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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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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5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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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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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DUMMY

“후우······.”


크리스는 크게 심호흡했다.

마치 가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외모 탓에 약할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사지만 결코 실제로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 예리한 검술과 날카로운 감각은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주는 정도였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통의 기사들 사이에서의 이야기.

굳이 말하면 자신은 2류 기사쯤 된다.


‘상대가 좋지 않아······.’


반면 핸슨은 종종 가레스 수준의 실력자들과 비교되곤 했다.

정말로 가레스를 어찌해볼 실력은 아니더라도, 1류 기사라고 부를 수준인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상대는 아니었다. 열 번에 한 번쯤, 아니 스무 번에 한 번쯤은 이길 수 있을까······.

크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특별한 잠재력이 있다면······.

내 잠재력아 기적을 보여줘!


“그럼 잘 피해보라고!”


핸슨이 크리스의 키보다도 큰 대검을 휘두르자 부웅하고 거친 바람소리가 일었다.

크리스는 허겁지겁 검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막는 것은 불가능. 저런 걸 막으려고 했다간 검과 함께 쪼개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빠르다.

적어도 그 거대한 크기에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또 간다!”


핸슨은 마치 놀이라도 하듯 검을 휘둘렀고, 크리스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역시 반격은 엄두도 못내는 상대였다. 시간을 끄는 게 고작이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절대 보일 리 없다고 생각한 빈틈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잘 움직이면 공격을 피하고, 또 잘 어떻게 움직이면 다가가고, 한 번 더 어떻게 움직이면 찌를 수 있을지 알 것 같았다.

착각인 건 아닐까? 루드에게서 받은 마법 도구에 의기양양해져서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린 건 아닐까?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등 뒤쪽이 소란해짐을 느꼈다. 포위를 나선 병사들이 모두 도착한 것이다.


‘루드, 그 남자가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모른다. 그가 어떤 마법을 구사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지는 아는 게 없었다. 엔테를 탈출시켰으니 실력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믿을만한 근거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이야기했던가.

본인의 힘을 믿으라고.

그 방법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할 수만 있다면 엔테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크리스는 결심을 굳혔다.

딱 두 발자국. 그만큼만 다가가면 된다.

핸슨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크게 궤적을 그렸다. 그러나 크리스는 이전처럼 도망가지 않았다. 살짝 몸을 비트는 정도로 피하며 한 발자국.


“쥐새끼 같은 놈이!”


다시 핸슨의 검이 수평으로 크게 들어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느리다. 아니, 크리스가 빨라졌다.

크리스는 거의 엎드리다시피 하며 검의 궤적을 피했다.

핸슨의 몸 안쪽이 열렸고 그대로 다시 한 발자국. 거리는 완전히 좁혀졌다.

할 수 있다!


“이, 이놈이!?”


핸슨은 당황하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크리스가 조금 더 빨랐다.


“컥!”


짧은 비명은 핸스의 것이었다.

그의 목에는 크리스가 내지른 검이 꽂혀있었다.

완벽한 일격이었다. 그 한 방에 핸슨의 거구가 단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는 바닥을 뒹굴며 자신의 목을 양팔로 쥐었지만, 이미 생겨버린 치명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피가 콸콸 흘러나왔고 이윽고 그의 숨이 완전히 끊어졌다.


“어, 어라? 어라아!?”


크리스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 상황에서 누구보다 놀란 것은 크리스 그 자신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루드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미소를 지었다.


‘괜찮은 주역이 뽑혔군.’


바꿔 말하면 필요할 때 열심히 전투 상황에서 굴릴 연기용 노예였다.

남은 병사들은 완전한 예상 밖의 상황 앞에서 더 싸워야할지 도망쳐야할지를 고민했다. 그 핸슨이 당했는데 수적 우위가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공녀가 코앞에 있는데······.

그 고민, 내가 덜어주마.


“잘 기다려주셨습니다.”


루드는 지금까지 마치 영창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느라 손 안에 그냥 마력의 덩어리를 쥐고 있었다.

그 마력이 지금 개방되면서 수십 발의 마력탄들이 다양한 궤적을 그리며 사방으로 쏘아졌다.

병사들은, 싸울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크아아악!”

“커헉!”


어지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쓰러졌다.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엔테님이 신뢰하는 기사답습니다.”

“루, 루드님! 이, 이건 대체······!?”


크리스는 여전히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자신이 핸슨을 베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가 준 마법 도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전설 속에 나오는 보물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크리스의 반응에서 루드는 살짝 반성하고 있었다.


‘도구가 조금 과했나······.’


개미들을 너무 과대평가 한 것일지도 모른다. 팔찌는 빼고 줬어야 적당히 좋은 그림이 만들어졌을 지도.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 정도로 잠재력이 우수한 분이실 줄은.”


일단은 크리스의 능력이었던 것으로 조금 몰아가기로 했다. 도구가 너무 대단한 것이었다고 하면 자신이 주목받게 되니까.


“잠재력? 이게 제 잠재력이란 말인가요?”

“네. 그게 당신의 잠재력입니다.”

“그, 그런······, 저한테 그런 힘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크리스는 조금 놀랐을 뿐, 루드에 대해 무언가 의심하거나 하는 태도는 없었다.

악마에 대해서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체를 알고 있는 한 소녀는 그러지 못했다.

엔테는 루드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엔테는 앞과 마찬가지로, 아니 오히려 더 무시무시해진 눈빛을 쏘았다.


“저런데도 이상한 물건이 아니라고!?”


역시 여전히 의심이 있는 건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실력이 크게 뛰어오른 모양이니까.

하지만 이상한 물건이라는 것만큼은 오해였다. 아무리 마왕 루드벨로트가 만들었다고 해도 저런 ‘조잡한 도구’에는 그의 영향력이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


“네가 저 녀석을 너무 얕본 건 아니고?”

“그럴 리가! 내가 크리스를 몇 살 때부터 봐왔는데!”

“말했잖아. 잠재력을 끌어주는 물건이라고. 눈으로 보이는 실력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을 봐야지. 저 녀석의 잠재력이 그만큼 굉장한 거라고.”

“······.”


당연히 엔테가 그런 걸 알아봤을 리가.

다른 기사들도 놀랄 텐데.


“어, 어쨌든, 문제는 없는 거지? 확실한 거지?”

“아주 조금은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어. 아무리 잠재력이라고 해도 원래보다 훨씬 큰 힘을 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그럼 문제 있는 거잖아!”

“그게 아니었으면 너도 저 녀석도 이미 죽었어.”

“······.”


엔테는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건 알지만······. 그렇지만······.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루드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래봤자 며칠 곯아떨어지는 정도야.”

“······.”


귀찮은 녀석이군.


“만약에 그 이상의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책임지고 고쳐주지.”


어차피 그러려고 했던 일이긴 했다.


“······ 알겠어.”


엔테는 힘겹게 대답했다.

엔테의 시선에서 루드의 행동이나 말이 특별히 의심스럽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것이 악마와의 계약이었던 탓이다.

악마는 인간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얼마나 오래된 건지도 알 수 없는 시간동안 봉인된 악마였다. 세상을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정말 믿을 수 있는 걸까? 그 계약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사실이지만······.

크리스가 뒤늦게 두 사람에게 외쳤다.


“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엔테님, 루드님! 얼른 이동하시죠.”


아니, 그건 곤란하지.

루드는 처음부터 그러지 않으려고 크리스를 연기자로 내세웠다.


“크리스님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 문득 떠올랐습니다만.”


루드가 운을 띄우자 두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였다.


“이대로 반격을 가하는 건 어떨까요?”

“······.”


두 사람은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기라도 한듯, 한참을 멀뚱한 눈으로 쳐다봤다.

침묵을 먼저 깨뜨린 건 엔테였다.


“잠깐, 설마 너랑 크리스 둘이서 싸우겠다는 거야!? 레이몬드랑!?”


그것은 실로 어이없다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루드는 조금의 의문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작가의말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가 외칩니다. 적장!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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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용기를 내는 방법 +2 19.04.25 102 2 10쪽
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0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8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6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7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0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2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1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69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7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8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1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7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5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4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2 3 7쪽
»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6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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