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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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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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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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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0화

DUMMY

50화





헉슬란 성의 영주관.

초로의 장년인이 초조한 얼굴로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벌써 며칠 밤을 설친 듯 그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장년인, 헉슬란 성의 주인인 한스 헉슬란은 아무리 밤이 깊어도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베인 좌장군과 삼만의 제국군이 떠난 지금의 헉슬란 성은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데릭··· 황제가 되고 싶다고 한들 왜 하필 지금 역모를 일으켰단 말인가?'


베인 좌장군과 제국군이 헉슬란 성을 떠난 이유는 수도 에슬란으로 진격하고 있는 황제 요한 르타곤의 동생인 데릭 르타곤이 이끄는 오만의 반란군을 막기 위해서였다.

비록 죠셉 베르트 대장군과 킴벌리 그레이스 우장군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 가진 병력만으로는 오만의 반란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황제가 된다고 한들 나라를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데릭이 이끄는 반란군의 입장에서는 제국군의 병력이 분산되고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때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차했다간 제국 전체를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헉슬란을 지켜야 해.'


목숨이 아깝기 때문이 아니었다.

르타곤 제국은 아베든 성을 포함한 카르고 지역에 있는 세 곳의 성을 빼앗겼다. 그것은 헉슬란마저 잃는다면 카르고 지역의 대부분이 렌시아의 수중에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똑똑똑-.


갑자기 데릭의 상념을 깨드리면 요란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서, 성주님! 급한 일입니다!"


불침번을 서고 있는 기사의 목소리였다. 책상에서 일어선 한슨이 대답했다.


"들어오너라. 무슨 일인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을 열고 들어온 기사가 말했다.


"13중대가, 13중대가 돌아왔습니다!"

"뭐라고? 13중대가?"


기사의 보고에 한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베인 좌장군이 퇴각하면서 적의 시선을 끌기 위해 미끼로 희생시킨 13중대가 돌아왔다니?


'그들이 살아 있었단 말인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한슨은 생각을 멈추고 집무실을 나섰다.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13중대가 살아 있다면 분명 헉슬란성의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그들을 미끼로 사용한 후 버리려고 생각했지만.

살아 돌아왔다면 환대를 해주면 된다.

그후.

놈들을 다시 재활용하면 된다.


"어서 가자꾸나."


기사를 대동한 한슨이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갔다.


***




한스가 기사의 보고를 받고 성문을 향하던 그때.

무표정한 얼굴로 보초병들을 응시 하던 쿠르드가 입을 열었다.


"왜 문을 열지 않는 거냐? 내 얼굴을 모르는가?"

"그, 그게 아직 보고가······."

"성문은 저희들이 함부로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보초병들이 쩔쩔매며 변명을 해댔다.

오우거와 흡사한 외모에 살기를 머금은 그의 눈빛과 목소리만으로도 보초병들은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뭣들 하고 있는 거냐?!"


벌벌 떨고 있는 보초병들의 뒤에서 한슨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성주님?!"


고개를 돌린 보초병 셋이 일제히 그에게 경례를 했다. 하지만 한슨은 재차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쿠르드 장군. 보초병들이 무례를 저질렀구려. 어서 문을 열어라. 어서!"


한슨의 말에 육중한 굉음을 내며 성문이 차츰 열렸다.


쿠웅-.


성문이 완전히 열리자 쿠르드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내 신호가 있을 때까지는 모두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알겠는가?"

"예."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병사들이 짧게 대답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을 한낱 미끼로 쓴 르타곤 제국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히힝-.


쿠르드가 말을 출발시키자 사백 오십여 명의 병사들이 그의 뒤를 따라 헉슬란 성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굉음과 함께 성문이 닫혔다.


"무사히 돌아오셨구려. 정말, 정말 잘되었소, 쿠르드 장군."


망루에서 뛰다시피 내려온 한슨이 팔을 활짝 벌리며 쿠르드를 환영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잘 알고 있는 쿠르드의 입가에는 조소가 맺혀 있었다.


‘당장 도륙을 하고 싶군.’


한슨을 고깃덩어리로 만들 생각하니 입매가 광소를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눈에서 살기가 서렸다.

그런 한슨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한슨은 여전히 진심을 다해 웃고 있었고.



저벅저벅-!!


말에 내린 쿠르드가 멍청한 사냥감을 향해 걸어갔다.


"베인 좌장군은 계십니까? 이미 떠나셨겠지요?"


한슨의 앞에 멈춰선 쿠르드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질문을 했고.


“······!!”


그의 물음에 한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 그걸 장군이 어떻게 알고······."

"제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쿠르드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한슨의 뒤에 있는 기사들과 보초병을 바라보던 그가 등에 꽂혀 있는 그레이트 엑스를 빼 들었다.


"우리는 르타곤의 검이었고 창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기만하고 버린 건 너희들이야."


쿠르드의 말에 한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 장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슈각-.


한슨이 물었지만 쿠르드는 대답 대신 그의 머리를 향해 그레이트 엑스를 내리쳤다.


푸가가가가각-!!!


일격에 정수리부터 두 동강이 난 한슨의 몸이 피와 내장을 쏟으며 쩌억 갈라졌다.


풀썩-.


“쉽군.”


제대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박살이 난 한슨의 시체를 발로 짓이기며 쿠르드가 소리쳤다.


"이제부터 우리가 너희들을 겨누는 렌시아의 검과 창이라는 소리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우와아!"


13중대원들이 우렁차게 함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성주님!”

“모두 무기 들어!”

“반란이다. 반란이야!!”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을 깨달은 보초병과 기사들이 무기를 들었다.

그러나, 쿠르드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반란? 이건 반란이 아니라 복수다. 너희들에게 천대받고 무시당하던 우리의 당연한 복수.”


복수라는 단어가 끝나기 무섭게 준비하고 있던 이들이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13중대원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츄아악-! 츄아악-! 츄아아아악-!


13중대원의 병장기가 쉴 새 없이 그어댔고.


스걱- 서겅-!


파육음과 함께 비명이 울려퍼진다.


"크아악!"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십여 명의 보초병들과 기사들이 모두 쓰러졌다.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었기 때문일까?

성의 초소들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마 반란을 눈치챈 지원병들이 몰려오리라.


하지만 쿠르드와 13중대원들의 얼굴에서는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가오는 헉슬란군의 병사들과 기사들을 도륙하던 쿠르드가 그레이트 엑스를 높이 치켜들며 포효했다.


"그동안 우리를 무시하고 경멸했던 놈들이다! 한 놈도, 한 놈도 살려주지 마라!"


***




헉슬란 성이 보이는 카르고 평야의 어둠 속.

진을 치고 있는 삼만 명의 렌시아군이 성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살기를 흘리며 본격적인 개전(開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혈투보다 먼저 해결해야할 의문을 가진 사내가 있었다.


"저는 슈인 님의 속내를 모르겠습니다."


렌시아군의 선두에 있던 슈인의 옆으로 에드가 말을 몰고 다가왔다.


"무슨 소리인가?"


슈인이 그를 보며 되물었다.

에드가 방금 쿠르드와 13중대가 들어간 헉슬란 성을 보며 말했다.


"열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투항했다 한들 적장이었던 잡니다. 어찌 그리 쉽게 믿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의 물음을 들은 슈인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맺혔다.


"아직도 쿠르드라는 자를 그렇게 모르겠는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부하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자지. 부하를 위해 르타곤을 버리고 날 섬기는 자일세. 우리 진지에 남아 있는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배신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을 거야."


슈인의 설명에도 에드가는 납득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쿠르드는 외모와는 달리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장이자 맹장이었고.

목숨보다 부하들을 아끼는 덕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그의 사랑스런 부하를 죽이지 않았던가.

슈인 역시 에드가 걱정하는 부분을 알고 있었다.

렌시아 군, 아니 자신이 그의 부하들의 목을 날렸지만······.


“쿠르드가 르타곤에 그대로 있었다면 부하들과 함께 모두가 칼받이로 쓰이다가 개죽음을 당했을 거야. 공적도 남기지 못했을 테고. 무의미한 최후를 맞았겠지.”

“······.”

“쿠르드는 생긴 것과는 달리 현명한 사내야. 렌시아나 르타곤 어떤 곳에 남아야 더 많은 부하들을 살릴 수 있을지 아는 거지.”

“그래서···쿠르드를 신뢰하시는 겁니까?”


에드가의 물음에 슈인의 입가에 옅은 조소가 맺혔다.


“나는 소모품을 신뢰하진 않아. 애용할 뿐이지.”

“······.”


슈인의 대답을 들은 에드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도 슈인이 말하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쿠르르릉-!!!


굉음이 울리며 서서히 헉슬란 성의 성문이 열렸다. 슈인이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에드가를 쳐다봤다.


"내 말이 맞지 않았나? 공을 세울 기회를 빼앗기기 싫으면 어서 말을 몰게나. 이랴! 전군 진군하라!"


슈인이 허리춤에서 레이피어를 빼 들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그의 일갈에 진군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성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전군 진군!"


우르릉-.


삼만의 군마가 먹이를 발견한 승냥이처럼 헉슬란 성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에드가 역시 슈인을 뒤따라 말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기색이 남아 있었다. 슈인의 말 때문이었다.


'쿠르드가 렌시아가 아니라 자기를 섬긴다고?'


분명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에드가는 슈인의 속내를 엿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만일 자신의 생각대로 라면 그가 꿈꾸고 있는 것은······.


'설마··· 아니야. 아니겠지.'


에드가는 일부러 고개를 치켜든 생각들을 부정했다.

설사 슈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들 지금은 전장이다.

눈앞의 적을 치는 것이 먼저였다.

마음을 정리한 에드가가 말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


여관에서 잠을 청하는 레이 일행과는 달리 안톤은 영주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하들을 다시 만나야 했으며, 영주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저벅-!


갑자기 골목 앞에서 멈춰선 안톤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피 냄새?'


바람 중에 지독한 피비린내가 실려 있었다.

잠시 후.

파육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푸학-!

"끄아악!"


비명소리를 들은 안톤이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며 골목길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생각대로 십여 명의 병사들이 몬스터와 닮은 외모의 괴인들 앞에 쓰러져 있었다.


"허억! 네놈들은?"


안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들은 방금 전 자신이 쓰러뜨렸던 자들과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크큭. 재수가 없는 녀석이군."

"뭐, 상관없지. 어쨌든 오늘 안으로는 죽었을 테니까."


안톤을 발견한 열두 명의 13중대원이 다가왔다.

그들의 병장기에서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확인한 안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 녀석들, 렌시아군인가?'


13중대가 렌시아군의 진지로 간 이후에 헉슬란 성의 백인장이 된 안톤은 그들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체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달려들고 있는 그들을 보며 안톤이 중얼거렸다.


"누가 재수 없는 놈인지 궁금한데?“


안톤의 오른쪽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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