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현정 님의 서재입니다.

별 볼일 있는 무신환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현정
작품등록일 :
2023.01.05 15:14
최근연재일 :
2023.04.13 07: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78,066
추천수 :
5,382
글자수 :
811,115

작성
23.04.12 22:00
조회
567
추천
23
글자
12쪽

천룡신검 7

DUMMY

149. 천룡신검 7



한 식경이 되기 전에 전호법이 별채에 도착했다. 전하성호법을 따라 나선 양하진은 흑의에 전호법이 건네준 복면을 챙겼다.


시간은 대략 해시. 어두컴컴한 낙양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전호법은 경공의 속도를 높였다. 뒤에서는 조그만 발자국 소리도 없고 호흡의 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 뒤를 돌아보니 바로 3척 뒤에 양하진이 귀신같이 따라온다.


- 아니. 이게 말이 되. 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도 어떻게 호흡의 기척이 안 느껴지지?


전호법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경공을 펼쳤다. 자신의 가뿐 숨소리와 지면에 닫는 발소리는 틀림없이 느껴진다. 여전히 뒤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본 전호법은 여전히 3척 뒤에서 따라오는 양하진을 보며 아득한 절망감을 느꼈지만, 이런 기회가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기회라 여겨지자 속도를 줄이며 양하진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양소문주님. 어떻게 기척을 죽이시기에 발소리가 제 귀에 전혀 들리지 않습니까?'


'단순합니다. 전호법님. 몸을 가볍게 유지한 채 발로 땅을 밟지 말고 땅 위에 미세하게 튀어나온 모래나 흙 알갱이만 밟으면 발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살수 중에서 최고수들이 종종 쓰는 수법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말로는 매우 쉽다. 그렇게 행할 수 있는 지가 문제다.


'어떻게 해야 그런 경지가 가능합니까?'


'처음에는 천천히 걸으면서 발바닥에 전해지는 모래나 흙 알갱이를 느끼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래나 흙 알갱이만 밟고 걷는 훈련을 하면 됩니다. 그 후에는 조금씩 속도를 올려가며 그 느낌을 몸에 익히시면 됩니다.'


전호법은 무공을 배운 이후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그 논리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을 했다. 그럼 다음 궁금증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호흡은 어찌 기척을 죽입니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호흡을 죽일 수 있지 않습니까? 그 느낌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움직이고, 점점 속도를 높여가면서 유지하는 훈련을 하면 가능합니다.'


양하진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강호무림에서 몇이나 이런 잠행 능력을 실현할 수 있을 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 전하성호법이다.


'도대체 어느 경지에 다다라야 가능한 것입니까?'


'경지보다는 훈련에 의해 더욱 좌우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살수 중 최고수들은 경지로는 절정 정도 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잠행은 강호의 일반적인 절정고수들이 결코 흉내내지 못할 수준이니까요.'


전호법은 머리로는 납득이 되는 데, 과연 자신도 저런 경지가 가능할까 가늠이 되지 않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멀리 100장 앞에 거대한 장원이 보인다.


'소문주님. 저 앞에 있는 장원이 칠성방입니다.'


'전호법님은 돌아가세요. 나는 일을 마치고 객잔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머뭇거리는 전하성호법에게 양하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호법님이 여기에 남더라도 저에게 도움이 안됩니다. 편한 마음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전하성호법이 돌아선다. 가면서도 가끔 뒤를 돌아보며 양하진의 움직임을 확인하는데, 잠깐 사이에 양하진이 사라졌다. 눈에 힘을 주고 찾아보는데도 양하진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양하진은 칠성방이 거주하는 장원으로 접근했다. 이미 정문은 굳게 잠겨 있고 밖에서 감시하는 방도는 없다. 복면을 뒤집어 쓰고 담장에 붙어 장원 안을 확인한다.


- 장원에는 모두 235명이 있구나. 그 중 절정은 두 명. 내전에서 술을 마시고 있구나. 아. 그 옆에는 여인도 두 명이 있네.


- 낙양을 장악했다는 자신감인지, 특별히 경비를 서는 자들이 몇 명 안되네. 동서남북으로 2명씩 8명이 다구나.


- 대부분이 잠들어 있고, 몇 십의 인원이 마작을 하면서 놀고 있구나.


양하진은 올빼미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날아올랐다. 나뭇가지와 전각의 지붕만을 밟으며 내전의 전각에 도착했다. 그리고 천천히 내전의 내실 방문 앞으로 갔다.


술상에는 온갖 안주가 식은 채 올려져 있고 40대의 날카로운 인상의 대머리 장한 둘이 젊은 여인을 하나씩 옆에 끼고 술을 즐기고 있다.


칠성방의 쌍둥이 방주인 천살과 지귀는 둘 다 동시에 섬뜩한 전율을 느꼈다. 나름 고수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구중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전율이다.


방문 밖에는 어떤 기척도 없는데 소리 없이 방문이 열리며 밤의 바깥 공기가 안으로 스며들어온 것이다.


이남 이녀가 바람이 들어오는 방문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두 여인이 갑자기 둘의 품으로 쓰러진다. 아마도 지력으로 수혈을 짚었으리라.


복면을 쓴 양하진이 들어오자 문이 저절로 닫힌다. 양한진은 둘이 마주 앉은 술상 옆에 소리없이 앉는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형. 어쩌지? 상상을 초월하는 무공인데.)


(잠시 두고 보자. 아우야. 만일 우리를 해하려고 했으면 방에 들어온 순간 공격했겠지?)


(형. 그런데 평생 처음 만나는 강자인 것 같은데?)


(아우야. 같은데가 아니야. 구중천주라도 감히 장담하지 못할 것 같은데?)


(뭐. 형도 같은데를 쓰면서 그래?)


셋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쌍둥이 형인 천살이 답답해서 먼저 입을 열었다.


'형씨는 누구요? 우리에게 무슨 용무요?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하시오? 우리를 죽이려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양하진은 말없이 품에서 하오왕패를 꺼내 둘에게 보여줬다.


'하오문? 하오문이시오? 우리를 협박하러 온 것이오?' 이번에는 지귀가 묻는다.


양하진의 푸른 눈에서 광채가 번쩍 빛나니 안광에 천살과 지귀의 눈꺼풀이 동시에 눈을 덮더니 다시 눈을 뜬다.


'협박은 당신들 둘이 하오문에 행한 것이 협박이고, 내가 하는 것은 협박에 대한 대답이다.'


천살과 지귀는 나이 지긋한 하오문 고수인줄 알았는데, 나오는 목소리가 청년의 목소리다. 더구나 조금전 눈동자에서 빛나던 푸른 광채라니..


'...아마 벽안옥면 천룡신검 양하진대협이신 모양이구려. 구중천 사마도소천주가 박살날 만 하구려. 인정하오. 우리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천살이 금방 눈치챘다.


'아...그래서 그랬구나.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소문보다 더 강한 것 같구려' 지귀도 덧붙인다.


'양대협이 이렇게 오셨으니 술이나 한 잔 대접하겠소.' 피 튀길 일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에 천살이 검난춘 한 잔을 따라준다.


양하진이 한 입에 마시고 돌려주니 이번에는 지귀가 술을 권한다.


'허..참.. 신기한 일이오. 그런데, 양대협이 강호제일의 미남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존안을 직접 뵐 수 있소?' 지귀가 복면을 벗기를 요청한다.


'내가 복면을 일단 벗으면, 당신들은 내 말을 듣거나 만일 듣지 않는다면 죽을 수도 있을텐데...' 양하진이 답했다.


'에이. 양대협. 우리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오. 어디 장사 한두 번 해보나. 양대협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안하셨겠지요?' 다시 지귀가 말했다.


결굴 양하진이 복면을 벗었다. 어차피 정체가 들통났는데, 계속 불편한 복면을 쓰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어우. 세상에 이렇게 잘 생긴 분 처음 봅니다. 이 아이들 수혈을 잘 짚으셨소. 이 아이들이 만일 양대협 얼굴을 봤으면 우리 얼굴이 얼마나 혐오스럽겠소?' 천살이 흰소리를 한다.


'와! 엄청나네. 사마도는 무공에서 보다 얼굴에서 진정으로 좌절했을 것 같소. 내가 다 빠져드는 것 같소이다. 아. 오해마시오. 나 남색 아니라오.' 지귀도 덧붙인다.


갑자기 방안에서 양하진의 벽안옥면을 찬양하는 조그만 소란이 벌어지니, 밖에서 칠성방도의 목소리가 들린다.


"방주님. 부르셨습니까? 술이나 안주 더 드릴까요?"


"아니다. 우리가 부르기 전에는 들어오지 말거라. 귀한 손님이 오셨거든..."


"예? 손님요?..."


"너는 알 필요 없고, 물러가거라.."


"예. 알겠습니다."



*****



'그래서 양대협께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오?' 천살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간단하오. 앞으로 조금도 하오문을 귀찮게 하지 말 것과 하오문이 요청하는 것이 있으면 협력하는 것이오.'


'그런데, 양대협이 도대체 하오문과 어떤 관련이 있소? 양대협은 정무문 소문주 아니오?' 이번에는 지귀가 묻는다.


'일단 이것은 하오문에서조차 비밀이오. 수뇌부만 공유하고 있소. 나는 총호법을 맡고 있소. 당신들만 아시오.'


쌍둥이 형제는 서로 눈을 맞추더니 지귀가 양하진에게 묻는다.


'만일 우리가 양대협이 낙양을 떠난 뒤 하오문을 겁박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지귀의 말이다.


'음... 나는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오. 하지만, 필요하다면 결코 살생을 회피하지 않소. 나는 소림승이 아니라오.'


'이건 뭐 방법이 없네. 외통수네. 우리가 낙양을 떠나지 않는 한 오히려 우리가 하오문의 수족이 되라는 말이군.' 천살이 양하진의 말을 받는다.


'하오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하오문의 수족은 아니오. 협력관계지.'


'낙양이 정말 좋은데. 우리를 괴롭히는 강자도 없고, 쫒아내려는 세력도 없는 평화로운 곳. 구중천에 비하면 천국이지.' 천살이 대충 결정한 모양이다.


'맞아. 형. 나도 낙양을 떠나기 싫은데...'


'그럼 양대협 말을 들어야지. 별 수 있나. 원래 강호라는 곳은 강자의 법칙대로 움직이니까...'


둘은 서로 눈을 맞추더니 다시 천살이 입을 열었다.


'양대협이 하오문의 총호법이라니까 일단 양대협의 의견에 따르겠소. 그런데, 이것은 일방적으로 우리들이 손해보는 거래요. 그래서 양대협께 부탁을 드리고 싶소.'


'말해 보시오. 방주.'


'낙양에서 그럴 일이 없겠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니 부탁드리오. 다름이 아니고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위기에 빠졌을 때 하오문에 연락하면 양대협께서 우리를 구해주기 바라오.'


양하진은 잠시 고민했다.


'당신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몇 번이고 이곳까지 오는 것은 내게 너무 피곤한 일이오. 딱 한 번은 구해주겠소.'


'그러면 됐소. 그러면 거래는 성립된 것으로 합시다. 혹시 계약서가 필요하시오?' 천살이 답했다.


'혹시 서류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하오문과 하시오. 나는 구두 합의로 충분하오. 나는 말로 했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으니까.'


쌍둥이는 정말 궁금했다. 어찌 저 어린 나이에 저런 경지가 가능한 것인가? 구중천에서 살면서 들어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특이한 인물이다.


'이것도 인연인데, 양대협께서 내 잔 한 번만 더 받아주시오.' 천살이 자신이 넣을 수 있는 내력을 모두 밀어넣어 술잔을 양하진에게 보낸다.


양하진은 손도 대지 않은 채 술잔을 입술 앞에 멈추더니 그대로 술잔을 기울여 검난춘을 입에 털어넣는다.


'내 평생 처음 보는 기예요? 엄청난 내기 운용이오. 진심으로 탄복했소.' 천살이 감탄했다.


'.....' 지귀는 그 장면을 보고 아예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에는 양하진이 손도 대지 않은 채 검난춘의 병을 기울여 잔에 붓는다. 술잔이 스스로 떠올라 천살의 입술에 닿는다. 천살이 입술을 벌리니 잔이 기울어져 술이 천살의 목으로 흘러들어간다.


'나도. 나도 부탁드리오. 이런 행운이 있나? 이건 상상도 못했소.' 지귀의 요구에 양하진은 지귀에게도 술 한 잔을 보내준다.


'형. 아예 칠성방 때려치고 정무문이나 들어갈까? 거기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지귀가 진지한 말투로 천살에게 묻는다.


'아서라. 아우야. 정무문 명성에 흠집만 남는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 천살의 답이다.


그렇게 칠성방 쌍둥이와 합의한 양하진은 객잔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별 볼일 있는 무신환생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변경 - 매일 07시와 22시에 한 편씩 연재합니다. 23.01.12 4,604 0 -
150 천룡신검 8 : 1부 終結. +8 23.04.13 829 24 12쪽
» 천룡신검 7 +6 23.04.12 568 23 12쪽
148 천룡신검 6 +8 23.04.12 588 22 12쪽
147 천룡신검 5 +10 23.04.11 570 19 12쪽
146 천룡신검 4 +8 23.04.11 629 22 12쪽
145 천룡신검 3 +8 23.04.10 634 21 11쪽
144 천룡신검 2 +10 23.04.09 687 21 12쪽
143 천룡신검 1 +6 23.04.08 667 20 12쪽
142 강호별사 10 +8 23.04.08 681 19 11쪽
141 강호별사 9 +8 23.04.07 642 21 12쪽
140 강호별사 8 +8 23.04.07 690 19 11쪽
139 강호별사 7 +6 23.04.06 684 18 12쪽
138 강호별사 6 +8 23.04.06 762 20 12쪽
137 강호별사 5 +8 23.04.05 739 23 11쪽
136 강호별사 4 +10 23.04.05 779 20 12쪽
135 강호별사 3 +8 23.04.04 753 26 12쪽
134 강호별사 2 +10 23.04.04 822 25 13쪽
133 강호별사 1 +8 23.04.03 830 27 11쪽
132 아미파와 오독문 10 +8 23.04.02 904 23 11쪽
131 아미파와 오독문 9 +10 23.04.01 801 27 11쪽
130 아미파와 오독문 8 +8 23.04.01 843 27 11쪽
129 아미파와 오독문 7 +8 23.03.31 823 24 11쪽
128 아미파와 오독문 6 +10 23.03.31 852 23 12쪽
127 아미파와 오독문 5 +8 23.03.30 807 24 11쪽
126 아미파와 오독문 4 +6 23.03.30 835 24 11쪽
125 아미파와 오독문 3 +6 23.03.29 829 27 12쪽
124 아미파 대 오독문 2 +6 23.03.29 886 29 12쪽
123 아미파 대 오독문 1 +4 23.03.28 861 29 12쪽
122 무림육군자 5 +5 23.03.28 924 3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