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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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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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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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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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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7화

DUMMY

한 달 전.

렌시아군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 요한 르타곤이 갑자기 쓰러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두통과 열로 보아 처음에는 황궁의 모든 이들이 단순히 폐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치료사들과 마법사들이 달라붙었지만, 황제의 병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예상 외의 상황에 황궁의 신하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고.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불행이 들이닥쳤다.


일주일 만에 요한 르타곤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시 중에 황제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는 없었다. 결국 비밀리에 황제를 교황청으로 옮겨 신관들에게 치료를 받게 하고는 알렌 르타곤이 십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불행한 일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황제가 쓰러지고 불과 열흘 만에 르타곤을 지키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네 명의 공작들이 모두 암살당했던 것이다.


알렌이 죠셉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4대 공작이 암살당한 후 사흘 만에 삼촌이 반란을 일으키셨지요."


반복되는 우연은 필연이라는 것을, 400년을 넘게 산 하이 엘프가 모를 리 없었다.

조용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알렌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삼촌은 아닙니다. 그럴 만한 배포도, 기량도 없으신 분이니까요. 누군가한테 이용당했다는 의미겠죠. 그렇다면 렌시아일까요? 아니면 바루스?"


요한의 물음에 죠셉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강대한 힘을 가진 무언가가 르타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는 작은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정체불명의 적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있었다.


800년 동안 페르단 대륙의 최강국 자리를 한시도 놓친 적이 없는 르타곤 제국을 노리는 무모한 자는 곧 자신의 검에 의해 도륙되리라.


"심려치 마십시오, 태자저하. 많은 충신들이 있지 않습니까. 르타곤 제국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150년 전, 그녀와 약속을 한 자신이 살아 있는 한은 말이다.

하지만 죠셉의 호언장담에도 알렌의 얼굴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그도 르타곤 제국의 강대한 힘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적은 자신들의 예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도, 죠셉 장군님의 말씀처럼 되길 주신에게 빌겠습니다.”



***


르타곤 제국의 남단에 있는 발디안 산맥은 오래전부터 사냥감과 나무가 많아 사냥꾼들과 벌목꾼들의 발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두 달 전부터 발디안 산맥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바로 잔악한 산적들이 출몰했기 때문이었다.

귀족이건, 상단이건 닥치는 대로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 산적들의 포악성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끊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악명을 듣지 못했는지 한밤중에 발디안 산맥으로 들어서는 여인이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녹색 머리에 짙은 눈썹, 새하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거기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가죽 갑옷과 빨간 입술은 그녀를 더 요염하게 만들었다.


"스승님은 왜 하필 내게 이런 임무를 주셨을까? 짜증 나."


몇 걸음 내딛던 여인이 잔뜩 인상을 쓰며 투덜거렸다.

이번 임무는 자신같이 아름답고 보호를 받아야 할 여인에게 내려질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 자신이 처리해야 할 대상은 제대로 된 인간도 아니다.

물론 사무엘 같은 그 사이코라면 좋아라 하면서 앞뒤 잴 것 없이 토막냈겠지만 자신은 평범한 심성을 가진 인간인 것이다.


투덜거리며 잔뜩 인상을 써대던 여인이 걸음을 멈췄다. 미친년처럼 산맥을 이 잡듯이 뒤진 지 이틀째, 드디어 산적들로 보이는 녀석들을 발견했다. 그것도 무려 세 명이나.


“오오오!!”


기뻐하는 여인처럼.

산적들도 기쁨을 금치 못하고 입을 벌렸다.


"이야, 이게 다 뭐야? 오늘 운 좋은데?"

"피부 봐라. 저 가슴 나온 것 좀 봐. 드디어 여자 맛 좀 보는 건가? 계집애들 잡아 온다고 고생만 했지, 정작 우리는 계집 엉덩이도 못 두드려봤잖아."

"으흐흐. 내가 먼저 발견했어. 순서 지켜, 순서."

수풀을 헤치고 나온 낡은 가죽 갑옷에 검을 들고 있는 세 명의 사내들이 여인을 보고 군침을 흘려댔다.


보통 여자라면 이미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거나 줄행랑을 쳤으리라.

하지만 여인은 아무런 입매를 치켜 올릴 뿐이었다.


"그 표정은 뭐야? 너도 우리랑 즐기고 싶다는 건가?"

"그래, 우리도 좋지. 하하하.“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하고 히죽거리던 산적들이 여인을 향해 다가왔다.


저벅저벅-!!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그들을 힐끔 보던 여인이 웃으며 가죽장갑을 낀 오른손 검지로 가슴 앞섬을 벌렸다.


“······!!!”


가죽 갑옷 안에 있던 가슴 가리개가 드러나자 사내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으흐흐. 너무 적극적인데?”

“나는 적극적인 여자가 좋더라.:


침을 꼴깍 삼키고 있는 그들을 보며 여인이 물었다.

"당신들 산적?“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재차 확인을 하는 여인이었고.


"으흐흐. 우리 알고 있네? 그래, 우리가 그 유명한 발디안의 악마들이야. 크크크.“


사내 하나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가슴을 쭉 내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인이 사내들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만지고 싶어?"

"응. 으응."


사내들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이 다시 웃으며 턱짓을 했다.


"그럼 만져봐.“


여인의 말에 사내들 중 하나가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여인의 가슴을 움켜쥐려는 순간 콧소리가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응. 근데 어쩌지? 손이 있어야 내 가슴을 만질 수 있을 텐데."

"손?“


눈을 동그랗게 뜬 사내가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여인을 바라봤다.

그러나 곧 그는 여인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오른손이 눈앞으로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


여인이 허리춤에서 뿜어져 나온 검광이 사내가 인식하기전에 그의 오른 손목을 베고 지나간 것이다.


"끄아악!"


오른손이 잘려 나간 사내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격렬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여인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나는 침대 위에서보다 이렇게 밖에서 듣는 남자의 비명소리가 흥분되더라. 헤헷."


눈살을 찌푸린 여인의 검이 번뜩인 순간 이미 사내의 목에서 피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바닥에 두 무릎을 꿇은 그를 보며 당황한 동료들이 검을 치켜들었다.


'이, 이 계집, 보통이 아니야.'

그들은 여인이 검을 뽑거나 동료를 베는 것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우습게 봤다간 자신들이 당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여인의 검이 사내 하나의 목젖을 향해 파고들고 있었다.


푸하악-.


목젖이 베인 사내의 목에서 시뻘건 선혈이 뿜어졌다.

검을 떨어뜨린 사내가 목을 잡고 컥컥거리더니 이내 절명했다.


털썩-!


쓰러진 산적의 가슴팍을 지그시 누르는 여인이 마지막 남은 사내를 보며 생긋 웃어보인다.


"이제 너 하나 남았네?"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동료들을 순식간에 잃은 그에게는 사악한 악마로 보였다.


"으아··· 으아아!"


검을 내던진 사내가 줄행랑을 쳤다. 하지만 여인은 그의 생각대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매직 미사일."


여인이 주문을 외우자 생성된 매직 미사일이 사내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푸슉-!


여인의 매직 미사일이 사내의 양미간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마차의에 밟힌 과일처럼 뇌수를 뿌리며 박살나는 머리통을 보며 여인이 당황한 얼굴로 오른손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너무나도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 산채가 어디 있는지를 안 물어봤네?!"



***


발디안 산맥의 동쪽에 있는 작은 마을 아보스의 입구로 한 대의 마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짐 마차보다는 낫군. 안 그래?"


마차의 조수석에 앉은 금발의 거한이 가죽 갑옷을 입고 긴 흑발을 끈으로 질끈 묶은 사내를 보고 말했다.

마차의 고삐를 잡고 있던 사내, 레이가 안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죠. 아하하."


이 마차는 안톤이 사흘 전 아든 성에서 짐마차를 처분하며 구한 4두 마차였다. 문제는 마차를 파는 상인한테 20골드의 거금을 얹어준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자신의 것이었다.

검과 복수밖에 모르는 이 근육덩어리에게는 경제 관념이라는 것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휴우. 어쩔 수 없지.'


레이는 한숨과 함께 아쉬움을 털어냈다.

돈이 아깝긴 하지만 안톤은 생명의 은인이자 훌륭한 동료다.

비록 20골드가 거금이긴 해도 쪼잔하게 굴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젠가 똑같이 뜯어내면 그만이니까.


"오호. 이제 도착했군."


마차의 창밖으로 마을 주변에 드넓게 펼쳐진 밭을 본 윌터가 작게 환호성을 터뜨렸다.

가넷 대공의 저택에서만 살았던 그에게는 이 여행에서 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흠, 흠. 서둘러라. 몹시 피곤하구나."


자신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쑥스러웠는지 헛기침을 한 윌터가 마차 안으로 고개를 다시 넣었다.

그 모습에 레이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자식. 부끄러워하기는.'


아무리 말을 잘하고 어른스러운 척을 하더라도 어린아이는 어린아이.

그러나 레이는 윌터의 그런 모습이 싫지가 않았다. 부모를 잃은 상처를 지워가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저, 정신 차려!"


불현 듯 들려온 안톤의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레이의 입에서 으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차 앞으로 넝마 차림의 소녀가 튀어 나왔던 것이다.


끼이익-!


가까스로 소녀의 앞에서 마차를 멈춰 세운 레이가 마부석에서 뛰어내렸다.


"괘, 괜찮아?"


레이가 걱정스럽게 말하며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

그러나 소녀는 계속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엉뚱한 곳을 힐끔 거리면서도 몸을 떨고 있다.

즉.

소녀는 자신과 마차가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 아니다.

'골목?'


소녀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린 레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곳에서 가죽 갑옷을 입고 험상스럽게 생긴 사내 셋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거군.'


소녀를 쫓는 괴한 셋.

이것은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닌가.

레이가 주먹을 우두둑거리며 사내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허, 허. 너 지금 우리들 앞을 막는 거야?" "응, 그래. 정답."


레이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을 보고도 겁먹은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대답에 사내들의 얼굴이 더욱 우악스러워졌다.


"우린 산적 발디안의 악마들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발디안의 악마? 푸핫!"


잔뜩 분위기를 잡고 있던 레이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


그가 웃자 당황한 산적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윽고 웃음을 멈춘 레이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유치한 별명 자랑은 그만하고 두 다리로 걸어서 가고 싶으면 조용히 꺼져."

"젠장. 말로 해서는 안 될 녀석이군. 결국, 피를··· 크억!"


욕설을 내뱉으며 허리춤에서 검을 빼내려던 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섬광 같은 레이의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가격했던 것이다.

코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사내의 복부에 연달아 레이의 주먹이 꽂혔다.


퍼억-.

"크으으."


신음을 흘리던 사내가 허리가 꺾인 채로 쓰러졌다.

바닥에서 부들거리는 그를 뒤로한 채 레이가 남아 있는 산적들에게 다가갔다.


"바퀴벌레보다 질긴 놈들······그래도······밟을 때는 재밌지. 흐흐흐.“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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