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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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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034

작성
23.10.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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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화

DUMMY

41화




아무리 포커페이스인 에드라고 해도 자신들에게 돌격해오는 일천 명의 13 중대원들을 보고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건 자살 행위입니다. 군단장님의 말씀대로 됐지만 저런 괴물들을 어떻게 상대한다는 말입니까?"

에드의 목소리는 확실히 떨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인간의 모습을 찾기 힘든 몬스터들이 아닌가. 자신들은 틀림없이 죽는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허리춤에서 레이피어를 빼내는 슈인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대의 옆에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것을 잊었나?"


에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슈인의 신형이 돌격대들에게 달려들었다.


"네가 토벌군단장 슈인······."


선두에 있던 오크를 닮은 거한이 말하려는 순간 슈인의 레이피어가 그의 목을 꿰뚫었다.


털썩-.


동료가 죽는 것을 본 다른 돌격대원들의 병장기가 슈인을 덮쳐왔다. 자신의 모리 위를 새까맣게 뒤덮는 병장기를 향해 그의 레이피어가 움직였다.


슈악- 슈아아악-.


수십 줄기의 검광이 훑고 지나간 병장기들이 토막 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돌격대원들이 당황하는 사이 그들의 몸에서도 피 분수가 솟구쳤다. 돌격대원들은 숨이 끊어질 때까지 자신이 죽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의 몸을 꿰뚫는 슈인의 레이피어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크악!"

"쿠아악!"


쿵- 쿠웅-!


순식간에 절명한 이십여 명의 돌격대원들이 슈인의 앞에 쓰러졌다.


그는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오른 레이피어를 높이 치켜들며 일갈했다.


"지금이다!"


슈인의 일갈과 동시에 바닥의 마법진에 붉은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수상한 낌새를 느낀 쿠르드가 물러서려는 찰나 막사들을 덮치던 중대원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어, 없습니다. 텅 비었습니다."

"뭐야?!"

"막사 안에 렌시아군이 없단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중대원들의 고함을 들은 쿠르드가 의아해하며 자신의 앞에 있던 막사로 다가갔다. 야행성이 아닌 인간들이라면 지금쯤 막사 안에서 곯아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없다니.


슈각-!


쿠르드의 그레이트 엑스에 잘린 막사가 펄럭이며 허물어졌다.


'어, 없어.'


막사 안에는 렌시아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함정?!'


그가 자신들이 함정에 걸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 바닥이 빛나며 시뻘건 화염이 솟아올랐다.


콰앙! 콰아앙-!


사방에서 폭음이 진동하며 파도처럼 일어난 화염이 13 중대의 돌격대원을 덮쳐왔다.


"끄아악! 살려줘!"

"대장님!"

"으악!"


부하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치를 떨던 쿠르드에게도 화염의 해일이 덮쳐왔다.


콰아아-.


그러나 그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쌘 동작으로 바닥에 몸을 굴리며 화염을 피한 쿠르드가 본 것은 하늘을 뒤덮는 화살의 폭우였다.


쐐액- 쐐애액-.


화살 비를 고스란히 맞은 부하들이 고슴도치가 된 채 쓰러졌다. 잠깐의 정적 후, 또다시 화살들이 쏟아지며 매복해 있던 렌시아군이 튀어나왔다.

바닥에 설치된 화염 마법진과 매복해 있던 병사들. 이 모든 것이 슈인이 만들어낸 완벽한 함정이었다.


'이럴 새가 없어.'


이미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승패는 정해졌어도 슈인의 목을 놓칠 수는 없었다.


"크아아!"


엄습해오는 절망을 떨쳐버리려는 듯 거칠게 울부짖은 쿠르드가 슈인에게 달려들었다.

하늘을 가릴 것 같은 거대한 그레이트엑스가 슈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동요가 없는 얼굴로 쿠르드를 향해 레이피어를 겨눴다.


'이 녀석, 그냥 죽으려는 건가?'


방어도, 공격도 아닌 그의 어정쩡한 자세에 쿠르드는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그의 그레이트 엑스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그를 죽이고 베인 좌장군에게 목을 가져가면 될 뿐이다. 그러면 자신들은 르타곤 제국에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크악!"


짧은 파육음이 연달아 네 번 울려 퍼지며 쿠르드의 양팔과 다리에서 선혈이 튀어 올랐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엄청난 통증과 함께 자신의 사지에 생긴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쿠르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오러 웨이브라는 기술이다. 그 두 눈으로는 볼 수 없었을 거야."


슈인이 쿠르드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방금 전 그가 사용한 기술은 스스로 창안한 오러 웨이브라는 기술이었다. 광속을 뛰어넘은 초스피드로 오러 블레이드를 내지른다. 그 순간 발생한 충격파가 상대의 육체를 꿰뚫는 것이다.

슈인은 정확히 열네 번의 오러 웨이브를 동시에 시전 할 수 있었다.


그런 슈인을 보던 쿠르드가 공포에 떨었다.


'강하다. 소드 마스터라는 것들은 모두 이런 괴물들이었나?'


오우거의 힘과 스피드를 가진 쿠르드는 태어나서 패배라는 것을 당해본 기억이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엄격한 군 생활을 견디지 못한 채 탈영하려던 자신을 붙잡은 베인 좌장군에 의해서였다.

단 세 번의 움직임으로 자신을 제압하던 그와의 실력 차가 만들어낸 공포는 패배의 굴욕을 느끼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마치 지금처럼.

하지만 쿠르드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한들 상대는 평범한 인간이다. 자

신의 공격에 한 번만 맞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으아아!"


팔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낸 쿠르드가 슈인을 향해 그레이트 엑스를 내리쳤다.

카아앙-!

모든 힘을 쏟아부은 공격이었기 때문일까? 그의 그레이트 엑스에 맞은 바닥이 쩌억 갈라졌다.

하지만 쿠르드의 얼굴은 더욱 참담했다. 슈인의 신형이 사라졌던 것이다.


"하프 오우거에게 그 정도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닌 건가?"


슈인의 목소리가 들린 곳은 그의 바로 뒤쪽이었다. 다급하게 몸을 돌리려던 쿠르드의 몸이 퍽 소리와 함께 허물어졌다.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슈인이 힐트로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던 것이다.

쓰러진 쿠르드의 앞에 착지한 슈인에게서는 더 이상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쿠르드는 자신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작은 계획의 일부분일 뿐.


'하나는 처리했고, 남은 건 저 녀석들이군.'


아직 르타곤 제국의 13 중대와 렌시아군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슈인은 더 이상 헛된 피를 원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저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자신들의 새로운 주인이 될 자의 힘을. 공포만큼 사람을 길들이는데 좋은 것은 없으니까.


13 중대를 향해 걸어가는 그의 레이피어에서 또다시 강렬한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쳐 올랐다.



***



이틀 후 아침.

카르고 전선의 중앙진지에 세워진 처형장으로 사슬에 묶인 쿠르드가 끌려 나왔다.

일만 명의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무릎을 꿇은 그의 앞으로 슈인이 다가왔다.


"르타곤 제2대대 13 중대의 중대장 쿠르드. 맞는가?"


슈인의 물음에 쿠르드가 으르렁거렸다.


"그렇다. 내가 13 중대장 쿠르드다."

"역시 생긴 것처럼 멍청한 작자군."


뒤돌아서서 자신의 의자로 걸어가며 슈인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을 들은 쿠르드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감히 네놈이 날 모독하려는 겐가?!"


아무리 포로 신세라고 한들 자신은 적장이었다. 당당히 죽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 그를 내려다보던 슈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대는 패장이다. 그대의 미숙함 때문에 수백의 부하들이 죽고 다쳤다. 그런데도 지금 자존심 따위를 찾고 있는 것이냐?"


렌시아의 장수? 쿠르드의 눈이 살기를 띠었다.


"나를, 나를 회유하려는 것이냐?"


자신이 비록 오우거의 혼혈아이긴 하지만 르타곤의 장수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탕발림에 렌시아의 장수가 된다 한들 르타곤 제국에서처럼 소모품으로 쓰이다가 죽게 될 것이 뻔했다.


"더 이상 헛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어서 죽여 다오."


쿠르드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죽는 순간까지 치욕을 당하고 싶진 않았다.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슈인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래, 원하는 대로 해주지."


철그렁-.


기다렸다는 듯이 쿠르드의 뒤로 쇠사슬에 묶인 스무 명의 13 중대원들이 끌려나왔다. 아직 부상이 낫지 않았는지 그들의 몸을 감고 있는 붕대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대, 대장!"


쿠르드를 알아본 13 중대원들이 소리쳤다.


"가만히 있어!"


렌시아군들이 13 중대원의 무릎을 걷어찼다.


"으윽!"


힘없이 다리가 꺾인 13 중대원들이 차례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


부하들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던 쿠르드가 슈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를 지그시 내려다보던 슈인이 툭 내뱉었다.


"죽고 싶다며. 그렇다면 당연히 부하들이 대장의 곁을 따라가야지 않겠어? 쳐라."


무릎을 꿇은 13 중대원들의 뒤에 있던 병사들이 슈인의 명령대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나, 날 죽여라. 날 죽이면 될 것 아니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쿠르드를 보며 싱긋 웃은 슈인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걱정 마. 너도 죽인다니까."


슈인이 다시 손짓을 하자 병사들의 검이 13 중대원의 목을 갈랐다.


"끄악!"

"으허억!"


외마디 비명을 지르던 13 중대원들의 몸이 하나씩 허물어졌다.

쿵-.

바닥에 쓰러진 13 중대원들의 잘려 나간 목 언저리에서 피가 쿨럭쿨럭 쏟아져 나왔다.


"아, 안돼! 이, 이놈!"


부하들의 시체를 보고 격분한 쿠르드가 일어섰다. 하지만 그는 슈인에게 달려들 수 없었다. 어느새 에드가 그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앉아라."


은근히 살기를 내뿜으며 에드가 말했다. 그래도 쿠르드가 앉지 않자 에드가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크윽!"


무릎을 꿇은 쿠르드의 뒤로 또다시 13 중대원들 스무 명이 끌려 나왔다.


"대장!"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대장!"


부하들의 울부짖음을 들은 쿠르드가 차마 더 이상은 볼 수 없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섬뜩한 파육음과 부하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끄아악!"

"으억!"

쿵-.


참수당한 13 중대원들의 몸이 또다시 허물어졌다. 비명소리가 멎자 눈을 감고 있던 쿠르드의 큼지막한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힐끔 그를 쳐다본 슈인이 말했다.


"다음"

"투항하겠다."


슈인의 명령과 쿠르드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들어 올리던 손을 내려놓은 슈인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방금 뭐라 했지?"

"렌시아의 사람이 되겠다. 그러니 머, 멈춰다오."


쿠르드의 목소리에서는 참담함과 울분이 묻어났다. 전장에서의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부하들의 개죽음을 방관할 수는 없었다.

고개를 축 떨어뜨린 쿠르드의 앞으로 슈인이 걸어왔다. 그

의 앞에 선 슈인이 손짓을 하자 쿠르드의 앞에 서 있던 에드와 병사들이 물러섰다. 쿠르드를 조용히 내려다보던 슈인이 그를 끌어안았다.

"무, 무슨······?!"


슈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쿠르드의 눈이 커졌다.

그를 꼭 끌어안고 있던 슈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네가 충성을 바칠 곳은 렌시아가 아니라 나다. 너는 나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알아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이거라."

'내 사람이 되라구?'


슈인의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쿠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쿠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스런 표정으로 일어선 슈인이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막사 안으로 사라지는 그의 등을 바라보던 쿠르드의 시선이 알 수 없는 불안으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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