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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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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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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글자수 :
13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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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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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

DUMMY

엔테에게서 사건 조사를 위임받은 네이슨의 주도하에 부상자는 치료소로, 나머지 몸이 성한 헬드의 기사들은 우선적으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본격적인 조사는 조금 미뤄질 예정이었다. 그 전에 더 중요한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했던 것이다.

바로 린드버클 영지의 처우.

그렇게 다시 회의를 위해 모이고 보니, 각 영지의 기사들은 네이슨의 감사 자체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감사 명령 자체가 엔테의 권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린드버클의 직할령 선언에 대해 반대하지 마라. 만약 반대하겠다면 네이슨을 통해 각 영지의 원정군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낱낱이 들쑤셔서 죄를 묻겠다라고.

덕분에 기사들은 좌불안석이 되었다.

이렇게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에서도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자는 적어도 이 자리에 없었다.

아무리 노련하다해도 이들의 본질은 기사. 정치에 그렇게 능한 사람들은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다른 영주의 대리인으로서 이 자리에 온 것이다 보니, 행동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소한 걸 얻어내려다가 더 잃어버릴 순 없으니까.

그리고 엔테도 그 분위기를 읽었다.


‘기사들이 왜 이러지?’


딱 그들이 불안해 보인다는 것까지만 말이다.

정작 엔테 본인은 감정에 기반해 감사를 네이슨에게 맡겼다. 그냥 기사들이 서로 싸우는 걸 보고 화나고, 한 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뒤섞인 채로 말이다.

심지어 네이슨에게 맡긴 것도 그의 강직한 인물됨을 파악하고 맡긴 것도 아니었다. 단지 앞서 회의에서 딱히 욕심을 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성문 앞에서 요령 있는 모습을 보여준 걸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진실과 기사들의 인식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엔트로스를 이런 식으로 이용할 줄이야······.’

‘어린 아이라고 너무 무시하고 있었군······.’

‘이 정도의 정치적인 감각이 있었을 줄은 예상 못했는데······.’

‘이거 함부로 나서면 큰일 나겠어······.’


이미 그들의 눈에는 무시하기 힘든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던 것이다.


“그럼 이야기를 다시 하죠. 일단 경들의 의견은 각 영지가 린드버클을 분할하여 통치는 것이었죠?”


기사들은 섣불리 대답을 못했다.

사실 이미 마음은 그녀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생각은 했지만, 혹시라도 트집을 잡힐까 먼저 말을 꺼내기 두려웠던 것이다.

물론 그들이 기사인 만큼, 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쉽사리 먼저 나서서 말을 물리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때 네이슨이 나서서 먼저 입을 열었다.


“자자~ 다들 공녀님이 혹시라도 피로하실까 걱정하여 손을 보태겠다는 의미인 건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기사들의 의도를 좋은 쪽으로 바꿔주는 말이었다.

네이슨은 그들이 포기하는 구실을 나쁘지 않게 만들어주려던 것이다.


“하지만 공녀님이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지 다들 확인한 만큼 한 번 공녀님의 의지를 존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혹여 공녀님이 두 곳을 통치하시다가 어려움을 겪게 되신다면, 그때 우리가 나서도 될 것입니다.”


그러자 엔테도 그의 말에 동의하듯 이야기했다.


“그래요. 어려움이 생긴다면 경들에게, 그리고 각 영주들에게 의지하겠어요. 경들은 자랑스러운 플리온의 기사들이니까요.”

“예, 모쪼록 저희가 충의로써 드린 말씀인 것만 양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가드런의 기사가 다소 뻔뻔하게 그렇게 받는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걸 두고 비난할 건 없었다. 각 영지의 기사들은 저마다의 말로 그들이 충성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번 정벌에 수고 많았어요. 각 영지의 공적을 치하하여 포상을 내리겠어요. 앞으로도 각자의 영지에서 최선을 다하고 공국에 대해 충성해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기사들도 정말로 기뻐하며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 각 영지에선 군사를 보낸 것 외에는 이번 정벌에서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탓이다. 게다가 직접적으로 엔테가 요청한 군사도 아니었다. 그것을 트집 잡아 아무것도 줄 수 없다 해도 할 말은 없었는데 먼저 그녀가 포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크지는 않겠지.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물론 엔테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도록 한 것은 루드의 지시였다.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마무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기사들은 이제 슬슬 회의를 끝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의의로 거기에 질문을 더한 것은 네이슨이었다.


“공녀님, 한 가지 질문을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네, 허락하겠어요.”

“린드버클의 주민들에겐 어떤 처우를 내리실 생각이십니까.”


사실 그것은 엔테가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영주는 자신의 영지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 헌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고 통치자가 직할령으로 삼겠다고 선언했고, 모두가 동의한 땅이었다.

그곳의 주민들을 용서해주건 몰살시키건, 그 권한 자체는 오롯이 엔테에게 있는 셈이었다.

아무리 다른 영주의 대표자로 왔다고 한들, 한낱 기사가 간섭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경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라고 한 마디만 하면 당연히 실례했다며 물러나리라.

하지만 엔테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건 평가야······.’


그녀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모든 것은 각 영주들에게 보고될 것이다.

레이몬드의 반역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각 영주들이 엔테에 대해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 자체는 레이몬드가 탈락한 지금 시점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각 영주들은, 그리고 기사들은, 엔테가 섬길만한 인물인지 아닌지 평가할 것이다.

섬길만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결론이 내려진다면 엔테가 행하는 모든 일에 영주들은 비협조적이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또 누군가 반역을 꿈꿀 지도 모른다.

기사들이 그녀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게 여길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엔테는 루드와 대화에서 내린 결론을 이야기했다.


“그들에겐, 군역을 부담시키겠어요.”

“반역자들에게 말입니까?”


알버스가 깜짝 놀라 물었다.


“지금의 플리온은 안전하지 않아요. 왕국과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구요. 그들에게 벌을 주는 것보단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엔테는 그들이 반역자라는 말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긍정하고 있지도 않았다. 정확히는 그들이 무고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본심.

그러나 이곳의 기사들, 혹은 각지의 영주들의 생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었다.

때문에 엔테는 그들이 무죄라서가 아니라 국가의 위기에 걸맞은 처우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의견에도 할 수 있는 반박은 존재했다.


“하오나······.”

“훌륭한 판단이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박하려던 알버스의 말을 자르며 네이슨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알버스도 조용히 말을 삼켰다.

가장 대표 격인 두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니 다른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후 사소한 것들에 대한 논의를 끝으로 회의가 종료되었다.


“하아······.”


엔테는 집무실을 나서기 직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쪼그려 크게 숨을 내쉬었다.

중압감.

표정 하나, 목소리 하나, 심지어 작은 손짓 하나마저도 평가 받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녀를 짓눌렀다.

문 밖에는 수행원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이런 모습은 당연히 보여줄 수 없었다.

군주의 자리라는 건 이렇게 숨 막히는 거였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있었던 것은 예행연습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제 겨우 한 계단을 올라갔을 뿐.

전에는 알지 못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루드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투정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각 영주들이, 혹은 기사들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채, 명분이라는 것에 팔려 다녔을 게 분명했다.


‘어쩌면 그게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엔테는 겨우 다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이상 어쩔 수 없어.’


그녀는 애써 마음을 다 잡고 문을 나섰다.


◇◇◇


엔테가 기사들과 회의를 이어가던 그 시간. 루드는 다시 가레스를 앞세워 성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널찍한 공간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이 가레스와 루드를 발견하곤 재빨리 뛰어왔다.

성문 앞에서 문제를 일으킨 자들만큼 젊은 기사들이었다. 물론 그들과는 소속이 다른 자들이었다.


“가레스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들은 가레스를 향해 선배 기사로서, 그리고 뛰어난 실력에 대한 경의의 표현으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무래도 이 젊은 기사들에게는 그의 천한 출신 같은 게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사들 중 한 명은 가레스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서, 성문 앞에서는 죄송했습니다!”


성문 앞에서 그에게 검을 겨눈 사람인 모양이었다. 용서해주지 않으면 결코 고개를 들지 않겠다고 결심이라도 한 것 같은 태도다.


“아닙니다. 당연히 기사로서 할 일을 한 것뿐이니까요.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드세요.”

“가, 감사합니다!”

“헌데 옆에 계신 분은······.”


다른 기사 한 명이 루드를 어색한 표정으로 흘기며 가레스에게 물었다.

분명 그들도 세토라에서부터 쭉 루드를 봤던 기억은 있었다. 세토라의 신참 기사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가레스와 함께 있는 걸 보고 의아함을 느낀 것이다.

때문에 기사들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할지를 몰라서 곤란해 하고 있었다.


“제가 용병 시절 신세를 졌던 분입니다. 이번에는 공녀님을 도와 세토라 방위에 함께 힘써주셨죠.”

“루드입니다.”


루드가 자신을 소개하자 기사들도 앞 다퉈 본인들을 소개했다.

존경하는 기사와 그의 친우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두려는 것이었다.


‘단순하군.’


이어서 가레스와 루드는 아무런 사심 없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시작했다.

두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기사들은,


“이건 두 분에게만 알려드리는 겁니다만······.”


라고 의미 없는 꾸밈말과 함께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신나게 꺼내기 시작했다.

루드의 계획대로 각 영지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들이 모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앞에 회의의 결론을 내리고 싶어서 다시 회의씬이 되어버렸는데...

이번에도 안 보고 넘어가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간격이 좁아서 뒤에 주인공을 찔끔 등장시켜서라도 봐도 되는 편이라고 넣어놨습니다.

별로인 것 같으면 말씀주세요. 이것도 넘어가시라고 써놓게 흑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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