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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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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충돌 (3)

DUMMY


김윤의 고유 스킬, 기억.

그것은 말 그대로 기억에 관여한다.

그렇기에 그는 기억을 읽을 수 있고, 그것을 재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일대에 펼쳐진 기억의 지대.

그것은 그 기억의 힘을 극대화한 것.

일대는 물론 내부에 있는 모든 자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스킬.


그렇기에 김윤은 지금 백민호의 기억을 읽는 것이 가능했다.


“멋대로 남의 것을 헤집지 마라. 빌어먹을 새끼야!”


김윤이 내뱉는 말,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스킬.

그것을 종합해 의미를 깨달은 백민호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모습.


그는 곧장 마력으로 폭풍을 일으켜 자신의 고유 스킬, 시공간의 뒤틀림을 휘감았다.


시공간의 뒤틀림, 그것은 백민호조차 제어할 수 없는 것.

물론 그 제어는 뒤틀림의 변화일 뿐.

마력 안개 자체의 위치 정도는 옮기는 것은 가능했다.


또한 그는 그 안개가 일으키는 뒤틀림, 그것을 읽는 것이 가능했다.

어느정도 변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바람이 마력의 안개를 휘감았다.

그것은 마력 증폭을 내포하고 있었기에 바람의 힘이 증폭되었다.


증폭된 그것은 곧장 김윤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오리치며 그를 안개의 감옥에 가둬버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개의 뒤틀림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력 흐름의 방해.

그것은 김윤이 마력을 다루는 것을 방해했다.

그가 기억의 지대를 통해 기억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헤집는 게 아니라 그냥 읽는 건데 말이지.”


김윤이 짙은 안개 속에서 주위를 감싼 회오리를 바라보았다.

안개가 마력의 흐름을 방해, 회오리가 안쪽으로 밀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려지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나.”


김윤은 자신이 방금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잠깐에 불과했기에 길게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것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확실하게 느꼈다.


죄악감과 죄책감.


그는 그것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은 전혀 안 그런 것 같은데 말이지.”


김윤은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탈출할 길을 찾았다.

지금은 안개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고 하나, 언제 무슨 뒤틀림으로 변할지 모른다.


‘그것도 그렇고.’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못하다.


상성.

이번 충돌로 알게 된 그것이 하필이면 좋지 못한 상황.


‘하지만 구해서 돌아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잠깐의 시간동안 회복을 좀 한 뒤에.’


김윤은 회오리 너머에 있을 백민호를 바라보았다.


“죽기 직전까지는 패줘야지.”


김윤이 곧장 회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찾아낸 길.

어차피 그는 즉사가 아니면 회복이 가능하다.

심장에 깃든 비타의 힘으로 말이다.


‘팔 하나 정도는 내준다.’


어차피 회복된다.

그러니 팔을 내주고, 길을 뚫는다.


김윤과 회오리가 충돌했다.

그것에 휩쓸리는 순간 그의 오른팔이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났다.

하지만 안개를 벗어나는 것엔 성공했다.


그의 오른팔을 타고 펼쳐지는 마력.

회오리에 구멍이 뚫리며 길이 생겨났다.


동시에 부러진 그의 팔이 고쳐졌다.

비타의 기운이 흘러간 덕이었다.


‘기억의 지대는 사라졌나.’


김윤은 백민호를 향해 달려나가며 주변을 살폈다.

마력의 흐름이 차단되어 기억의 지대가 닫혔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길을 새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김윤은 마력을 뽑아내 길을 마구잡이로 새겼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공격이 닿지 않는 길.

그리고 미래를 보는 그가 파악할 수 없게 하기 위한 길.


수많은 길을 새기고, 그는 하나의 길에 올랐다.

그리고 쏟아지는 공격을 모조리 무시하며 질주했다.


“김윤!”


다가오는 그를 보며 백민호가 소리쳤다.

그리고 길을 비틀었다.


막혀나가고, 휘어나가던 공격이 방향을 틀었다.

길이 비틀려 김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윤은 멈추지 않았다.


“길을 만드는 자는 협력해야한다지?”


그러자 비틀린 길의 일부가 지워졌다.

김윤이 있던 곳, 공격을 다시 적중하게 하는 길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새로운 길이 이어졌다.


길은 새겨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이 옳지 않다면 비틀고, 그마저 옳지 않다면 지운다.

그리고 새롭게 잇는다.


“어떻게?”


그것은 다른 길을 만드는 자의 힘.

그것이 어떻게 김윤을 돕고 있는가.


“그야 다들 풀려났으니까.”


김윤은 길을 새겼다.

그것은 백민호와 싸우면 새겨졌다.

회오리를 뚫고 달리며 새겨졌다.

계속해서 새겨지고 새겨졌다.

그것도 수없이도 많이 말이다.


그저 감정에 휩싸여 싸우고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길을 만드는 자를 죽일 수는 없다.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을 구출하는 것.

그렇기에 그는 수많은 길들 사이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주은서에게는 마력 구속구와 길을 이어 그곳에 마력을 쏟아부었다.

구속구를 부쉈다.

이지우에게는 스스로 세뇌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새겨주었다.

세뇌를 풀었다.


수없이 많은 길에 가려진 길들.

그렇기에 아무리 미래를 보고 비트는 백민호라고 한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김윤-!!”


백민호가 마력 광선을 쏘아냈다.

김윤은 그것을 두 팔을 교차, 마력을 응집하여 막아냈다.

그리고 마저 돌진을 마치며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마치 무언가가 터지는 것만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며 백민호의 몸이 들썩였다.

그러나 그것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다시금 이어지는 공격.

이번엔 그의 턱에 주먹이 틀어박혔다.


백민호가 실 풀린 인형처럼 날아가며 바닥을 굴렀다.


“협, 력······.”


백민호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하는 일이 협력이다. 너희는 스스로 뭉치지 못해!”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내가 봤으니까! 이 눈으로! 이 힘으로!”


그의 두 눈이 격렬하게 타올랐다.


“미래는 내가 손을 대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고!”


백민호는 알고 있다.

그는 비트는 자였으니까.

그가 본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그가 손을 대지 않는 이상.

그렇게 정해진 미래였다.


“내 방식이 옳지 않다고? 아니, 이게 유일한 방법이다. 이게 가장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고,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백민호가 마력을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그게 내가 본 미래에 새겨진 하나의 길이다!”


김윤이 그것에 대응하며 마력을 일으켰다.


“그걸 비트는 게 네가 하는 일이라며?”

“이게 비트는 일이다.”


쏟아낸 마력이 하나로 뭉쳤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구.

그러나 그 안에 뭉친 마력의 성질은 하나가 아니었다.

마구잡이로 뒤섞인 여러 스킬이 서로 충돌하며 반발을 일으켰다.


푸르게 타오르는 마력의 구가 새카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모두 죽이려는 거냐.”


저것은 피할 수 없다.

섬광은 물론 이 일대가 모조리 날아갈만한 위력이 담겨 있다.


김윤의 곁으로 주은서와 이지우가 날아왔다.


“사장님.”

“상태는 어때?”

“좋아요. 그 어떤 때보다요. 이게 길을 만드는 자라는 힘때문인가?”

“지우씨는요.”

“저도 상태는 괜찮아요. 그나저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지우가 섬광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는 품 속에 지도를 한 장 꺼내들었다.

과거 김윤이 떠나기 전에 줬던 물건이었다.


“재현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네요.”


지도를 움켜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세뇌를 당했을 뿐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그저 세뇌를 당해 올바르게 인지하지 못했을 뿐.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미안해요. 김윤씨. 저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요. 더 나은 도시로 만들지 못했어요.”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지키지 못했어요.”


이미 어긋났다.

김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느꼈다.


‘이게 협력을 위한 길이라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미 그녀와 백민호는 되돌릴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협력이 가능할 리가 없다.


“네가 방해하지만 않았으면 멀쩡히 돌아갔을 일이다!”


백민호가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마력의 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협력도, 세상을 구하는 일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김윤이 기억의 지대를 펼쳤다.

그리고 기억을 읽어들였다.


“은서야 저것 좀 부탁할게.”


김윤이 기억을 흡수하며 다가오는 마력의 구를 바라보았다.


“······제가요?”

“할 수 있잖아.”

“······시도는 해볼게요.”


주은서가 곧장 마력을 일으켰다.


그사이 김윤은 기억을 마저 읽어들였다.

그것은 이 섬광에 새겨진 기억.

백민호가 했던 참극의 기억.


“네가 직접 보고 느껴라. 네 죄악감과 다시 마주해라. 네가 틀렸다는 걸. 그리고 협력은 이미 틀어졌다는 걸.”


김윤이 기억을 끌어왔다.

그리고 재현했다.


백민호 주위로 마력이 몰려들었다.

공격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기억의 재현이었다.


섬광, 그리고 백민호.

그가 일으켰던 참극.

그곳에 있는 모두의 마력이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그 감각이 그와 공유되었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가 좌절감이.

하나도 빠짐없이 재현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지우가 느꼈던 무력감까지도.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하지만 백민호는 견뎠다.

아니,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죄악감을, 죄책감을 품고 있었던 것이니까.


“알고 있던 일이다. 필요했던 일이다. 이 세계는 너무도 느렸으니까.”

“길을 만드는 자에 대해 밝히고 설명해도 되지 않았나?”

“그걸 밝힌 세계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고 있나?”


그의 푸른 눈동자가 김윤을 직시했다.


“나는 보았다. 너만 과거를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김윤. 그렇기에 내가 이 길을 택한 거다.”


그가 손을 크게 휘저었다.

그러자 김윤이 재현한 기억들이 뒤틀리며 사라졌다.


“이제 알겠나?”

“아니, 나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내 직업이 지도 제작자라서 말이지.”


김윤이 품에서 빈 지도를 하나 꺼내들었다.


“진실된 것만 기록해야하거든. 그래야 사람들이 그걸 보고 길을 찾지 않겠어?”


그리고 그것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길을 새기는 것도 비슷하지. 내가 제대로 새기지 않으면 큰일 날 거 아니야?”


지도가 그의 마력을 머금고 무언가를 새기기 시작했다.


“뒤쫓아오는 사람들이 헤매게 된다고. 이 빌어먹을 자식아.”


김윤은 곧장 지도를 펼쳤다.

백민호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러자 그 안에 담긴 것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길이었다.


김윤이 이곳에 와서 만들었던 수많은 길.

그것이 멋대로 뒤엉켜 쏘아지는 것이었다.


푸른 마력을 휘감고 쏘아진 수많은 길이 다가오는 구를 피하며 백민호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의 주위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런 것쯤!”


비틀면 그만이다.

이것이 길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그것을 노린 것이었다.


애초에 올바르게 새겨진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가 길을 비틀자, 뒤엉킨 길들이 서로 더욱 뒤엉켰다.

그리고 더욱 엉망인 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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