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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6,853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1.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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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58화

DUMMY

58화





레이의 물음에 산적들이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대답했다.


츄아아악-!

쐐애애액-!!!


양쪽에서 검이 베어들어 왔지만, 레이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수많은 몬스터들이나 안톤 같은 강자와 싸워왔던 그다.

이런 밋밋한 공격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파캉-.


레이가 슬쩍 뒤로 물러서자 산적 둘의 검이 서로에게 부딪쳤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린 찰나.


타닷-!


레이가 다시 산적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당황한 산적들이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레이의 주먹이 더 빨랐다.

정확히 그들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던 것이다.


퍼퍽-!


짧은 타격음이 두 번 울리자 산적들의 무릎이 꺾였다.

배를 부여잡고 쓰러진 그들을 놔두고 레이가 소녀에게로 걸어갔다.


"이제 겁먹을 필요 없어. 자, 말해봐. 너 집이 어디야. 오빠가 얼른 데려다줄게."


레이가 최대한 친절한 어조로 말했지만 겁먹은 얼굴의 소녀가 갑자기 입을 벌리며 그의 뒤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댔다.


'왜 이러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린 레이의 눈앞에 검을 치켜든 산적이 보였다.


"죽어랏!“

산적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질러대며 그를 향해 검을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안톤의 커다란 주먹이 산적의 얼굴을 강타했다.


뻐억-!


안톤의 일격에 날아간 산적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기절했는지 조금도 움직이지도 않는 그를 보며 안톤이 두 손을 탁탁 털었다.


”보다가 답답해서. 한방 날렸다.“

”흐흐흐. 고맙습니다.“


소드마스터 세컨드인 레이가 산적에게 당할리는 없었지만.

안톤이 반사적으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물론.

그런 자신의 동료애가 쑥스러웠던 안톤은 변죽을 부렸고.

그의 호의에 미소를 지은 레이의 시선이 소녀에게로 향했다.


"무서운 아저씨들은 다 자고 있어. 그러니까 안심하고 집을 말해주면 오빠가 데려다줄게."

"캐, 캐서린!"


레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함을 지르며 한 여인이 소녀에게 달려왔다.


"캐, 캐서린."

"으아앙!"


여자를 본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


아보스 마을의 유일한 주점이자 여관인 카른 여관의 1층 창가에 있는 테이블에 레이와 일행들이 앉아 있었다.

레이의 앞에 과일주와 감자와 고기를 조린 요리들을 내려놓으며 여인, 수잔이 고개를 숙였다.

소녀, 캐서린에게 레이가 구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은 수잔이 레이 일행을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여관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유렌, 그만해. 오해할 수도 있는 거지, 뭐. 따님은 좀 괜찮으세요? 그런데······.“


레이가 부엌 쪽 테이블에 앉아 펜던트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캐서린을 보며 말했다.

그를 따라 캐서린을 보던 수잔이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딸이 아니라 조카예요. 용병 일을 하던 오빠가 맡겨놓고 간 애예요."

'무슨 사연이 있나 보군.‘


레이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괜히 남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의 마음을 느꼈던 걸까?

앞치마 자락으로 눈가를 쓱쓱 닦은 수잔이 말했다.


"준비해놓은 요리가 없어서 죄송해요. 손님들이 안 오신 지 꽤 됐거든요."

"아까 그자들 때문인가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안톤이 입을 열었다. 수잔이 고개를 끄덕였다.


"발디안의 악마라는 산적들이에요. 애든, 여자든 모두 죽이고 돈을 빼앗는 악독한 녀석들이죠."

그들로 인해 발디안 산맥에서는 사냥꾼이나, 벌목꾼, 상인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따라서 자연히 카른 여관에도 손님들이 오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저 마을 사람들에게 간단한 요리를 파는 정도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주들은 뭘 하고 있는 거죠? 왜 저런 녀석들을······."


식사를 하던 세리엘이 물었다. 그러자 수잔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죠?"

"영지에는 병력이 남아 있지가 않아요."


그녀의 말대로 아보스 마을이 속해 있는 드미트리 영지에는 발디안의 악마들을 잡기 위해 움직이게 할 병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른 영지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겠지만 렌시아군과의 전쟁과 데릭의 반란군에 맞서기 위해 영지의 병사들이 차출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드미트리 영지의 주인인 드미트리 남작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 역시 용병들과 함께 이백 명밖에 남지 않는 사병들을 이끌고 발디안의 악마들을 토벌하기 위해 산맥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드미트리는 산맥에서 처절한 패전을 겪었다.

발디안의 악마들에게 예상치 못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살아 돌아온 병사들이 말하더라구요. 놈들에게진짜 악마가 있었다고."

"악마요?“


레이의 물음에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수잔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손으로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고, 아무리 화살을 맞고 검에 베여도 죽지도 않는 악마가요."


용병들을 포함해서 삼백 명이 넘는 병력 중 살아서 발디안 산맥을 내려온 자들은 드미트리 남작을 포함해서 고작 사십 명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괴물의 손에만 이백 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였다.


수잔의 이야기를 들은 레이 일행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죽지 않는 불사의 괴물이라니.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목격자가 수십 명이나 있다. 단순히 부풀려진 소문은 아니란 뜻이었다.


괴물이라는 말에 레이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

역시 드래곤의 레어에서 수련을 할 때나 의뢰를 받아 각종 몬스터들과도 싸워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듀라한 같은 언데드 몬스터가 아닌 이상 분명히 화살에 맞고 검에 베이면 죽는다.

그렇다면 산적 중에 네크로맨서라도 있단 말인가?

그래도 자신이라면 녀석들을 충분히 무찌를 수 있을 것이다.



'도와줘야 하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자신이 모든 산적들을 몰살시키지 않는 이상 살아남은 녀석들은 또다시 마을을 공격할 것이다.

자신이 돌아간 후.

마을을 지킬 수 있는 병력이 없다면 아보스 마을 사람들은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지금은 윌터가 먼저야.’


자신의 임무를 떠올린 레이가 마음을 정리했다.

윌터를 교황청에 데려다 놓은 후.

다시 렌시아로 돌아갈 때는 아보스 마을에 들려 그들을 도와주리라.


‘그때까지는 버티겠지.’


마음을 정리한 레이의 숟가락이 감자조림이 든 접시로 향했다.


***


발디안 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산적들의 산채는 40여 개의 통나무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고, 그 주위에는 날카로운 방책이 처져 있었다.

그 산채 안으로 산적들 둘의 손에 붙잡힌 소녀가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발디안 산맥의 북쪽 회전 마을에서 잡혀 온 소녀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인 얼굴로 산적들을 향해 손을 싹싹 비비며 애원을 했다.

그러나 산적들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계집을 잡아가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번에 잡아 온 계집이냐?"


머리와 턱수염을 단정하게 기르고 가죽 갑옷을 입은 미남자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두, 두목님!"


그를 발견한 산적들이 다급히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그들에게 두목이라고 불린 사내가 턱수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왜 한 명밖에 잡아 오지 않았느냐? 아보스 마을에 간 피터 녀석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이대가 맞는 계집을 잡아 오려니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입니다."


산적의 대답을 들은 두목,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흐음, 녀석들, 계집애랑 재미라도 보고 있는 모양이겠지. 그런데······."

"사, 살려주세요!"


산적들의 손을 뿌리친 소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집에, 집에 가고 싶어요."


그의 손을 잡은 소녀가 울먹거렸다. 찬찬히 그녀를 내려다보던 오리버가 빙그레 미소를 머금었다.


"살고 싶은 게냐?"


소녀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러자 올리버가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나도 널 살려주고 싶구나. 하지만······.“


올리버의 부드러운 어조에 소녀를 희망에 부풀게 했다.

하지만 소녀는 몰랐다.

올리버의 입가에 맺힌 미소의 의미를.


퍼억-.


올리버의 주먹이 꽂힌 소녀의 배에서 강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생각지도 못한 충격에 견디지 못한 소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자 쓰러지는 그녀의 양팔을 두 명의 산적들이 붙잡았다.

그들을 보며 올리버가 턱짓을 했다.


"동굴에 넣어라. 후후후. 살려달라 했지? 그렇다면 지금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어라. 알겠느냐? 하하하."

올리버가 파안대소를 하자 산적들이 비틀거리는 소녀를 잡아 동굴로 끌고 갔다.


철컹-.


동굴의 입구에 처져 있는 철장의 문을 연 산적이 소녀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소녀를 힐끗 쳐다본 그들이 철장의 문을 잠그고는 차갑게 돌아섰다.


쾅-.


"아아. 아아아······."


신음을 흘리던 소녀가 살려달라는 듯 간절하게 손을 뻗었지만, 산적들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쿵- 쿵-.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놀란 소녀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동굴 안쪽의 어둠 속에서 시커먼 인영이 걸어오고 있었다.


'사, 사람?'


그림자는 조금 크긴 하지만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철창의 창살을 잡고 일어선 소녀가 절박한 어조로 말했다.


"사, 살려주세··· 허억!"


갑자기 소녀를 향해 검은 그림자가 손을 뻗어왔다.


스으으윽-!!


딱딱한 회색 각질에 뒤덮인 그림자의 손이 소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녀의 얼굴을 어루만진 그림자의 손과 어깨가 떨리고 큭큭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사람, 웃고 있어?'


소녀는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이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이런 어둠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웃고 있다니, 그녀의 생각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린······."

노인처럼 걸걸한 목소리가 그림자, 아니 로브를 두르고 있는 거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저, 저는 린이 아니에요. 제 이름은 시엘, 시엘라라고······."


다급하게 이름을 말하는 소녀를 보던 거구가 로브의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화상을 입었는지 피부가 일그러져 있고 머리카락이 빠진 얼룩덜룩한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새하얀 철가면이 드러났다.


"린··· 린······."


연신 린이라는 이름을 부르던 거구가 이내 철가면을 벗었다.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자신이 너무나 많이 변해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 애라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분명히 알아보며 웃어줄 것이다.

하지만 거구의 생각과는 달리 철 가면 속에 가려져 있던 그의 얼굴을 본 소녀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거구의 오른쪽 얼굴은 눈과 콧구멍, 입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달라붙어 있었다. 왼쪽 얼굴도 겨우 이목구비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었다.


"괴물, 괴물이야··· 살려줘. 살려줘요!"


쾅쾅쾅-.


그의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한 소녀가 벌떡 일어서서 미친 듯이 철창을 두들겨댔다.

그러나 아무리 애타게 철창을 두드려도 사람의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는 철창을 두드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공포로 미쳐버릴 것 같았기에.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거구는 깨달았다.

이 아이도 자신의 기억 속에서 웃어주는 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이가 아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알 수 없는 살의가 피어오른다.


”끄으! 끄으으으!“



소녀에게 한 걸음 옮긴 거구의 붉게 달아오른 오른손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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