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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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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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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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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0화

DUMMY

40화




아이젠의 입장에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 일격에 트롤을 두 동강 내다니.

웬만한 소드 엑스퍼트 상급의 실력자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소드 엑스퍼트는 ‘만들어’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약물을 먹이거나 부분 개조를 할 수 있지만.

대다수가 불량품이었고.

전쟁에서도 제대로 활약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저 실험체는 달랐다.


‘마나를 분출하는 게 균형이 잡혀 있어. 갑자기 망가질 일은 없겠군.’


아이젠이 흡족해하는 사이.

그의 눈치를 살피던 클락의 자신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제 키메라들은 모두 이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습품에 불과했습니다. 클클클."


여태껏 그는 아이젠의 절대적인 지원 아래 인체 실험과 함께 키메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커스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습 작품에 불과했다.

전쟁터에서 쏟아지는 무한 재로들과 트롤, 오우거 같은 상급 몬스터의 육체를 섞어 만든 인간형 키메라 커스드(Cursed).

아니, 저주보다는 오히려 축복(Bless)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지도 모른다.

한낱 쓰레기로 죽은 그들이 자신의 손에 의해 위대한 전사로 태어났으니까.


자신만만해하는 클락의 얼굴을 보며 부드럽게 웃은 아이젠이 그를 칭찬했다.


"대단하군. 그대의 노고를 치하하겠다."

"과찬이십니다. 클클.“


겸양을 떨어도 그의 칭찬이 기분 좋았던 걸까?

클락이 기분이 예의 웃음소리를 냈고.

만족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던 아이젠이 돌아섰다.



"난 돌아가겠다. 언제든지 키메라를 움직일 수 있게 명을 기다리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클클클."

저벅저벅-!


클락의 대답을 들은 아이젠이 연구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어가는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계획을 완벽하게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신의 야망은 단순한 페르단 대륙의 패왕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그가 지킨 것이니까. 찾을 수 있다. 찾고 말겠어.'


걸음을 옮기던 그의 얼굴이 투지로 불타 올랐다.

그가 찾는 건, 세계수의 화신이었다.

아직.

세계수가 인간으로 화하였고.

그 화신을 아인 렌시아가 지켰다.


세계수의 화신.

그리고 엘프스톤이 아인 렌시아의 힘이 되어, 마족을 물리쳤었다.


자신이 조종해야하는 ‘그들을’.

결국.


완벽하게 판테란 대륙을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마족과 함께 복수에 나서려면 세계수의 화신과 엘프스톤이 필요하다.

그들을 모두 얻어야······.


‘난 진짜 자유를 되찾은 황제가 될 수 있겠지.’


그때가 된다면 자신을 옭아맨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희망찬 미래를 떠올려서일까?


복도를 걸어가는 아이젠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



렌시아력 519년 11월 21일.


남부 전선 카르고를 경계로 한 렌시아군과 르타곤 제국군의 지루한 소모전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었다.

전세는 확실히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되찾은 르타곤 제국군의 우세였다. 그러나 렌시아군도 필사적으로 카르고 전선만은 지켜내고 있었다.

카르고 전선이 뚫린다면 8년 전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르타곤 제국군도 더 이상 전면전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저 진지를 유지한 채 렌시아군의 공격을 방어할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영토를 넓히기 위해 연일 렌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었지만, 국경 요새 역할을 하는 헉슬란 성을 중심으로 공성전을 펼치는 르타곤 제국군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렌시아군이 선택할 수 있는 방책은 진지를 유지하고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카르고 전선의 중앙진지.

시린 달빛을 눈에 담은 부엉이만이 우는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토벌군단장 슈인의 개인 막사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 임무는 승전도, 렌시아의 영토를 넓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개인 막사의 책상에서 작전지도를 펼쳐보고 있던 슈인은 손에 턱을 괸 채로 아이젠의 명령을 떠올리고 있었다.


‘신흥귀족의 사병들의 병력을 소모하는 것. 그것이 네게 주어진 임무다.'


처음 그의 말을 들었을 때는 분노와 허탈함이 치밀어 올랐다.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신흥귀족의 병력들을 소모시키려고 하다니.

소드 마스터인 자가 이런 술수까지 써가며 신흥귀족들을 견제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아이젠의 명을 조용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참고 기다려야 하는 걸 알았기에.


"벌써 나흘째입니다. 이제 포기하실 때쯤 되지 않았습니까?"


슈인의 뒤에 서 있던 금발에 짙은 눈썹에 콧수염을 가진 기사, 에드 비숍이 말했다.

정확히 다섯 시간 만에 그의 목소리를 들은 슈인이 의자를 돌려 앉았다.


"내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밤마다 이천 명의 병사들을 고생시키는 나쁜 장군이라 이건가?"


핵심을 찌르는 슈인의 말에 에드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평소 자신의 심중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이기에 슈인은 이 정도의 반응만으로도 만족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프레야의 나이트 템플러 에드 비숍. 지금 그대가 따라야 할 것은 저 하늘에 계신 프레야 님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바로 나라네. 물론 그대보다 10살이나 아래인 애송이를 쉽사리 믿을 순 없겠지만, 좀 참아보라구."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농담하는 슈인을 보며 에드는 살짝 낯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라는 건 알지 않습니까, 군단장님. 그럼 말씀해주십시오. 그 확실한 사전 정보가 무엇입니까?"

"사전 정보는 아직 사실이 되기 전에는 정보가 아니야. 참을성을 가지고 더 기다리게. 언제까지 이 땅의 창조물들을 지켜보기만 하는 그대의 신처럼 말이야."


다시 뒤돌아 앉은 슈인의 눈이 작전지도를 훑어 내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에드 비숍은 다시 원래의 침착한 표정을 되찾았다.


프레야 교황청에 소속된 나이트 템플러인 그가 렌시아 황궁으로 돌아온 것은 반년 전이었다. 렌시아군은 전쟁 준비를 위해 각 대륙에 흩어진 인재들을 은밀히 불러 모았고, 그중 하나가 자신이었다. 만일 혁명의 밤 같은 사건이 없었다면 그는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혁명의 밤에서 시작된 기나긴 학살의 시간 동안 자신은 아버지를 잃었다.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슈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에드가 대답했다.


"무엇입니까?"

"구 귀족 출신인 자네가 아비를 죽인 렌시아를 위해 왜 싸우는 거지?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걸 수도 있겠군. 그대의 부모님을 죽인 원수가 나일지도 모르니 말이야."

"그것 때문에 돌아온 겁니다."

"뭐라고?"


에드를 향해 고개를 돌린 슈인의 눈이 호기심을 띠었다. 잠시 멈칫거리던 에드가 입을 열었다.


"이 나라와 당신들이 그 쓰레기를 죽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 로이 비숍 남작은 도박과 술, 여자에게 모든 재산을 갖다 바쳤다.

심지어는 폐렴에 걸린 어머니의 치료비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한 마디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것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에드는 어머니를 잃었고.

끝까지 정신을 못 차린 아버지는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고아원에 버리고는 어느 귀족의 미망인과 눈이 맞아 떠나버렸다.

미망인이 가진 재산이 있었는지 아버지는 귀족으로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드의 저주가 통한 걸까?

로이 비숍은 아멜린의 성년제 연회에 참석했다가 아이젠과 슈인이 이끄는 반란군에게 척살당했다.

에드의 입장에선 정말···행복한 일이었다.

주신 프레야가 그의 기도를 들어준 셈이니까.

지나서 생각해보면 생물학적인 아버지 로이 비숍에게 고마운 점이기도 했다.


"제가 아버지라는 작자에게 유일하게 고마운 점입니다. 고아원에서 프레야 님을 만났고, 또한 검술까지 익혔으니까요. 그랬기에 지금까지 제가 있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에디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슈인은 그의 생각월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말할 때 그의 눈은 묘하게 살기를 담고 있다. 에드 비숍이라는 남자는 직접 아비를 죽이길 원했던 것이다.

아마 속으로는 그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 하리라.


"자네는 내가 부럽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뜬금없는 슈인의 말에 에드가 의문을 표시했지만 슈인의 눈은 이미 책상 한쪽에 놓여 있는 통신구로 향했다.

슈인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자가 오고 있는가?"


통신구 속에 나타난 복면을 한 여인이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의 모습을 본 슈인이 책상에서 일어섰다.


"에드. 드디어 그대들의 고생이 끝나겠군.“


르타곤 제국 제2대대 13 중대는 인간과 몬스터의 혼혈아 일천 명으로 이뤄진 돌격대였다.

이들은 모두 인간인 어머니가 오우거나, 오크, 워 울프 같은 인간형 몬스터에게 강간을 당하여 낳은 자식들이었다.


몬스터와의 혼혈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저주받은 아이라고 불리며 버려져 노예가 되거나, 채 10살이 되기도 전에 사람들의 손에 죽기 일쑤였다.

그런 그들이 사람 취급을 받을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군대뿐이었다.

르타곤 제국군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는 그들을 훈련시켜 훌륭한 부대를 만들어냈다. 물론 제국군 내에서도 그들의 위치는 소모품에 불과했지만. 하지만 이번 임무를 성공한다면 자신들도 인간으로 살 수 있다.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로 렌시아의 진지를 살피는 체인 메일을 입은 거대한 덩치의 곁으로 털복숭이의 거한이 다가왔다.


"킁, 크킁. 모두 자고 있는 모양입니다. 킁킁.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크킁."


그의 보고를 들은 사내가 등에 메고 있던 그레이트 엑스를 빼 들었다.


"베인 님이 약속하셨다. 저 녀석들을 모두 죽이면 우리는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제13 중대의 대장이자 하프 오우거인 쿠르드가 말했다. 그러자 그 말에 수풀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중대원 일천 명의 표정이 변했다.

르타곤 제국은 몬스터와 혼혈아들의 번식을 막기 위해 그들의 결혼을 금지해왔다.

간혹 몰래 인간과 결혼을 한 혼혈아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처참한 죽음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좌장군 베인의 약속을 받았다.


토벌군단장 슈인의 목을 베어오기만 한다면 그들이 살 땅을 마련해주고 결혼까지 허락한다는 것이다.


쿠르드도 교전 중에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르타곤 제국군을 도륙하던 슈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분명 소드마스터답게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하지만 이렇게 짐승처럼 살아갈 바에는 차라리 그의 손에 죽는 것이 나으리라.


결의를 다지던 쿠르드의 큼지막한 눈동자가 뒤룩거렸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투지가 초초함으로 바뀌기 직전.

렌시아의 진지에서 슈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모두 돌격한다!"

"크아아!"


그의 명령에 일천 명의 돌격대원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렌시아의 진지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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