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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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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00
글자수 :
678,034

작성
23.10.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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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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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5화

DUMMY

45화


“우리가 모르는 자가 그 이름을 말하면 죽는다.”


근육질 거한이 눈을 부라리자, 레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손님이 왔는데 다짜고짜 협박이라니, 정말 웃기시네.”

“웃긴다고?”

“그래. 손님 대접 받고 싶으니까 비켜.”


레이가 대꾸했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힘으로 해결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근육질의 거한은 레이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원망마라.”


근육질이 갑자기 허리춤에서 빼든 메이스를 치켜들었다.


츄아아악-!!


메이스는 그대로 레이의 어깨를 향해 떨어졌고.

사방에 울리는 무시무시한 파공음에 이목이 집둥되었다.



"에구. 또 한 놈 죽겠군."

"쯧쯧."


그동안 근육질과 털보의 메이스에 불구가 된 사람들을 몇 번 이나 보아왔던 여인과 상인들이 끌끌 혀를 찼다.

하지만 곧 그들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레이가 가볍게 몸을 젖히며 근육질의 공격을 흘린 것이다.


“시시하네. 하아암.”


레이가 하품을 했다.

너무나 느린 공격에 지루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한숨 잘까?”


중얼거리는 레이를 향해.

얼굴이 붉어진 근육질이 그의 가슴팍으로 메이스를 휘둘렀지만.


츄악-!


“······!!!”


가볍게 왼 편으로 반보 물러서며 공격을 피한 레이가 왼 주먹을 불끈 쥐었고.


뻐어억-!


근육질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레이의 주먹이 그의 복부아 박혔다.


"끄어억!"


외마디 신음을 흘리며 날아간 근육질의 몸이-.


쾅-!


건물의 벽에 처박혔다.


"벤!"


털보가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레이에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러나 또다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고개를 젖히며 털보의 메이스를 피한 레이의 주먹이 그의 턱을 가격했다.


빠아악-!


핏물과


고개를 치켜든 털보의 무릎이 꺾였다.


쿵-.


단 일격에 두 거한들을 쓰러뜨린 레이의 뒤로 다가온 세리엘이 톡 쏘아붙였다.


"시선 끌 짓은 하지 말라면서요?"

"뭐, 상황마다 다른 법이니까."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주먹을 우두둑거린 레이가 주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그를 흘겨보던 세리엘도 일단은 주점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주점 안에는 십여 명의 건달들이 병장기를 빼 들고 있었다.

그들 뒤편으로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던 로브를 입고 드워프처럼 작달막하고 통통한 사내가 말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무사히 들어온 걸 보니 벤과 그렉을 쓰러뜨렸나 보지?"

"밖에 있는 저 덩치 큰 얼간이들 말하는 거요?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애들을 내놓다니. 여기 수준을 알겠네."


레이가 이죽거리자 무기를 들고 있던 건달들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세리엘과 마커스도 윌터와 유렌의 앞을 막아서며 허리춤의 검집에 꽂혀 있는 힐트를 잡았다. 그러나 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검을 빼지 마."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면서도 둘은 검을 빼진 않았다.

일단 레이를 믿기로 한 것이다.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사내, 빅터가 말했다.


"제법 예의는 있군. 부탁을 하러 온 자들이라면 응당 그래야겠지만 말이야. 무기를 가져와라."


빅터의 턱짓에 건달들이 세리엘과 마커스의 검과 레이의 아랑파천을 빼앗았다.

레이가 검을 빼앗는 그들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고객한테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걸 보니 왜 장사가 안 되는지 알겠수다."


레이의 말에 빅터가 킥킥거렸다.


"입심 하나는 제법인 녀석이야. 옷차림을 보아하니 귀족인 모양이지?"

"여기 있수."


레이가 척 신분패를 내보였다.

그러나 빅터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래. 가짜 귀족 양반. 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셨나?"

“흐흐흐. 내가 가짜라고?”


레이는 웃음을 흘리면서도 살짝 눈빛이 거칠어졌다.

빅터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자신을 간파하는 눈썰미만 봐도 알 수 있잖는가.

소드마스터 세컨트라는 힘으로 찍어 누를 수도 있지만.

진실한 도움을 얻기 위해선 동료로 삼아야 한다.

신분패를 주머니에 집어넣은 레이가 나름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당신 찾아올 이유가 하나밖에 더 있겠수?"

"국경을 넘게 해 달라 이거군?"


빅터의 질문에 레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빅터 데니우스. 용병들에게 얻은 정보대로라면 40살 먹은 밀입국자 중개인으로 렌시아나 르타곤 양쪽에 모두 줄이 닿아 있는 자였다.

즉, 그에게 돈을 낸다면 99퍼센트 안전하게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자신이나 세리엘, 마커스만이라면 그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전시.

윌터와 유렌을 안전하게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도박은 자제해야 한다.


'흐음. 돈은 제법 있어 보이는데?'


레이의 말을 들은 빅터가 위아래로 그를 훑어봤다.

그는 족히 7년간 국경지대에 살며 밀입국자 중개인을 해왔다.

거기다 암흑가에서 각종 경험을 쌓았기에 레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강한 무력을 가진 가짜 귀족.

아마도, 위험하고 말 못할 사연이 있으리라.

귀족을 죽였거나, 혹은 아이젠을 향한 반란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상관없다.

자신들은 그저 돈만 뜯어내면 되니까.


"어쩌지? 마차가 가득 찼거든. 먼저 온 손님을 쫓아낼 수도 없고 말이야. 며칠만 기다리게."


빅터의 속내를 눈치챈 레이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돈 이야기를 하자 이거지?'

"얼마면 되겠소?"


레이의 응수에 빅터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말귀가 빠른 녀석이다.

생각보다 대화가 빨리 진행되리라.


빅터가 턱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레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용병들이 말한 시세보다 무려 10골드를 더 부른 것이다.


'3, 30골드? 이 자식이. 귀족이라고 얕보는 건가?'

하지만 그는 애써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비록 앞으로의 여행에 대비해서 아껴야 하긴 하지만 쓸 때는 써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30골드? 알겠소."


레이가 툭 세리엘의 등을 밀었다.


"왜 그래요?"


세리엘이 눈치도 없게 되묻자 레이가 다시 턱짓을 했다.

그제야 돈을 내라는 뜻임을 깨달은 세리엘이 입술을 비죽거리며 품에서 50골드짜리 수표 3장을 꺼냈다.


"여, 여기 있어요."


그녀가 건네준 수표를 받은 건달 하나가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테이블에서 일어선 빅터가 흡족한 얼굴로 짝짝 박수를 쳤다.


"좋소. 두 시간 후 북문 앞의 숲으로 오시오."


갑자기 존대로 바뀐 그의 말투에 레이가 헛숨을 내쉬었다.


"하, 이제 고객 취급을 해준다는 거요? 고맙군요."

"물론. 돈은 받았으니까. 오늘 새벽이면 르타곤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될 겁니다, 고객님들."


능글거리는 빅터가 눈짓을 하자 건달들이 레이 일행에게 다시 검을 내줬다.

아랑파천을 등에 차며 레이가 빅터를 향해 살벌하게 눈을 부라렸다.

도움을 얻긴 하겠지만.

만약을 위해서 살짝 겁을 줄 생각이었다.


"우리는 돈을 지불했소. 만일 속이려고 했다가는 문 앞에 있는 친구들처럼 될 것이요."


레이가 은근히 목소리에 마나를 싣자 빅터와 건달들이 비틀거렸다.

아베든 성문을 지키던 기사나 보초병도 견디지 못했던 레이의 기세를 그들이 버틸 수는 없었던 것이다.

힘겹게 테이블을 짚고 중심을 유지한 빅터가 비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나유저요? 우리한테 배려를 해주신거군.”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레이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고.

빅터 역시 예의있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손님. 두 시간 후에 뵙지요. 후후후."

"내 말 명심하시오. 자, 유렌. 가자."


유렌의 손을 잡고 주점을 나서는 레이의 뒤를 세리엘과 마커스, 윌터가 따랐다.

그들이 주점을 나서고 나서야 긴장이 풀린 듯 빅터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


12시가 넘자 아베든 성의 북문이 굉음과 함께 서서히 닫혔다.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닫히고 있는 성문을 바라보며 레이가 중얼거렸다.


"이 녀석들, 어디에 있는 거야?"


약속 시간에서 벌써 10여 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빅터와 그 패거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차분히 기다리던 그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져 갔다. 다른 일행들도 초조하게 성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륵.


그때 갑자기 수풀이 흔들리며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유렌이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꺄악!"


털썩-.


"유, 유렌. 무슨 일이야?"


그녀의 비명에 깜짝 놀란 레이가 등에서 아랑파천을 빼 들었다.

세리엘과 마커스도 검을 빼 들며 유렌에게로 뛰어갔다.


"저, 저기 시커먼 게······."


유렌이 울먹이며 손으로 수풀을 가리켰다.

그녀의 말을 들은 레이가 수풀로 걸어 들어갔다.


'어쌔신?'


아이젠이 보낸 자들이 매복해 있는지도 모른다.

잔뜩 경계 어린 얼굴로 걸어가던 레이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등 뒤에서 나뭇가지가 밟히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슈악-.


반사적으로 아랑파천이 수풀을 가르며 그림자를 향해 베어 들어갔다.


'아니?'


수풀이 베이며 달빛에 드러난 그림자를 본 레이의 아랑파천이 멈췄다.

그림자는 5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는 남루한 옷차림의 여인이었다.

잠시 황당해하던 레이가 아랑파천을 거뒀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잔뜩 겁먹은 얼굴의 여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도, 마차에 타기로 한 손님이에요. 기다리고 있는데, 여러분이 와서······."

"으아앙!"


레이를 올려다보던 여자아이가 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치를 보던 여인이 황급히 여자아이를 끌어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그때 여인의 오른 소매가 올라가며 손등에 찍혀 있는 붉은 S자 문장이 드러났다.


'농노(slave)?'


아마 렌시아를 탈출하려는 농노임이 분명했다.

농노의 자식은 그 자식도 농노가 되어 주인의 소유물이 된다.

그렇기에 딸을 위해서 목숨을 건 탈출을 선택한 것이리라.

국법상 농노를 인정하지 않는 르타곤에서는 자유민의 신분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르타곤에서의 삶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노의 신분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레이가 측은하게 모녀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덜그럭 소리가 들리며 두 대의 여객용 8두마차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좀 늦었수다."


선두에 있던 마차의 조수석에 앉은 빅터가 웃으며 능글거렸다.


"딴 손님들도 모시고 오는 길이라서. 으흐흐. 타슈."


아베든 성도 다른 성처럼 네 군데의 성문이 있다.

다른 방향의 문에서도 손님을 태워온 모양이었다.


“대신 헉슬란 성까지 가는 길은 편하게 모셔드릴테니 노여움은 푸시고.”


빅터의 이야기에 레이가 코웃음을 쳤다.


“그래야 할 겁니다. 유렌, 먼저 타.”


빅터를 향해선 살짝 살기를 내비친 후.

레이가 유렌을 먼저 마차에 태웠다.

그렇게.

레이 일행과 여자아이를 농노 여인이 차례대로 마차에 올라타났다.


스윽-!!


그들이 모두 마차에 타자 빅터가 손을 들어올렸다.


이히힝-.


그의 손짓에 따라 마부석에 앉아 있던 건달이 마차를 출발시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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