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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6,864
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1.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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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추천
4
글자
11쪽

61화

DUMMY

61화






멀쩡한 그들의 모습을 본 갈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 녀석들이 나왔다면, 모두 쓰러졌단 말인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개 떠돌이 용병 둘과 여자 하나에 발디안의 악마들이 쓰러졌단 말인가? 의아해하고 있는 그를 보며 레이가 말했다.


"너무 겁먹지 마. 너희들 상대는 나 하나니까."


그의 말에 안톤과 세리엘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레이는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둘 다 이번만 이해해줘요.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 그러니까."


장난스런 말투와는 다르게 산적들을 보는 레이의 눈빛은 의미심장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유렌을 건드린 놈들이다.

신명나게 분풀이를 해줘야 속이 풀리리라.


"마음대로 해. 나도 땀도 안 날 애송이들을 상대로 싸우고 싶진 않으니까."

"흥. 멋대로 해요."


안톤과 세리엘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자 레이가 씩 웃으며 산적들을 향해 걸어갔다.


'저, 저놈이······!'


정말로 혼자서 자신들을 상대하겠다고 걸어오는 그를 보며 갈딘은 어이가 없었다.


이쪽의 인원은 열 명이 넘는다.

거기다 산적을 하기 전에는 대다수가 용병 일을 하며 칼 밥을 먹고 살아온 놈들이다.

떠돌이 용병이 단신으로 맞설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피터. 낮에 너희들을 그 꼴로 만든 놈이 저 녀석이냐?"


갈딘의 말에 피터가 레이를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직도 부어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레이가 쩝, 혀를 찼다.

"겨우 그거 맞았다고 친구들 데리고 복수하러 온 거야? 후후후. 귀여운 녀석들."


여전히 조롱하는 어투의 레이의 말에 갈딘을 비롯한 산적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결국 폭발한 갈딘이 소리쳤다.


"발디안의 악마들을 우습게 본 녀석이다. 죽여 버려라!"


그의 명령에 병장기를 든 산적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레이에게 달려들었다.


슈악- 슈아악-.


산적들의 병장기가 베어들어오는 것을 보던 레이에게서 살기가 뿜어졌다.

아무리 애송이들이라고 한들 유렌을 건드린 녀석들이다.

손속에 사정을 둘 필요가 없었다.


츄악- 츄아악-.


자신에게 뻗어오는 산적들의 병장기를 피하며 레이의 아랑파천의 검광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슈각-.


검광이 몇 번 번쩍였을 뿐이지만 한순간에 가슴에 깊숙한 자상이 그어진 세 명의 산적들이 쓰러졌다.


츄캉-!


등 뒤에서 떨어져 내리는 검을 쳐낸 레이가 팽그르르 회전하며 뒤에서 자신을 공격한 산적의 목에 아랑파천을 박아 넣었다.


푸아악-!


"끄어어······."


산적의 목에서 아랑파천을 빼낸 레이의 몸이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슈가가각-.


섬전 같은 그의 칼날이 산적들을 베고 지나갔고.

파육음이 울려 퍼지며 핏물이 튀어 오른다.


주르륵-! 투두둑-! 주륵-!

그의 아랑파천에 베인 산적들의 몸에서 튀어 오른 선혈들이 산산이 비산했다.


털썩-.


몇 번의 칼춤이 끝나고.


모든 산적이 쓰러지자 드디어 레이의 아랑파천이 멈췄다.


저벅저벅-!!!


산적들의 피로 자욱한 바닥을 걸어가던 레이가 이제 갈딘을 쳐다봤다.


"부하의 복수를 해야지. 어서 덤벼."


갈딘을 노려보며 레이가 살기를 내뿜었다.


“으으!”


그의 살기에 갈딘의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녀석, 족히 소드 엑스퍼트 중급은 될 거야. 도대체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녀석이 왜 이렇게 작은 마을을 위해 싸우는 거지?'


한때 용병으로 전쟁터를 누볐던 갈딘은 몇 번이나 소드 엑스퍼트급의 기사들을 본 적이 있었다.

검에 오러를 싣고, 인간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가진 괴물들.

검에 오러만 싣지 않았을 뿐이지 레이의 움직임은 그들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갈딘은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이런 실력자가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아보스 같은 작은 마을을 위해 싸우고 있단 말인가?

긴장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는 갈딘을 보며 레이가 비아냥거렸다.


"안 덤비고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야? 덩치만 컸지 겁쟁이였군. 그런데 하나 가르쳐줄까? 네가 항복한다고 해도 살려줄 생각 따윈 없어. 그러니까 빨리 덤벼."


꿀꺽-!!


그의 말에 갈딘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레이에게서 여전히 뿜어지고 있는 살기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두 손 놓고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타닷-!


뒤로 재빨리 한 걸음 물러선 갈딘이 레이의 얼굴을 향해 왼손 소매에 숨겨놓았던 단검을 집어 던졌다.

육중한 덩치와는 다르게 제법 날카로운 손놀림이었다.


연이어.

그의 검이 레이의 가슴팍을 향해 뻗어갔다.


쐐애애액-!


파공성을 뿌리는 날카로운 일격이었지만.


‘재롱이 귀엽군.’


하지만 레이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파캉-!


가볍게 단검을 쳐낸 레이가 한 바퀴 몸을 돌며 갈딘의 공격을 피했다.

자신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레이의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깜짝 놀라 검을 거두려던 갈딘의 움직임이 멈췄다.


푸욱-.


레이의 아랑파천이 그의 가슴팍을 관통한 것이다.


“끄으으윽!”


주르르륵-!


검신을 타고 핏물이 흘러내렸고.

동시에.

지금까지 수십 명의 무고한 이들을 죽여왔던 갈딘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내 숨이 끊어진 갈딘의 등에서 레이가 아랑파천을 빼냈고.


털썩-!

이미 숨이 끊어진 갈딘의 등에서 아랑파천을 빼내는 레이.

갈딘이 힘없이 무너지자-.


툭-투둑-.


아랑파천에 묻은 피를 털어낸 레이가 미간을 모았다.


“흐음. 일이 복잡해졌는데.”


아랑퍼천을 겁집에 꽂아넣는 레이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렇게까지 일을 벌여놓은 이상, 자신들이 떠난다고 해도 산적들이 마을 사람들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사건을 벌였으니 자신들의 힘으로 어떻게든 산적들이 다시는 날뛰지 않게 박살 내버려야 한다.


'그 자식들이 저기 숨어 있다 이거지?'


물끄러미 어둠 속에 가려진 발디안 산맥을 노려보는 그의 뒤에서 수잔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캐, 캐서린?"

"수잔, 정신이 들어요?"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누이고 있던 세리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살짝 고개를 끄덕거린 수잔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캐, 캐서린! 우리 캐서린은요?!"


그녀의 물음에 깜짝 놀란 레이와 안톤, 세리엘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거리 어디에서도 캐서린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털썩-.


망연자실한 얼굴의 수잔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녀석들이 데리고 간 것이리라.

이제 자신은 오빠에 이어 유일한 가족인 조카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캐, 캐서린······."



***



카른 여관 1층 주점의 중앙 테이블에는 레이 일행이 침통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기습을 해온 산적들을 물리쳤지만, 수잔의 조카인 캐서린이 납치를 당한 것이다.


'내 잘못이야.'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던 레이가 주먹을 움켜쥐며 속으로 자신을 질책했다.

정신없이 분풀이를 하느라 캐서린이 납치당하는 것조차 보지 못했던 것이다.


“······.”

“······.”


다른 일행들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이 창가 쪽의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던 수잔이 흐느낌을 토했다.


"흐윽. 흐으윽."


그녀로서는 하나뿐인 가족을 잃은 것이다.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잔의 떨리는 등을 보던 레이가 일어섰다.


"제가 캐서린을 구해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뒤로 다가선 레이가 말했다. 흐느낌을 멈춘 수잔이 그를 쳐다봤다.


"어, 어떻게 당신이 발디안의 악마들한테서 캐서린을 구해준다는 말이죠?"


수잔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았기에 레이의 검술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발디안의 악마다.

삼백 명에 가까운 산적들 틈에서 어떻게 캐서린을 구해준다는 말인가? 헛된 희망 따위는 품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도와드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모른 척하고 돌아서려 했지요. 저희에게는 더 중대한 일이 있었으니까요.“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레이가 본심을 꺼냈다.

그의 이야기에 수잔과 다른 일행들의 눈이 당황으로 떨렸다.

그러나 레이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저 때문에 일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아니, 돌아가지 않겠어요."


눈치를 볼게 없는 산적들이라면 다른 마을에게 자신들의 힘이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아보스 마을 사람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리라.


'내가 시작한 일이야. 내가 마무리를 지어야 해.'


결심을 한 레이의 얼굴은 초연했다.

설사 발디안의 악마들이 진짜 악마라 하더라도 소드 마스터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안톤은 어쩌실 겁니까?"


레이의 물음에 안톤이 오른손을 휘휘 저었다.


"너 혼자만 잘난 척하게 내가 놔둘 것 같은가?"

"물론 안 되죠."


세리엘도 자신의 검들의 힐트를 슬그머니 잡으며 말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레이를 따라가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잠시 둘을 바라보던 레이가 유렌과 윌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유렌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이번에는 칭얼거리지 않았다. 레이가 가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절대 다치지 마."


짧게 한마디를 한 유렌이 팔짱을 끼고는 몸을 돌렸다.

혹시나 자신이 울음을 터트릴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건 싸움을 앞둔 레이가 신경을 쓰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레이는 자신을 위하는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역시 내 신하다워. 꼭 캐서린이라는 아이를 구해오거라."


유렌의 왼편에 앉아 있던 윌터가 말했다.

소년의 눈에는 레이를 향한 굳은 믿음이 서려 있었다.


"꼬맹이. 건방진 말투 고치라고 했지? 후후. 그래도 오늘은 특별히 봐준다."


레이가 장난스럽게 윌터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어댔다.

평소 인상을 쓰던 때와는 달리 소년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있었다.

이 단단하고 굳은 손이 또다시 기적을 보여주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좋아요, 좋아. 그런데 우리 모두 하나 잊고 있는 게 있어요."


그들을 보고 있던 세리엘이 끼어들었다. 레이와 일행들, 수잔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도대체 어떻게 산적들의 본거지를 찾는다는 거죠?"


세리엘의 핵심을 찌르는 말에 레이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드넓은 발디안 산맥을 샅샅이 뒤질 수는 없었다.

잔뜩 고심하고 있는 일행들을 보고 있던 레이가 히죽 웃었다.


"잊었어? 우리에게는 훌륭한 안내 가자 있잖아."


잠시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던 일행들이 아, 입을 벌렸다.

여관의 창고에 살아 있는 산적들 넷을 가둬놓았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녀석들을 심문하자는 이야기인가?"


안톤의 물음에 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리고 안내를 시킨다고 해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뭘 하자는 거예요?"


세리엘의 질문에 살짝 미소를 지은 레이가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풀어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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