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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488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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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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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세토라 탈환 (4)

DUMMY

루드는 1층을 소탕한 뒤 지하실의 금지 구역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갇혀있던 제단이 있는 그곳이었다.

이곳은 본래라면 공작가의 사람들과 고위 사제들만 들어올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힘으로 뚫는다면 모를까,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지금이 아니면 들어올 기회가 아마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한 번 둘러볼 참이었던 것이다.


“웬 놈이냐!”


제단에 도착하자 기사로 보이는 한 남자가 루드를 향해 외쳤다.

그는 부하 몇 명과 함께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단을 조사 중인 모양이었다.


“이곳의 전 주인이라고 해둘까.”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기사는 루드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공왕파의 놈인가 보군. 놈을 붙잡아라!”


기사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창을 앞세워 루드에게 접근했다.


“질문은 한 놈으로 충분하겠지.”


그렇게 루드는, 그들로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뱉은 후 마법진을 전개했다.

거기서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눈치 챈 병사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뒷걸음을 쳤다.

설령 그가 보통의 평범한 마법사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물러서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마법이 준비되기 전에 공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전투법이니까.


“멍청한 놈들!”


그것을 이해하고 있던 기사가 루드를 향해 빠르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역시 상대가 나빴다. 기사가 채 접근도 하기 전에 마법진에서 불타는 창들이 발사된 것이다.


“키야아아아아!”

“히야아아아아악!”


병사들이 지옥에서나 지를 것 같은 비명을 질러대며 세상에서 사라졌다.

루드가 사용한 마법은 앞에서도 사용했던 지옥불꽃의 창이었다.

평범한 인간과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 정도는 이 세상에 존재했던 적도 없는 것처럼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애용하고자 생각 중인 마법이었다.


“!?”


그 광경에 겁을 집어먹은 기사는 병사들과 다름없이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처음부터 루드에게 마법진은 일종의 구경거리나 다름없었다. 조금의 마력을 소모하는 대가로 마법진의 전개조차 필요 없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단지 그들이 겁에 질린 모습이 루드에게 환희를 가져다 줄 뿐이었다.


“네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뭐, 뭐냐!?”

“그 태도는 네게 적절한 태도가 아니군.”


루드가 자신의 기운을 내보이며 기사를 노려봤다.

그러자 기사는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넙죽 엎드렸다.


“마, 말씀하십시오!”


모든 기사들이 그처럼 힘 앞에 굴복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물론 그가 기사들 중 정신력이 약한 자는 맞겠지만, 그래도 만약 루드가 월등히 강한 ‘인간’이었다면 이 기사 이렇게 비굴하게 굴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최흉 최악의 지배자였던 루드벨로트에겐 보통의 인간의 정신력으로는 냉정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것은 어떠한 마법도 필요 없고, 어떠한 기교도 필요 없었다. 그저 타고난 지배자로서의 힘.

보통의 왕과는 달리 깊은 공포와 두려움을 동반하는 카리스마였다.

루드가 질문했다.


“이 제단에 대해서, 혹은 이 제단에 봉인되어있던 악마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죄, 죄송합니다! 저 역시 지금부터 조사를 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쓸모없군.”

“서, 설마······, 캬아아아악!”


루드는 이번에는 마법진의 전개조차 없이 그를 불꽃으로 태워버렸다.


“대부분의 인간은 모르는 모양이군.”


지금 기사의 반응은 물론, 세토라를 빠져나올 때 이런저런 대화를 한 것에서 유추한 사실이었다.

직접 알아볼 수밖에 없나.

제단이 놓인 장소는 세토라의 중앙 홀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장소였다. 제단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생각하면 불필요하게 커다란 느낌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만 그런 것이다.


“한심한 놈들이군. 이 루드벨로트를 고작 이 따위 장소에 봉인해두다니.”


그에게 어울리는 봉인이라면 적어도 도시 하나 수준의 신전을 차려놨어야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허술하기 짝이 없는 봉인은 뭐란 말인가.

고작 엔테 같은 인간 소녀의 위기가 세상의 재앙인 자신의 부활로 이어졌다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오히려 왕국 몇 개를 제물로 바쳐서라도 막아야만 했다.

그 덕분에 본인이 세상에 돌아올 수 있었다지만, 상대가 이렇게 한심해서는 흥조차 나지 않는다.

루드는 자신이 봉인되어있던 제단에 다가갔다.


“이상하군.”


천천히 둘러보던 그가 이야기했다.

그 역시 악마의 봉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수하들 중에서도 봉인에서 풀려난 고대 악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봉인 당한 악마의 제단이라면 으레 그 대상에 관한 상징물을 갖춰놓기 마련이다. 조각상을 새우건, 글씨를 써놓건.

밤과 어둠의 종족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대상을 기리기 위해.

낮과 빛의 종족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라면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하지만 그를 봉인하고 있던 제단에는 봉인 대상에 관한 그 어떤 것도 갖춰두지 않았다.

그저 아무 특징도 없는 석조 제단. 너무 특징이 없어서 악마는커녕, 무언가를 가둬두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그런 제단이었다.

광장의 분수대 근처에 세워져 있었다고 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었을 그런 모습이었다.

무언가 하나 있다면, 처음 보는 문양이 표식처럼 하나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이게 단서인가.”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루드는 물론이고, 그가 아는 범위 안에선 그 어떤 악마의 상징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역시 봉인한 쪽을 상징하는 문양이라고 봐야겠지.


“기억해둬야겠군.”


감히 어떤 녀석들이 자신을 봉인한 것인지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


같은 시간, 레이몬드와 그의 수하들은 세토라를 향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외성 근처에 병사들을 매복시켜뒀지만 밖으로 나간 흔적은 없다. 마을 역시 샅샅이 뒤졌지만 어딘가 숨어든 흔적도 없다.

세토라로 향하는 건 그것이 마지막 선택지였기 때문이었다.

레이몬드도, 그리고 아르곤도 현실성이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앞선 모든 계획이 이미 틀어졌기에 ‘상식적인 판단’이라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그 비상식적인 판단이 정답이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세토라에서 신호용 불꽃이 피어올랐으니까.

그게 엔테를 붙잡았다는 신호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기대는 성벽 위에 선 엔테와 마주치면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레이몬드 경! 그대는 사사로운 욕망으로 공국을 배신하였습니다! 공국이 그대에게 하사한 작위와 봉토가 이미 있거늘, 어떻게 그러한 은혜를 잊고 나라의 주인마저 내쫓고자 합니까! 어서 공녀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 본인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십시오!”


연약해 보이는 크리스도 기사는 기사였다. 그녀는 엔테를 대신하여 큰 소리로 레이몬드를 꾸짖었다.

물론 그녀의 꾸짖음이 대단한 기세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 정도의 말은 그 누가 이야기해도 지금의 레이몬드에겐 들리지 않았다.


‘세토라가, 세토라가 정말로 함락 되었다고······!?’


세토라에는 그 철저한 아르곤이 충분한 방어병력을 남겨뒀었다. 공국 최고의 전투마법사 중 하나가 있었고, 목숨을 건 전투에서만큼은 일류 기사들과도 겨룰만한 노련한 기사를 포함하여 네 명이나 남겨두었다.

심지어 공녀를 지지하는 다른 영주의 군대가 도착한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자신을 꾸짖는 저 애송이 기사가 단신으로 자신의 군사들을 모두 처치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설령 그것은 가레스 같은 공국 최고의 기사라고 해도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일이었다.


‘내가, 내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그 이해 불가함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백작님,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당장 성으로 쳐들어가겠습니다!”


핸슨 못지않은 거구의 기사, 프라우스가 성난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레이몬드는 앞서 핸슨에게서 느꼈던 것 같은 희망을 느낄 수 없었다.

처음의 기습은 처음부터 내통자가 있었던 덕분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거지, 공성전을 치르겠다고 하면 세토라는 결코 만만한 성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최소한의 공성준비도 안 되어있는데 대체 무슨 수로 함락시킨단 말인가.

결정적으로 상대는 상식을 뛰어넘어서 싸우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싸움조차 어려운데, 저들이 가진 저력을 지금은 파악할 수조차 없는 상태에서 말이 될 리가 있나.

그때 한 병사가 다가와 이야기했다.


“보, 보고 드립니다! 헤이우드의 병사들이 세토라를 향해 진군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한두 시간 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헤이우드 후작······. 예상대로인가.

원래대로라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헤이우드 역시 대군을 끌고 올 틈은 없었을 테니까.

설령 운 좋게 다른 지역의 군대가 호응해 나름 커다란 무리를 이룬다고 해도 세토라를 끼고 싸운다면 버티고도 남을 일이었다. 게다가 본인들에겐 믿는 구석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큭······!”


프라우스는 분한 듯 소리를 냈다. 더 이상은 그도 호기롭게 레이몬드에게 자신이 나서겠다 말할 수가 없었다.

헤이우드의 병사들을 등 뒤에 놓고 공성을 벌이자는 건 다 같이 죽자는 말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레이몬드님, 여기서는 일단 영지로 돌아가시는 게······.”


아르곤이 조심스럽게 권했다.

어쩔 수 없었다.

돌아간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이곳에서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레이몬드가 힘없이 동의를 표하자 아르곤이 병사들을 통솔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악마의 장난이란 말인가······.”


레이몬드가 신음과도 같은 목소리를 흘렸다.


작가의말

드디어 엔테가 성을 되찾았습니다.

그것만으로 끝인 상냥한 세계는 아니지만

너무 강한 계약 악마가 있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독자님들은 마음 놓고 이 글을 주변 분들에게 권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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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6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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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69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7 3 9쪽
» 세토라 탈환 (4) 19.04.15 199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6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5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3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3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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