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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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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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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1.0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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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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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59화

DUMMY

59화





"꺄아악!"



한참 동안 울려 퍼지던 소녀의 비명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자신의 통나무집에서 팔짱을 낀 채 비명소리를 듣고 있던 올리버가 큭큭거렸다.


'이러다간 발디안 산맥 근처에 있는 계집들이 모두 씨가 마르겠는걸? 크크크.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만큼 가치가 있는 놈이니까.'


발디안의 악마들이 이렇게 악명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주운 철가면의 공이 컸다.

자신과 산적들이 철가면을 발견한 것은 두 달 전이었다.

상단 하나를 처리하고 돌아오던 그들은 산채를 지나가고 있는 철가면과 맞닥뜨렸다.

올리버와 산적들의 입장으로서는 산채의 위치를 알고 있는 그를 살려둘 수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신의 명령에 철가면에게 달려든 스무 명의 부하들이 모두 그의 붉게 달아오른 손에 녹아버렸던 것이다.

그 후.

기력이 다했는지 철가면을 생포할 수 있었고.

올리버는 그를 죽이는 대신 자신의 편으로 회유했다. 회유에 응한 철가면의 요구는 간단했다.

린이라는 계집아이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산적들이 백방으로 찾아보았지만 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계집아이는 발디안 산맥 근처의 마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철가면을 놓칠 수 없는 올리버는 산적들을 시켜 닥치는 대로 잡아 온 계집아이를 철장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늘 똑같았다.

잡혀 온 계집아이는 모두 철가면이 찾던 린이 아니었고.

결국 그의 손에 죽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리버는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다.

약한 자는 먹히고,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것이 진리지 않는가.

어린 계집들만 때때로 집어넣어주면 철가면이라는 무기가 있는 이상 자신은 언제까지 강자인 것이다.

올리버가 큭큭거리는 사이 그의 뒤로 다가온 산적 하나가 말했다.


"두, 두목. 피터가 돌아왔습니다."

"피터가? 계집아이는 잡아··· 응?"


고개를 돌린 올리버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아보스 마을로 내려갔던 부하 피터가 잔뜩 부풀어 오른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무슨 몰골이냐?"

"죄, 죄송합니다, 두목······."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피터가 대답했다.

그를 보고 씩씩거리던 올리버가 분을 참으며 되물었다.


"누가 네놈의 얼굴을 그렇게 만들었냐? 아보스 마을의 그 겁쟁이들이?"


그날 이후로 지금껏 아보스 마을 사람들은 산적들에게 조금의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몇 십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의 힘으로는 삼백 명이 넘는 산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작은 반항을 하다가 큰 피해를 입을 바에 그들은 순종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올리버는 엉망진창으로 부풀어 오른 피터의 얼굴을 보며 화가 치미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말해봐라. 마을 놈들이냐?"

"아, 아닙니다."


황급히 고개를 저은 피터가 말을 이었다.


"등에 검을 차고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거로 보아 용병으로 보였습니다. 여행 중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


보고를 들은 올리버가 고심하며 오른손을 턱에 괴었다.


“흐음······.”


이것은 단순히 부하 몇 명이 얻어맞고 온 문제가 아니었다.

발디안의 악마의 명성에 먹칠을 한 것이다.

소문이 퍼진다면 아보스 마을뿐만 아니라 발디안 산맥 인근의 다른 마을에 미치고 있는 지배력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갈딘."


올리버의 부름에 통나무집 안으로 거대한 덩치에 왼쪽 뺨에 흉터가 있는 사내가 들어왔다.


"예. 두목."

"네가 수고를 좀 해야겠다. 이 녀석들과 같이 아보스 마을로 가거라. 가서 그 용병 놈을 죽이고, 물색해뒀던 계집을 잡아 와."


올리버의 명령에 꾸벅 허리를 숙인 부두목 갈딘이 피터와 부하들과 함께 통나무집을 나섰다. 그들이 사라지자 올리버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흐흐흐. 곧 큰 건수가 있다고 했지? 조만간 만나봐야겠군.'


렌시아와의 전쟁도, 반란군과의 내전도 끝난 이상 산적들이 토벌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깔끔하게 한 건 한 후에 사라져야 한다.

머릿속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올리버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



12월의 초라서 그런지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하지만 카른 여관 앞의 길에서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윌터의 콧잔등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이 각자의 방으로 올라간 사이에 한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수련을 보충하려는 듯 윌터는 필사적으로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조금, 조금 더!"


이를 악문 소년의 목검이 더욱 빨라졌다. 항상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고, 떠받들어주던 것에 익숙하던 윌터는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레이와 아르고스가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를 지킬 수 없으면 다른 누군가의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소년은 이제는 자신의 나약함을 견딜 수 없었다.

또 다시.

누군가가 무력한 자신의 눈앞에서 죽었다.

이제는 강해져서···자신의 몸을.

그리고 타인을 지켜주고 싶다.


쐐액-!! 쐐애애액-!



그런 염원과 함께 소년은 계속해서 목검을 휘둘렀고.


“······.”

여관 문에 기대어 윌터를 바라보고 있던 레이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쩝. 훈수 좀 둘까?'


남을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엉성한 자세로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윌터를 가만히 두고 볼 만큼 모질지는 않았다.

아무리 필사적이라 한들 마구잡이로 목검만 휘둘러봤자 강해질 리 없지 않은가.


"휴우. 꼬맹이, 멈춰봐."


레이의 말에 쉴 새 없이 공중을 가르던 윌터의 목검이 뚝 멈췄다.

레이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윌터의 앞으로 걸어갔다.


"무, 무슨 일이냐?"


윌터가 한껏 긴장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턱 팔짱을 낀 채 소년을 내려다보던 레이가 말했다.


"덤벼봐."

"더, 덤비라고?"


레이의 진지한 목소리는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놀라는 윌터를 바라보며 레이가 등의 검집에서 아랑파천을 뽑았다.


"대련이야, 대련. 그러니까 어디 마음껏 해봐."


진지한 그의 목소리에 윌터가 얼른 자세를 고쳐 잡았다.

소년도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좋아!!"


대답을 한 윌터가 결의에 찬 눈으로 레이를 노려보며 물러섰다.

간격을 확보한 소년이 목검을 치켜들며 레이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윌터의 치켜든 목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레이는 그에게 아랑파천을 겨눈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마치 아랑파천의 날카로운 검날이 자신의 목에 닿아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콧잔등과 목덜미에는 식은땀까지 흘러내리고 두 다리가 후들거린다.

당황하고 있는 소년을 보던 레이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요 녀석 봐라?'


자신의 살기와 기세는 웬만한 기사나 검사들조차 버티기 힘들다.

그러나 윌터는 엉덩방아를 찧기는커녕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슈아악-.


윌터가 레이의 가슴팍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방금 전의 엉성한 자세와는 달리 제법 날카로운 기세였다.


'위기 상황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휘했다, 이건가?'


레이의 눈빛이 이채에서 경탄으로 바뀌었다.

윌터라는 이 꼬맹이에게는 분명 숨겨진 재능이 있었다. 가넷 대공의 검술 실력 역시 렌시아에 유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벽을 뛰어넘어야 숨겨진 재능이 진정한 실력이 되는 법.

레이는 소년에게 일단 무시무시한 벽이 어떤 건지 보여줄 생각이었다.

슬쩍 뒤로 물러서며 윌터의 공격을 피한 레이의 아랑파천이 다섯 줄기의 검광을 뿌려댔다.


츄악- 츄아악-.

'허억!'


레이의 반격에 깜짝 놀란 윌터가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다섯 줄기의 검광 모두가 그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검광이 사라지자 다리가 풀린 윌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털썩-.


"아아. 으아아."


얼이 빠진 얼굴로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그를 보며 레이가 등의 검집에 아랑파천을 꽂아 넣었다.


"베지는 않았으니까 일어나."

"뭐라고?"


레이의 말에 윌터가 오른손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그의 말처럼 얼굴에 상처는커녕 작은 생치기 하나 없었다. 뺨을 지나간 검의 차가운 촉감이 생생히 남아 있는데도 말이다.


'어, 어떻게? 얼굴을 바로 지나갔는데?'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앉아 있는 윌터는 레이의 실력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정확히 피부에 상처가 안 남겨질 정도만큼만 검을 스치게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말이다.


"방금 그 감각, 그 움직임. 절대로 잊지 마."


엉덩방아를 찧은 윌터 앞에 웅크리고 앉은 레이가 말했다. 선뜻 그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 윌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자신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은 레이가 다시 짜증스런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후우. 지금의 네가 알 리 없지. 이것 하나만 알아둬. 검은 팔이 아니라 다리와 허리로 휘두르는 거야. 알겠지?"

"다리로?"


조심스레 일어선 윌터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가늘고 힘이 없는 다리였다.

여자아이처럼 가는 그의 다리를 보며 레이도 일어섰다.


"앞으로 검을 휘두를 시간 있으면 달리고, 또 달려. 그리고 내 말 명심해.“


기사들은 마나연공법으로 강해지긴 한다.

하지만.

마나만 가진 채로 육체의 단련없이 강해진 기사들은 실전에서는 백 퍼센트 죽는다.

그러니.

마나연공법 같은 건 자신이 가르쳐줄 수 있으니


검은 어디?"

"다리와··· 허리."

"좋았어."


자신의 말을 알아들어서 기분이 좋았는지 윌터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던 레이가 여관 앞에 있는 골목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일갈했다.


"거기 누구냐?"


어렴풋하게 느껴진 강한 존재감과 살기는 산적 녀석들 따위의 것이 아니다. 그의 손이 등 뒤의 검집에 꽂혀 있는 아랑파천에게로 향했다.


"어머, 숙녀한테 이렇게 큰소리를 지르다니, 실례야!"


골목에서 쑥 걸어 나온 여인의 대답에 아랑파천의 힐트로 가던 레이의 손이 멈췄다.


"아···가씨였습니까?"


이런 존재감과 살기를 느끼게 한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단 말인가?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 레이를 보며 녹색 머리에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난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살짝 웃으며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흐응, 그럼 내가 아가씨가 아니라 아줌마 같아? 궁금하면 오늘 밤 침대에서 확인시켜줄까?"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이 레이의 얼굴 앞으로 갑자기 다가왔다.

갑작스런 그녀의 기습에 놀란 레이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순간, 카른 여관 2층의 창문이 벌컥 열리며 유렌이 나타났다.


"오빠. 무슨 짓이야?!"


레이와 윌터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유렌이 위기의 순간에 등장한 것이다. 그녀의 고함소리에 정신을 차린 레이가 흠흠 헛기침을 하며 돌아섰다.


"시, 실례했습니다, 아가씨."


고개를 푹 숙이고 쏜살같이 여관 안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며 여인이 소리쳤다.


"내 이름은 밀레나야! 밀레나 바우어!"


그러나 레이는 이미 여관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는지 여인, 밀레나도 웃으며 여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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