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076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4.06.27 20:00
조회
32
추천
0
글자
11쪽

잉그 (1)

DUMMY


파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간 길을 만드는 자들.


그곳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정보가 그들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정확히는 그가 지닌 기억이었다.


그 안에 담긴 레자르의 모습.

그가 했던 행위.

그 모든 것이 담겨져 그들에게 보여졌다.


레자르가 내린 선택.

파멸과 창조를 만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잡아먹는 것.

그리고 파멸과 창조.


자신을 창조해준 존재마저 잡아먹는 것.


‘그래서 시험이었던 건가.’


그가 레자르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걸을 것인가.

그리고 김윤은 다른 길을 택했다.


파멸에게 맞서는 길을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이곳에 있었다.

다른 이들도 살아있었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 그렇기에 너희는 기회를 얻었다.”


사방에서 파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하나의 포탈이 나타났다.


“이건······?”

“잉그 세계로 가는 길이다.”


그것을 보자 김윤과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았다.


백민호가 말했다.


“레자르를 잡아오라는 거군.”

“정확히는 죽이라는 것이다.”

“그게 그거지 뭐. 너희가 못하니까 우리보고 하라는 거잖아? 창조주가 세계 하나 멸망시키는 것도 못 하다니.”

“건방 떨지 마라 피조물. 그 선택을 내릴 시 너희가 소멸하기에 기회를 주는 것이다.”

“친절하시기도 해라.”


김윤이 비아냥떠는 백민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쪽의 말대로라면 레자르라는 놈은 엄청난 힘을 얻었을 텐데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있다고?”

“우리가 그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나는 파멸. 놈을 가만히 두지 않는 존재지. 그렇기에 나는 잉그의 세계에 계속해서 파멸을 뿌렸다. 그 힘이 부족해서 다른 세계에 뿌린 힘을 거뒀을 뿐.”

“그렇다는 건 힘이 소모됐다는 건가?”

“놈은 내가 뿌린 파멸을 막느라 대부분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 즉, 직접적인 힘은 너희와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대충 이해했다. 네가 놈의 힘을 분산시킬 동안 해치우라는 이야기군.”

“그래. 본래라면 다른 세계의 뿌린 살점을 회수에 우주를 초기화할 생각이었다면······.”


그림자가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이것이 창조가 바란, 너희에게 주어진 기회이니.”


어둠이 그들을 휘감고 포탈로 당기기 시작했다.


“또한 내 마지막 자비다. 너희가 실패하는 즉시 나는 모든 세계를 파멸하고 우주를 재창조할 것이다. 그것이 순수한 파멸이 된 내 의지다.”


그들의 몸이 그대로 포탈에 맞닿으며 내부로 빨려들어갔다.



***



포탈이 내뿜는 번쩍임에 김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주변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긴······.”


지구와는 전혀 다른 풍경.


숲을 이룬 나뭇잎이 보랏빛이며, 그것을 매단 몸뚱어리는 새하얗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다른 세계에 와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돌아갈 길은······.’


김윤이 자신이 통과한 포탈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빠르게 작아져 이제는 그 누구도 통과할 수 없는 크기가 되어 있었다.


주은서가 김윤의 곁으로 다가왔다.


“우선 위치부터 파악해요.”

“그래.”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환경을 파악해두어 나쁠 것은 없다.

그들은 몸 상태를 점검하고, 숲을 살폈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던 온갖 기이한 생명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저런 게 이곳에선 흔한 산짐승인가.”


백민호가 뿔이 달린 토끼를 붙잡았다.

그러자.


“키아아아악!”


울부짖으며 충격파를 쏘아내는 토끼.

백민호는 그것에 얻어맞으면서도 토끼를 놓지 않았다.

그정도는 지금의 그에게 큰 충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는 마력 친화가 높다고 하니 마력에 변화된 거겠지. 지구처럼.”


김윤이 백민호의 손목을 붙잡고 토끼를 놓아주었다.


“뭐야 내 저녁이라고.”

“저걸 먹겠다고?”

“그럼 뭘 먹겠어.”


백민호가 손끝에서 얼음을 응축, 그것을 그대로 쏘아냈다.


“캭!”


토끼의 몸을 관통하며 그의 숨을 끝어내는 얼음 조각.


“뭐가 됐든 배는 채워야할 거 아니야. 우리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이런 상태로 레자르라는 놈을 치면 질 게 뻔하단 말이지.”


그가 손 위로 마력을 일으켰다.


“마력이 채워졌어도 정신적 피로도 남아있고 말이야.”


옳은 말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멸망과 맞서다 왔으니 말이다.


김윤이 저 멀리 있는 이지우와 주은서를 살폈다.

그들 역시 상당히 지쳐보였다.


“······그래. 그럼 식량이 될만한 것과 쉴만한 곳을 찾도록 하지.”


그의 시선이 절명한 토끼를 향했다가 이내 옮겨졌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그들은 처음 장소로 다시 모였다.

물론 이전과는 다르게 각종 식량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챙긴 상태로 말이다.


이 특이한 숲에 있는 짐승들.

그리고 열매들이 한데 모였다.


“독은 없나?”

“있어도 제거하면 돼.”


주은서가 마력을 일으켰다.


“잠시 떨어져 있어요.”


배제구역이 식자재들을 휘감았다.

그러자 그것들이 품고 있던 유해한 것들이 빠져나왔다.


백민호가 그 광경을 보며 칭찬했다.


“그거 유용하네.”

“······.”


주은서는 침묵으로 응할 뿐이었다.


이런 곳에 함께 왔다고 해서 그에게 호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러했다.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일단은 협력해야 하는 사이인데 말이야.”


그가 열매를 하나 집어들고 베어물었다.

복숭아를 닮은 과실이었다.


“음, 이거 괜찮네.”


김윤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머리 쪽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마력을 운용하며 기억을 끌어왔다.

그러자 전방에 펼쳐지는 각종 조리도구.


이어 그는 주변에 결계를 펼친 후, 식자재들을 다듬기 시작했다.


“도울게요.”


그리고 그것을 이지우와 주은서가 도왔다.

백민호는 열매를 씹으며 주변을 마저 살폈다.


“그나저나 다들 뭐 좀 찾았어?”


김윤이 간결하게 답했다.


“아니.”

“저도요.”


이지우만이 다른 답을 내뱉었다.


“저는 부락으로 보이는 곳을 발견하긴 했어요.”

“뭐? 그런데 왜 안 가고 여기 있는 거야?”

“······우리한테 우호적인지도 모르니까요. 애초에 우린 다른 세계의 다른 종족이잖아요.”


김윤이 말을 더했다.


“지우씨 말대로다. 놈들이 모두 레자르의 편일 수도 있으니까. 놈이 창조와 파멸의 힘을 가져간 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넘어온 것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는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냄비를 얹었다.


“이거야 원.”


백민호가 근처에 다가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우리 백화들이 잘 지낼지 걱정되네.”


그가 씨익 웃었다.


“······수작을 부린 거냐?”

“하하, 설마. 우린 공동의 목표가 있는데 그러겠어? 그냥 순수한 걱정이라고.”


그들은 그 대화를 끝으로 침묵을 유지하며 요리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식자재를 통해 간단한 식사를 시작했다.


주은서가 김윤이 이것저것을 섞은 스튜 비스무리한 것을 가리켰다.


“이거 맛있네요.”

“그러게요.”


그들은 가벼운 수다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순서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김윤이 기억으로 침낭을 제작해주었기에 맨 바닥에서 잘 걱정은 없었다.


“너도 먼저 자라.”

“그럼 나야 좋지. 있다가 깨우라고.”


백민호마저 재운 후, 김윤은 홀로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불 속에 있는 장작을 뒤적였다.


머릿 속에 복잡했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인 것일까.


김윤은 자고 있는 주은서와 이지우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이 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막지 못하면 멸망.’


그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단계에 왔을 뿐이다.


드디어 끝이 다가왔다.

멸망을 막고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상태가 신이라 할 법한 존재에도 맞닿았던 상대인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젠 지구를 벗어나 전 우주적인 일이 된 멸망을 막는 일.

하지만 김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에 있는 모두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나아갈 수 없는 길을 지워내는.

그러한 길과 지도를 만들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속죄이며, 주어진 사명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미래의 수명까지 불사르며 이곳에 존재했다.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과거.

그 모든 것을 불태우며 나아가는 것이었다.


김윤이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바스락.


결계 바깥에서 누군가 수풀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은 소리였으나 김윤이 캐치하기에는 충분한 소리.


김윤은 그 즉시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결계 바깥에 작은 생명체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작은 도마뱀을 닮은 생명체.

그런데 온몸에 검보랏빛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검보랏빛 문신?’


김윤은 그것을 보는 순간 한 종족이 떠올랐다.

파멸이 알려주었고, 보여주었던 종족.

이 세계의 주인은 종족, 잉그.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앙!


도마뱀이 폭발을 일으키며 결계를 산산조각냈다.


“무, 무슨 일이에요!”


그러자 그 소리에 깨어난 일행.

그들은 황급히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달려왔다.


“역시 알고 있었나.”


김윤이 폭발이 만들어낸 폭연을 노려보았다.

정확히는 그 사이에서 잠깐이라는 시간동안 나타났던 글자를 보고 있었다.


[ 반가워 ]


그것은 레자르가 보낸 인사였다.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을 알고, 그들을 환영하기 위한 인사.

그리고 그 인사를 대신하기 위한 이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잡아라-!!”


특이한 형태의 갑옷으로 무장한 잉그 세계의 주민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거 환영이 격한데?”

“생포한다.”


백민호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의 전신에서 무지개빛 마력이 솟아나며 광선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방패!”


달려오던 이들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들의 손 위로 만들어지는 방패.


그것은 날아오는 마력의 섬광을 가뿐히 막아내며 거리를 좁혔다.


“이게 막히네.”


그사이 김윤은 단도를 만들어 하늘 높이 도약했다.

그리고 적의 숫자를 파악한 후, 그들의 중심으로 쇄도했다.


콰앙!


새카만 운석이 떨어지듯 김윤이 추락하며 폭발이 일었다.

폭연이 가득 솟구치며 흙먼지가 뒤엉켰다.

덕분에 놈들의 시야는 엉망이었고.


서걱.


이지우와 주은서의 압박.

그리고 김윤의 내부에서의 춤사위로 인해 놈들이 순식간에 제압됐다.


“방패는 좋은데 나머지는 영 쓸모없네.”


백민호가 놈들의 장비를 살폈다.


“그나저나 변화된 마력을 막아낼 줄이야.”


그가 방패를 두드렸다.


“이놈들도 특이 마력을 가지고 있나?”


김윤이 방패 하나에 손을 올리고 기억을 읽었다.


“아니, 레자르의 마력을 담은 방패다.”


그리고는 중앙에 박혀 있던 작은 보석을 뽑아냈다.

지구, 그리고 던전에서 보았던 코어와 비슷한 종류의 그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공간 지도 제작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안내 24.08.07 48 0 -
195 에필로그 - 5년 사이 +1 24.08.07 44 1 12쪽
194 창조 24.08.02 31 0 12쪽
193 파멸 (2) 24.07.31 31 0 11쪽
192 파멸 (1) 24.07.30 31 0 11쪽
191 잉그 (13) 24.07.26 32 0 12쪽
190 잉그 (12) 24.07.25 32 0 11쪽
189 잉그 (11) 24.07.23 29 0 11쪽
188 잉그 (10) 24.07.19 32 0 11쪽
187 잉그 (9) 24.07.17 31 0 11쪽
186 잉그 (8) 24.07.16 34 0 11쪽
185 잉그 (7) 24.07.12 35 0 12쪽
184 잉그 (6) 24.07.11 30 0 12쪽
183 잉그 (5) 24.07.09 31 0 11쪽
182 잉그 (4) 24.07.04 34 0 12쪽
181 잉그 (3) 24.07.02 30 0 11쪽
180 잉그 (2) 24.06.28 34 0 11쪽
» 잉그 (1) 24.06.27 33 0 11쪽
178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24.06.26 30 0 11쪽
177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1) 24.06.21 36 0 12쪽
176 길을 새기는 자 (3) 24.06.19 40 0 12쪽
175 길을 새기는 자 (2) 24.06.18 28 0 12쪽
174 길을 새기는 자 (1) 24.06.14 34 0 11쪽
173 길을 지우는 자 (2) 24.06.13 28 0 11쪽
172 길을 지우는 자 (1) 24.06.12 34 0 11쪽
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36 0 12쪽
170 길을 잇는 자 (2) 24.06.07 31 0 11쪽
169 길을 잇는 자 (1) 24.06.06 32 0 11쪽
168 길을 비트는 자 (3) 24.06.05 36 0 11쪽
167 길을 비트는 자 (2) 24.06.04 3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