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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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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5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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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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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엔테의 결심 (1)

DUMMY

“너, 그거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엔테가 깜짝 놀라 이야기했다.

그녀는 지금 루드가 하는 말이 의심스러웠다. 설마 그가 딴 맘을 품고 자신을 사지로 내몰려는 계획은 아닐까?

설령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고 해도 문제였다. 핸슨이 강한 기사기는 했지만, 레이몬드에게는 아직 그만한 기사들이 몇 명이나 더 있었다.

게다가 진짜 강한 기사, 가레스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다.

아무리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봉인에서 풀려난 악마가 그런 사정까지 속속들이 파악했을 리가 없었다. 아직 그들이 동원한 병사의 규모조차도 추정일 뿐인 상황인 것이다.

분명 크리스가 앞에서 대활약하긴 했다. 어쩌면 가레스조차 이길지도 모를 엄청난 실력이었다.

하지만 그건 ‘악마가 준 정체불명의 도구’ 때문이지 않은가. 언제 탈이 생길 줄 알고?

크리스도 생각은 비슷했다.


“루드님의 실력이 출중하신 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루드님의 도움으로 실력을 크게 끌어올린 것 역시 알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희 둘이서 그 많은 병력을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개미들 몇 마리라도 상관없다만.

루드는 생각 같아선 두 사람을 적당한 곳에 숨겨놓고 혼자 쳐들어가 전멸시켜버릴까 싶기도 했다. 다만 그랬다간 그 전멸 사태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궁해진다.

언데드 병사만으로 연기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약한 척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약함은 인정하면서도 그럴싸한 대답을 내놔야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지혜와 인내심 또한 마왕 루드벨로트를 만들었던 힘.

그럼 설득해볼까.


“가능합니다. 지금 적들의 가장 큰 목표는 엔테님. 그들은 보유한 병력의 대부분을 추적에 쓸 것입니다. 반격을 가해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겠죠.”

“이번처럼 각개격파를 하자는 말씀입니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그 숫자는······.”

“아뇨. 목표는 성입니다.”

“성? 설마, 세토라 말씀입니까?”

“네. 거기에는 아직 싸우고 있거나 숨어있는 병사들이 남아있을 겁니다. 그들을 수습해서 성 안의 적들을 몰아내고, 방어를 굳히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음······.”


크리스는 고민에 빠졌다.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왜······.


“왜 굳이 그래야하는 거야?”


마침 같은 고민을 떠올린 엔테가 물었다.


“네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겠어. 그런데 위험을 무릅써가면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야? 물론 헤이우드 후작이랑 결혼은 싫기는 하지만······. 목숨을 건 도박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

“해야 하는 일입니다.”


루드는 잘라 말했다.


“여기서 헤이우드로 도망치면 모든 게 잘 풀릴까요? 아닐 겁니다. 저들도 살아남을 궁리를 하겠죠. 엔테님이 살아계신 채로 플리온 공작을 칭할 수도 있습니다.”

“잠깐만요, 루드님! 설마 그런 걸 납득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있으니까 반역이 일어난 거겠죠.”

“윽······.”


반박할 수 없는 정론.


“서, 설령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최후의 발악에 불과할 겁니다.”


결국 무너지리라는 지적이었다. 아무리 후원자들이 있다고 해도, 결국 적통의 통치자가 살아있으면 명분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루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맞습니다. 곧 무너지겠죠. 하지만 그런 상황 자체가 앞으로 있을 엔테님의 통치에 큰 걸림돌이 됩니다. 당장 도움을 줬거나 지지를 해준 귀족들이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할 테니까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크리스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거다.

엔테 역시 납득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상황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까.

도움을 받은 이상 원하는 걸 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영토건, 권력이건, 순결이건.

루드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조금도 기뻐 보이지 않는 그런 미소였다.


“뭐 당장에 도움을 준 자들의 공을 치하하고 조금 권리를 내어주는 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걸려있죠. 그리고 이번 사태의 핵심적인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근본적인 문제?”

“레이몬드라는 자가 미쳐서 이런 짓을 벌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그 개인은 미쳤을 수도 있지만 그를 따르는 기사들, 대신들, 그들까지 집단으로 미쳐버리진 않았겠죠. 다시 말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저질렀을 겁니다. 그게 뭘까요? 혹시 엔테님보다 그 자가 후계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자들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엔테님은 적법한 계승자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선왕의 딸. 제1 공위 계승자. 그런데도 그들은 레이몬드를 선택했습니다. 그 적법함조차 뛰어넘는 어떤 차이를 느낀 건 아니었을까요?”

“그, 그건······.”


크리스도 바보는 아니었다. 알지만 할 수 없는 이야기.

루드는 그것을 확실히 이야기해야했다.


“통치에 대한 신뢰 아니었을까요?”


그의 시선이 엔테를 향했다.


“이미 공국의 귀족들 상당수가 엔테님의 공국 통치를 불안하다고 여기고 있던 건 아닐까요? 반역에 동참하지 않았어도, 심지어는 이번에 엔테님의 편에 섰어도, 엔테님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았던 게 아닐까요? 반면에 레이몬드는 뛰어나기 때문에, 그래서 무리하게라도 엔테님을 살해하기만 하면 다른 귀족들도 어쩔 수 없이 납득해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닐까요?”


아프다.

그가 말하는 것은 전부 사실이었다. 그녀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엔테는 순순히 인정했다.


“아마도, 그럴 거야. 나는 어리고······. 여자고······. 공녀라고 하지만 아직 정무에 나선적도 없어. 뭔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고······.”


그녀가 정말 통치자로서 특별히 부족한 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어느새 그녀는 신뢰할 수 없는 후계자로 만들어져 있던 것이다.

그녀가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건,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를, 구해줘!’


루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너를 구해주겠다고.


“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무리라고 생각이 되더라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새롭게 공위에 오를 사람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믿게 해야 합니다. 따라와도 된다고. 그 시작으로 성을 탈환해야합니다.”


비록 신이 아닌 악마일지라도.

그래서 후에 더 큰 절망이 될지라도.


“제가, 그리고 크리스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제 판단이 엔테님의 판단이 될 것이고, 크리스님의 힘이 엔테님의 힘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너를 구해주겠다.


“응. 가겠어.”


엔테는 결심을 굳혔다.

그를 믿겠다. 그의 힘과 지혜를 빌리겠다.

대신에 목숨을 걸겠다.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것은 그런 거니까.


“세토라를 탈환하겠어!”


작가의말

마왕이라면 선동질은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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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소녀는 악마에게 기대어 선다 +4 19.04.29 93 4 11쪽
30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 +2 19.04.26 98 3 11쪽
29 용기를 내는 방법 +2 19.04.25 102 2 10쪽
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0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9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6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2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69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7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8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6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5 3 8쪽
» 엔테의 결심 (1) 19.04.13 193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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