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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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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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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1.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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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3화

DUMMY

63화






"날이 밝는 대로 아보스 마을과 그 녀석들을 치겠다. 지금은 쉬거라. 아, 그 물건은 평소처럼 처리하고.“


명령을 내린 올리버가 손짓을 했고.

납치한 캐서린을 철가면의 동굴에 집어넣으라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수하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두목."


끼이익-!

탁-!


문이 닫히자,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급한 일이 있나 보군."


올리버는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는 없다.

그러니.

지금은 일에 관한 이야기만 할 생각이었다.


"죄송합니다. 하하.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


"하아. 하아."


산길을 뛰어오르며 숨을 헐떡이던 산적의 표정이 드디어 밝아졌다.

드디어 산채의 입구에 도착한 것이었다.


스르륵-!!!


수풀 속에 매복한 채로 두 눈을 빛내고 있던 두 명의 산적들이 그를 보고는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너 딕슨. 살아 있었던 거냐?"

"제, 제길. 그럼 내가 죽었냐? 빨리 이 밧줄이나 풀어줘!"


동료들의 말에 짜증을 내며 딕슨이 뒤돌아섰다.

그의 손목을 꽉 묶고 있는 밧줄을 본 산적들이 얼른 그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이 꼬락서니는 또 뭐야? 피터가 그러는데 다 당했다며?"


동료의 질문에 딕슨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얼굴에 양동이로 물을 끼얹고 발로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던 레이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 개자식은 내 손으로 꼭 죽여 버리고 말 거야!"

"그래? 잘됐네. 그럼 지금 죽여 봐."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딕슨이 확 짜증을 냈다.


"야, 이 자식아. 나 장난 칠 기분 아니야. 빨리 밧줄이나 풀어."


그러나 그의 말과 다르게 갑자기 뒤로 물러선 산적들이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었다.

동료들의 행동에 딕슨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그의 물음에 두 산적들은 대답 대신 긴장한 얼굴로 검만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황당한 얼굴로 그들을 보던 딕슨이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발소리의 주인공을 본 그는 그제야 동료들 못지않게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앞에 레이 일행이 서 있었던 것이다.


"네, 네가 어떻게······?!"

"너 따라왔지. 친절하게 안내해줘서 고마웠어."


일행들의 선두에 있던 레이가 웃으며 딕슨에게 윙크를 했다.

그제야 딕슨은 창고의 문이 열려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레이가 아니라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다.


"나, 날 속였어?!"

"후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싸늘하게 웃은 레이가 놀라고 있는 딕슨의 복부를 걷어찼다.


퍽-!


"크악!"


그의 갑작스런 일격에 당한 딕슨이 뒤로 쓰러졌다.

그가 쓰러지는 것을 본 두 명의 산적들이 괴성을 지르며 레이에게 달려들었다.


슈아악- 슈악-.


양쪽에서 베어 들어오는 검신을 보던 레이가 등의 검집에서 아랑파천을 뽑아 들었다.


츄캉-!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산적들의 검을 쳐낸 레이의 아랑파천이 검광을 뿌렸다.


"끄악!"

"허어억!"


아랑파천에 가슴과 옆구리가 베인 산적들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한순간에 절명한 산적들을 두고 돌아선 레이가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 채 겁에 질린 얼굴로 산채 안으로 기어가려는 딕슨의 등을 짓밟고 말했다.


"어딜 가려는 거야?"


미소를 머금은 레이가 아랑파천의 끝으로 딕슨의 목덜미를 지그시 눌렀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검 끝의 서늘한 촉감과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오줌을 지린 딕슨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 살려······."

"제대로 말만 해주면 안 죽일 테니까 대답이나 똑바로 해. 잡아 온 여자애는 어디에 있지?"


레이는 먼저 캐서린의 행방을 물었다.

산적들을 박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캐서린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동굴··· 그 괴물이 있는 동굴에 있을 거야."

"괴물? 동굴? 거기가 어디지?"

"두, 두목의 집 앞에 있는··· 사, 살려줘!"


딕슨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하.”


실소를 지은 레이가 딕슨의 등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웠다.


"자, 일어서. 약속대로 죽이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의 명령에 딕슨이 조심스레 일어섰다.

비틀거리는 그를 보며 히죽 웃던 레이가 아랑파천의 힐트로 딕슨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크헉!"


퍽 하는 타격음과 함께 딕슨의 몸이 앞으로 허물어졌다.

기절한 모양인지 축 늘어진 그를 뒤로한 채 레이가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휴. 캐서린을 구할 때까지는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이미 틀렸는데요?"

"무슨 소리야?"


안톤의 물음에 레이가 턱짓으로 불이 켜지고 있는 산채 내부를 가리켰다.


"한바탕해야겠다고요."


통나무집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산적들을 보며 레이가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입구 앞의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자신을 본 모양이었다.


"침입자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댕댕댕-!


산적의 고함소리와 시끄러운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어느새 통나무집을 나온 수십 명의 산적들이 레이 일행이 있는 산채의 입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보던 세리엘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검을 뽑았다.


"이렇게 된 이상 찢어져서 움직이는 게 낫겠군. 여기는 나와 세리엘이 맡지. 괜찮지, 세리엘?"

"좋아요. 거만하고 재수 없는 누구보다는 안톤 님이 훨씬 낫죠."


세리엘이 대놓고 레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레이가 밀레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자신을 따라 산채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여기 남아 마법으로 산적들을 견제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욱 안전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밀레나의 대답은 그의 예상과 달랐다.


"흐응. 나는 화끈하고 짜릿한 게 좋아. 이왕이면 뜨거운 밤을 보내는 게 좋지 않겠어?"


콧소리를 내며 밀레나가 오른손으로 레이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길에 슬쩍 얼굴을 붉히던 레이가 자신을 뻔히 쳐다보고 있는 안톤과 세리엘을 보고는 멋쩍은지 헛기침을 해댔다.


"흠, 흠. 알겠습니다. 그럼 가죠. 밀레나, 일단 한 방 부탁해요."

"오케이."


레이의 주문에 멈춰 선 밀레나가 파이어 볼의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 볼!"


화르륵-.

공중에서 생성된 두 개의 불덩어리들이 산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파, 파이어 볼?"

"모두 피해. 적중에 마법사가 있다!"


산적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이미 두 개의 파이어 볼들이 그들을 덮쳤다.


쿠아앙-!


굉음이 울려 퍼지며 시뻘건 화염 줄기가 치솟아 올랐다.

밀레나의 파이어 볼에 이십 명이 넘는 산적들이 시커멓게 탄 채 쓰러졌다.

나머지 산적들도 갑작스런 마법 공격에 우왕좌왕할 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해하고 있는 그들을 본 레이가 아랑파천에 오러를 불어 넣었다. 새하얀 오러가 피어오르는 아랑파천을 치켜든 그가 산적들을 향해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지금이에요!"


그의 고함소리를 들은 밀레나가 특유의 비음이 섞인 웃음소리를 내며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슈가각-.


그녀가 걸음을 옮기는 사이 이미 레이가 아랑파천을 휘두르며 산적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산적들 사이를 현란하게 누비며 검을 뿌려대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 옛날,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단신으로 귀족들의 군대와 싸웠던 스승 아이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정의감이 넘치며, 야망으로 가득차있던 그의 젊은 시절을 말이다.



'호호호. 갈수록 재미있어지는걸.'


스승 아이젠에게서 받은 임무가 처음으로 즐거워지는 밀레나 였다.



슈가악-!


레이의 아랑파천에 베인 산적의 목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머리가 피를 뿌리며 떨어지는 순간.

동료의 죽음을 보고 경악하는 산적들을 향해-.


푸학-! 푸아악-! 푸가가각-!


또 다시 아랑파천이 움직였다.


“끄윽!”

“으허억!”


사방에서 비명이 울렸고.

핏방울이 튀어 오른다.

비산하는 선혈 속에서, 죽음이 내려 앉는다.

그 죽음을 짓밟으며, 레이가 앞으로 걸어갔고.


결국.


털썩-!


그를 에워싸고 있던 모든 산적들이 죽어버렸다.


“계속 해야겠지?”


쓰러진 산적들 사이에 서 있던 레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아랑파천을 거두고는 남은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짜증나는군.’


약해 빠진 상대를 일방적으로 도륙하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벌써 몇 십명을 베었지만 아직 산적들은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재미없나봐.”


그의 옆으로 다가온 밀레나가 살짝 미 소를 머금은 얼굴로 물었다.

그녀 역시 마법을 쓰고, 검을 휘둘러댔지만 지치거나 짜증나는 기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이혀려 피를 흠뻑 뒤집어 쓴 채로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쪽은 재미있나 봐요?”

“원래 우리는 이런 장난에 재밌어 하는 사람들이잖아.”

“우리?”

“그래. 너도 재밌지 않아? 강자로서 느껴지는 이 절대적인 우월감 말이야.”


레이의 이죽거림에 밀레니가 응수했다.


“······.”


그녀의 진실한 속내에 레이는 반감을 느꼈다.

유렌을 구해준 은인이긴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자신이 죽인 산적들의 시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라이온스 게이트에서 보아왔던 녀석들과 같았다.

피를 좋아하고 살육을 좋아하는 그 괴물들과도 같은 광기가 밀레나의 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우월감이 좋아.”

“우리가 데이트라 하러 온 것도 아닌데 수다는 여기까지만 떠시죠.”

“호오? 너무 차가운데?”


밀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이처럼 자신을 대하는 남자는 여태까지 없었다.

그녀의 미모에 홀려서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눈치를 보거나.

혹은 강함에 겁을 집어먹고 머리를 숙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확실히 강한 ‘소드마스터 세컨드’ 레이는 그녀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고.

당연히 머리도 숙이지 않는다.



‘정말 재밌어.’


레이에게 조금더 진한 흥미가 생긴 밀레나가 왼손을 들어 올렸다.

특별한 레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지만.

지금은 둘의 시간을 방해하는 벌레가 많았다.


“파이어 볼!”


그녀의 주문이 끝나자 허공에서 생성된 파이어 볼 십 여개가 달려오는 산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으아악!”


쿠아앙-!!!

산적들을 직격한 파이어 볼이 터지며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자신의 작품을 잘 봤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는 밀레나.

그러자 레이는 이내 그녀의 정체를 눈치 챘다.


‘미친 ㄴ······분이구나.’


아직까진 유렌을 구해준 은인을 욕 할 수 없었기에 단어를 살짝 수정한 레이가 산적들을 향해 검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



철컹-!


철창 안에 기절한 캐서린을 밀어 넣고 자물쇠를 채운 피터가 일그러진 얼굴로 바닥에 퉤, 침을 뱉었다.


‘제길, 이게 무슨 생고생이람?’


대낮부터 레이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린 피터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일진이 사납다 못해 위험했던 것이다.

발디안의 악마가 된 이후로 이렇게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었다.

그 빌어먹을 놈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다.


‘크크크. 철가면이 있으면 놈을 잡을 수 있겠지? 막타는 내가 때려야지······.’


레이의 배에 단검을 쑤셔 넣을 생각을 하던 피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콰아앙-! 콰콰캉-!


갑작스럽게 굉음이 들려왔고.

후다닥, 동굴에서 튀어 나온 피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야?’


폭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 속에서 산적들 사이를 종횡무진며 아랑파천을 휘두르는 레이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저, 저녀석이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


피터가 경악하는 그때.


쿠아아앙-!!


동굴의 구석에서 벽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잠들어 있던 철가면이 폭음을 듣고 눈을 떴다.


“크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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