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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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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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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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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화

DUMMY

46화





'윽. 냄새.'

마차의 한쪽 자리에 앉은 윌터가 코를 잡았다.

그들이 탄 마차에는 누더기를 입은 다섯 명의 사내들과 여인들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몇 날 며칠을 씻지 않은 듯 몸에서 악취가 잔뜩 풍기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 꼬맹이."


자리에 앉은 레이가 쏘아붙이자 윌터가 슬그머니 코에서 손을 뗐다.


"저들은 누구냐? 거지인가?"

윌터가 레이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유렌도 궁금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두 사람을 보며 레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렌이야 시골에만 있었기에 세상물정이 어두운 게 이해간다.

그러나 윌터는 백성을 다스려야할 왕족 아니던가.

그의 무지가 걱정스러울 지경이었지만.


‘원래 왕족이나 귀족들은 이렇지.’


백성들의 안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한심한 족속들.

그러나 왕이 되어야할 윌터는 그리 되면 안 된다.

레이가 설명을 시작했다.


"농노들이다."

"농노?"


윌터도 농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모두 병이 걸린 것처럼 앙상한 몸매에 퀭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뭔지 모를 안타까움과 동정심이 든다.

그런데.

‘감정’보다는 먼저 해야 할 질문이 있다.

윌터가 레이에게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저들은 렌시아를 버리는 건가?"


윌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망명하는 황족이나 귀족도 아니고 백성이 왜 나라를 탈출한다는 건가?

소년의 물음에 레이는 한심함보다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화가 살짝 치밀기도 했지만.

그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자기 자식도 농노를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중이지."

“그렇군. 신분은 이어지니까 ······.”


당연한 일이었지만.

윌터는 충격을 받은 기분이었다.

신분제의 세습이 아니라 자신의 편협한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만 생각했을 뿐.

다른 신분의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 단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에게 백성은 그저 ‘사물’이었다.


‘렌시아가 저들을 저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앙상한 몸에 창백한 얼굴.

오랫동안 폭력과 핍박에 지쳐 겁에 질린 얼굴들을 보던 소년이 다짐했다.


'내가 만들어야 해. 저들이 살 수 있는 나라를.'


지금은 그저 헛된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년은 주신 프레야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맹세했다.


자신이 황제가 된다면.

절대로 오늘을 잊지 않겠노라고.

그래서.

반드시 만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렌시아를 만들겠노라고.



***


13중대의 생존자 오백 명을 이끌고 렌시아 진지에서 출발한 쿠르드는 씁쓸한 기분이 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헉슬란 성을 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슈인이 백 명의 13중대원을 본진에 남겨놓았기 때문이었다.

만약을 위한 예비인력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인질이었다.


'아직도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시는 건가?'


쿠르드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자신도 아직 슈인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바치진 않는다.

그저 그라면 르타곤을 무너뜨리고.

자신과 같은 하프 몬스터들에게 권력과 힘을 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따르는 것 뿐이다.

그러니 어쨌든 지금은 슈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즉.


'공을 세울 수밖에 없겠군.'


렌시아, 아니 슈인의 사람이 되기로 한 이상 공을 세움으로써 자신을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님."


생각에 잠겨 말을 몰고 가던 그의 왼편으로 늑대처럼 긴 얼굴을 가진 털복숭이의 사내가 코를 킁킁거리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백인장 단테스였다.


"킁, 킁. 인간의 냄새가 납니다."

"인간?"


단테스가 손을 들어 언덕 아래를 가리켰다.

그의 손을 따라 고개를 돌린 쿠르드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마차 하나가 헉슬란성으로 달려가는게 보인다.


"첩자일지도 모릅니다."


단테스가 다시 말했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국경을 넘다니, 첩자임이 분명했다.


'섣부른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첩자라면······.'


만일 일이 잘못된다면 슈인은 자신을 의심하리라.

그리고 단순한 밀입국자라 해도 렌시아군이 야습을 위해 진군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죽이는 것이 낫겠군.'

"1조를 보내 녀석들을 처리하도록 해. 우리는 진군을 계속한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단테스가 고갯짓을 하자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전령이 진군하고 있는 대열의 후미로 달려갔다.


“······.”


힐끔 전령을 본 쿠르드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13중대에서도 강자 중의 강자인 말론이 대장으로 있는 1조라면 충분히 마차를 처리하리라.

이제 자신은 더 이상 갑자기 나타난 마차 따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쿠르드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수석에 앉은 빅터는 졸린 눈을 손으로 비벼대며 하품을 했다.


"하아암. 벌써 새벽 2시다. 빨리 좀 몰아. 벤더 자식한테 또 잔소리 듣기 싫단 말이야."


지금쯤이면 헉슬란 성의 십인장인 벤더가 오물배출용 하수구 앞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람 하나도 제대로 통과할 수 없는 하수구였지만 헉슬란 성은 만일을 대비해 철저히 하수구를 지키고 있었다.

문제는 그 하수구를 지키는 조의 십인장이 자신의 오래된 친구라는 것이지만.


"알았어요, 보스."


그의 부하인 건달도 하품을 하면서도 마차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흐흐흐. 오늘은 르타곤 계집들하고 뒹굴 수가 있겠군.'


헉슬란 성의 주점에 있는 작부들의 엉덩이를 두드릴 생각을 하던 빅터의 입가에서 음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푸걱-.


난데없이 파육음이 들려왔고.


"뭐야?"


소리가 드린 방향으로 빅터가 살짝 고개를 돌린 순간 손도끼가 박힌 부하의 목에서 피가 뿜어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빅터가 부하의 손을 잡았다.


"정신 차려. 호리, 정신 차리라구!"


빅터가 소리쳤지만 이미 절명한 부하의 몸은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쿵-.


부하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자 깜짝 놀란 빅터가 황급히 마차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끼이익-!


쿵-.


"으악!"


갑자기 마차가 앞으로 쏠리며 졸고 있던 레이와 유렌이 사람들과 뒤엉키며 나뒹굴었다.


"으으······."


간신히 멈춰선 레이가 유렌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유렌, 괜찮아?"

"응. 오빠두?"

"당연하지. 그런데······."


서로의 안부만을 묻는 그들을 보며 세리엘과 윌터, 마커스가 눈을 흘겼다.

그러나 셋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마차 밖에서 빅터의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비명과 함께 연신 마차가

요동쳤다. 필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이리라.

유렌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은 레이가 다른 일행들을 보고 말했다.


"유렌을 부탁해."


아랑파천을 빼든 레이가 황급히 마차의 문을 열었다.


"오, 오빠!"


유렌이 애타게 불렀지만 이미 레이는 마차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



빠가각-!


“으헥!!!”


또다시 날아온 손도끼가 빅터의 이마를 지나 벽에 박혔다.


“으으으으······.”


자신의 키가 조금이라도 더 컸다면 아마 머리가 박살이 났으리라. 그

러나 아직 안도하기에는 일렀다.

수풀 속에서 튀어나온 그림자의 검이 그를 향해 베어 들어온 것이다.


슈아악-.


파공성을 들으며 빅터는 외마디 괴성을 질러댔다.


"으아악!"


그러나 파육음 대신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그의 앞에 나타난 레이의 아랑파천이 검은 그림자의 일검을 막아낸 것이다.


채캉-!!!!!!!!!!


타닥-.


마차의 지붕에 착지한 검은 그림자를 향해 레이가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카캉-!


그림자와 검을 맞댄 레이의 눈이 살짝 떨렸다.

달빛 속에 드러난 인영의 모습 때문이었다.


'트, 트롤?'


검을 맞댄 상대는 2미터가 넘는 덩치에 트롤과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에 들창코, 입술을 비집고 나온 날카로운 어금니에 근육질의 몸매.

가죽 갑옷을 입고 사람의 언어만 안 썼다면 분명 작은 트롤 새끼라고 여겼을 정도였다.


"크크. 재수가 없군. 그냥 지나갔으면 되었을 텐데 말이야."


강하게 레이의 아랑파천을 밀어낸 괴인의 검이 무시무시한 풍압을 일으키며 레이의 다리를 향해 ᄈᅠᆮ어갔다.


슈악-.


괴인의 공격을 피하며 허공으로 도약한 레이가 그의 목을 향해 아랑파천을 쭉 찔러 넣었다. 그러나 그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재빠른 움직임으로 레이의 검을 피한 괴인이 다시 역공을 가해왔다.


카드드득-!


공중에서 괴인의 검을 쳐낸 레이가 한 바퀴 돌며 바닥에 착지했다.


"굉장하군. 생긴 것처럼 멍청하고 힘밖에 쓸 줄 모르는 놈 같았는데, 제법이야."

"크크. 아직 농담할 여유가 있나? 간이 제대로 부은 녀석이군."


거칠게 웃어대던 괴인이 다시 레이에게 검을 내리쳤다.


츄아아아악-!


그러나 레이는 이번에는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팽이처럼 몸을 회전하며 괴인의 검을 피한 후.

그대로.


괴인의 복부에 왼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앙-!


“끄으으으?”



쳐볼 테면 쳐보라는 듯이 서 있던 괴인의 얼굴이 점점 구겨졌다.


'커헉! 무슨 애송이의 주먹이 이렇게 강해?'


괴인. 13중대의 1조장 말론은 자신의 복부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조그마한 주먹에 이토록 강한 힘이 숨겨져 있단 말인가.

그러나 오히려 감탄을 내지른 건 레이였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일격’이긴 했지만.

말론이 견디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놀라웠다.


‘마나를 조금이라도 사용해야겠는데?’


단순한 하프 몬스터가 아니라 강자다.

자신도 살짝 ‘전력을’ 다 해야 하리라.

그렇게 마음을 먹는 레이를 향해-.


츄아아악-!!


말론의 검이 떨어져 내린다.


파캉-!


레이는 아주 간단히 마나가 실린 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으며 일격을 흘렸고.

연이어.

반격을 하려는 찰나.


멈칫-!


갑자기 기척이 느껴진다.

족히 열 명이 넘는 ‘적’들이 살기를 뿌리며 돌진해오고 있다.


‘서둘러야겠군.’


쓸데 없는 싸움으로 시간낭비를 하긴 싫다.

지금은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헉슬란 성으로 가는 게 먼저다.


레이가 그렇게 결정을 내리는 사이.


반보를 물러선 말론이 레이를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 그었다.


"감히 날 상대로 한눈을 팔고··· 허억!!“


말론의 고함에 레이는 검으로 답했다.


먼저.

아주 간단하게-.


파캉-!!


말론의 검을 쳐낸 레이의 아랑파천이 한 줄기 검광을 뿌렸다.


슈각-!!


그의 검에 갈라진 말론의 가슴에서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말론을 쓰러뜨린 레이가 마부석에 탄 순간 숲에서 뿜어진 화살 세례가 덮쳐왔다.


"으아악!"


화살들을 본 빅터의 괴성을 들으며 레이가 오러가 맺힌 아랑파천을 휘둘렀다.


슈가가각-!


허공에 그어지는 수십 줄기의 검광에 토막 난 화살들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꽉 잡아!"


아랑파천을 등의 검집에 집어넣은 레이가 고삐를 잡으며 마차의 속도를 높였다.



***


"놓쳤다고?"


쿠르드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단테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위축당한 단테스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보고를 계속했다.


"마차에 탄 녀석 하나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러를 사용하고 화살을 베어냈다고 합니다."


쿠르드의 눈빛에 살기가 묻어나왔다.


'오러라? 르타곤의 첩자가 맞았군.'


단테스의 보고에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밀입국자가 오러를 사용할 리 없지 않는가.


"단테스. 너에게 50의 군사를 맡기겠다. 인간들을 처리하라. 그리고 바로 본진에 합류하도록."


단테스의 후각이라면 금방 녀석들을 찾을 것이다.

거기다 50의 병사들이 따른다면 평범한 인간들 따위를 처리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


"알겠습니다, 대장."


짧게 대답을 한 단테스가 오십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본진에서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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