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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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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물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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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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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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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비트는 자 (2)

DUMMY


주먹과 주먹이 충돌했다.

한쪽은 박살이 나고 한쪽은 멀쩡했다.


그럼 누가 박살이 나고, 누가 멀쩡했는가.

당연하게도 박살이 난 쪽은 백민호, 멀쩡한 쪽은 레부였다.


“근접전은 그다지 경험이 없나 보군. 격투술이 조잡해.”


레부가 주먹을 빠르게 내질렀다.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


빛이 번쩍하는 시간에 수많은 연격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백민호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했다.


격투술에서 밀렸다.

상대를 죽이기 위한 기술이 부족했다.


“지금까지 그저 힘으로 압도했나?”


백민호의 주먹이 박살이 나고, 팔의 뼈가 부러졌다.

그의 팔이 기이하게 꺾이며 펄럭였다.

그러나 이내 마력을 집어삼키며 모습을 회복했다.


레부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뒤로 도약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박혀있던 창을 뽑아들었다.


그것을 타고 흐르는 황금빛 마력.


“회룡난무(回龍亂舞).”


레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창을 타고 흐르던 마력이 용의 형상을 띄며 쏘아졌다.

창 한 번 휘두름에 한 마리씩.

수많은 용이 대지를 찢어발기며 쏘아졌다.


그들이 지나간 곳은 마치 거대한 드릴이 헤집은 것처럼 파괴되었다.


콰드드드득!


전방을 초토화시키고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며 되돌아오는 용들.


레부는 다가오는 용들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일점.

창날과 모든 용이 하나의 점에서 만났다.

그러자.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전방이 수많은 참격에 의해 갈라졌다.

그곳에 있던 백민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몸에 수많은 선이 생겨나며 피를 뿜어냈다.


“크으윽······.”


백민호가 비틀거리다 이내 무릎을 꿇었다.

그의 전신에서 피어나는 마력이 상처에 스며들어 그것을 치유했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마력의 소모도 무시할 수 없었다.


레부의 강화를 통해 늘어난 막대한 마력.

그것을 마력초를 통해 다시금, 한계를 넘어서 늘렸으나 순식간에 빠져 나가고 있었다.


‘어차피 오래 머금지 못할 마력이었다.’


그가 다룰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마력.

애초에 이러한 용도로 늘려둔 것이긴 했다.


계속 담고 있으면 그의 몸만 붕괴될 뿐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회복 용도로 늘려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소모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벌써 증폭된 마력이 바닥을 보이고, 본래의 마력으로 돌아오려 하고 있었다.


“왜 길의 힘을 사용하지 않지? 아니,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레부의 창이 백민호의 안면에 겨누어졌다.

정확히는 그의 눈에 겨누어졌다.


“이딴 쓰레기같은 힘 없어도 충분해.”


백민호가 창날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에 둘러진 마력이 진동을 일으키며 그것을 레부에게 전달시켰다.


백민호는 늘 자신이 지닌 비트는 힘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길이 있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조차 할 수 없는 힘.


자신의 고유 스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부의 강화를 통해 변화를 설정할 수 있다지만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비트는 힘과 고유한 힘이 뒤섞여 만들어진 미래를 보는 눈.

그것마저 길을 만드는 자들에 의해 제대로 볼 수 없지 않은가.


모든 길의 힘 중 최악이었다.

쓰려해도 쓸 수가 없다.


“제대로 쓸 수도 없는 힘은 필요없다.”


백민호가 수많은 원소를 하나로 응집시켰다.

그것은 하나의 바다가 되어 칠색의 빛, 그리고 새카만 어둠을 하나로 품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파멸의 섬광.

그것이 레부를 향해 쏘아졌다.


“세계의 단 넷뿐인 길의 힘을 지닌자가 그것을 거부하다니.”


레부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 세계도 결국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가.”


그리고는 그간 사용하지 않던 힘을 꺼내들었다.


두 종류의 마석이 모이고 폭발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의지가 강한 이가 멸망으로서 깨어난다.

그 둘의 힘을 모두 지니고 말이다.


그것은 레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는 두 개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과 다른 주인의 힘.

그리고 그는 지금 백민호에게 실망했다.


이 세계는 멸망을 막아낼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희망의 불빛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쓰지 않던 힘을 꺼내들었다.

그것이 그의 창을 휘감았다.


그의 창을 타고 푸른 번개가 솟구쳤다.


금빛 섬광과 뒤섞인 푸른 번개가 파멸의 섬광과 충돌했다.


콰과과과과!


섬광이 섬광을 밀어내고, 번개가 섬광을 파고들었다.


분해의 번개.


그것이 지금 레부가 사용하고 있는 또다른 힘이었다.


마석 던전, 사라지는 도시.

그곳의 주인이 사용하던 힘.


그것은 자신과 닿는 모든 마력을 분해해 지운다.

그것이 백민호의 마력을 지우고, 금빛 섬광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순식간에 파멸의 섬광을 뚫고 나아가는 금빛 섬광.


콰앙!


그것은 백민호를 집어삼키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크헉······!”


폭발에 그대로 휩쓸린 백민호가 피를 게워냈다.


몸 곳곳이 찢어지고 불타올랐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빌, 어먹을.”


이길 수 없는 걸까.

이대로 멸망을 맞이해야만 하는 걸까.


단순한 멸망이다.

그저 무력으로 침투해오는 멸망.


힘을 키웠음에도 그런 단순한 멸망을 막지 못하는가.


“너는 미래를 보는 눈을 가졌음에도 모든 것을 단순하게 보는군. 길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내가 단순하게 본다고?’


아니, 그렇지 않다.

그는 수많은 미래를 보고 그것을 비틀어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

가장 성공률이 높은 방식을 택했다.


오로지 멸망을 막기 위해.


이 눈이 처음으로 깨어났을 때부터 그는 그렇게 움직였다.

모든 것을 희생삼으며 오직 멸망을 막기 위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그 멸망마저 변했다.’


지금의 멸망은 과거 그가 봤던 멸망이 아니었다.

이미 한 차례 비틀어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깨우쳤던 날.

비트는 자의 힘을 깨우쳤던 날.


그때 보았던 미래.

그날 만들었던 끔찍한 과거.


마석 대재해 이후, 백민호는 아름의 임시 보육원에서 지냈다.

그가 어린 아이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친구인 신민우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석 대재해로 모든 가족을 잃은 그들.

신민우는 아이들을 돌보기를 택했고, 백민호는 당장 갈 곳이 없었기에 곁에 남기를 택했다.


그에게 있어 딱히 유익한 나날은 아니었다.

그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딱히 떠날 마음도 들지 않았다.

당장은 어디로 가든 똑같았을 테니 말이다.


마력이 깨어난 초기.

아공간은 혼란하기 그지 없었다.


어차피 세상이 멸망했고, 새로운 힘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것을 시험하고 싶은 이들은 넘쳐났고, 세상은 규율이 없었다.


하나 둘 고유의 스킬을 깨닫고, 아공간은 더욱 난장판이 되어갔다.


다시금 이곳에서 시작하자는 이들과 어차피 멸망한거 즐기겠다는 이들.

그들은 서로 전쟁을 시작했고, 그 여파는 보육원에게까지 미쳤다.


백민호와 신민우는 그곳에서 가장 강한 마력을 가진 이들로 그곳을 지켰다.


신민우가 아이들을 돌보는 사이 백민호는 마력을 단련했고, 수많은 스킬을 만들어냈다.

마력을 원소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싸움에 미쳐있던 이들이 그것을 개발했고, 그것을 알게 된 백민호는 그것을 연구했다.

그렇게 그는 마력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원소를 다루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에겐 그것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신민우에게 가르쳤고, 보육원을 지키는 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들은 각자 자신에게 걸맞은 원소를 키워나갔고, 자신의 몸과 보육원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바깥에 있는 순수한 강화와 고유 스킬의 의존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나아가는 방식.

공용 스킬의 시작.


그것은 순식간에 각 집단에 퍼져나갔고, 결국엔 더 큰 싸움을 부추겼다.


“이대로라면 자멸하겠군.”


백민호가 그것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인간은 되살아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살고 싶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와.


그렇기에 자신을 지키는 스킬을 개발한 것이고, 단련한 것이었다.

아직 고유 스킬을 깨닫지 못했음에도 말이다.


“나는 고유 스킬이 없는 건가?”


아니, 지금까지 그런 케이스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타고난 많은 양의 마력.

그리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능력.


그런데 왜 고유 스킬이 주어지지 않는가.

깨어나지 않는가.


그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잠에 들었을 때였다.

그는 하나의 꿈을 꾸었다.


모든 것이 비틀리는 와중에 자신에게 불이 깃드는 꿈을.

그것은 자신을 넘어서 모든 것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에게 무언가를 일깨우며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보육원에 있는 이들의 모든 죽음.


백민호는 그 기분 나쁜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당연히 꿈이었기에 현실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전신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고유 스킬이 깨어났다.

그는 다른 이들이 그러하듯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공간의 뒤틀림.


그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마력을 뿜어댔고, 그것은 안개가 되어 보육원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제어할 수 없는 변화는 보육원의 모두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공간이 멋대로 뒤틀렸다.

그는 그것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모두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


“아.”


사람들이 모두 기괴하게 뒤틀리며 죽음을 맞이했다.

어른이고 아이고 다른 것은 없었다.


그렇게 지키고자 하던 곳이 죽음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바깥에서 불침번을 서던 이들이 발견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신민우가 있었다.


“백, 민호······. 너 지금······.”


그는 말문이 막혔다.

이 끔찍한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이 마력이 백민호의 것이라는 것.


“하하······.”


백민호는 메마른 웃음을 토해냈다.

그런 거였나.


그의 두 눈이 파랗게 타올랐다.

그가 본 것은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그리고 미래였다.


“그렇군.”


그는 그것으로 잠깐의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비틀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바꾸라는 건가.”


그렇기에 그는 먼 미래를 보았다.

인간에게 찾아올 멸망이라는 미래를.

그리고 그는 그것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정신이 나가 있는 보육원의 생존자에게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아니, 그래야만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살아남을 거다.”


또한 그는 이 선택을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 포장했다.


오직 그것만이 이유였다면, 그가 본 미래에서 자신을 막아설 신민우를 죽였을 것이다.

이들을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이 보육원에 물들어버렸으니까.


그는 자신의 고유 스킬을 저주했다.

그리고 죄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들을 살리는 것을 택했다.


수많은 길을 보았고 그것을 택했다.


“남은 너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


그것이 다른 모두를 희생하는 길이었음에도 그는 택했다.

다수가 아닌 소수를 택하고, 길을 비틀었다.


‘하지만 그래서 무엇하지?’


결국엔 바꾸지 못했다.

그가 지구에서부터 이어오던, 악연이 되었음에도 지키고자 했던 연이 결국 끊어졌다.


멸망을 비틀고, 그들이 살아날 수 있는 길만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엔 죽었다.


정작 중요한 미래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힘이 중요하다고?


“웃기지 마.”


이런 힘따위 필요하지 않다.

이 힘으로 모든 것이 비틀렸다.


그런 비틀림 따위 바라지 않았다.


레부가 번개가 휘감긴 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찍었다.


“하지만 그게 비틀림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렇다면 그 운명을 다시 비틀겠다.”


백민호의 두 눈이 다시금 칠색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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