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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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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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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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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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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DUMMY

39화




촌장의 자택에서 식사를 마친 후.

파드리안이 레이만을 데리고 자택의 지하실로 내려갔다.

베르하르트가 동행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파드리안은 거절 했다.


“나는 이 자를 믿네.”

“하지만······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이 자가 다른 마음을 품으면 자네가 같이 간다고 해도 막을 수 없네.”

“······.”


“저 다른 마음 안 먹을 테니까 빨리 가시죠.”


레이의 채근에 파드리안이 베르하르트를 두고 지하실로 내려갔고.

몇 십 개의 계단을 내려간 후.


발광석이 부착되어 있는 지하실의 중앙.


환하게 빛나는 주먹만한 푸른 색의 돌이 허공에 떠있었다.

레이는 파드리안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돌의 정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엘프스톤이군요.”

“눈썰미가 있군.”

“이걸 왜 보여주시는 겁니까?”

“자네의 몸을 조금이라도 고칠 수 있는 해답이 이 돌 안에 있네.”


파드리안의 물음을 들은 레이의 눈이 커졌다.


“이 돌이 제 몸을 고칠 수 있다구요?”

“앞서 말했던대로 3일짜리 소드마스터는 될 수 있을 거야.”


꿀꺽-!


마른침을 삼킨 레이가 물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간단해. 자네의 맨손을 엘프스톤에 갖다 대게. 그리고 순정한 기운을 받아들이면 돼.”


“······정말 그게 끝입니까?”


레이의 반문에 파드리안이 만면 가득 미소를 지었다.


“해봐. 쉽진 않을 걸세.”

“······.”


파드리안의 응수에 레이는 불안을 느꼈지만.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한 후.

레이가 엘프스톤에 손을 갖다댔다.


탁-!


그의 손이 닿는 순간.


“······?!!”


푸른 섬광이 사방으로 뿜어지더니 레이의 몸 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크으윽! 으으윽! 너무 아프잖아요?!”


깜짝 놀란 레이가 소리쳤고.

그의 비명소리를 즐겁게 듣고 있던 파드리안이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 안에 있는 마나로드는 더러운 약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어. 그 약물의 기운을 모조리 빼내기 위해선 외부에서 강력한 기운을 쑤셔 넣어서 태워버려야 하지. 조금 화끈한 것만 참으면 몸 상태가 아주 좋아질 거야.”

“조금이 아니라고요요요옷! 크으으윽!”


소리를 치려던 레이가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파드리안의 함정에(?) 빠진 이상 기운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너무 아프잖아. 크으윽.’


뼈와 근육, 아니 혈관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이후에는 내장이 녹는다.

그래도.


‘뭔가 나오고 있어.’


파드리안의 말대로였다.

시커먼 땀방울이 쏟아지고 있다.


치이이익-!


단순히 시커먼 땀방울만 아니라 검은 연기까지 몸 밖으로 배출되고 있다.

고통스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상쾌한데?’


몸 안에 있던 모든 불순물이 사라진다.

그리고.

불순물이 사라진 곳에 정순한 기운이 가득 찬다.


쿠오오오-!


저절로 마나가 흘러나왔고.

그가 풍기는 기운에 바닥에 금이 간다.


‘내가 강해지는구나.’


불순물에 막혀 마나로드를 돌지 못했던 마나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강렬한 기운에 바닥이 녹아들고.


쩌저적-! 저적-!

벽에 금이 간다.


그 순간.


레이는 느꼈다.


‘내 약점이 사라졌어.’


자신은 이제 진짜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


그날 정오.

엘프스톤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고. 몸을 어느정도 치료한 레이가 일행들과 함께 떠나기 위해 마을의 입구에 서있었다.


처음에는 적이었지만.

레이 일행에게 은혜를 입은 하이엘프들이 마중을 하러 나왔고.

그들의 배웅에 기뻐하던 레이가 파드리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인사는 내가 해야지. 우리 마을 구해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저도 단순한 선의가 아니었는걸요.”


레이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파드리안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지. 그 이유가 올바른 방향이면 된 거야. 나도 자네의 호의에 보답할 수 있으니 고맙네.”


파드리안의 이야기를 듣던 레이는 가슴이 살짝 벅차 올랐다.

카일 이후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러니.


한 가지 더 질문을 하고 싶었다.



“어르신도 소드마스터셨죠?”

“눈치는 있군. 검을 사용한 건 아니지만, 그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었지.”


파드리안의 대답에 레이가 질문을 이어갔다.


“제가 더 강해질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자네의 실력도 충분히 강하네. 허나 더욱 강해져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예."


결연한 의지가 서린 얼굴로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그를 바라보던 파드리안이 말했다.


"검신합일이라는 동방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만."


레이가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파드리안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혔다.


“검신합일(劍身合一 ). 모든 감정과 욕망, 심지어 자신까지 버리고 검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네. 그 순간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를 초월할 수 있다더군. 마음으로 상대를 벤다고 하던데······.”

“그런 건 신 아닙니까?”

“그 정도는 되어야 자네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걸세.”


파드리안은 레이가 목표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이 모든 참사의 원흉인 아이젠이라는 자일 터.

확실치 않지만 빈센트도 그가 보낸 것이리라.


“이왕 마음을 먹었으면 신화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그렇지?”


파드리안의 농담섞인 응원에 레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 정확히 어떤 단계인지는 감이 오진 않는다.

그래도.


'자신을 버리고 검과 하나가 된다······.'


더 강해질 수 있는 실마리는 얻은 셈이다.

엘프스톤의 힘을 흡수하는 그때.

자신은 무언가를 초월했었다.


아마.

그때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 쉽게 이뤄지진 않겠지만.

레이는 뭔가 미로 속에서 길을 찾은 느낌이었지만.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레이는 착잡한 얼굴로 폐허가 된 하이 엘프 마을을 바라보았다. 통나무로 된 집이 모두 부서져 있고 식량 창고도 형편없이 파괴되어 있었다. 아무리 파괴되었다 한들 마을을 재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엘프스톤을 가져가지 못했기에 또 다른 추적자가 들이닥칠 터.

마을을 버려야 하리라.


레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챈 파드리안이 입을 열었다.



"우리도 떠날 걸세."

"떠나신다고요?"


레이의 반문을 들은 파드리안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천 년이 넘게 지켰던 고향을 떠나야 하는게 가슴 아팠던 것이다.

파드리안의 왼편세 서있던 베르하르트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괜스레 레이를 보며 투덜거렸다.


"흥! 인간 주제에 건방지게 우리 일은 상관하지 말고 꺼져!"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는 것을 느낀 레이의 시선이 파드리안에게 향했다.

자신은 외부인.

더 이상은 나서는 건, 실례일 터.



"또 뵙길 빌겠습니다. 꼬마, 너도 고마웠다."


차분한 어조로 파드리안에게 인사를 한 레이가 그의 오른편에 있던 페이오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이 옆에 서 있던 유렌도 페이오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은혜 잊지 않겠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그건 그냥··· 하하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오른 페이오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댔다.


"그럼."


목례를 한 레이와 유렌이 타자 마커스가 마차를 출발시켰다.

멀어지는 마차를 보던 파드리안은 그 옛날 자신과 함께 전선을 만들어냈던 인간 영웅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긍지와 노력으로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던 자들의 기억을.

머지않아 저 아이들의 이름도 페르단 대륙의 역사에 남으리라.


"촌장님."


추억에 잠겨 있던 파드리안이 베르하르트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지금은 과거의 추억보다 눈앞의 현실을 직시할 때다.


"모두 준비를 서두르게. 오늘 안으로 떠나야 하네."


파드리안의 명에 모든 하이 엘프들이 짐을 챙기기 위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페이오스는 한참 동안 발이 붙은 듯 그 자리에 서서 마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떠나고 싶으냐? 저들과 같이 가고 싶어?"


손자의 옆으로 다가온 파드리안이 부드럽게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페이오스가 대답했다.


"가고 싶어요.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해야 할 일?!"

"더 강해져서 할아버지와 동족들을 지키는 일이요. 하하하."


멋쩍게 웃은 페이오스가 짐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뛰어갔다.

멀어지는 손자의 부쩍 넓어진 등을 보던 파드리안은 깨달았다.


'저 녀석, 언제 어른이 되었지?'


시간은 확실히 흐르고 있다. 인간들과 하이 엘프들의 시간도 그러나 파드리안은 알지 못했다.

머지않아 자신들과 인간들의 시간이 또다시 겹치게 되리라는 걸.



렌시아 황궁의 지하에는 고위 대신들조차 그 존재를 모르는 비밀 마법 연구소가 있었다.

아이젠이 황제가 되자마자 클락을 위해 만들어준 연구소였다.


비밀 연구소의 복도에는 회색 로브를 입은 사내들이 바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복도의 벽에는 투명한 액체가 든 유리관 안에 조각난 인간과 몬스터, 엘프나 드워프, 오크의 팔과 다리, 장기가 떠 있었지만, 마법사들은 이미 그 끔찍한 광경에 익숙해진 듯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연구실 지하 2층의 유리창으로 그들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아이젠이 씁쓸하게 웃었다.


"여덟 번째 조각을 빼앗는데 실패했다라? 빈센트도 당했고?"

"죄송합니다, 폐하."


아이젠의 앞에서도 항상 호기로움을 잃지 않던 클락이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도 자신의 제자 중 하나인 빈센트가 마지막 임무를 남겨두고 실패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거기다 하이엘프들은 모두 떠나고 없었다?"


아이젠이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크로우들과 일천여 명의 병사들이 다시 샤루너드 수을 덮쳤지만 하이엘프들은 사라진 뒤였다.

결국 여덟 번째 엘프스톤의 조각은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 전 대륙의 숲을 모두 뒤져서라도 녀석들을 찾고 말 테다.'


그만큼 엘프 스톤은 가치가 있었다. 7개의 조각이 자신에게 있는 이상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지금은 그보다 새로운 실험 품의 위력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더 이상은 괘념치 말거라. 변수가 있어야 재미있는 법이니까.“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쓸데 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실험품이나 보여다오."

"알겠습니다, 폐하. 시작하거라."


클락이 통신구에 입을 대고 명령을 내리자 지하 3층에 있는 연무장의 문이 열리더니 시커먼 털복숭이의 괴물이 튀어나왔다.


"기가 드센 놈이군."


아이젠이 큼지막한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마구 두드려대고 있는 트롤을 보며 말했다.


"어제 잡아놓은 놈입니다. 방금 전까지 수면 마법에 걸려 잠들어 있었으니 한창 허기질 것입니다."

"그래? 볼만하겠어.“


허기가 진 몬스터는 몇 배로 사나워진다.

클락도 그걸 위해 굶겨놓은 것이리라.


트롤이 서 있는 사이 연무장 한쪽의 문이 열리더니 붉은 육망성이 그려진 흰 가면을 쓰고 창을 든 흑의인이 들어왔다.


"놀라실 겁니다. 클클."


클락이 다시 호기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트롤이 복면을 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츄아아악-.


트롤의 큼지막한 주먹이 사내를 향해 떨어졌다.

그러자 트롤이 다가올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서 있던 사내의 신형이 갑자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콰직-!


텅 빈 바닥을 때린 트롤이 갸웃거리고 있을 때 몬스터를 향해 떨어지던 사내가 창을 휘둘렀다.


츄아아악-!


창의 끝에 서린 강렬한 오러가 트롤의 양미간부터 몸을 베고 내려갔다.


착-.


사내가 바닥에 착지하자 맘이 갈라진 트롤이 내장과 선혈을 바닥에 쏟으며 쓰러졌다.

창에서 오러를 거둔 복면 사내가 조용히 자신이 나왔던 통로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일정한 발걸음이었다.


그런 사내, 아니 실험체를 바라보던 아이젠의 입에서 옅은 감탄이 흘러 나왔다.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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