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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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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물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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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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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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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길을 잇는 자 (3)

DUMMY

일대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새카만 어둠의 덩어리가 이지우를 노렸다.


일반인이라면 닿는 것만으로 정신이 무너져 내리고, 그것을 넘어 죽음에 이르는 그것.

그러나 이지우는 버텨냈다.


“커헉······!”


하지만 말 그대로 버텨낸 것에 불과했다.


수많은 부정적인 것들을 그녀를 내부에서부터 갉아먹었다.


마리가 피눈물을 흘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구나.”


그리고 다시금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에 있던 새카만 것들이 하나로 뭉치며 쏘아졌다.


이지우는 정신줄을 붙잡으며 몸을 날렸다.

바닥을 구르며 검은 덩어리를 피해낸 그녀.


그녀는 다시금 은빛 칼날을 휘둘렀다.

그러나 주변의 어둠이 너무 짙어 그것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마리의 목소리가 어둠을 타고 울려 퍼졌다.


“이건 네 세계의 감정이야. 그런데도 이 세계를 구하겠다고?”


감정을 뭉친 새카만 덩어리가 계속해서 쏘아졌다.

이지우는 최대한 몸을 날리며 공격을 피해냈다.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그녀가 전신에서 마력을 피워냈다.

은빛 마력이 찬란하게 타오르며 어둠을 밀어냈다.


달빛과도 같은 찬란한 빛이 어둠 속에서 타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의지를 내비쳤다.


“굴하지 않는구나.”

“그야.”


이지우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자신의 마력은 아니었다.


그것은 은빛이 아닌 금빛으로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한 명이라도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것은 부정적인 감정 사이에 숨겨진 하나의 긍정.

길을 만드는 자들을 향한 감사였다.


누군가 멸망을 막았고, 그들을 살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이곳에 이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움직였다.


새카만 덩어리가 팔다리를 휘감아 대지로 끌어내렸다.


그것이 쏟아내는 부정적인 감각에 온 몸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으나, 일어섰다.

그리고 나아갔다.

그리고 휘둘렀다.


은빛 칼날이 어둠을 갈랐냈다.

동시에 마리의 어깨죽지에서 붉은 꽃잎을 피어났다.


그녀의 칼날이 닿은 것이었다.


“결국 더 많은 비난에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얕은 상처, 마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어둠을 더욱이 쏘아내 이지우를 압박할 뿐이었다.


“그 작은 빛 하나로는 끝 없이 밀려오는 어둠을 견디지 못해.”

“작은 빛이 아니라면요?”


그녀가 품은 금색의 빛을 향해 다른 빛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길을 잇는 자의 힘.

그것이 다른 빛들과 그 빛을 잇기 시작한 것이었다.


덕분에 수많은 빛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둠보다는 작다.”

“이 빛이 커질 수 있게, 꺼지지 않게 인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죠.”


그녀의 마력을 발현했다.

다시금 찬란한 은빛 마력이 일대를 집어삼켰다.


“이 어둠을 밀어내고, 길을 잃지 않게요.”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짙은 먹구름이 달빛을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허공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과거 임재현이 그녀에게 주었던 물건.

마력의 정수.


그것은 그가 일평생 모아온 방대한 마력이 담겨있는 물건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들이켰다.

그러자 그 막대한 마력이 저항 없이 그녀에게 흡수되었다.


보통 저러한 마력을 몸 속에 집어넣으면 반발이 일어나는 법.

그렇기에 체내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며 몸이 망가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지우는 아니었다.


‘재현아······.’


임재현이 그녀를 위해 만든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마력에 맞춰 정제되었고, 초과된 마력이 그녀를 해치지 않게 장치해 두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온전히 그녀에게 받아들여졌고.


콰과과과!


초과된 방대한 마력이 곧바로 방출되며 그녀의 의지를 따랐다.


‘내가 이을게.’


약속했던대로.


그녀가 짙은 은빛 마력 속에서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러자 은빛 마력의 검이 그것을 모조리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녀는 길을 새기지 못한다.

새기는 자가 아니니 말이다.


또한 비틀지도 지우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을 수는 있었다.


누군가 만들었던 길.

그것이 끊어졌더라도 그녀는 다시 이을 수 있었다.


그녀는 길을 잇는 자니까.

그렇기에 무너진 마리의 길도 다시 이을 것이다.


찬란한 은빛 대검이 휘둘러졌다.

그것은 사방에서 몰아치는 어둠을 모조리 밀어내며 마리를 갈라냈다.


콰드드득!


마력으로 강화된 그녀의 몸을 뚫고 칼날이 박혔다.

이어 그것은 그녀의 몸을 갈라냈고, 그녀에게서 끊어졌던 것을 이어냈다.


“아.”


잇는 자였음에도 잇지 않았던, 끊어냈던 것이 이어졌다.

감정이 쏟아졌다.


이 어둠을 전개하기 위해 일부 풀어낸 것과는 다르다.


그녀가 꽁꽁 숨기고 있던 진짜 감정.

그것이 풀려난 것이었다.


그녀의 머릿 속에 흩어진 무수한 감정.

그러나 그녀의 제어에 따라 생성되지 못하며 합쳐지지 못하던 것들.


그것이 이지우의 힘에 따라 이어지며 합쳐졌다.

그리고 수많은, 다양한 감정을 쏟아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만나며 긍정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긍정적인 감정들이 만나며 부정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둘이 만나 알 수 없는 감정을 만들었고, 그것은 그녀의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그녀가 떠올리지 못하던 기억들이 그 감정에 이끌려 치솟았다.


“그렇구나.”


그렇기에 그녀는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발버둥치지 않았다.


은빛 마력이 자신을 갈라내고, 끝을 고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세계가 살아남을 것 같다는 느낌과 반복되는 삶이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은빛 마력과 수많은 감정에 휩쓸리며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



같은 시각, 주은서.

그녀 역시 이지우와 김윤이 만들고, 이어낸 길을 통해 멸망을 찾아왔다.


그녀가 향한 곳은 브라질이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 차례 멸망을 겪은 그곳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아니, 이건 최근에 망가진 거야.’


주은서가 주변을 살폈다.

건물의 상태가 새로이 재건되었던 것들이었다.


그야 재질이 다르기에 알 수가 있었다.

멸망 이후 대부분의 것엔 마력이 깃들어 있으니 말이다.


이 무너진 것들에도 미약하나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즉, 이곳은 멸망이 무너뜨린 땅이었다.


‘이미 지나간 건가?’


그녀는 주변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멸망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곳에도 생명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의 냄새.

그것이 이곳에 멸망이 지나갔다는 것을 증명했다.


피 비린내.

그 지독한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그리 찾을 필요 없다.”


그녀가 냄새의 원인을 찾는 것도 잠시 하늘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좌를 찾는 거겠지? 길을 만드는 자여.”


두 눈에 붕대를 감은 어린 아이의 모습의 존재.

그 아이가 새카만 날개를 천천히 파닥이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어린 여자애······?”


그러나 인간은 아니었다.

새카만 날개와 입술 바깥으로 빠져나온 뾰족한 송곳니.


‘어디서 많이 봤던 생물 같은데······.’


주은서는 그것을 보며 어디서 봤던 존재인지 떠올렸다.

과거 영화와 같은 곳에서 본 존재.


“흡혈귀?”


흡혈귀, 뱀파이어였다.


바닥에 내려앉은 아이가 긴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그녀의 은빛 머리칼이 찰랑이며, 그녀가 입은 새카만 드레스 역시 함께 찰랑였다.


“흡혈귀라. 무슨 뜻인지는 언어가 바뀌어 전해진다만. 우리를 뜻하는 말인가?”


그녀가 새하얀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것을 뚫고 붉은 피가 쏟아지며 이내 하나로 뭉쳤다.


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하긴 우리가 피를 통해 살아가는 종족이긴 하지.”


피로 만들어진 검이 마력을 머금으며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주은서에게 겨누어졌다.


“본좌는 너희 세계의 멸망이다.”


그녀가 검을 들지 않은 빈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드드드드!


대지가 뒤흔들리며 사방에서 새빨간 무언가가 치솟았다.

그것은 모두 피였다.


“설마······.”


이 곳에서 살고 있던 모든 생명이 지닌 피.

그것이 한 데로 모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 피비린내의 원인이었다.


“너희를 위해 준비해뒀지. 본좌는 멸망이니까.”


주은서는 곧장 단도를 뽑아들며 마력을 운용했다.

그녀의 체내를 마력이 빠르게 순환하며 육체를 강화했다.


“본좌는 하나의 세계, 그 중 가장 강하던 존재.”


거대한 피의 구슬이 하늘에 멈춰섰다.


소녀가 그것을 붕대 너머로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본좌의 이름은 아르라타. 지금부터 강제력에 따라 멸망을 선사하겠다.”


아르라타가 손가락을 휘저었다.

그러자 거대한 피의 구슬이 꿈틀거렸다.


동시에 피를 뽑아내며 수많은 칼을 만들어내는 그것.


새빨간 칼날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큭······!”


주은서는 곧장 배제 구역을 펼쳤다.

저 많은 것을 모조리 피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제 구역 역시 마력 소모량이 상당하다.

저것은 강력한 한 방이 아닌, 수많은 공격이었으니 말이다.


카가가가각!


새빨간 칼날이 배제 구역을 꿰뚫기 위해 쏟아졌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배제 구역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호오. 그게 네 능력이구나.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니.”


아르라타가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캉!


그러나 여전히 끄떡하지 않는 배제 구역의 방벽.


주은서는 단도에 마력을 응집했다.

그녀의 두 손 사이에서 마력을 집어삼키며 빠르게 회전하는 단도.


그것이 거리를 좁힌 아르라타를 향해 쏘아졌다.


콰앙!


단도가 쏘아졌을 뿐인데 포탄이 쏘아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것은 아르라타의 몸뚱어리를 정확히 관통했다.


울컥.


그녀의 몸에 생긴 커다란 구멍을 통해 피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슈루룩.


순식간에 상처가 재생됐다.


“재생······?”

“강하구나. 그리고 특이해.”


아르라타가 상처가 아문 곳을 쓰다듬었다.

방금의 공격이 꽤나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마력과 종족의 타고난 힘은 결합되어 목숨을 피로 대신하여 소모한다.

상처 또한 마찬가지.


피만 있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다.


상처가 생겼다 한들 오염되지 않은 피가 있다면, 자신의 것이라도 재사용해 되살아나는 것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력은 그것이 오염되지 않게 도와주었다.


그야 말로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의 공격은 무언가 달랐다.


오염은 아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피를 유지하던 마력이 뭉텅 사라진 것이었다.


“하긴 길을 만드는 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겠지.”


그녀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시금 피의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방심하지 않겠다. 이 세계의 길을 만드는 자여.”


그러자 또다시 꿈틀거리는 피의 구슬.

그것이 자신이 품고 있던 피를 게워냈다.


쏟아지는 피는 아르라타의 제어를 따랐고, 그것은 그녀의 오른팔에 휘감겼다.

그러자 만들어지는 새빨간 손과 검.

그런데 그 크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게 멸망······.”


주은서가 하늘에 드리우는 그림자의 원인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피로 이루어진 손과 검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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