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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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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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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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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화

DUMMY

55화





끼익-! 끼익-! 끼이이익-!!!!!!!!!!


레이가 마차의 속력을 더욱 높이자 바퀴가 부러질 것처럼 흔들렸다.


“막아!”


콰직!


병사들 몇몇이 마차 앞을 막기도 했지만.

그들은 마차의 말발굽과 바퀴에 그대로 퉁겨져 나갔고.

또 몇 명은 마차에 올라타려 했지만.


슈각-! 슈가악-! 슈각-!



안톤이 검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모두 베어냈다.

그러니.


식량 창고 앞의 거리로 모여든 병사들이나 기사조차도 마차를 피하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


‘하찮군.’


식량 창고에 도착한 슈인은 실소를 짓고 있었다.

족히 백 명이 넘는 병사들이 마차 하나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병사들의 포위망을 돌파한 마차가 동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렌시아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겨우 이 정도였나?'


아직 도착하지 못했는지 궁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도로에서 병사들이 말을 몰며 마차와 추격전을 벌일 수도 없었다.

렌시아군을 격파했다는 세 명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잘된 건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저 ‘능력자’들의 힘을 시험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럇!"



슈인이 마차가 사라진 방향을 쫓아 말을 몰았다.






"이럇. 더 빨리 달려!"


레이가 엉덩이에 채찍질을 해댈 때마다 말들이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더욱 발을 빨리 놀렸다.

그 덕분일까?

어느새 추격해오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따돌린 모양이었다.


'됐어, 이젠. 동문만 통과하면 끝나.'


어렴풋하게나마 동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렌시아군을 성으로 들어오게 하려 한 모양인지 동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물론.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들의 등장에 놀란 이십여 명의 병사들이 문을 닫기 위해 동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닫아라, 어서! 문을 닫아!"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말에 탄 기사가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병사들이 성문을 닫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초조하게 그 모습을 보던 레이가 마차의 고삐를 안톤에게 넘겼다.


"잡아요."

"너, 설마······."

"문을 닫게 놔둘 거에요? 빨리 잡아요."


레이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 안톤이 마차의 고삐를 잡았다.


"마차 속도, 절대로 줄이지 마요. 그대로 나가요."

“싸울 수는 있냐?”

“이제 회복됐어요.”


호기롭게 외친 레이가 기사와 병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타다닥-!


바닥에 착지하는 레이.



"하앗!"


이미 통신구로 레이 일행에 관한 보고를 들은 기사가 그를 향해 말을 돌진시켰다.


"네놈부터 죽겠다는 뜻이냐? 좋다. 내 검을······."


허리춤에서 검을 빼든 기사의 앞으로 레이가 뛰어올랐다.


슈캉-.


공중에서 그의 검을 쳐낸 레이가 기사의 명치에 오러가 서린 아랑파천을 박아 넣었다.


"커헉!"


말에 탄 채 절명한 기사의 손에서 검을 빼앗은 레이가 바닥에 착지하며 성문을 닫으려는 병사 하나를 향해 검을 집어 던졌다.


슈아아악-.


어둠을 가르며 날아간 검이 병사의 가슴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크으윽!"

비명을 지르며 병사의 몸이 앞으로 허물어진다.


"제길. 저놈부터 죽여!"


대장과 동료를 잃고 격분한 병사들이 성문을 놔둔 채 레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을 노렸다는 듯 레이의 입가에 짧은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윽고.

미소가 사라진 순간.


슈가가가가가가가각-!


새하얀 검광의 파도가 병사들을 덮쳐갔다.


***



동문 앞의 골목을 빠져나온 슈인이 말을 멈춰 세웠다.

“호오?”


동문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마차 너머로 이십여 명의 병사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긴 검은 머리의 사내를 발견한 것이다.

가죽 갑옷을 입고 현란한 검광을 뿌려대는 사내에 의해 병사들 몸에서 핏물이 튀어 오른다.

형과 태를 갖추고 있는 검술이 아니라 정확히 약점을 파고들며 상대방을 확실히 도륙하는 절제된 검술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너무나도 똑같은 움직임이었다.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줄 알았던 그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레이를 보는 것 같군.'


목숨을 나눈 전우였으며 서로가 지켜야 하는 정의를 위해 검을 맞대야만 했던 친구.

레의 얼굴을 떠올린 슈인의 얼굴에서 여유로움이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놀란 듯 보였다.


슈인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달빛에 렌시아군 사이를 누비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레이?!'


몇 번 이나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도, 레이가 확실했다.

소드마스터는 감각이 더욱 발전하는 법.

인간을 초월한 그의 눈에 레이의 얼굴이 보였다.


두근두근-!!!!!!!!


머리가 조금 길어졌고 큰 덩치에 몸이 다부져지긴 했지만, 분명히 렌시아군을 도륙하고 있는 자는 레이가 확실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넋을 놓고 있던 슈인이 다시 말을 움직였다.


'이대로 놓칠 순 없어.'


레이라면 이번 기회에 결착을 지어야 한다.

시간이 흘렀기에 레이의 심경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에게도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니.

레이의 회유를 시도해봐야 한다.

만일.

그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반드시 죽여야 해.’


결심을 굳힌 슈인의 눈빛이 살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



츄악-!


아랑파천의 검로를 따라 병사들의 피가 뿌려진다.

병사들 역시 필사적으로 병장기를 휘둘렀지만, 한낱 병사들의 공격에 당할 레이가 아니었다.


서겅-.


병사 세 명의 가슴팍을 동시에 베어버린 아랑파천이 이번에는 할버드를 든 거구의 병사에게로 향했다.

병사도 그에 맞서 있는 힘껏 할버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오러가 실린 아랑파천은 그대로 그의 할버드를 두 동강을 내며-.


파각-!


병사의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베어 내려갔다.


푸하아악-!!


"끄어어!"


아랑파천이 지나간 병사의 가슴과 오른쪽 옆구리에서 폭포처럼 선혈과 내장이 쏟아져 내렸다.


털썩-.


할버드를 든 병사가 쓰러지자 레이 주위에는 더 이상 서 있는 렌시아군이 없었다.


“휴우.”


레이가 숨을 몰아쉬었다.

여전히 성문은 열려있었으니 이제 마차를 타고 성으로 탈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마차의 뒤를 쫓아 말을 몰고 있는 사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마르고 얼굴이 수척해졌지만, 레이는 사내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슈인? 슈인!'


자신의 친구였고.

지금은 반드시 죽여야할 원수가 된 사내.

슈인.

그와 동시에.

아멜린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둠 속으로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던 그녀의 얼굴이.


'여기서,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언젠가는 슈인과 맞닥뜨릴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 기회가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슈인을 노려보며 레이는 마나 홀에 있는 한 줌의 마나까지 모두 끌어올렸다.


'지금이라면 쓰러뜨릴 수 있어. 단 일격이라면······.'


소드 마스터가 된 슈인의 위명은 레이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검을 뽑지도 않은 상태다.

거기다 자신은 소드 마스터 세컨드.

슈인이 어느정도 단계에 도달했는진 모른다.

그래도.

자신이 혼신을 다한 일격이라면 충분히 벨 수 있으리라.


그러나 레이는 아랑파천을 휘두르지 않았다.

마차에 타고 있는 유렌의 애타는 외침 때문이었다.

객실의 문을 활짝 연 유렌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게 아닌가?!


"오빠! 빨리 타!"


살짝 유렌을 바라본 레이는 치밀어 오르는 복수심을 억누르며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그랬다.

자신에게는 아직 지켜야 하는 것이 남아 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라. 슈인’


지금은 물러서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레이가 슈인을 노려보았다.


“······.”

“······.”


아주 짧은 찰나.

레이와 슈인.

두 사람의 눈빛이 엉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변하지 않았구나.’


슈인은 레이의 눈빛에 어린 복수심을 읽었고.

레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 역시.’


슈인의 눈빛에서 수많은 의미를 읽어낸 레이가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덥썩-!


왼손으로 마차의 난간을 붙잡은 레이.

타다다다다닥-!


그가 그대로 마차와 함께 성문을 빠져 나갔고.


“······.”


슈인이 슈인이 말을 멈춰 세웠다.

더 이상 레이를 쫓을 필요가 없었다.

마차에 타고 사라지는 그 순간 까지도.

복수심 서린 레이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기다려. 곧 갈게.’


-라고 말이다.


슈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네가 내 목을 베러 오길 기다리고 있으마.'


그때가.

자신의 손으로 레이를 죽이는 순간이리라.


물끄러미 레이 일행의 마차가 빠져나간 동문을 바라보던 슈인의 표정은 담담했다.

다음에 그와 조우 할 때는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난 아니야.‘


자신은 악이 아니라 힘을 가진 정의일 뿐이다.

그러니.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또 보자. 친구.”



무표정한 얼굴로 말머리를 돌린 슈인이 영주관을 향해 출발했다.


***


사흘 후.

슈인의 렌시아군이 헉슬란 성을 함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수도 프레데른은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슈인이 연전연승을 거듭할 때도 빼앗지 못했던 헉슬란을 함락한 것이다.

그것은 슈인이 빼앗은 세 곳의 성과 함께 카르고 지역의 대부분이 렌시아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프레데른의 왕궁.

집무실의 창으로 햇살을 쬐고 있던이젠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대단한 녀석을 아들로 뒀어. 후후후.'


그를 가장 흡족하게 한 보고는 슈인의 뛰어난 용병술이었다.

적장을 사로잡은 계책에서부터 그 적장을 미끼로 헉슬란 성문을 연 것은 저절로 탄성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용병술도 자신의 힘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인 좌장군이 계속 헉슬란 성에 머물러 있었다면 슈인의 승전은 불가능했으리라.


"부르셨습니까?"


통신구의 화면에 검은 곱슬머리에 잿빛 눈동자를 가진 사내가 나타났다.

아이젠에게 선택된 세 명의 아이들 중 하나인 사무엘이었다.


"수고했다."

"슈인, 아니 태자님이 헉슬란 성을 함락하신 겁니까?"

"그렇다. 너의 공이다."


아이젠의 대답에 입을 앙다문 사무엘의 볼이 떨렸다.

기쁨과 함께 질투심이 솟아 오른다.

자신이 아무리 공을 세워도 그는 가신이자 그림자일 뿐이다.

영광은 모두 슈인의 몫이리라.

그러나 사무엘은 더 이상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자신은 그림자.

그림자로 선택된 사람은 빛을 그리워해선 안된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다음 임무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았다. 조심하여라."


아이젠이 말이 끝나자 통신구 속에서 사무엘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

그가 통신을 마치길 기다렸다는 듯,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폐하, 대전으로 드실 시간입니다."

아이젠을 호위하는 기사의 목소리였다.

아이젠이 전후처리를 논하기 위해 소집한 대신들이 벌써 대전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알았다."


의자에서 일어선 아이젠이 집무실을 나섰다.


저벅저벅-!!


두 명의 기사를 대동한 채 대전으로 걸어가는 그의 입에 냉소가 서렸다.


이제 페르단이라는 장작에 불씨가 던져졌다.

그렇다면 뜨겁게 타오를 일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심판의 날이 올 때까지 자신은 완벽한 연기를 할 것이다.

백성을 사랑하는 지엄하고 자비로운 렌시아의 황제로서 말이다.


'후후후.'


속으로 광소를 터뜨린 아이젠이 느긋하게 대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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