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촐물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7.12 20:00
연재수 :
185 회
조회수 :
10,616
추천수 :
329
글자수 :
968,841

작성
24.06.06 20:30
조회
5
추천
0
글자
11쪽

길을 잇는 자 (1)

DUMMY


이지우는 마력을 운용했다.

그녀의 은빛 마력이 새하얀 손을 타고 일어나 한 자루의 검이 되었다.


마리가 그것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처음 보는 마력의 성질······. 그러나 아름답구나.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지? 기본적인 마력과는 완전히 다르구나.”


그리고는 자신의 마력을 일으켜 그것과 비교했다.


“글쎄요.”


이지우는 그저 자세를 다잡을 뿐이었다.


마리 역시 자신의 깃털을 하나 뽑아 들었다.

그러자 그것은 순식간의 덩치를 부풀리더니 하나의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깃털 검.

그렇게밖에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길이 없는 애들에게 당해서 말이지. 너는 무슨 길의 힘을 가지고 있니?”


그녀가 싱긋 웃으며 날개를 퍼덕였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이 일순간 사라지고.


카가각!


이지우의 앞에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깃털검과 은빛 마력검이 충돌했다.


“윽······.”


그러자 이것을 타고 무언가가 흘러들어왔다.


‘이건?’


[왜 이제 온 거야-!!]


그것은 원망이었다.


[길을 만드는 자라며! 멸망을 막는 존재라며!]


짙은 원망이 이지우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어때? 네가 구하지 못한 이들의 원망은? 괴롭지 않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리가 싱긋 웃었다.


“우리는 그냥 물리적인 멸망이 아니거든.”


그녀가 두 팔을 펼쳤다.


“원망, 절망, 욕심 그리고 과분한 힘.”


그녀가 깃털검의 날을 손가락으로 쓱 훑었다.

그러자 그것이 부르르 떨며 원망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너희의 멸망은 자멸이란다.”


마리가 다시금 깃털검을 휘둘렀다.


이지우는 그것을 막아내는 걸 포기하고 몸을 뒤로 날리며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자 그녀의 날개에 달린 깃털들이 총탄처럼 쏘아졌다.


콰과과!


교회 바닥을 깨부수며 그녀에게 쇄도하는 깃털 탄환.


이지우는 공간을 찢어 그것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


“공간을 찢는 힘이라······. 그게 네가 가진 힘이구나? 형태와 기운을 보아하니 잇는 자. 이거 반갑네.”


그녀의 눈매가 다시금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나도 잇는 자였거든.”


다시금 날개가 퍼덕이며 폭풍이 일어났다.

그것은 깃털을 동반했고, 이지우는 또다시 공간을 찢어냈다.


“그리고 이것도 아니? 나는 깨어난 지 7시간이 지났단다.”


그가 쾌속한 속도로 이지우의 배후로 이동했다.

그리고 깃털검을 휘둘렀다.


공간을 찢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지우는 검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아냈다.


그러자 울려 퍼지는 원망의 목소리.


“그럼 몇 명이나 죽었을까?”

“으윽······.”


그녀는 그 짙은 원망에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방금 마리가 했던 발언.

그것이 그녀의 머릿속을 한 번 더 헤집어놨다.


‘7시간 전에 깨어났다고?’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당한 걸까.

다른 지역은 어떻게 된 것일까.


‘칸트로프가 깨어난 건 겨우 한 시간이야.’


그렇다면 그가 가장 늦게 깨어났던 것일까.


저 원망을, 절망을, 욕심을 그리고 자멸이라는 멸망을 위해서?

길을 만드는 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그녀는 아공간을 헤집어 물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들이켰다.


보라색 물약과 파란색 물약이 그녀의 식도를 넘어갔다.

그러자 체내에 있던 마력이 그것과 호응하며 효과를 발휘했다.


육체가 강화되고 마력의 순환이 더 빨라졌다.


그것을 밑바탕으로 쾌속하게 쏘아지는 그녀.

그녀의 은빛 검이 마리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그러나.


카가각!


그녀의 검격을 막아내는 새하얀 날개.

그녀의 날카로운 일격에 날개는 흠집조차 가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그녀에게 반격을 가했다.


깃털이 선사하는 원망.

그렇다면 그 깃털이 담긴 날개는 어떠하겠는가.


막대한 원망이 그녀의 검을 타고 스며들었다.


“으아아아악!”


그 짙은 부정적인 감정에 이지우가 비명을 토해냈다.


깃털이 선사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


‘이런 걸 날개에 품고 다닌다고?’


그녀는 어떻게 버티는 것일까.


이지우는 비틀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은빛 검에 마력을 쏟아부으며 크게 휘둘렀다.


쩌억.


교회 전체가 갈라지는 일격.

그러나 이번에도 마리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그녀의 날개로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너도 나처럼 전투가 능숙하지 않구나?”


그녀가 날개를 펼쳤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이 다시금 드러냈다.


물빛 머리칼에 새빨간 눈동자.

고혹적인 외모의 그녀.


그녀의 눈빛이 이지우를 응시하고, 이지우의 시선이 그것과 맞닿자.

다시금 매혹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지우는 시선을 거두었다.


눈을 마주치면 매혹이, 날개나 깃털에 닿으면 원망이 쏟아진다.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방법을 찾는다.

쉽게 굴복하지는 않는다.


“아니, 나는 리터너야.”


그녀는 리터너 출신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단 넷뿐인 길을 만드는 자이니까.


“그리고 길을 잇는 자. 싸움은 가장 익숙한 일이라고.”


C랭크에 불과했지만 그녀도 리터너였다.

몬스터와 싸웠고 기술을 단련했다.


약을 개발했고, 길의 힘을 깨우쳤다.

그리고 자신만의 마력을 형성했고, 마력의 총량을 성장시켰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곳에 있었다.


그녀의 몸 주위로 은빛 수정이 떠올랐다.

그녀가 마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지우의 몸 주위에서 천천히 회전하던 수정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 예쁜 보석들은 뭐람?”


마리가 싱긋 웃으며 수정과 거리를 벌렸다.

이어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금 폭풍을 쏘아냈다.


수정을 밀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수정은 그 자리에 박힌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실제로 그 공간에 박혀 있었다.


이지우의 고유 스킬, 공간 조작.

그것은 공간을 원하는 대로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그 공간은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 뜻은 아공간, 지구, 인벤토리.

모든 공간을 다룰 수 있다는 것.


지금 그녀는 일대의 공간을 조작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마력이 부족해서 할 수 없던 일.

하지만 이제는 가능한 일.


수정들이 공간 조작으로 인해 정해진 위치에 고정됐다.

그리고 하나둘 공간을 열기 시작했다.


“길의 힘이 능숙하구나?”


마리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냉수와 거대한 빙산.


그녀는 마력을 뽑아내 깃털검에 담았다.

그리고 빠르게 휘둘러 빙산을 산산조각 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지우가 이은 것은 지구의 곳곳.

특히 냉기나 물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쏟아지는 물들이 순식간에 교회를 채우기 시작했다.


“날개를 적시려고? 생긴 거랑 다르게 음침하네?”


이지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이곳을 채운 물과 그 위에 떠다니는 얼음 파편을 짓밟으며 이리저리 이동할 뿐.

그리고 그사이 하나 더 늘린 은빛 검을 교차하며 휘두를 뿐이었다.


은빛 섬광이 번쩍이며 두 자루의 검이 휘둘러졌다.

주변의 냉기를 끌어당긴 그것은 지나가는 곳마다 서리의 꽃을 피워냈다.


순식간에 교회 내부에 가득찬 냉기.


이지우는 충분해졌다고 생각했는지 검을 거두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곳에 은빛 마력이 모여들었다.


화르륵.


그것은 불꽃이었다.

그것도 막대한 열기를 품은 불꽃.


그것이 순식간에 교회를 집어삼켰다.

그러자.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며 교회가 산산조각이 났다.


차가워진 공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지며 급속도로 팽창한 것이었다.


깃털이 모조리 날아갔다.

그리고 그 주인인 마리 역시 마찬가지.


그 강렬한 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것은 이제 이지우에게 있어서 틈.


그녀는 다시금 은빛 검을 움켜쥐고 쇄도했다.

이전 교회를 갈랐던 것과 같은 일격.


그것이 양 손에 한 번씩 이루어졌다.


십자 형태로 날아가는 참격.

그것이 마리와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콰앙!


참격이 폭발을 일으키며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뿌연 폭연 속에서 새하얀 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멀쩡했다.


이지우는 바닥에 남은 물을 바람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쏘아내고 그대로 얼려버렸다.


하늘로 솟구치는 수많은 얼음의 창.

그러나 그것들도 모조리 폭발하며 사라질 뿐이었다.


“그거 아니? 우리는 두 개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그녀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그러자 깃털이 비처럼 쏟아지고.


콰과과과광!


모조리 폭발을 일으켰다.


“이게 내가 얻게 된 다른 힘이란다.”


푸드득.


그녀의 날갯짓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그녀가 이지우의 곁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커헉!”


이지우의 옆구리에 틀어박힌 주먹.

그것은 그 자리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그녀를 저 멀리 날려 버렸다.


무너진 교회의 터에서 벗어나, 텅 비어버린 도시를 구르는 이지우.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검을 휘둘렀다.


대지를 가르는 참격이 쏘아졌으나.


콰앙!


또다시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폭발 그 자체가 기술인가.’


하지만 위협적이지는 않다.

저 폭발보다 위협적인 것은.


파바박!


이 깃털.

그리고 이것 폭발하며 내뿜는 부정적인 감정의 파동이었다.


콰앙!


또다시 깃털이 폭발하며 원망을 쏟아냈다.

그것에 닿는 순간 이지우는 어쩔 수 없이 움직임이 지체되었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머릿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시끄러웠다.

어지러웠다.

듣고 싶지 않았다.


마치 섬광에서 자신이 지키지 못한 그들이 자신을 원망하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로 했는데.

모두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진정한 섬광을 만들기로 했는데.


그것 때문에 임재현이 죽었거늘.

모든 것을 바쳤거늘.

그러나 그녀는 지키지 못했다.


그러한 것에 대한 원망이 그녀를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비수가 되어 심장을 꿰뚫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안쪽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그들의 원망이 그녀의 내부를 헤집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져 무게가 없는 검이 너무도 무겁게 느껴졌다.

자신이 짊어진 길의 힘이 너무도 무겁게 느껴졌다.


또다시 지키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제는 도시를 넘어, 전 세계를 말이다.


그런 공포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후욱, 후욱······.”


호흡이 가빠진다.

싸움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후후, 겁에 질렸구나. 원망이 두렵니? 실패가 두렵니?”


새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마리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 모습은 마치 천사와 같았다.


“그렇다면 나의 손을 잡으렴.”


그녀가 새하얀 손을 내밀었다.

이지우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안 된다.

저것을 잡아선 안 된다.

그녀는 멸망, 자신이 멸해야 하는 존재.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과 마리의 두 눈이 마주했다.

새빨간 눈동자가 마치 그녀를 집어삼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를 위로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을 잡는다면 이제 안식을 주겠다고.

원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겠다고.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겠다고.


“내가 너에게 안식을 줄게.”


이지우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공간 지도 제작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시간 변동 안내 23.10.10 174 0 -
185 잉그 (7) 24.07.12 5 0 12쪽
184 잉그 (6) 24.07.11 5 0 12쪽
183 잉그 (5) 24.07.09 6 0 11쪽
182 잉그 (4) 24.07.04 9 0 12쪽
181 잉그 (3) 24.07.02 8 0 11쪽
180 잉그 (2) 24.06.28 9 0 11쪽
179 잉그 (1) 24.06.27 7 0 11쪽
178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24.06.26 7 0 11쪽
177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1) 24.06.21 8 0 12쪽
176 길을 새기는 자 (3) 24.06.19 11 0 12쪽
175 길을 새기는 자 (2) 24.06.18 7 0 12쪽
174 길을 새기는 자 (1) 24.06.14 8 0 11쪽
173 길을 지우는 자 (2) 24.06.13 7 0 11쪽
172 길을 지우는 자 (1) 24.06.12 8 0 11쪽
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6 0 12쪽
170 길을 잇는 자 (2) 24.06.07 7 0 11쪽
» 길을 잇는 자 (1) 24.06.06 6 0 11쪽
168 길을 비트는 자 (3) 24.06.05 9 0 11쪽
167 길을 비트는 자 (2) 24.06.04 7 0 12쪽
166 길을 비트는 자 (1) 24.05.31 6 0 12쪽
165 멸망 (6) 24.05.29 6 0 12쪽
164 멸망 (5) 24.05.28 6 0 12쪽
163 멸망 (4) 24.05.24 6 0 11쪽
162 멸망 (3) 24.05.23 6 0 11쪽
161 멸망 (2) 24.05.21 7 0 11쪽
160 멸망 (1) 24.05.14 9 0 12쪽
159 마지막 마석 (5) 24.05.10 9 0 11쪽
158 마지막 마석 (4) 24.05.09 10 0 12쪽
157 마지막 마석 (3) 24.05.08 1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