만두고 최후를 맞이했다.


심장에 날카로운 칼날이 틀어박혔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다시금 죽음을 선사했다.


어쩌면 다시 깨어나지 못할 영원한 죽음.

하지만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그렇기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맞이했다.


답을 보았고, 끝을 보았다.

지금의 길은 그 누구도 걷지 못하겠지만, 이어지는 길은 모두가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렇기에.


쩌저적.


이렇게 평온한 얼굴로 소멸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전신이 마석으로 변하며 영혼이 빠져나갔다.

멸망의 끝이 선고된 것이었다.


마석으로 변해 바닥으로 쏟아지는 쿠로였던 것.

김윤은 그것을 바라보다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


세 명의 사람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두는 그가 잘 아는 이들이었다.


길을 만드는 자들.

몸 상태가 엉망이기는 하나, 이렇게 모인 것을 보니 그들도 멸망을 막은 듯 보였다.


주은서가 먼저 김윤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그쪽은 다 처리했어?”

“네.”


그녀가 함께 온 이지우와 백민호를 바라보았다.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을 뜻했다.


멸망이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김윤은 안심하지 않았다.

쿠로가 내뱉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멸망. 그리고 진짜 멸망.’


그는 자신을 작은 멸망이라 칭했다.

또한 길을 만드는 자의 진면목은 협력.

그런데 각자의 움직임으로 이 멸망이 막아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막은 멸망이 쉬운가?

그것은 또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강해지는 그들.

길을 만드는 자들이 빠른 선택을 내렸기에 지금 막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마저도 상당한 피해가 생겼지만.’


김윤은 자신이 새긴 숲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본래 폐허가 되었던 곳에 새로이 새긴 풍경.

그러나 그것도 쿠로와의 전투로 인해 곳곳에 파괴되어 있었다.


또한 이전에 이곳에 살던 이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수많은 이들이 다시금 죽었다.

하지만.


‘결국엔 막았다.’


그러니 이어지는 멸망도 반드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그런 안일한 생각을 품는 순간이었다.


파지직.


그들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스파크.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그들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것은 길을 만드는 자들도 숨을 죽이게 하는 그러한 존재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 존재감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상공에 생긴 거대한 구멍.

그곳에서 그 존재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윤의 시선 역시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그 힘이 익숙했다.


아공간의 중심.

그곳에서 여러번 겪었던 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림자.”


김윤은 그 힘의 주인을 떠올렸다.

그가 내비치던 적대감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던 따스한 존재 역시 떠올렸다.


“아니면 창조신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러자 거대한 구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기이한 목소리였다.


“이곳으로 오라.”


그리고 그것은 길을 만드는 자들이 오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불가항력.

길을 만드는 자들은 그 목소리에 이끌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반드시 저곳으로 가야만할 것 같았다.


김윤만은 제외하고 말이다.


“가지 않으면?”

“내가 이것을 넘어간다면, 너희 세계는 소멸할 것이다. 이건 너희에게 주는 기회다. 특히 너는 알고 있을 텐데?”


김윤이 뒤를 돌아보아 다른 이들을 살폈다.


백민호는 별 생각이 없어보였고, 주은서는 걱정이 많아보였다.

이지우는 상당히 긴장한 것 같았다.


“······가지.”


김윤은 그림자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길을 새겨 허공을 오를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그들은 그 길에 올랐고, 그러자 새카만 길에 내포된 마력이 그들을 하늘로 이끌었다.

점차 다가오는 거대한 구멍.

가까워질수록 그것이 내뿜는 기운이 점차 짙어졌다.


그것을 바라보며 백민호가 투덜거렸다.


“이거 힘들게 멸망을 막았더니 또 멸망이 있다니.”


저 구멍이 내뿜는 기운으로 인해 생긴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저 너머엔 대체 무엇이 있는 것일까.

저것이 진정한 멸망이라면, 자신들은 막을 수 있는 것일까.


꿀꺽.


백민호는 목이 타는 듯한 감각에 침을 크게 삼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아 자신이 살던 세계의 광경을 두 눈에 담았다.


어느덧 코앞에 도달한 구멍.

김윤은 그것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들어간다.”


그의 움직임에는 망설임 따위 없었다.

곧장 몸을 날려 구멍으로 사라지는 그.


“사, 사장님!”


그 모습에 당황하며 손을 뻗는 주은서였으나.

김윤은 이미 너머로 사라진 이후였다.


“저놈은 겁도 없나.”


백민호는 그 모습을 황당해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다, 이내 자신도 몸을 날렸다.

그가 했는데 자신이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또한 어차피 마주 해야할 일.

그러니 그 역시 망설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뒤따르는 이지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할지 정했으니 말이다.


반면 주은서는 아니었다.

그녀에겐 실패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구멍으로 향했다.

모두가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믿었다.

그들이라면 멸망을 막고,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 역시 구멍을 통과했다.


거대한 구멍을 통과하자, 마치 포탈을 통과하는 듯한 감각이 그들을 휩쓸었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풍경을 그들에게 대령했다.


온통 새하얀 공간.

마치 아공간을 연상시키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들어선 모두가 이곳이 아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긴 시간 아공간에서 살아온 그들.

그렇기에 그 공간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그곳과 달랐다.


같은 것이라고는 온통 하얗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

공간이 지닌 기운, 마력의 흐름.

그 모든 것이 달랐다.


백민호가 주변을 살폈다.


“여긴 어디지?”


그리고 김윤이 답을 주었다.


“아공간의 중심이다.”


김윤이 무언가를 찾는 듯이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뭘 그렇게 찾아요?”

“우리를 부른 창조신.”


그때였다.


드드드드!


늘 그렇듯 일어나는 지진과.


화아악!


곳곳에 나타나난 포탈.

각 세계의 모습을 담은 포탈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았던 중앙에 거대한 포탈.

그것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에서 끝도 모르고 솟구치는 형태의 포탈.

마치 거대한 강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광경.


그 안엔 우주가 담겨져 있었다.


“와아······.”


주은서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처음 오는 이들의 시선이 모두 그것에 꽂혔다.


‘곧 나타나겠군.’


“대비해.”


김윤이 마력을 운용했다.

스킬은 사용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쓸 수 있는 것은 기초적인 운용.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최선.

체내의 마력을 최대한 빠르게 순환시키며 준비를 했다.


“피조물.”


그가 대비하기 무섭게 모습을 드러내는 새카만 무언가.

인간의 형태였으나 이목구비가 없는, 그저 그림자인 그것이었다.


동시에 그의 곁에 똑같은 형태, 그러나 푸른 빛을 품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가 손가락을 뻗어 김윤을 가리켰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창조주? 결국 비슷한 말 아닌가?”

“우릴 부를 필요는 없다. 피조물.”


곧게 뻗어진 손가락을 파고 푸른 마력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 무엇보다 순수한 마력.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은 모든 마력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에게 끝을 고할 것이라는 것 역시 깨달았다.


저 그림자가 흉흉한 적대감을 내뿜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멸할 것이니.”


그러나 그와 달리 따사로운 시선을 보내는 존재.

마력의 인간이 그의 손을 감싸쥐었다.

그 모습에 그림자는 신경질적으로 손을 당기며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존재를 대신해 말을 이었다.


“새기는 자. 너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겠지?”


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의 중심.”

“그래. 그렇기에 소멸한, 소멸하는, 소멸해야 하는 모든 세계가 이어진 곳이다.”


그가 곳곳에 있는 포탈을 가리켰다.


“그리고 너희는 그 중 특혜를 얻은 피조물이지. 너희를 창조한 ‘내’가 너희를 안타깝게 여겼으니까. 그렇기에 새기는 자. 네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거다. 다른 세계의 길과 다르게 말이다.”


그가 더욱 거센 적대감을 피어냈다.

그것이 이 너무도 짙어 이 공간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만 같았다.


김윤이 그 적대감을 이겨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뭘하는 거죠? 그쪽을 상대하는게 마지막 멸망인가요?”

“‘나’는 자신이 빚어낸 너희를 너무도 사랑하더군. 하지만 나는 피조물을 믿을 수 없다. 애초에 이 지경에 온 것도 피조물이기 때문이지. 그렇기에 우리는 합의점을 찾았다. 그것이 길을 만드는 자와 멸망이었다.”


그림자와 창조주.

그들이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앉았다.


백민호가 말했다.


“그렇다는 건 저 까만 놈이 멸망을 바라는 놈이라는 건가?”


그림자가 그것을 들었는지 직접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피조물인 너희가 만든 결과다. 그렇기에 너희는 우리에게 회수되어야 한다. 너희가 ‘내’가 건 마지막 희망일지라도. 그러나 ‘나’와의 약속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그의 전신에서 다시금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공간에 그 마력이 호응하듯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시련, 마지막 멸망이다. 이것은 오로지 너희의 세계만이 아닌, 이어지는 모든 세계의 멸망과 이어질 것이다.”

“뭐?”


이어지는 모든 세계의 멸망.

그 뜻은 자신들이 최후의 보루라는 뜻이었다.

그들이 막지 못하면, 뒤에 남은 나머지 세계도 모두 멸망한다는 뜻.


갑작스레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길을 만드는 자들이 그 황당한 말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너희가 아니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김윤이 곧장 그림자를 향해 뛰쳐나갔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그러나 그의 손바닥에 가볍게 틀어막히는 주먹.


“너희의 전투력은 앞선 멸망을 통해 충분히 보았다.”


그림자가 김윤의 손을 움켜쥐고, 그를 그대로 내던졌다.


“그렇기에 전투는 필요 없다. 너희가 겪을 멸망의 시련은 다른 것일 테니.”


그림자가 없는 눈으로 마력의 인간을 흘끔 바라보았다.


“마지막 기회이니만큼 헛된, 후회가 되지 않는 선택이 되길 바라마.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호의다.”


그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 순수한 마력이 그들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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