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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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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글자수 :
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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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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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화

DUMMY

51화



"하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방문을 열고 나온 윌터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깬 윌터는 지금까지 오줌을 참다가 결국 일어선 것이다.


"호, 혼자서 갈 수 있어."



금방이라도 오줌이 나올 것 같은 사타구니를 꽉 움켜쥔 윌터가 스스로를 독려했다.

어두컴컴한 복도와 계단이 조금 무섭긴 했지만, 미래의 국왕이 될지도 모르는 자신이 오줌을 누러가는 것이 무서워 신하들을 깨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 체통이 있지.'


속으로 중얼거리던 윌터가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소년이 막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벌컥-!


갑자기 문이 열리며 피투성이의 병사가 여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내가 꿈을 꾸나?’


윌터는 피투성이의 병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끔벅끔벅-!!


소년은 눈을 감았다뜨면 잠이 깨고.

눈앞의 사내가 사라지길 바랐지만······.

피투성이의 사내는 여전히 앞에 서서 신음을 흘렸다.


“사, 살려······.”"으아악!"


결국 윌터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연이어.


다다다다닷-!!


도마뱀 피부를 가진 하프 몬스터 병사가 여관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게 아닌가.


“······?!!”


깜짝 놀란 윌터가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푸우우욱-!!!!!!!!!!


하프몬스터의 검이 병사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었다.


털썩-!!


병사가 쓰러진 후.

하프 몬스터가 윌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크크. 꼬맹이. 놀랐나보지?"


윌터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사타구니를 적시고 있었다.

병사가 죽는 모습에 놀란 나머지 그대로 오줌을 지린 모양이었다.

바닥을 적시는 오줌을 본 13중대원이 히죽거렸다.


"사내새끼가 겨우 이정도로 오줌을 싸다니······ 곱게 자랐나보군."


윌터를 바라보며 13중대원이 피 묻은 검을 혀로 핥았다.

그 역시 다른 중대원들처럼 몸속에 몬스터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 맛을 본 이상 계속해서 끓어오르는 살의를 참을 수가 없다.

아무리 반은 인간이라지만 몬스터, 포식자로서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이 죽이고, 뜨거운 피를 온 몸에 흠뻑 적시고 싶다.

물론 쿠르드는 민간인을 죽이지 말라 했지만······.


'흐흐흐. 누가 알겠어?'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13중대원이 윌터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다리 힘이 풀린 윌터는 제대로 물러설 수조차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서서 벌벌 떨어대는 소년을 보며 13중대원이 입매를 들어올렸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 꼬마. 다른 녀석들도 조만간에 네 뒤를 따라갈 테니까 말이야."


나름대로 윌터에게 위로를 해준 13중대원이 검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내리치지 못했다.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어이, 얼간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꼬맹이 앞에서 갖은 폼을 다 잡는 꼴이라, 부끄럽지 않나? 그런 꼬맹이 말고 나랑 노는 게 어때?"


마나연공을 하다가 윌터의 비명을 듣고 내려온 레이였다.

그러나 13중대원은 오히려 조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


"후후. 보통 인간 주제에 건방진 말을 하는군. 좋아. 꼬맹이 보다 너부터 먼저 죽여주지."


레이를 보면서도 13중대원의 입가에 맺힌 조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은 리자드맨과 인간의 혼혈아다.

보통 인간의 몇 배는 되는 근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이 정도 인간쯤은 아무런 상대가 되지 않는다.


타닷-!


바닥을 박찬 13중대원이 레이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서걱-.


파육음과 함께.


"으억?"


그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레이를 향해 검을 내리치려던 13중대원의 머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무시무시한 스피드의 아랑파천이 그의 목을 베고 지나간 것이었다.

툭 잘려 나간 머리와 함께 13중대원의 몸이 무너졌고.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그를 처리한 레이는 무감한 표정이었다.

13중대원 하나 쓰러뜨렸다고 해서 ‘승리감’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전쟁이 났군.’


희미하지만.

거리 곳곳에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렌시아군이 공격을 한 건가?'


레이의 추리가 끝나는 동시에-


“꺄아악! 살려줘!”

“으아악!”

“우리는 민간인이야! 민간인이라고!!”


연신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쾅쾅-! 콰아앙-!


마법이 터지는지 굉음과 함께 섬광이 번뜩였다.


꾸욱-!


이를 악물고 상황을 파악하던 레이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대로 있으면 위험해. 빨리 사람들을 깨워야 해.'


방금 자신이 처리한 놈도 헉슬란 성에 오기 직전 싸웠던 놈들과 똑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모두 렌시아군이었다는 소리였다.

일이 커지기 전에 어서 헉슬란 성을 벗어나야 한다.

결정은 내린 레이의 시선이 윌터에게 향했다.


“꼬맹이. 가서 사람들을 깨워.”



***




헉슬란 성의 병사들은 용맹하기 그지없었다.

삼만이 넘는 대군의 야습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복하는 자 없이 필사적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용맹한 헉슬란군도 슈인을 보고서는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슈아악-!


단 한 번의 파육음이 울릴 때마다 수십 번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끄어어억! 아아아악! 으허어억!



슈인에게 다가간 병사들은 모두 양미간이나 목젖, 가슴팍에 구멍이 뚫린 채 절명했다.

슈인은 그저 허공을 향해 검을 한번 내찔렀을 뿐인데도 말이다.

당연했다.

초스피드로 내지르는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내는 충격파를 한낱 병졸이 어찌 볼 수 있겠는가.


"끄악!"

"커헉!"


또다시 여덟 명의 병사들을 쓰러뜨린 슈인이 남아 있는 병사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히이익!"


겁에 질린 병사들이 병장기를 던지고는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항복하겠다 이건가?”

“예. 항복하겠습니다!! 렌시아에 충성을 바칠 테니 목숨만······.”

“필요 없다.”


르타곤 기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슈인의 레이피어는 멈추지 않았다.


피슛-! 피슈슛-! 피슛-!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은 오러의 다발 기사와 병사들을 덮쳤고.


쿵-! 털썩-!


슈인의 오러 웨이브에 양미간이 꿰뚫린 아홉 명의 병사들이 철퍼덕 바닥에 쓰러졌다.


'병사들이라면 단 한 명도 살려줄 필요가 없겠지.'


슈인에게는 철칙이 있었다.

민간인은 죽이지 않고 인재는 등용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병졸들을 살려둘 만큼 슈인은 자비롭지가 않았다.


"죽여라. 르타곤의 갑주를 입고 병장기를 든 놈은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그의 눈에 르타곤의 병사는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가족을 죽인 원수일 뿐이었다.

슈인의 외침을 들은 렌시아군의 손속이 더욱 악독해졌다.


"으아악!"

"끄어억!"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듣던 슈인의 입매가 치켜져 올라갔다.

르타곤 제국군의 시체가 쌓이고.

핏물이 웅덩이를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슈인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장의 비명소리가 어떤 악단이 연주하는 교향곡보다 더욱 아름답고 감미로웠다.


'더욱 울부짖어라. 더욱 고통스러워해!'


마음속으로 외치던 슈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직 살아남아서 도주하고 있는 한 무리의 병사들을 발견한 것이다.


저벅저벅-!!!


레이피어를 치켜든 슈인이 사냥감들을 향해 걸어갔다.



***


여관을 나온 레이 일행은 마차 정류장이 있는 후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꽤 오래전에 싸움이 시작됐는지 거리에는 헉슬란군의 시체가 가득 쌓여 있었다.

시체들을 보고 놀란 유렌의 두 다리가 휘청거렸다.


"유렌, 무서우면 고개 돌려."


그녀의 손을 꼭 잡은 레이가 말했다.


“응.”


짧게 대답한 유렌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원래의 용병 복장을 입고 건틀렛을 낀 레이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의 손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들을 힐끔 보던 세리엘이 윌터에게 물었다.


"윌터 님, 괜찮으세요?"


윌터와 오랜 생활을 해왔기에 그가 가넷 대공부부의 기억 때문에 피와 시체를 무서워하는 것을 세리엘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윌터는 아무런 내색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괘, 괜찮아."


목소리는 떨린다.

그러나 소년은 당당히 걸어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의 심지가 조금은 더 굳건해진 것 같았기에 세리엘은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반면.

주변을 살피던 마커스의 목소리는 불안이 가득했다.


"병사들이 쫙 깔려 있네요. 움직이기 힘들겠어요."


그의 말대로 거리마다 십여 명의 렌시아군이 보였다.

물론 자신들의 힘으로는 충분히 저들을 제압하고 뚫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전투원인 유렌과 윌터가 있다.

섣불리 움직여서 위험을 자초할 순 없는 것이다.

거기다······.


화르륵-.


후문에 있는 마차의 정류장이 불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후문 쪽만 아니라 곳곳에서 화염이 피어올랐다.

아마 렌시아군이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도주를 막기 위해 마차의 정류장에 불을 지른 것이리라.


'어떻게 하지?'


고민에 잠겨 있던 레이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자신들의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인기척을 느꼈던 것이다.


스릉-.


유렌의 손을 놓으며 레이가 등의 검집에서 아랑파천의 힐트를 잡았다.

하지만 아랑파천을 뽑지는 않았다.

뒤편에 나타난 인영의 정체를 확인했던 것이다.


“안톤.”


레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피로 흠뻑 젖어 있던 안톤이 쓴웃음을 지었다.

"적인지 아군인지 확인은 하고 빼 들어."

“무사하셨군요.”

“그래. 내 피가 아니라 저놈들 피야.”


자신의 상태를 바로 파악한 레이에게 살짝 놀라던 안톤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너희들,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안톤이 레이 일행들을 보고 물었다.

수하들은 이미 당했고.

안톤은 혼자만 살아남았다.

살기 위해선, 이들과 같이 움직여야 한다.


"동문 앞에 있는 식량 창고에 식량 수송용 마차가 있다. 그곳의 마차들까지는 아직 녀석들이 처리하지 못했을 거야. 나와 힘을 합치는 것이 어때? 너와 나 정도면 충분히 녀석들을 뚫을 수 있어."


안톤의 물음에 레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소드마스터 세컨드.

단신이라면 저들을 도륙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 이곳에는 슈인이 있을 터.


여기서 소란을 피우다간 놈과 마주할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자신의 힘을 숨겨야 한다.

거기다 비전투원인 유렌과 윌터도 보호해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무엇을 고민하겠는가.



레이가 안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안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빨리 가자고."


레이의 깍듯한 말투가 기분이 좋은지 안톤이 빙그레 웃으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


동문으로 이어진 대로에는 오십여 명의 렌시아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의기양양하게 병장기를 치켜든 그들을 건물 사이에서 주시하던 레이가 안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른 길은 없나요?"


여기서부터 저들을 친다면 분명 다른 쪽에 있는 렌시아군에게도 알려질 것이다.

안톤의 얼굴도 어두웠다.

저렇게 병사들이 깔려 있는 걸로 보아 이미 성의 대부분이 렌시아군에게 점령당한 것 같았다.


"동문으로 이어진 길은 여기밖에 없어."


안톤의 말에 레이와 세리엘, 마커스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검을 빼낸 세리엘이 중얼거렸다.


"싸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뜻이군요."



"그렇다면 빨리 해치워야겠지."


세리엘에게 짧게 대답한 레이가 등의 검집에서 아랑파천을 빼들었다.


스르릉-!


“이렇게 된 이상, 칼춤한 번 제대로 춰보자고.”


씨익-!


냉소를 지은 레이의 신형이 렌시아 군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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