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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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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50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1.0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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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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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60화

DUMMY

60화










초승달이 어슴푸레 빛을 뿌리는 그날 밤 자정.

카른 여관 입구의 계단에 앉은 소녀, 캐서린은 몇 시간 동안이나 멍한 얼굴로 초승달이 뜬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가 너머로 계단에 처량하게 앉아 있는 조카를 바라보고 있는 수잔은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아마도 그날을 떠올리는 것이라.

반년 전 캐서린 그녀가 성에서 돌아온 날을. 그리고 그녀의 아빠이자 자신의 오빠가 사라진 날을 말이다.


'드미트리 그 자식일 거야.'


드미트리 남작은 그리 성정이 악독한 영주는 아니었다.

어린 여자애를 좋아하는 특별한 취미를 빼면 말이다.


'캐서린······.'


수잔은 자신의 조카가 그 늙은이에게 어떤 꼴을 당했는지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쳐졌다.

그 늙은이 때문에 수잔은 아버지를 잃었다.

하지만 귀족을 상대로 평범한 여관집 주인인 노처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쓰윽 손등으로 눈가를 닦은 수잔이 여관의 문을 열고 나왔다. 캐서린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캐서린, 이제 추워. 얼른 들어와. 자야지."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나타난 괴한이 그녀의 목덜미에 검을 갖다 대었다.


"누, 누구세요?!"

“쉿!”


수잔이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억누르며 간신히 말했다

자신의 손에 붙잡힌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괴한, 피터가 물었다.


"아까 그 용병은 어디에 있나? 소리치면 죽는다."


용병? 레이 일행을 떠올린 수잔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2층을 가리켰다.


"그래? 갈딘 님, 역시 여깁니다."


피터의 말에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던 갈딘과 스물여덟 명의 산적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하나같이 험악한 인상에 가죽 갑옷을 입고 병장기를 든 모습들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너희 열다섯 명은 여관 안으로 들어가라. 용병 녀석과 녀석들의 일행을 잡아라."


갈딘이 명령을 하자 열다섯 명의 산적들이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타다다닷-!!


그들이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를 들은 수잔은 질끈 눈을 감았다.

지금이라도 소리를 쳐서 산적들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과 캐서린의 안전이 먼저다.

다시 눈을 뜬 수잔이 산적에게 붙잡혀 있는 캐서린을 보며 애원했다.


"마, 말씀드렸으니까 우리 캐서린은 놓아주세요."


그러나 피터와 산적의 입가에는 조롱기 섞인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감히 네가 우리한테 명령을 하는 건가?"


피터가 수잔의 머리채를 잡고 확 뒤로 젖혔다.


"그, 그게 아니라······."


겁에 질린 얼굴로 울먹이는 수잔을 향해 차갑게 웃은 피터가 그녀의 복부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뻐억-!


“악!!!”


비록 제대로 수련을 하지 않은 산적이라고 하지만 건장한 사내의 일격을 여인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수잔이 이내 축 늘어졌고.


털썩-.


“······!!”


경악한 캐서린이 두 눈을 부릅 떴다.


***



“응?”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레이가 번쩍 눈을 떴다.

비명소리와 요란스런 발소리 때문이었다.


'산적들인가? 실력이 형편없는 녀석들이군.'


기척을 숨기기는커녕, 소란스럽게 처들어온다.

한심함에 혀를 차면서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레이가 책상으로 다가갔다.


‘잠을 깨웠으니 제대로 혼을 내줘야겠지.’


건틀렛과 아랑파천, 채찍을 착용한 그가 슬그머니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이익-!!


마침 녀석들이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중 한 녀석이 레이의 방문 앞으로 다가왔다.


저벅저벅-!!


문틈으로 다가오던 놈을 바라보던 레이의 눈이 가늘어졌고.

산적이 바로 문 앞에 선 순간.

강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퍼억-.


“끄악!”


문의 모서리에 얼굴을 맞은 산적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비틀거렸다.

연이어 방문에서 튀어나온 레이의 주먹이 산적의 얼굴을 후려쳤다.

삐억 하는 타격음이 나며 고개가 젖혀진 산적이 대자로 바닥에 뻗었다.


"하아암. 너희들 산적치고 참 근면성실하다. 하아암."


산적을 일격에 쓰러뜨린 레이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당황한 열네 명의 산적들이 병장기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레이의 눈에 그들은 모두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열네 마리라··· 제법 많군. 그런데 밖에서도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도대체 똥개들이 몇 마리나 온 거야? 그래봤자 똥개들인데 말이야. 쩝."


레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톤과 세리엘의 방문이 열렸다.


"이런, 밤인데 손님들이 제법 왔군. 화끈하게 대접해드려야겠는데?"

"멀리서 오셨는데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겠죠."

허리춤에서 검을 빼든 안톤과 세리엘이 레이의 뒤에 서며 말했다.

둘이 가세하자 오히려 산적들이 주춤거렸다.

그들의 눈에도 안톤만은 범상치 않게 보인 것이다.

겁을 집어먹은 산적들을 보며 레이가 도발을 계속했다.


"어이, 싸우기도 전에 벌써부터 꼬리를 내리는 거야? 발디안의 악마라는 별명이 아깝다, 아까워. 그 별명, 너희들이 지은 거지?"

"저, 저놈이······."


그의 조롱에 격분한 산적들이 달려들었다.

14대 3, 절대적인 수적 우위에 산적들은 승산을 걸어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곧 자신들의 생각이 오판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퍼억-.


선두에 서 있던 산적의 콧잔등에 레이의 무릎이 꽂혔다.


"크악!"


괴성과 함께 쓰러지는 그의 옆에 있던 두 산적들의 무기가 레이를 덮쳐왔다.

하지만 산적들의 병장기는 레이의 얼굴 바로 앞에서 안톤과 세리엘의 검에 가로막혔다.


"우리도 좀 놀게 해달라구."

"비켜요."


안톤과 세리엘의 말에 레이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그가 피식거리고 있는 사이 둘의 신형이 산적들을 덮쳐갔다.


슈각-! 슈아악-! 츄악-!!!


세리엘과 안톤이 검이 번뜩일 때마다 산적들이 쓰러졌다.


“나도 구경만 하는 건 싫다고!”


레이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메이스를 든 산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의 주먹에 복부를 가격당해 쓰러지는 산적의 메이스를 빼앗아 든 레이가 할버드를 든 또 다른 산적의 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할버드를 든 산적의 코뼈가 부서지며 피가 튀어 오른다.

비틀거리는 그의 복부를 걷어찬 레이가 뒤로 물러섰다.


쿵-.


결국 채 30초가 지나기도 전에 단 한 명만을 남겨둔 채 대다수의 산적들이 쓰러졌다.


“으으. 으으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동료들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에게 레이가 다가갔다.


"어이, 어이. 너무 겁내지 마. 일단은 안 죽일 테니까 말이야."


산적에게 다가선 레이가 주먹을 치켜든 순간 산적이 갑자기 히죽 웃었다.


'뭐야, 이 녀석? 미친 건가?'


그는 곧 산적이 웃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뒤에서 들려온 유렌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오, 오빠······."

"유렌?"


고개를 돌린 레이와 세리엘, 안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유렌이 피투성이가 된 산적의 손에 붙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목에서 빛나고 있는 단검을 본 레이의 손이 비틀거렸다.


'젠장. 한 놈을 놓친 건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복도로 나온 유렌이 정신을 차린 산적에게 붙잡힌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 유렌. 오, 오빠가 구해줄게."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목소리가 떨린다.

산적에게 붙잡혀있는 유렌의 모습에 아멜린과 겹쳐지고 있었다.


'나 그때의 내가 아니야. 난······.'


자신은 강하다. 마나를 끌어올린다면 유렌을 구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몸이 경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 제길······.'


긴장 때문일까?

등덜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조심스레 아랑파천의 힐트를 잡기 위해 손을 옮기던 레이의 귀에 영창소리가 들려왔다.


"매직 미사일!"


영창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산적의 눈을 향해 새하얀 매직 마사일이 날아왔다.


파각-!


매직 미사일에 가격당한 산적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며 뇌수와 선혈이 튀어 올랐다.

"꺄아악!"


쓰러지는 산적의 뇌수와 피를 뒤집어쓴 유렌이 비명을 질렀다.

그런 유렌을 보며 주문을 시전한 녹색 머리의 여인, 밀레나가 귀엽게 볼을 부풀렸다.


"어머, 꺄악보다는 고맙다는 말이 먼저 아니야?"


어린아이처럼 들뜬 그녀의 말투와는 달리 안톤과 세리엘은 잔뜩 긴장된 얼굴로 밀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 기척도, 움직임도 눈치채지 못했다.

소리를 내지 않는 발걸음과 허리춤에 메고 있는 검으로 보아 그들은 그녀가 상당히 실력이 있는 검사라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마법을 사용했다.


'마검사?'


안톤과 세리엘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엘프가 아닌 인간, 그것도 여자 마검사를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밀레나를 보며 놀라고 있는 둘과는 달리 레이의 관심은 오로지 유렌에게 쏠려 있었다.


"괜찮아, 유렌?"


레이가 놀란 얼굴로 벌벌 떨고 있는 유렌을 끌어안았다. 그의 품에 안긴 유렌이 그나마 진정이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을 보던 밀레나가 손으로 그들의 눈치를 보며 물러서고 있는 산적을 가리켰다.


"연인끼리의 감격적인 포옹도 좋은데, 저 녀석 그냥 도망가게 놔둘 거야?"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다.


"유렌. 잠시만."


포옹을 푼 레이가 산적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살벌한 기세에 압도당한 산적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자를 본 사슴처럼 넋을 빼고 있는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레이가 히죽 웃었다.


"친구들한테 보내주지."



***



시간이 흐를수록 갈딘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이 녀석들이 왜 이렇게 늦는 거지?'


방금 전의 둔탁한 소리로 보아 분명 싸움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문제는 소리가 금세 멎었고.

그렇게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설마 당한 건가?'


스스로의 생각에 갈딘은 어이가 없었다.

실력 있는 녀석들을 고르고 골라 데려왔다.

상대가 소드 엑스퍼트급의 검사나 기사가 아닌 이상 녀석들이 제압하지 못할 리가······.


‘설마 그정도로 강한 놈들이라고?’


"부두목!"


불길한 생각에 잠겨 있던 갈딘이 부하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렇게 소란을··· 아니?!"


부하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그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여관 2층의 유리창을 깨부수며 산적 하나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와장창-!!!


"으아악!"


쿠앙-.


지붕을 타고 바닥에 굴러 떨어진 산적이 뼈가 부러졌는지 몸부림을 쳐대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뭐야? 구경났어?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


산적들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치자 찔끔 놀란 마을 사람들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쾅 소리가 나며 카른 여관의 문이 열리더니 레이와 안톤, 세리엘이 걸어 나왔다.


"똥개들이 많이도 몰려왔군. 도대체 몇 마리야?"


등의 검집에서 아랑파천을 빼든 레이가 산적들을 쭈욱 훑어보며 태평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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