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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491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30 12:30
조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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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잠시 헤어져 있어야할 때

DUMMY

이후 나머지 문제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우선 린드버클에는 오래도록 세토라의 봉신이었던 귀족이 엔테의 대리인으로서 머물게 되었다. 헤이우드나 헬드 등의 영지와는 다르게 엔테의 통제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확정짓고 군사들을 수습해 세토라로 돌아온 엔테는, 곧장 아버지 노티어스의 장례식을 진행시켰다. 본래는 너무나도 일찍 진행되었어야할 일이었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는 바로 엔테의 대관식이 이어졌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플리온 공작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플리온 공작이 되고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레이몬드의 반역을 진압함에 있어 공이 있는 자들을 포상하는 일이었다.

포상은 몰수된 레이몬드와 그를 따랐던 자들의 재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비용은 수많은 병력들을 움직인 각지의 영주들에게 돌아갔다.

그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변화는 있었다.

세토라의 기사 중 가장 큰 공을 세운 크리스는 엔테의 호위와 세토라 성의 방위를 책임지는 근위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반역자 레이몬드를 처단하고 엔테의 세토라 탈출을 도운-것으로 알려진-가레스는 린드버클 영지를 총괄하는 기사대장으로 임명되어 아직 혼란한 린드버클을 수습하기 위해 그곳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끝으로 루드.


“나도 린드버클로 간다.”

“뭐!? 안 돼!”


엔테가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며 그를 말렸다.

그녀는 연이은 공식적인들의 피로를 핑계 삼아 방에서 루드와 단둘이 있던 참이었다.


“세토라도 처리해야할 일이 산더미잖아!”


그녀는 루드를 세토라의 궁정마법사 겸 수석행정관으로 삼아 자신의 곁에 둘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조용히 있었던 탓에 당연히 그렇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설마 봉신 하나 임명했다고 린드버클이 잘 굴러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네가, 어떻게든 해줄 줄 알았지······.”

“그래, 그 어떻게든이 이거야. 문제를 수습할 사람이 없다면 직할령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의미가 없지. 세토라는 네가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어떻게든 수습이 되겠지만 린드버클은 다르다고.”

“으으······. 못됐어. 계약자의 요청을 무시하는 계약악마라니······.”

“불만스럽다면 명령을 내려 보는 게 어때? 평생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째릿. 루드를 노려보는 엔테의 볼이 불만으로 빵빵해졌다.

나더러 청혼이라도 하라는 거야?

살짝 얼굴이 붉어질 것도 같았지만, 그래도 지난 대화도 있어서인지 별 의미 없는 농담이라는 걸 알고 그녀도 가볍게 넘긴다.

이어서 엔테는 짧게 ‘후우’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했다.


“빨리 해결하고 돌아와야 해.”


결국 져줄 수밖에 없는 건 엔테였다.


“세토라의 문제도 해결하라는 말이니까!”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다음날.

루드는 이른 아침부터 린드버클로 떠나기 위해 말을 끌고 나왔다.

세토라의 정문에는 크리스가 젊은 기사 몇 명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루드가 허리 숙여 인사하자 크리스가 허겁지겁 그를 말렸다. 그리고는 성 쪽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엔테님도 나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크리스가 꺼낸 말의 의도는 순수했다. 어쩌면 앞으로 루드를 꽤 오래 못 볼 수도 있으니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면 좋을텐데 라고.

루드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공왕께서 일개 신하를 위해 배웅을 나오시는 것도 이상한 일이죠. 근위대장님이 나오신 것만으로도 황송할 따름입니다.”

“하, 하긴 그러네요. 이제는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크리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플리온 공작이 된 엔테도, 근위대장이 된 자신도 아직 어색한 참이었다.

얼마 전까지 엔테는 말괄량이 공녀로, 자신은 풋내기 기사로, 서로 크게 거칠 것 없이 지내왔는데 이젠 주변의 신경을 잔뜩 써야하는 상태가 되었다.


“조금 섭섭하긴 하군요. 루드님과는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말이죠. 아아! 이건 이상한 의미는 아니었고······, 그 세토라에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죠······.”

“플리온을 위해서니까요.”


그리고 이어 간단히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루드는 말을 몰아갔다.

엔테는 성의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제법 쓸쓸함이 스며있었다.

벌써 루드와 떨어지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한 달? 일 년? 얼마나 걸릴까. 물론 그의 실력이라면 정말로 금방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엔테는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나중에 루드와는 어떻게 되는 걸까.’


계약이 끝난다면? 그 후에는?

언제, 어떤 형태로 끝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끝은 반드시 올 것이다.

정말로 명령이라도 내리는 게 좋았을까. 하지만 그렇게 속박할 수 있기는 한 걸까?

계약이 끝난 후에는 혹시 적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끝이 보이지 않는 고민을 털어내듯, 엔테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경은 쓰이지만, 플리온 공작으로서 지금 당장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


그리고 아직 엔테의 대관식이 진행되고 있었을 쯤.


“과연, 그렇단 말이지.”


노먼은 린드버클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막 전해 듣고 있었다.

그때는 페로난 왕국의 군대도 물러가고 있던 중으로,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충돌 없이 마무리 되었다.


‘꽤 귀여운 짓을 하고 있군.’


노먼은 담담한 태도로 린드버클에서 복귀한 기사의 보고를 들었지만, 겉으로만 드러내지 않았을 뿐,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기분이 교차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마이어스.”


기사가 밖으로 나간 뒤 노먼은 한쪽 옆에 서있던 노년의 행정관에게 물었다. 그러자 마이어스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얼마 못가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겠지요.”


말할 것도 없었다. 통치 자체가 걸음마 단계인 그녀다. 멀쩡한 상태의 세토라만 물려받았어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다소 무능했던 엔테의 아버지가 저질러놨던 문제들도 산재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반역으로 수습해야할 게 산더미가 되었다.

거기다 린드버클로 믿을만한 사람들을 보내고 거기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불가능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헤이우드에 손을 벌릴 것은 자명했다.


“물론 나도 동의하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겠나.”


이번에 엔테가 세토라를 탈환한 것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마이어스는 ‘흠’하고 길게 소리를 냈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큰 일이 되겠지요.”


엔테가 두 영지를 안정화시키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녀는 헤이우드 영지의 거의 2배에 달하는 땅을 갖게 된다.

게다가 그걸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영주들의 충성심 또한 불러일으킬 것이다. 엔테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노먼이 그녀와 이어질 확률은 거의 없어진다.

아무리 노먼의 세력이 강하다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공국 내에서나 통용되는 사실이었다.

당장 바로 옆의 페로난 왕국만 해도 헤이우드보다 넓은 영지를 가진 대귀족은 몇 명이나 있었다. 그들의 왕은 오죽할까.

그녀는 이제 플리온 공작이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 해도, 한 나라의 군주인 것이다. 당연히 다른 나라의 왕족들이 그녀를 탐낼 차례다.

그때도 노먼이 매력이 있을까 묻는다면 대단히 비관적이었다. 일개 귀족이 한 나라의 왕족과 어디 비교나 되겠는가.


“물론 그리되지 않는다고 해도 후작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안 좋은 신호일 것입니다. 다른 영주들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노먼이 쾅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흥! 엔테와 레이몬드를 저울질했던 쥐새끼 같은 놈들이 이제 와서!”


엔테의 아버지 노티어스 시절부터 꾸준히 공작가를 지지했던 노먼이었다.

원래부터 사이가 좋기도 했지만, 엔테에게 마음을 빼앗긴 후로는 더욱 열성적으로 지지해왔다.

다른 영주들에게 견제 받아가며, 자신의 재산을 줄여가면서 말이다.

때문에 그에게 엔테는 당연히 자신의 손에 들어왔어야 할 보상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빨리 깨닫게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공국의 수호자가 누구인지.”

“음······. 어쩔 수 없군······.”


노먼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엔테를 끌어내려야했다. 그리고 철저히 고립시켜야 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자신에게 기댈 수밖에 없도록.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줘야만 했다.


“아이렌, 그놈을 데려와!”


공국의 수호자는 헤이우드 후작, 바로 이 노먼뿐이다.


작가의말

한동안 엔테와 크리스는 메인이 되지 않겠지만,

로리콘 아저씨가 뭔가 준비하고 있으니 또 다를 수도 있겠군요.


그나저나 아슬아슬할 때까지 쓰다보니 연재 시간이 조금 늦었네요;;

앞에선 연참도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좀 웃기긴 한데...

최대한 연재에 지장없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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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소녀는 악마에게 기대어 선다 +4 19.04.29 93 4 11쪽
30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 +2 19.04.26 98 3 11쪽
29 용기를 내는 방법 +2 19.04.25 103 2 10쪽
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0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9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6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3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70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7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9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6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5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3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3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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