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6,860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0.31 18:35
조회
152
추천
4
글자
12쪽

54화

DUMMY

54화





채캉-! 서겅-!


식량 창고가 마주 보이는 골목 앞에서는 또 다른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잔뜩 겁에 질려 있는 유렌과 윌터의 앞에 서 있는 마커스는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두 명의 13중대원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죽어라, 죽엇! 크흐흐!"


광소를 흘리며 달려오던 13중대원 하나가 그에게 창을 휘둘렀다.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일격은 아니었다.


타닷-!!!!!!


슬쩍 뒤로 물러서며 공격을 흘린 마커스의 검이 그의 가슴을 베었다.


"끄아악!"


마커스의 검에 가슴이 베인 13중대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비명조차 마음대로 지를 수 없었다.

연이어.

마커스의 검이 그의 목을 꿰뚫었던 것이다.


푸욱-.


마커스는 13중대원의 목에서 검을 빼내는 동작 그대로 도마뱀의 얼굴에 할버드를 든 13중대원의 왼쪽 옆구리를 베어버렸다.


단 세 번의 공격으로 두 명의 13중대원의 왼쪽 옆구리를 베어버렸다.


푸학-!


핏물이 튀고.

13중 대원들이 차례대로 쓰러진다.


“하아. 하아······이것도 힘드네.”


마커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오러는 사용할 수 없지만, 체술만으로도 그는 아르고스의 상위급 전사였다.

이정도 하등한 몬스터와 인간들은 어떻게든 제압할 수 있었지만.


‘아우, 힘들어 죽겠네.’


결국 마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에 탈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안톤과 자신의 활약으로 적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이제 쿠르드만 잡으면 된······.



"꺄아악!"

“응???”


겨우 숨을 고르던 마커스의 눈이 커졌다.

세리엘의 비명소리를 들은 것이다. 비명이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그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쿠르드가 세리엘을 향해 그레이트 엑스를 치켜들고 있었다.


'조, 조장님!'


세리엘의 명령은 윌터와 유렌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아르고스요원에게 상사의 명령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절대적인 것이다.

그러나 마커스는 그녀의 명령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은 그런 규율보다 세리엘이었기에.


마커스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필사적으로 창고를 향해 뛰어갔다.





쿠르드의 공격이 쏟아졌고.

세리엘은 가까스로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움직여. 제발 움직이라고!’


아무리 팔에 힘을 줘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리엘의 표정은 오히려 편했다.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멈출 수 있으니까.

쿠르드가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그레이트 엑스를 치켜드는 걸 보면서도 세리엘의 기분은 평온했다.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그러나 동생을 구하지 못하는 것만은 마음에 걸렸다.


'반, 미안하구나.'


입술을 깨물던 세리엘이 눈을 감았다.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세리엘은 더없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들려온 것은 파육음이 아니라 마커스의 고함이었다.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려요!"


눈을 뜬 세리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팔을 활짝 벌린 마커스가 자신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우당탕-.



세리엘은 끌어안은 마커스가 그녀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1미터 가까이 굴러간 세리엘이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마커스를 밀쳤다.


"으으. 이 멍청한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이야? 윌터 님은, 유렌은 어떻게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그녀를 보고 마커스가 희미하게 웃었다.

다시 소리를 지르려던 세리엘이 의아함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보통 때의 그라면 입을 꾹 다물거나 여러 가지 변명을 둘러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마커스의 분위기는 무언가 달랐다.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던 마커스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물었다.


"조, 조장, 다친 데는 없어요?"


살짝 얼굴을 붉힌 세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괘, 괜찮아. 그런데······."

"그, 그럼 됐어요."


마커스가 갑자기 눈을 감으며 세리엘의 품으로 쓰러졌다.

엉겁결에 그를 끌어안은 세리엘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등에서 피가, 뜨거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 대신.

쿠르드의 그레이트 엑스에 베인 것이다.


"왜, 왜······."


마부복을 흠뻑 적실 정도의 엄청난 출혈이었다.

이 정도의 치명상을 입고도 신음소리조차 흘리지 않았단 말인가?

세리엘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 나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아플까 봐 마커스는 고통스런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야 세리엘은 알 수 있었다. 마커스는 자신을······.


의식을 잃어가는 듯 반쯤 눈을 감고 있는 그를 힘껏 끌어안으며 세리엘이 외쳤다.


"일어나! 여기서 죽을 거야? 아니잖아. 아르고스 요원이 겨우 저딴 자식 때문에 죽을 거냐고! 명령이야. 일어나. 눈을 떠!"


그녀의 말을 들은 마커스가 가늘게 눈을 떴다.

하지만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제대로 입술을 뗄 수조차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웃는 것뿐이었다.


'죄송해요, 조장. 이번에도 명령을 어길 것 같네요.'


세리엘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10년 전 그녀가 산적의 틈에서 구해준 15살짜리 귀족 소년을.

소녀의 강함에 매료된 소년은 필사적으로 수련했고, 정확히 5년 만에 아르고스 요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무나 강하고 아름다워진 소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후.

5년이 흘렀다.


'즐거웠어.'


렌시아를, 소녀를 위해 싸운 5년이었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


“살아······끝까지 살아······요.”

마지막 유언과 함께.

소녀, 아니 세리엘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 들어 올린 마커스의 손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동시에 세리엘의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일어나! 일어나, 이 자식아!"


그러나 눈을 감은 마커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를 끌어안은 채 애타게 울부짖는 세리엘을 향해 쿠르드가 다가갔다.


"울 필요는 없다. 내가 녀석을 따라가게 해줄 테니까."


그녀의 뒤에 선 쿠르드가 마커스의 선혈로 붉게 물든 그레이트 엑스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스으으으윽-!!!!!!!!!!


그가 마커스를 끌어안고 엉엉 울어대는 세리엘을 향해 그레이트 엑스를 내리치려는 순간, 허공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날 잊었던 모양이지?"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는 그림자, 레이였다.

레이의 살기에 놀란 쿠르드가 몸을 돌린 순간 한 줄기의 검광이 그의 오른쪽 어깨로 향했다.


푸아아악-!


체력을 회복하고.

전력을 다해 생성한 오러블레이드가 우뚝 솟은 레이의 아랑파천이 그레이트 엑스를 쥐고 있는 쿠르드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서겅-!

툭-!


"크아악! 끄아아악!"


푸하아아아악-!!


피가 쉴 새 없이 뿜어지는 오른쪽 팔뚝을 잡고 쿠르드가 바닥에 나뒹굴다가 축 늘어졌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절한 모양이었다.


'2분, 아니 1분만 늦었더라면······.'


아랑파천에 의지한 채 벽에 서 있던 레이는 세리엘의 품에 안겨 있는 마커스를 쳐다봤다.

그랬기에 자신은 짧은 시간이지만 마나연공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한 마나로 세리엘을 살릴 수 있었다.


'저자는 어떻게 하지?'


레이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쿠르드를 쳐다봤다. 지금이라도 당장 아랑파천을 그의 목에 꽂아 넣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전투 불능의 상대를 죽일 만큼 자신은 피에 굶주려 있지 않았다.


아랑파천을 등의 검집에 집어넣은 그가 식량 수송 마차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식량 창고 안으로 피로 목욕을 한 듯 온몸이 붉게 물든 안톤과 함께 유렌과 윌터가 들어왔다.


"오빠!"

"모두 무사한가?"


여전히 어른스런 말투를 흉내 내는 윌터를 보며 레이는 픽 웃었다.

그래도 살아 있기에 저 빌어먹을 꼬맹이와 유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무사하다. 재수 없는 꼬맹이. 유렌. 너도 괜찮아? 아무 일도 없었어?"

"응. 마커스 오빠가······."


세리엘의 품에 안겨 절명한 마커스를 본 유렌이 말을 삼켰다.

그녀뿐만 아니라 윌터도 간신히 눈물을 참는 듯 콧잔등을 씰룩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레이는 마커스가 얼마나 둘을 필사적으로 지켰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할 때였다.


식량 수송용 4두 마차를 향해 걸어가던 레이와 일행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요란한 말 발자국소리가 가까워진다.

또 다른 렌시아군이 오는 모양이었다. 레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모두 마차에 타. 어서!"


그의 말에 따라 안톤과 유렌, 윌터가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세리엘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마커스의 시체를 끌어안고 있었다.


"저 여자,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레이가 버럭 성질을 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봐. 뭐 하고 있는 거야? 또 놈들이 몰려온다구!"


그가 소리를 질렀지만 세리엘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한 레이가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마커스가 무엇 때문에 당신 대신 죽은 거 같아? 네 부하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고 싶어?"


울음을 멈춘 세리엘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 사납게 눈을 치켜뜬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지껄여?"

"뭐?"


갑자기 고개를 든 세리엘이 매몰차게 레이에게 따귀를 날렸다.

화끈거리는 뺨을 어루만지는 레이를 향해 그녀가 절규했다.


"놔둬! 죽게 놔두라고, 제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면서. 입술을 앙다문 세리엘의 눈에서 가득 눈물이 차올랐다.

흐느끼는 그녀를 보며 레이는 왼쪽 뺨의 화끈거림도 잊었다.


'휴우. 이 여자, 보기하고는 다르군.'


레이는 세리엘이 강한 여자인 줄 알았다.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평상시처럼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위로를 해줬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적들이 몰려오고 있다.


"미안해. 욕은 나중에 하라고."


세리엘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레이를 바라본 순간, 그의 오른손 수도가 그녀의 목덜미를 가격했다.


퍼억-.


"허억!"

외마디 신음을 흘린 세리엘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안아 올린 레이가 마커스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네가 목숨을 바쳐서 구한 이 여자는 내가 꼭 살려주겠다. 걱정 말고 편히 쉬도록 해.'


짧게 시선을 보낸 레이가 마차 안에 세리엘을 낮췄다.


"오, 오빠, 이 사람 괜찮아?"


마차의 문을 닫은 레이가 마부석에 타며 조수석에 앉아 있는 안톤을 쳐다봤다.


"대로를 타고 쭉 가면 되는 거죠?"

"그래. 빨리 몬다면 3, 4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안톤의 대답을 들은 레이가 마차를 출발시킨 찰나. 식량 창고의 문 앞에 렌시아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로 밟아버려!"

"그럴 생각이었어요. 이럇!"


안톤의 고함을 들은 레이가 마차의 속력을 높이자 병장기를 겨누던 병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으아악!"


화들짝 놀란 병사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텄다.

그들 사이를 통과한 레이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꽉 잡으라고. 전속력으로 달릴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65화 23.11.12 130 4 11쪽
64 64화 23.11.10 130 4 12쪽
63 63화 23.11.09 137 5 12쪽
62 62화 23.11.08 129 4 11쪽
61 61화 23.11.07 135 4 11쪽
60 60화 23.11.06 149 4 11쪽
59 59화 23.11.05 159 4 12쪽
58 58화 23.11.04 164 4 12쪽
57 57화 23.11.03 185 4 12쪽
56 56화 23.11.01 166 4 13쪽
55 55화 23.11.01 167 4 12쪽
» 54화 23.10.31 153 4 12쪽
53 53화 23.10.31 171 4 11쪽
52 52화 23.10.28 168 4 12쪽
51 51화 23.10.27 176 4 12쪽
50 50화 23.10.27 197 4 12쪽
49 49화 23.10.24 181 4 12쪽
48 48화 23.10.23 191 4 11쪽
47 47화 23.10.19 196 4 12쪽
46 46화 23.10.18 198 4 12쪽
45 45화 23.10.17 209 4 12쪽
44 44화 23.10.16 216 4 14쪽
43 43화 23.10.13 217 4 12쪽
42 42화 23.10.11 223 4 12쪽
41 41화 23.10.06 241 4 12쪽
40 40화 23.10.04 259 4 11쪽
39 39화 23.10.03 256 4 12쪽
38 38화 23.10.02 250 4 12쪽
37 37화 23.09.29 268 4 12쪽
36 36화 23.09.28 268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