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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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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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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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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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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DUMMY


마력에 휘감기자 시야가 새카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 들었다.


“흩어져 있던 것이 하나로 모였다.”


기이한 목소리.

그림자의 목소리였다.


“그것들은 충돌을 일으켰고, 하나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너희 세계의 말로는 빅뱅이라 칭하는 우주의 기원이었다.”


그들의 눈앞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그들은 그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다.


마치 생생한 VR이라도 체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날의 사건 이후, 폭발로 인해 흩어진 것이 하나로 모이며 한 존재가 태어났다.”


그들의 눈앞에 그림자가 말하는 대로의 일이 일어났다.


사방으로 흩어진 빛무리가 다시 모이더니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것은 고차원적인 형태의 그것은 아니었다.

그저 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것이 바로 ‘나’였다. 정확히는 분열되기 전의 ‘나’였지.”


빛의 구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주라는 공간에 흩어진 것들을 모았고,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초의 세계가 두 개 만들어졌다.”


‘두 개?’


김윤은 의문을 품었다.

그가 알기로 최초의 세계는 단 하나, 비타의 세계였으니 말이다.


그 의문을 깨달았는지 그림자의 시선이 김윤을 향했다.

그러나 별다른 답은 없었다.

그저 이어지는 상황의 설명만 이어질 뿐이었다.


“하나의 세계는 용의 세계, 그리고 다른 세계는 잉그라는 종족의 세계.”


그림자의 시선이 두 세계로 향했다.

그러자 그것이 당겨지듯 가까워지며 세계의 내부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용들로 가득한 세계.

그곳은 수많은 용이 살아갔으며 각자의 문화를 생성했다.


수많은 색의 비늘을 지닌 용들.

그들의 밑에서 또 다른 생명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세계를 구성했다.


“용의 세계는 외로웠던 ‘내’가 바란 의지가 깃든, 공존의 세계였다. 반면 잉그의 세계는 아니었다.”


시야가 빠르게 옮겨졌다.


용의 세계였던 행성을 벗어나 잉그의 세계가 있는 행성으로 옮겨졌다.


인간과 비슷한 외형.

그러나 창백한 피부와 곳곳에 새겨진 검보라빛 문양.

그것만으로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세계를 이룬 마력에 선천적으로 재능을 지닌 종족, 잉그. 그들은 용의 세계보다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 그 발전은 자신의 세계를 넘어서 우주, 그리고 ‘나’를 노리게 되었다.”


시야가 다시금 옮겨졌다.

그것은 새카만 우주로 빠져나오며 그곳을 장식한 수많은 세계를 보여주었다.


용의 세계와 잉그의 세계가 발전하는 사이 수없이 만들어진 세계.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무언가에 의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잉그의 세계였다.


잉그의 세계가 자신의 세계가 지닌 자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세계를 침략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압도적인 마력의 친화력, 재능.

그리고 뛰어난 지능과 기술.


그것이 한 데 어우러져 다른 세계를 침략하고, 소멸시키고,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세계가 순식간에 함락되고 잉그의 세계에 흡수되었다.

하나의 세계가 지닌 미래를 무너뜨리고, 흡수했다.


작은 세계부터 차근히.

그렇게 잉그의 세계, 그 중심에 있는 이가 창조주가 하사한 힘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존재가 있었다.


그는 잉그의 통치자, 레자르.

잉그 세계를 완전히 손에 쥐고 있는 자.

그가 마력 사이에 깃든 창조와 파멸의 힘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 힘에 매료된 저 레자르라는 피조물은 감히 우리의 힘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방금까지 보여준 세계의 몰락의 원인.

그리고 그렇게 힘을 모은 레자르는 창조주가 있는 곳에 달했다.


창조와 파멸의 힘을 통해 공간을 찢고, 아공간이란 곳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것은 피조물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공간.

신이라 불리는 창조주만이 머물며, 모든 것을 창조하고 파멸시키는 공간.

우주의 숨은 틈.


‘설마.’


김윤은 레자르의 행적을 보며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수많은 세계를 스스로 몰락시키며 힘을 모은 그.

그리고 이 공간을 열어 이들을 찾아왔다.


그 목표는 당연히 창조주의 힘을 빼앗는 것.

스스로가 신과 같은 존재에 오르는 것이었다.


지금 그 결과가 그들의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창조한 존재와 그 존재에게 태어난 피조물의 충돌.

그것은 당연하게도 창조주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창조주는 레자르의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


그를 다시 그의 세계로 보내고 그 세계를 유폐시킬 뿐이었다.

자신이 만든 세계들을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어리석은 선택은 큰 화를 불러왔다.


“나는 아직도 저 세계를 파멸시켜야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창조에서 분리된 파멸이기에 더더욱.”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레자르라는 피조물을 유폐시킨 후, ‘나’는 더 많은 세계를 창조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지닌 힘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약해져만 갔다.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자신의 살점을 뜯어내고, 그것이 독자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으니까.”


다시금 시야가 하나의 세계로 옮겨졌다.

잉그의 세계.


“그리고 우리의 힘이 약해지자, 기회를 노리던 피조물이 일어났다. 그는 유폐라는 봉인을 뚫고 깨어났으며, 다시금 세계를, 힘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사이 수없이 늘어난 세계는 놈이 포식하기에 충분한 만찬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힘을 회수해야만 했다.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며.”


어둠이 사라지고 새하얀 아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푸른 마력의 인간, 창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창조는 여전히 자신이 만든 세계를 사랑했고, 파멸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나누기로 했다. 창조와 파멸. 하나는 창조만을 하나는 파멸만을. 그래야만 힘을 회수하고 저 간악한 피조물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 테니.”


그림자, 파멸의 시선이 창조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 창조는 소멸해 가는 세계도 사랑했기에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것이 순차적인 멸망과 길을 만드는 자였다. 그것을 이겨내는 이에게 파멸 혹은 창조를 선사해 레자르를 막는 것으로 모든 세계를 보존하는 것이지.”


그의 시선이 다시금 옮겨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어떠한 세계도 이겨내지 못했다. 또한 그렇기에 그 사이에 수많은 세계가 레자르에게 먹히고 놈은 힘을 이 키워만 간다. ‘나’는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다. 너희의 세계로 끝으로 모든 세계를 파멸 우주를 다시 무로 돌리거나, 피조물에게 역할을 맡겨 스스로 이겨내는 것을 지켜보는가.”


파멸이 손가락을 뻗어 김윤을 가리켰다.


“레자르와 마찬가지로 네 몸 안에는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다. 내가 심었지. 네가 이 중심에 오고, 나의 파편과 마주했을 때 심어졌다.”


김윤은 그간 자신에게 속삭이던 그림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너 역시 결정할 때다. 너희에게 주어진 멸망, 그 순간이 지금 당도했으니.”


새하얀 공간에 어둠이 가득 드리웠다.


“선택하라.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이고 멸망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멸망을 받아들일 것인지.”


김윤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해서 되물었다.


“뭐?”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이라고?

이곳에 있는 이는 김윤을 포함해서 넷.

길을 만드는 자들뿐이다.


즉, 저 말은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을 죽이라는 뜻이었다.


“파멸의 힘을 받을 자는 하나면 족하다. 그 수가 늘어난다면 잉그 세계와 같은 일이 반복될 뿐. 이 외의 의견은 받지 않는다. 이것은 나, ‘파멸’이 제시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김윤이 천천히 다른 길을 만드는 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를 죽이라고?’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죽이지 않고, 그냥 내게만 주면 되는 거 아니야? 나머지는 그냥 돌려 보내줘.”

“아니, 이것은 시험이다. 저들을 죽일 수 있어야지만 네가 끝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지?”

“깨닫게 될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생각을 반복했다.

이대로 모두가 죽게 둘 수는 없다.


자신이 어째서 이곳까지 왔는데.

무엇을 포기했는데.


이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놈들이 선택한 네 명이다. 죽여야 한다면 굳이 이곳까지 데려와 설명해줄 필요가 있었나?’


이것은 시험이다.

그리고 죽여야 한다.


간단한 배경 설명만 이루어진 그들의 과거.

그곳에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김윤이 창조를 힐끔 바라보았다.


“백민호. 비틀어라.”

“뭐? 여긴 스킬이 안 되는데 말이지?”

“저놈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건 될 거다. 비틀어. 스킬을 쓸 수 있게.”


그러자 백민호가 곧장 그의 지시에 따랐다.

그의 무지개빛 마력이 찬란하게 타오르며 일대로 퍼져 나갔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일어난 파문과도 같은 그것.


그것은 순식간에 아공간의 중심을 장악하며 비틀기 시작했다.


“모두 준비해!”


김윤이 비틀림이 느껴지는 즉시 마력을 운용했다.

지도를 불태우고 두 곡도를 만들어 양손에 하나씩 쥐었다.


“그 선택을 내리는가.”


파멸의 몸을 이룬 그림자가 불꽃처럼 일어났다.


“이게 올바른 답일 테니까.”


김윤이 검은 마력을 두르고 파멸을 향해 쇄도했다.

그의 앞에 수많은 길이 새겨지며 한 곳으로 향했다.


모든 길이 파멸을 중심으로 교차됐다.

그리고 뒤따르는 길을 만드는 자들이 그것에 올랐다.


길이 이어지고, 비틀리고, 지워졌다.

그리고 다시금 새겨졌다.


“창조와 파멸.”


그것의 열화된 힘.

그것이 만들어진 곳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창조가 바라던 대로 말이다.


그림자가 시선이 창조를 향했다.

자신의 몸을 김윤의 곡도가 베어내고, 백민호의 스킬이 꿰뚫어도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몸은 그정도로 상처입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그들의 의지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레자르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걸어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 것인가.


나누어진 그것을 통해 창조와 파멸은 하나의 내기를 했다.

그리고 그 내기의 승자는.


“네가 이겼다. ‘나’.”


창조의 쪽이었다.


파멸이 자신의 몸을 가르던 검을 쥔 김윤의 팔을 움켜쥐었다.

뒤쫓아오던 이지우도, 저 멀리있던 백민호와 주은서 역시 마찬가지.

그의 몸에서 솟아나는 새카만 말에 붙잡였다.


“큭.”


김윤은 그것을 곧장 떨쳐내려 했으나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팔을 그대로 도려냈다.


잘려나간 팔이 파멸의 손과 함께 그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의 손만이 아니었다.


그와 같은 방식을 채택할 수 없던 다른 이들.

그들도 모조리 파멸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김윤은 마력으로 팔을 재생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분노하며 그를 향해 쇄도했다.


“저항하지 마라.”


그러나 그 역시 그의 몸속으로 거짓말처럼 빨려들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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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잉그 (2) 24.06.28 35 0 11쪽
179 잉그 (1) 24.06.27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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