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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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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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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034

작성
23.10.0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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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8화

DUMMY

38화




“크으으윽!”


자상을 입은 베르하르트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레이의 일격을 막기는커녕,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일검을 간단히 흘린 레이가, 자신의 오른팔을 검으로 그어버렸고.


자상을 입은 오른 손목이 피를 내뿜으며 레이피어를 떨어뜨렸다.


손목이 잘려나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겨야할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할 틈도 없었다.

검로를 바꾼 레이의 아랑파천이 베르하르트의 목으로 베어들어왔던 것이다.



'이대로 끝인가?'


절망감과 무력감에 베르하르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그때.


화르륵-!!


시뻘건 화염이 레이의 몸을 휘감았다.


콰앙-!


화염을 피하기 위해, 레이가 바닥을 박차고뛰어 올랐다.


화르르륵-!


그가 서있었던곳이 시커멓게 불타올랐고.

목숨을 간신히 부지한 베르하르트의 뒤편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페, 페이오스?"


샐러맨더와 인간 소녀와 함께 서 있는 페이오스를 본 베르하르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하지만 곧 그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레이가 페이오스를 향해 돌진했던 것이다.


"페이오스, 피해!"


부상을 입은 자신의 몸으로서는 소리를 치는 것이 전부였다.

그의 고함소리를 들었는지 페이오스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자신이 피하면 뒤에 있는 소녀가 위험하다.


"샐러맨더!"


그의 고함소리를 알아들은 샐러맨더가 레이를 향해 화염을 내뿜었다.

아무리 하급 정령이라고 한들 불의 정령인 샐러맨더가 내뿜는 화염은 파이어볼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방금은 피했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피하지 못해!’


페이오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어어?”


그는 곧 자신이 레이를 우습게 봤다는 것을 꺠달았다.

샐러맨더가 내뿜는 화염줄기를 관통한 레이의 아랑파천이 그대로-.


서겅-!!


화르륵-!!


샐러맨더를 베어버린 것이다.

정수리부터 반을 갈라진 샐러맨더의 몸이 스르르 사라지가 시작했다.

충격을 입었기에 정령계로 강제 귀환되어 버린 것이다.


“샐러!”


페이오스가 불렀지만, 이미 샐러맨더는 사라진 뒤였고.

레이의 싸늘한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진한 살기를 내뿜던 레이가 소년을 향해 아랑파천을 치켜들었다.


"으, 으으······."


그의 살기에 짓눌린 페이오스는 두 다리를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었다.

압도적인 공포가 자신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것 같았다.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우두커니 서서 신음을 내뱉는 것 뿐이었다.


결국.


츄아아악-!


페이오스의 목을 향해 아랑파천이 떨어져 내렸다.


"으아악!"

"머, 멈춰, 오빠!"


페이오스의 비명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유렌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사정없이 떨어져 내리던 레이의 아랑파천이 유렌의 양미간 앞에서 멈췄다.

자신의 코앞에서 번뜩이는 검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믿을 수 없었다.

착하고 정의롭던 오빠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오, 오빠, 왜 그래? 왜 그러는 거야?"


유렌도 레이가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고 있었다.

검을 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검을 휘두를 정도로 잔인한 사람은 아니었다.


"으으··· 크으으······."


금방이라도 유렌에게 검을 휘두를 것처럼 살기를 뿌려대던 레이가 신음을 해댔다.


마음 같아선 검을 멈추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릿속에 있는 누군가가 눈앞에 있는 유렌과 하이엘프소년을 죽이라고 끊임없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빨리 죽여! 빨리 죽이라고!


“으으. 안······돼.”


한 가닥 남아 있는 이성이 필사적으로 팔을 붙잡고 있었지만,


뿌드드득-!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뼈와 심줄이 멈추라는 머리의 명령을 무시한다.


‘이대로면 유렌을 죽이게 돼.’


한 가닥 남은 레이의 이성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최면에 걸려 있어.’


저 네크로맨서의 개수작에 걸린 것이다.

최면을 풀기 위해선.

도박을 해야 한다.


네크로맨서의 최면은 뇌에 스며든 마기가 육신을 조종하는 것이다.

즉.

전신의 마나를 폭발시키면 이론적으로는 최면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

-라고 카일에게 배웠었다.


물론 카일도.


“나는 해본 적은 없어. 그러니까 꼭 해보고 알려줘.”


-라는 농담을 하곤 했었다.


결국.

죽어버린 스승의 농담을 실현할 순간이 왔다.


‘지금 해보자.’


"끄아악!"


레이가 비명을 지른 순간 그의 몸에서 새하얀 섬광이 뿜어졌다.


쿠와아아-!


바닥이 파이고 밤하늘을 밝힐 정도로 엄청난 빛이 솟아오른다.


쿠오오오-!!


굉음과 함께 바닥이 움푹 파이고.

대낮처럼 마을 전체가 밝아진다.

그 강렬한 섬광 속에서.

시커먼 기운이 스며나온다.


희미한 마기의 줄기는 이내 섬광의 무리 속에서 소멸되어갔다.

섬광이 사라지고.


“으으. 으으으. 골 아파.”


정신을 차린 레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으스러지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네크로맨서를 빨리 베어버려야 해.’


하지만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숙취 때문에 어지러운 것처럼 속이 메쓰껍고,

움직이는 것도 버겁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몇 초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고.


경악하던 빈센트는 레이의 움직임을 보며 눈을 번뜩였다.


‘내 최면을 깨다니······어떻게 저런 놈이 다 있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저정도의 마나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레이는 소드마스터 급의 고수라는 의미.

정신을 차리도록 놔뒀다간 오히려 위험하다.


‘선공을 해야 돼.’


빈센트가 주문을 외우려는 순간 베르하르트의 신형이 그에게 날아왔다.


“라이트닝······!”

“닥쳐.”


파캉-!


베르하르트의 레이피어가 다시 그의 실드에 튕겨 나갔다.

그러나 빈센트는 실드를 거두지 못했다.

레이가 또다시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


여유롭게 레이를 바라보던 빈센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의 아랑파천에서 솟아난 오러 블레이드가 강렬한 섬광을 뿌리며 실드를 내리친 것이다.


콰아아아-!


여유롭게 레이를 바라보던 빈센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의 아랑파천에서 솟아난 오러 블레이드가 강렬한 섬광을 뿌리며 실드를 내리친 것이다.


콰지직-.


오러 블레이드의 파워를 이겨내지 못한 실드가 깨지며 아랑파천이 그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옆구리까지 깊숙이 긋고 지나갔다.


"끄어··· 끄어억!"


길게 그어진 자상에서 시뻘건 선혈이 뿜어진다. 연이어 방향을 바꾼 레이의 아랑파천이 빈센트의 목을 베어냈다.


쿵-!


핏물이 배어 나오는 목을 움켜쥔 빈센트가 비틀거렸다.

온몸에서 시뻘건 선혈을 쏟아내는 그를 응시하던 레이가 한숨을 돌렸다.


'끝났어. 하아, 하아······.'


레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디어 네크로맨서를 처리······.


‘어라?’



레이는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쓰러지려던 빈센트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콰드드득-! 콰드드드드득-!


기괴한 굉음과 함께 뼈와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마치 거대한 트롤 크기 정도로 거대해진 네크로맨서의 몸에서 강렬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크크크. 어리석은놈. 내 목을 베었다고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더냐?”


떨어진 빈센트의 머리가 듀라한처럼 나불대기 시작했다.

빈센트의 이죽거림에 레이의 입매가 비틀렸다.


“자폭마법인가? 하여튼 3류 악당들은 하는 짓도, 대사도 비슷하네.”

“3류 악당? 그 3류 악당한테 죽을 놈들이 입만 살았······끄아아악!”


화르르륵-!


떠들어대던 빈센트의 머리를 화염이 휘감았다.

참다못한 베르하르트가 파이어볼을 날려 태워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저 놈은 계속 부풀어오르는데 어떡하지?”


베르하르트가 얼굴을 구겼다.

빈센트의 머리를 먼지로 만들어버렸지만 그의 육신은 이내 폭발할 것 같았다.


“······.”

“······.”


베르하르트와 페이오스, 파드리안과 주변의 하이엘프들 까지 얼굴이 굳어 있었다.

마기에 민감한 이들이었기에 그들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눈치챈 것이다.

이대로, 저 거체가 폭발하면 마을을 포함해 자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공포에 떨고 있는 하이엘프들을 힐끔 본 레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중요한 걸 까먹고 계시네들.”


자신의 허리춤의 검집에 아랑파천을 넣은 레이가 양손에 끼고 있는 건틀렛을 들어 보였다.


“이거 잊었어?”


레이의 물음에 베르하르트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렸다.


“마법이 아니라 저런 것도 흡수할 수 있는 거냐.”

“후후후.”


레이는 대답대신 의미 심장한 웃음을 흘렸고.

그의 웃음과 함께.


콰아아아아앙-!!


빈센트의 몸통이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마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타하앗!”


레이는 그대로 양손을 뻗었고.

마기의 파도가-.


콰르르르를-!!


그의 건틀렛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마치 검은 파도가 레이의 양손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크으윽! 좀 뜨겁네.”


레이가 인상을 구겼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점 그의 입매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마기의 줄기가 완전히 건틀렛 속으로 모두 흡수되었던 것이다.


“하아. 끝났다.”


빈센트가 서있던 자리는 지하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웅덩이가 생기긴 했지만.

다시 뭔가 튀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다.

소환되었던 좀비들도 먼지가 되어 바스러진다.


“아이고.”


긴장이 풀린 레이가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러자.


"살았다! 살았어!"

"우리가, 우리가 이겼어!"

전투를 끝낸 하이 엘프들이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기분은 좋네.”


영웅이 되고 싶진 않지만.

죽이는 것보다 누군가를 살린다는 사실이 기분은 좋다.

특히.

유렌도 건강하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미안.”


레이가 유렌을 보며 사과했고.


"오빠!"


그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동한 유렌이 레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으아앙! 나 무서웠단 말이야!”

“미안. 진짜 미안.”


최면이 걸린 와중에도 모든 기억이 남아 있는 레이는 말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여줬다.

아직 물기가 남아 있어 차가운 그녀의 옷에 손이 닿자 레이의 가슴이 아려왔다.


“약속해. 앞으로는 오빠가 절대로 미안한 일은 만들지 않을게.”

“응. 응. 응.”

“그래. 뚝 그쳐.”


유렌의 등을 토닥여주던 레이가 하늘을 쳐다봤다.

밤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길고 긴 밤이 드디어 끝난 것이었다.



***



아침.

포로로 잡혀왔던 레이 일행들은 파드리안 촌장의 자택에 초대를 받았다.

파드리안 촌장은 각종 고급 향신료와 소스로 조리를 한 과일과 곡식, 야채 요리들이 놓인 테이블 앞에서 레이 일행을 보며 웃고 있었다.


“하이엘프는 육식을 하지 않기에 고기 요리는 없소이다. 그래도 정성을 다해 야채와 채소, 과일을 조리했으니 입에는 맞을 것이오. 맛있게 드시길.”


테이블에 앉은 레이 일행들은 나이프와 포크를 들며 식사를 시작했다.

달콤하고 고소한 요리들이 고기생각은 달아나게 할 정도로 입에는 맞았지만.

일행들은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 좀 어색한데요?”


마커스의 물음에 세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도왔으니까 보답을 받는 거야. 그러니까 쫄지 말고 먹어.”

“감사히 먹는 중이오. 하이엘프의 요리도 나쁘진 않군.”


세리엘의 옆에서 품평회를 하는 윌터.

반면 유렌은 아무 생각 없이 과일과 야채, 채소 요리들을 입에 쑤셔넣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레이는 식사를 하지 않은 채로 파드리안 촌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입에 맞지 않소?”


파드리안의 물음에 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요리의 향만 맡아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일전에 말씀하신대로 제 몸을 완벽하게 만들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3분짜리가 아니라 3일 짜리 소드마스터가 되고 싶거든요.”


레이의 물음에 파드리안이 만면가득 미소를 지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약속은 지킬 생각이었소. 그러니 지금은 식사부터 하시구랴. 식사가 끝나면 약속대로 그대를 돕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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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23.11.01 165 4 13쪽
55 55화 23.11.01 167 4 12쪽
54 54화 23.10.31 152 4 12쪽
53 53화 23.10.31 170 4 11쪽
52 52화 23.10.28 167 4 12쪽
51 51화 23.10.27 175 4 12쪽
50 50화 23.10.27 19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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