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6,836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0.13 21:51
조회
216
추천
4
글자
12쪽

43화

DUMMY

43화



허공으로 떠오른 텁석부리의 가슴팍을 레이가 오른발로 걷어찼고.


"끄아악!"


괴상한 신음을 내며 떠오른 텁석부리의 몸이 유리창을 뚫고 여관 밖으로 날아갔다.


와장창-!


"포, 포스터를! 저 자식 잡아!"


텁석부리의 테이블에 있던 세 명의 용병들이 일어났다.

허리춤에서 검을 빼낸 그들이 레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에휴. 저런 눈썰미를 가지고 어떻게 전쟁판에서 살아남은 거지?'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들을 보며 레이는 측은함이 일었다.

얼굴을 보니 꽤 용병 생활을 오래 했던 놈들 같은데 어쩜 이리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는 눈이 없단 말인가.

하지만 유렌에게 찝쩍거리고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댄 그들을 용서해줄 만큼 아량이 넓은 레이는 아니었다.


‘죽이지만 말자.’


그래도 아량을 베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목숨은 살려주고, 정확히 갈비뼈 두 세 개만 부러뜨려주는 아량을 말이다.


퍼퍽-!

아랑파천의 검집에 맞은 세 명의 용병들이 동료를 따라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텁석부리 일행을 모두 제압한 레이를 보고 다른 용병들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용병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은 그들이다.

레이가 전력조차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베테랑 용병 넷을 날려버리면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자신들과 차원이 다른 실력자였던 것이다.


레이에게서 위압감과 공포를 느낀 용병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꿀꺽. 어디서 저런 놈이 온 거지? 옷차림은 귀족 같은데?'

'몰라. 밥이나 먹어.'


잔뜩 용병들이 식사에 열중하는 모습을 본 레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일행들에게 향했다.


'이제 좀 조용하겠는데?'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것이 용병들의 특성이다. 더 이상의 소란스러움은 없으리라.


“자, 모두들 앉아서 식사 하자고.”


***



30분 후 식사를 마친 레이가 만족한 얼굴로 유렌을 쳐다봤다.


"휴우.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먹었는걸. 유렌도 맛있었지?"

"응, 오빠."


그가 묻자 유렌이 활짝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지 유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레이가 아직도 뚱한 얼굴로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는 세리엘을 쳐다봤다.


"그만 화 풀어. 진짜 신분패가 없어서 그랬다니까."

"조용히 하세요."


살짝 눈을 치켜뜬 세리엘이 그를 노려봤다.

상대가 마커스였으면 당장 욕설부터 날리거나 손과 발이 먼저 움직였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세리엘의 화를 푸는 것은 포기했는지 레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아, 잘 어울렸는데 아쉽네."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세리엘을 한번 더 놀리는 레이였다.


그런 레이의 도발에 발끈한 세리엘이 이를 악무는 그때.


'저 자식이!'


갑자기 세리엘의 손을 윌터가 붙잡았다.

"윌터 님?"

"검술 수련을 하고 싶다. 지도해다오."


윌터가 두 눈을 빛내며 요청했다.

하지만.

세리엘은 선뜻 소년의 요청에 응할 수가 없었다.


“몸을 아끼셔야 합니다.”


윌터는 국왕이 되어야 하는 몸.

검이 아니라 지성과 인성을 키워야 한다.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 검을 배워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리라.

당장은 말이다.


그래도.


“너희들에게 보호만 받는 건 미안해. 적어도, 노력을 하고 싶어.”


실제로 강해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노력이 그들에게 보답이 되리라.

윌터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의 목소리에 담긴 진지함에 결국 설득된 세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세리엘의 손을 잡고 여관을 나서는 윌터.

잠시 후.

부서진 창 밖에서 요란한 파공성이 들려왔다.


***


‘크게 될 꼬마군.’


창밖에서 들리는 파공성을 듣던 레이는 윌터의 평가를 상향했다.

똑똑하고 혜안을 가진 꼬맹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열의까지 가지고 있다.

당장 며칠 목검을 휘두른다고 실제로 강해지진 않겠지만.

노력하는 그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노림수라면 성공한거고.’


아니면, 감동을 받은 자신이 순진한 것이리라.

창가에 앉은 레이와 유렌, 마커스는 공터에서 세리엘의 지도아래 필사적으로 목검을 휘두르는윌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둘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라뇨?"


마커스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레이가 턱짓으로 세리엘을 가리켰다.


"꼬맹이 쳐다보고 있는 저 여자 눈 봐봐. 애정이 가득 묻어나잖아. 항상 뚱한 표정으로 있던 여자가 말이야."


그러자 마커스가 약간 씁쓸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조장님에게 윌터 님 또래의 남동생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반년 전에 잃어버리셨다고 하더군요."

'잃어버려?'


마커스의 대답에 세리엘을 쳐다보는 레이의 시선이 바뀌었다.


"꼭 찾을 거라고, 자신의 손으로 동생을 꼭 찾겠다고 하셨어요. 뭐, 그래서 그럴 겁니다. 윌터 님을 보면 동생이 생각나서 더 애틋하게 대하시는 거겠지요."


마커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레이는 한참 동안 말없이 목검을 휘두르는 윌터의 자세를 고정해주는 세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렌시아 용병 길드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작은 길드가 소속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용병 길드에 소속된 길드들 대부분은 일거리가 많은 아베든에 지부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텁석부리가 소속된 블레이드도 그런 길드 중의 하나였다.


"한 놈한테 당해?"


블레이드 길드의 마스터 마법사 파커가 책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불호령을 들은 텁석부리와 세 명의 용병들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찌 됐든 10년 가까이 용병 바닥을 누빈 베테랑들이 갓 스무 살을 넘긴 걸로 보이는 애송이한테 당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도 되지 않는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수하들을 보고 파커가 으르렁거렸다.


"제길.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용병 세계에서는 꼭 지켜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자존심과 위신이다. 이대로 당한 채 곱게 넘어간다면 곧 소문이 퍼질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전쟁이 끝나고 제대로 된 의뢰가 들어올 리가 없으리라.

파커가 텁석부리, 포스터를 보고 물었다.


"포스터. 녀석들이 어디에 있다고 했지?"

"포, 포가든 여관입니다."


살벌한 표정으로 웃은 파커가 책상에서 일어섰다. 상대가 있는 곳을 안 이상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가자."


길드원을 이끌고 파커가 당당히 지부를 나섰다.




***


개인 막사의 책상에 앉아 통신구로 복면 여인의 보고를 듣고 있던 슈인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역시 그랬단 말인가?"

"슈인 님의 말씀대로였습니다. 13중대, 그들은 미끼였습니다."


그녀의 차분한 어조에 슈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13중대의 공격이 있은 이후로 벌써 열흘이 흘렀다.

하지만 르타곤 제국군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기에 슈인은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비록 기괴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그 개개인의 전투력이 뛰어난 13중대를 이렇게 한시적인 소모품으로 써버린 이유는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바로 자신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미기인 것이다. 보고에 의하면 그의 예상대로 베인 좌장군이 이끄는 르타곤 제국군은 이미 헉슬란 성을 떠난 뒤였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후퇴라니··· 아버님이 손을 쓰신 건가?'


손등에 턱을 괸 슈인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이젠이라면 이미 르타곤 제국에게 어떤 계책을 벌였을 것이다.


아무리 신흥 귀족의 병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목적이라 한들, 내년에는 바루스까지 토벌할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렌시아군의 입장에서는 겨울이 더 닥치기 전에 더 이상의 병력 소모 없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 유리했다.


'그럼 속히 움직여야겠군.'

"밤이 오기 전에 아베든으로 귀환하거라."

"알겠습니다, 슈인 님."


슈인의 명령을 들은 복면 여인의 모습이 통신구에서 사라졌다.

그녀에게 귀한 명령을 내린 슈인이 일어섰다.

드디어···기대하던 전면전이 벌어질 시간이었다.


"거기 누구 없느냐?"


슈인이 부르자 막사의 문이 열리며 군기가 바짝 든 보초병 하나가 들어왔다.


"예, 군단장님."

"지금 에드 장군과 쿠르드 장군을 속히 불러오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보초병이 뛰어나갔다. 막사 밖으로 어둠이 지는 것을 보던 슈인이 중얼거렸다.


"시간은 충분하겠군."


이제 곧 밤이다.

작전을 세운 후 새벽에 야습을 시도한다면 충분히 헉슬란 성을 빼앗을 수 있으리라.

드디어 이 지루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수도 프레데른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때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도 프레데른이 있는 북쪽 하늘을 바라보는 슈인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번뜩였다.


***


시장에서 식량을 가득 산 레이 일행들은 여관으로 이어진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레이가 여관에 마차를 맡겨놓고 르타곤 제국으로 넘어갈 밀입국 중개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동안 그들에게는 식량을 사 오라고 했던 것이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양손에 과일과 음식이 잔뜩 든 종이봉투를 들고 있던 세리엘이 투덜거렸다.

아르고스는 레이의 의뢰주다.

거기다 이미 꽤 상당한 돈을 지불했다.

그런 아르고스의 대리인인 자신들을 이렇게 종처럼 부려먹을 수 있냐 이 말이다.


“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계약을 이렇게 무시해도 돼? 그 힘만쎈 멍청한······.”

"오빠 욕하지 말아요."


레이를 향해 장문의 욕을 늘어놓으려던 세리엘이 유렌의 한마디에 요것ㄹ을 삼켰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마커스의 옆에 있던 감시자의 존재를 까먹었던 것이다.


“······안해요.”

“······.”

“안 할 거니까 그렇게 안 봐도 되요.”


성난 고양이처럼 바짝 독이 오른 모습에 세리엘은 입을 다물었다.


'저 계집애는 왜 나한테만 저래?'


여행 내내 이유도 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유렌의 시선에 신경이 쓰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


세리엘은 순간, 극도의 불쾌함에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참자. 세리엘. 참아.’


저런 말이 통하지 않는 푼수는 상대해봤자 머리만 더 아파질 뿐이다.

그렇게 세리엘과 유렌이 신경전을 벌이던 그때.

식량이 가득 담긴 배낭을 메고 있던 마커스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렌 님, 윌터 님. 뒤로 물러서세요."


저벅-!!


그의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유렌과 윌터가 멈춰 섰을 때.

십여 명의 거한들이 나타나 골목의 양쪽 입구를 가로막았다.


"블레이드 길드의 마스터 파커라고 한다. 이 녀석들을 기억하고 있겠지?"


파커가 턱짓을 하자 레이에게 얻어터졌던 텁석부리 포스터와 세 명의 용병이 앞으로 나왔다. 그들을 알본 세리엘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실소를 흘렸다.


"그러니까 지금 복수를 하겠다는 거야? 그 녀석들이 먼저 시비 걸었다는 건 알고 있나 모르겠네."


세리엘의 이죽거림에 조소를 짓던 파커가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냐는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블레이드 길드의 길드원을 건드린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이거지. 얘들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65화 23.11.12 129 4 11쪽
64 64화 23.11.10 129 4 12쪽
63 63화 23.11.09 137 5 12쪽
62 62화 23.11.08 128 4 11쪽
61 61화 23.11.07 135 4 11쪽
60 60화 23.11.06 148 4 11쪽
59 59화 23.11.05 158 4 12쪽
58 58화 23.11.04 163 4 12쪽
57 57화 23.11.03 185 4 12쪽
56 56화 23.11.01 165 4 13쪽
55 55화 23.11.01 166 4 12쪽
54 54화 23.10.31 152 4 12쪽
53 53화 23.10.31 170 4 11쪽
52 52화 23.10.28 167 4 12쪽
51 51화 23.10.27 175 4 12쪽
50 50화 23.10.27 197 4 12쪽
49 49화 23.10.24 181 4 12쪽
48 48화 23.10.23 190 4 11쪽
47 47화 23.10.19 196 4 12쪽
46 46화 23.10.18 197 4 12쪽
45 45화 23.10.17 208 4 12쪽
44 44화 23.10.16 215 4 14쪽
» 43화 23.10.13 217 4 12쪽
42 42화 23.10.11 222 4 12쪽
41 41화 23.10.06 240 4 12쪽
40 40화 23.10.04 258 4 11쪽
39 39화 23.10.03 255 4 12쪽
38 38화 23.10.02 249 4 12쪽
37 37화 23.09.29 267 4 12쪽
36 36화 23.09.28 267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