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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6,835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0.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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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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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화

DUMMY

49화








안톤이 그동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레이와 싸운 후 더욱 수련에 증진하기 위해 레드울프 용병단을 해체시키고 홀로 전장을 누비다가 헉슬란 성까지 흘러 들어갔다.

그 와중에.

뛰어난 명성과 실력을 가졌기에 그는 단숨에 성주인 한스 헉슬란의 눈에 띄어 용병들을 이끄는 백인장이 되었다.


오늘도 마침 순찰을 하다가 오물 배출용 하수구를 통해 밖을 나가는 벤더를 발견했다.

그는 벤더 일당을 잡은 후 돌아가려다 레이 일행의 마차를 본 것이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정말 우연이군.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일단은 가자구."


이야기를 마친 안톤이 말을 출발시켰다.

레이 역시 13중대원이 타고온 말 중에 하나에 올라타고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쯤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유렌의 얼굴이 떠올라 조바심이 난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미처 몰랐다.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또 다른 눈이 있음을.



두 사람이 사라진 후.

13중대의 생존자 중 하나인 하프 오크, 블릭이 몸을 살짝 일으켜 세웠다.


'드, 드디어 갔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블릭의 두 주먹이 부들거렸다.


'무, 무시무시한 녀석이었어. 단테스 님을 죽이다니.'


꽉 주먹을 쥔 블릭의 손이 오들오들 떨렸다.

단테스는 쿠르드를 제외하고는 13중대원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는 강자였다.

그런 그를 저리 쉽게 죽이다니!!!


'대장님께 아, 알려야 해.'


저런 괴물이 헉슬란 성에 있다는 것을 쿠르드에게 알려야 한다.

주인을 잃고 서 있는 말에 올라탄 블릭이 13중대가 이동하고 있는 방향으로 급히 말을 몰았다.




***



헉슬란 성이 보이기 시작하자 쿠르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때는 같이 전장을 누비던 동료들이다. 이제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베어야 하는 것이다.


'후후. 나도 웃기는군. 저들이 언제 날 동료라고 인정해준 적이 있었나?'


쿠르드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자신, 아니 13중대원들은 그들에게 있어 소모품에 불과했다. 가장 먼저 위험한 지역에 뛰어드는 것은 자신들이었지만 논공행상에서는 항상 뒷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슈인의 말대로라면 자신들을 미끼로 쓴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과 베인이 한 약속은 처음부터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내가 네놈들의 목을 치고 말리라.'


속으로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던 쿠르드의 뒤편 어둠 속에서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 대장님!"


쿠르드가 척 손을 들자 13중대원들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수초 후 어둠 속에서 나타난 블릭이 헐떡거리며 그를 향해 말을 몰고 왔다.


"무슨 일이냐? 왜 너 혼자 온 거지? 단테스는 어디에 있냐?"


쿠르드의 물음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블릭이 레이와 단테스의 전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단테스님이 당했습니다!”

“뭐라?”

.

.

.

블릭은 헐떡이며 이야기를 이어갔고.


“놈의 일격에······!!”

“끄응······.”


단테스의 최후에 대해 들은 쿠르드가 신음을 내뱉었다.

블릭의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단테스와 13중대원 모두가 한 인간의 손에 죽었다는 것이었다.


"검은 머리에 중검을 들었다?"

"예. 그 괴물에게······.

오십 명의 13중대원들과 단테스를 쓰러뜨렸다는 것은 말 그대로 괴물이라는 뜻이었다.


“단테스······.”


쿠르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헉슬란 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본진에 인질로 남아 있는 부하들과 앞으로 렌시아에서의 삶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공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쿠르드가 명령을 내렸다.


"지금은 헉슬란 성이 먼저다. 일단은 모두 성으로 진군한다. 속력을 높여라!"


그의 명령에 따라 13중대의 진군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


반쯤 열린 헉슬란 성의 후문 사이로 초조한 얼굴로 서성거리는 유렌의 모습이 보였다.


'오빠. 오빠··· 아무 일도 없겠지?'


양손을 가슴 앞에 꼭 모아 쥔 그녀는 간신히 울음만은 참고 있었다.

이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오빠 레이가 위험해진 일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레이가 충분히 강하고,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히힝-.


갑자기 들려온 말 울음소리에 유렌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생각대로 후문 앞에 멈춰 선 말에는 레이가 타고 있었다.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


유렌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레이가 말에서 내렸다.


“으허어어엉!!!!!!”

그러자 유렌이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유, 유렌?! 왜, 왜 그래?"


레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유렌을 쳐다봤다. 그에게는 단테스와 13중대원들보다 유렌의 울음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유렌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아, 안 자고 있었어? 그게 실컷 걱정한 사람한테 할 말이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혼자서 또 그렇게 가봐. 가보라구!"


유렌이 설움이 복받친 듯 마구 악다구니를 써댔다. 그러나 레이는 조용히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뿐이었다.

마차의 조수석에 앉아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세리엘이 짐칸에서 짐들을 내리고 있는 마커스를 보고 말했다.


"레이 저 사람, 되게 둔해."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짐을 든 채로 마커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를 보고 끌끌 혀를 찬 세리엘이 말했다.


"눈치 없긴. 저 아이 눈을 봐. 떨리고 있지? 여자애가 저런 눈을 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야."


그제야 마커스도 세리엘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레이는 전쟁 때 가족을 모두 잃은 천애고아였다.

황궁에서 떠난 후 용병이 되어 떠돌다가 같은 처지의 유렌을 만나게 된 것이리라.

하지만 레이는 그저 유렌을 동생으로만 대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유렌의 마음은 그게 아닌 것 같았지만 말이다.


마커스는 유렌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자신도 그녀처럼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중이었은이까.


'그건 그렇고. 이 여자 정말, 남의 일에는 그렇게 눈치가 빠르면서 왜 자기 일은 모르는 거야?'


다른 여자라면 벌써 알았으리라. 자기가 몇 년째 조원으로만 남아 있는 이유를 말이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세리엘이 갑자기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마커스를 보고 물었다.

그러자 마커스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 짐을 내렸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후우······."


푸욱 한숨을 내쉬는 그를 보며 세리엘이 중얼거렸다.


"싱겁긴······."


하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유렌에게 향해 있었다.

자신도 그녀처럼 남자 앞에서 가슴을 떨려 한 적이 있었다.

걱정스런 마음을 숨기지 못해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고.

그러나 그는 죽었다. 그자의 손에.

그리고 자신은 복수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감상은 여기까지 하자.’


절레절레-!!!!!


세리엘은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오로지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동생 반을 위해서라도 약해질 수는 없었다.

거기다.

오늘밤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레이와 유렌, 그리고 윌터다.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세리엘은 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정말 싸가지가 없긴 하다.

그래도 자신들을 몇 번이나 구해줬으며, 끝까지 사람을 지키는 ‘기사도’를 보여줬다.

그러니.


지금은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할 때다.

세리엘은 말없이 레이 쪽으로 향해 고개를 숙였다.




***




헉슬란 성의 후문 앞에 위치한 세비엘 여관의 1층에 불이 켜졌다.

안톤의 안내를 받은 레이 일행이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하아암. 지금 식사는 안 됩니다. 숙박료는 방 하나당 1골드이구요. 화장실은 1층 계단 옆에 있구요. 2층은 텅 비어 있으니 아무 방이나 골라서 쓰세요."


그들을 맞이한 여관주인이 빠르게 가격을 이야기하고는 다시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르타곤이라······.'


여관 안을 둘러보는 레이는 묘한 기분이었다.

대 전쟁 때.

살아남기 위해 슈인과 같이 필사적으로 탈출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슈인과 자신이 서로 검을 맞대야 하는 적이 될 줄 말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일단 앉자고. 물어볼 말이 많아.“


생각에 잠긴 채로 우두커니 서 있는 레이를 보고 안톤이 말했다.


"물어볼 말이요?"

"그래. 르타곤으로 온 이유부터 말이야."


안톤의 말에 동그랗게 눈을 뜬 레이가 능청을 부렸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잖아요?"


레이가 불안한 얼굴로 세리엘의 손을 꼭 붙잡고 서 있는 월터를 바라봤다.

안톤은 지금은 어쨌든 르타곤 제국의 사람이다. 소년의 입장에선 경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라는 건 아니다. 본 눈이 많으니 나도 위에 얘기해야 할 게 있거든. 아니면 그 뚱땡이처럼 끌려갈 수도 있어."


이미 한 시간 전에 빅터는 용병들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친구인 벤더가 있는 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을 나온다고 해도 쉽게 렌시아로 돌아갈 수는 없으리라.


"농노들, 그 농노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세리엘의 손을 놓은 윌터가 안톤에게 물었다. 고개를 돌린 안톤이 대답했다.

"르타곤은 국법상 농노들을 인정하지 않아. 당분간 살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자유의 몸으로 화전민은 될 수 있을 거야."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윌터의 얼굴이 밝아졌다. 농노에 관심을 가진 윌터를 신기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안톤이 다시 레이를 쳐다봤다.


"일단 쉬어. 아, 그런데 신분패는 만들어놨겠지?"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그것도 귀족으로요. 후후후."


귀족이라는 말에 세리엘의 눈이 샐쭉해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웃으며 계속 안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내가 대충 둘러대마. 좀 이따 보자고."


안톤이 여관을 나서자 2층으로 올라간 레이 일행들은 짧게 인사를 나눈 뒤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돌아온 레이는 잠을 자는 대신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소진된 마나를 다시 모으기 위해서였다.

물론 특별히 연공을 하지 않아도 하루면 마나가 회복됐지만,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시다. 방비를 게을리해선 안 되는 것이다.


"후우······."


단숨에 정신을 집중한 레이가 마나연공을 시작했다.


***



헉슬란 성 남문의 망루에는 세 명의 보초병들이 투덜거리며 서 있었다.


"젠장. 이놈의 전쟁은 언제 끝나는 거야? 그냥 화끈하게 한번 제대로 붙던지, 아니면 집에 가면 되잖아."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서로 보고만 있는 것도 힘들다, 힘들어."


직접적인 전면전이 없다 해도 전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따로 본업을 가진 징집병인 그들에게는 전장이라는 곳에서 느끼는 목숨을 건 긴장감만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싸우다가 뒈지는 것보다는 낫지. 안 그래? 어랏, 저게 뭐야?"


그들의 뒤에 서 있던 나이가 지긋한 중년 보초병이 눈을 크게 떴다.

어둠 속에서 흰 백기를 들고 성으로 접근하는 무리가 보였던 것이다.

달빛에 몬스터와 흡사한 그들의 외모가 드러나자 보초병들은 대번에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13중대 아냐?'


렌시아 진지를 기습한 후 돌아오지 못한 13중대였다.


그들이 놀라고 있는 사이 성문 앞에 13중대가 멈춰 섰다.

13중대의 선두에 있던 쿠르드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13중대의 쿠르드다. 성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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