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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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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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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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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페르단 대륙의 서부에 위치한 렌시아 황국의 수도 프레데른의 황궁에서는 올해로 19세가 된 아멜린 공주의 성년제가 열리는 중이었다.

수십 명의 황족과 귀족들이 모여 있는 황궁 연회장의 테이블에는 각 지방의 특산물로 요리한 음식들로 가득했고, 악단은 연주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성년제는 한창이었지만 정작 성년제의 주인공인 아멜린 공주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국왕 프레드릭 렌시아나 황비 제시카 렌시아를 비롯한 황족들과 귀족들은 그저 기대와 호기심이 섞인 얼굴로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황비. 당신도 우리 아멜린의 파트너가 누구일지 기대되지 않소?”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프레드릭이 자신의 왼편에 서 있는 제시카를 보고 말했다. 그녀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 기대보다는 걱정이 됩니다. 아직 어린애지 않습니까.”

아내의 말에 프레드릭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눈을 떴다.

“잊었소? 당신의 딸 아니오. 남자 보는 안목은 있겠지, 암.”

프레드릭의 대답에 황비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귀족들도 와 하고 웃음을 터드렸다.

매년 5월 1일 치러지는 렌시아의 성년제에는, 19세를 맞이한 소년 소녀가 축하 파티에 자신의 파트너를 데려오는 전통이 있었다.

때로는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놀림감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공주라는 지위와 더불어 렌시아 황국 전역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의 미모와 착한 품성을 가진 아멜린의 파트너 자리를 거부할 사내가 어디 있겠는가?

거기다 벌써 몇 달 전부터 젊은 귀족들은 아멜린에게 선물 공세를 퍼부으며, 그녀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었다.

그랬기에 프레드릭과 제시카는 자신의 딸이 데려올 파트너에 대한 기대를 금치 못하는 것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황족을 비롯한 모든 귀족들도 아멜린의 파트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수도 프레데른의 황궁에서 가장 많은 꽃과 나무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황궁 정원을 먼저 꼽을 것이다.

물감을 칠한 것처럼 수십 종류의 꽃들과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나무들의 아름다움은 엘프들이 살고 있는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소나무에 기대어 있는 백색 제복 소년의 눈에는 그저 공허함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19살이라... 벌써 4년이 되었군.’

소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힌다.

7년 전, 렌시아는 르타곤 제국과 바루스 연합군에 의해 영토의 절반을 잃는 수모를 당한 적이 있다. 비록 아이젠 롤렌드라는 전쟁영웅의 등장으로 영토를 다시 수복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 이었다.

바로 전쟁이 끝나면서 르타곤 제국으로 끌려간 1천 명의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이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창백한 인상의 소년도 그때 끌려간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곳에서 소년을 비롯한 아이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생활을 겪었다.

라이온스 게이트라 불리는 르타곤 제국의 비밀부대에서 어쌔신으로 키워진 것이었다.

끔찍한 세뇌와 구타, 그리고 잔혹한 훈련이 이어졌다. 다리가 부러져도, 피를 토해도, 그 어떤 부상을 입어도 아이들은 움직여야 했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거나 쓰러지면 교관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기에.

아이들의 수는 해가 갈수록 급격히 줄어들었다. 결국, 3년 후, 르타곤으로 끌려간 아이들 중 열 명이 탈출을 하게 되었다.

그 열 명 중 살아남아 렌시아까지 도착한 생존자는 레이와 슈인이라는 소년 둘에 불과했다.

가족도, 고향을 잃은 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결국 두 아이들 중 하나는 황궁의 호위기사가 되었고, 또 다른 아이는 수도방위군의 소속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4년이 흘렀고, 두 아이들은 이제 성년제를 맞이할 19살이 되었다.

‘슈인 녀석은 잘 있으려나? 갑자기 보고싶네. 매정한 녀석. 연락 한번 없고’

1년 전 헤어진 친구 슈인을 떠올리던 소년,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외로움 따위의 감정은 잊은 지 오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걸까.

저벅-

갑자기 소년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었다. 자신의 등 뒤에서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재빨리 고개를 돌린 소년의 눈이 커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자신의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보석과 장신구가 잔뜩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를 본 레이워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아멜린 공주님?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어디서부터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던 소녀, 아멜린이 그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헉헉. 너 찾아왔지. 내 호위기사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그, 그게······.”

그녀의 질책에 대답을 찾지 못한 레이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은 다른 동기들과 선배들의 질시를 받고 있는 입장이었다. 황궁에 소속된 기사들의 출신은 대부분 20대 후반의 귀족들이었다. 그들은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적어도 15년 이상 수련에 매달려 기사들이 된 자들이었다.

그런 귀족 출신의 기사들에게 고아출신의 평민인 자신이 고운 눈으로 보일 리는 만무했다. 그랬기에 매번 이렇게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신에게 내려지는 임무는 지금처럼 정원에서 보초나 서는 허드렛일이 전부였다.

물론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이 싫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그 꿀 먹은 벙어리인 듯이 서 있는 레이를 지그시 바라보던 아멜린이 갑자기 히죽 웃으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고, 공주님?!”

“따라와. 내가 파트너가 되어줄게.”

“파, 파트너라고요?”

“올해 19살이라며? 너도 축하파티에 가야할 것 아니야.”

천연덕스럽게 대답한 아멜린이 멍한 얼굴의 그를 다짜고짜 연회장 쪽으로 잡아끌기 시작했다.


황궁을 중심으로 프레데른은 귀족들이 모여 사는 동부지역과 평민들이 살고 있는 서부지역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서부지역의 파베든은 부랑아들이나 고아들이 모여 살고 있는 빈민가였다.

그런 파베든의 한 공터에서 아이들과 섞여 가죽 공을 차고 잇는 날카로운 눈매의 소년의 모습은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수도방위군을 상징하는 회색 제복을 입은 소년의 왼쪽 가슴팍에는 기사를 나타내는 십자로 교차하는 검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채 2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이 소년의 신분이 수도방위군에 소속된 기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들 속에 섞여 공을 차며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은 보통소년과 다를 바가 없었다.

10여 분간 숨 돌릴 틈도 없이 아이들과 부대끼며 가죽 공을 차던 파란머리 소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슈인 형. 왜 그래?”

아이 하나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소년, 슈인을 보며 고래를 갸웃거렸다. 심각한 얼굴로 골목어귀를 바라보던 슈인은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형이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 어쩌지?”

그의 말에 아이들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번졌다.

“진짜 가야돼?”

“히잉... 오빠. 조금만 더 놀다가. 응?”

풀죽은 얼굴로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뒷머리를 긁적이던 슈인이 대장으로 보이는 덩치 큰 소년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1골드를 건네줬다.

“대신, 이걸로 맛있는 거 사먹어. 알겠지?”

“와아! 형, 고맙습니다!”

넙죽 1골드를 받아든 소년과 다른 아이들이 슈인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다음에 또 올게. 그럼.”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오른손을 흔들던 슈인이 뒤돌아섰다. 그가 사라지자 다시 아이들은 편을 나눠 가죽 공을 차기 시작했다.

잠시 골목 앞에 서서 땀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슈인의 뒤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베론인가?”

슈인의 물음에 뒤에 서 있던 갑옷을 입은 사내가 부복하며 말했다.

“사령관 님의 호출이십니다.”

베론의 대답에 슈인이 황궁을 향해 고개를 도렸다.

5월 1일. 황궁에서는 귀족과 황족들이 모여 아멜린의 성년제를 축하해주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운명도 모른 채.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레이······.’

서로 목숨을 맡겼던 동지이자 자신의 유일한 친구. 그러나 황궁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은 하나뿐인 친구에게 검을 겨눠야 한다.

물끄러미 황궁을 바라보던 슈인의 입에서 조소가 걸렸다.

대의 앞에서 사사로운 감정 따윈 방해물일 뿐이다. 막는 자가 있다면, 누구라도 벨 뿐.


“가자꾸나.”

마음을 정리한 슈인이 황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베론도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레이가 기사가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당연히, 장군이 되어 군사들을 이끌고 르타곤 제국을 정벌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혼자만의 힘으로 복수를 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둘째는 슈인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바로 아멜린 공주 때문이었다.

프레드릭 황제에게 르타곤 제국과 포로로 끌려간 아이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수도까지 왔지만 레이와 슈인은 문을 지키고 있는 보초병에게 늘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보초병으로서도 찢어진 넝마를 걸친 거지꼴의 아이들을 황궁 안으로 들여보냈을 수는 없었으리라.

물론 둘의 힘만으로도 어떻게든 황궁에 잠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후에 벌어질 일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소년들은 그저 보초병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던 날.

여느 때처럼 보초병과 악다구니를 벌이고 있던 둘의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났다. 바로 아멜린이었다. 시녀들과 함께 황궁정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소란스러움을 듣고 나와본 것이다.

레이와 슈인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황제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절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던 아멜린이 레이의 손을 잡은 것이다.

“흐흑. 미,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레이의 때 묻고 더러운 손을 잡고 아멜린은 한참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해따. 그리고 그녀는 둘을 데리고 가 황제를 만나게 했다.

모든 이야기를 한 둘은 황제에게 치하를 받고,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과 집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난 후, 레이는 황궁 기사단으로, 슈인은 수도방위군으로 들어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레이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황궁으로 들어온 첫날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그를 알아본 아멜린이 대뜸, 그를 자신의 호위기사로 삼은 것이었다.

대번에 황족, 그것도 공주의 호위기사가 된 레이는 더욱더 다른 이들의 눈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지금의 상황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리라.

점점 가까워지는 연회장의 문을 보며 레이가 몸서리를 쳤다.


“안 됩니다. 공주님. 제가 어찌 공주님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겁니까?”

“아, 거참 말 못 알아듣네. 레이가 내 파트너가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네 파트너가 되는 거라니까!”

“그게 그거잖습니까!”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버럭 성질을 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하게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내 레이는 자신이 고함을 친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아멜린이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나한테, 레이가, 나한테.. 소, 소리를 질렀어.으아앙!”

“죄,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 그게 아니라······.”

“흐윽. 흐윽. 그럼 따라올 거지? 그냥 조용히 따라올 거지?”

흐느끼는 공주를 보며, 레이는 패배를 인정하는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손등으로 눈가를 쓰윽 닦은 아멜린이 그를 보며 언제 울었냐는 듯이, 생긋 미소를 지었다.

“좋아. 처음부터 그냥 갔으면 좋았잖아.”

“예······.”

레이는 더 이상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고 아멜린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둘을 본 연회장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기사 둘의 눈이 커졌다.

“고, 공주님?”

놀란 기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전까지 레이를 보며 살며시 웃던 아멜린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문 열어.”

“아, 알겠습니다.”

그녀의 명령을 들은 기사가 움찔 놀란 얼굴로 연회장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들려온던 웅성거림뿐만 아니라 음악소리까지 사라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출입문으로 쏠린 것이다.


“자, 들어가자. 레이.”


아멜린 공주의 체근에 레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


“예······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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