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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477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14 19:40
조회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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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세토라 탈환 (2)

DUMMY

‘그럼 가볼까.’


루드가 처음부터 1층을 목표로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큰 개미가 있던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인간들치고는 비교적 강한 마력을 내뿜고 있는 녀석이었다.

아마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녀석이겠지. 이곳의 지휘관일지도 모르고.

크리스에게 맡겨둘 수 있을지 확신이 드는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어지간해선 지는 일이 없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루드는 싸우고 싶었다.

루드는 걸음을 천천히 옮겨 중앙 홀(hall)에 도착했다.

대략 십여 명의 병사들이 주변을 경계하듯 서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마법사 복장을 남자가 서있는데, 갑옷을 입혀놨다면 누구라도 기사라고 생각했을 거구였다.

루드가 냄새를 맡은 그 녀석이었다.


“웬 놈이냐! 소속과 직책을 밝혀라!”


병사 두 사람이 뛰쳐나와 창을 겨누며 루드를 가로막았다. 루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루드벨로트.”


그것은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마치 주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소속은 밤과 어둠의 군세.”


루드의 몸에서 형언할 수 없이 흉흉한 기운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힘은 너무나 어둡고 차가워서 그를 가로막은 병사들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마비 주문 따위가 아니었다. 그가 내뿜는 기운 자체에 눌린 병사가 굳어버린 것이었다.


“직책은 왕.”


루드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양손이 병사 각자의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그들은 눈 하나 깜빡일 수 없었다.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매우 정확하게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했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이 세계의 생명까지도 지배할 존재다.”


루드의 손에서 뻗어나간 폭발적인 마력이 두 병사의 머리를 증발시켜버렸다. 그제야 굳어있던 두 사람의 몸이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마, 마법사!? 노, 놈을 막아라!”


방패를 든 병사들이 재빨리 마법사의 앞으로 나서며 벽을 만들었다.

엘리트 병사들답게 엄청난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앞선 한 방으로, 그리고 그가 내뿜는 기운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강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루드가 한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병사들은 주춤거리며 반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겁에 질려있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루드가 병사들과 거의 서너 걸음 정도를 남겨뒀을 쯤, 갑자기 마법사가 소리쳤다.


“멍청한 녀석!”


그 순간 루드가 선 바닥에 급격하게 마법진이 그려지며 주문이 발동됐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함정이었다.

곧 마법진에서 커다란 얼음기둥이 맹렬히 튀어나왔다.


푸욱!


얼음기둥이 그대로 루드의 배를 꿰뚫어버렸다.

루드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마법사는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학! 이힉, 이히히히힉! 왕은 뭐가 왕이냐, 멍청한 놈! 마왕 흉내라고 내고 싶었던 거냐? 너 따위가 마왕이면 이 몸은 신이시다!”


한참을 웃어젖힌 마법사는 병사가 들고 있던 검을 빼앗아 든 뒤 루드에게 다가갔다.


“이야, 그나저나 역시 아르곤님의 혜안은 남다르시군. 이런 날파리들을 예상하실 줄이야.”


세토라를 그냥 비워둔 게 아니었다. 물론 성의 함락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단신으로 침입해 뭐라도 해보려는 공왕파의 기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예상을 했던 것이다.

작전을 총괄하고 있는 아르곤이 만약의 만약까지 대비해두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는 모르겠다만, 실력은 꽤 있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말이지, 너무 얕잡아본 것 아니냐? 적진에 혼자서 뛰어들다니.”


루드의 바로 앞에 도착한 마법사는 손을 천천히 뻗으며 중얼거렸다.


“그럼 어디 목을 베어보실까.”


그러나 그 순간,


덥썩.


이미 죽어있다고 생각한 루드의 손이 마법사의 팔을 낚아챘다.


“히, 히익!?”


마법사는 깜짝 놀라 팔을 잡아 빼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순수하게 힘이라면 어지간한 기사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마법사놈이 대체 무슨 힘이······!? 설마 신체 강화 주문!?’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얼음 기둥은 분명 그의 등을 뚫고나와 있었다. 즉사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의 상처였다. 그런데 대체?


“으, 으아아악!”


마법사는 팔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고통에 소리 질렀다. 루드가, 붙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시대의 인간 마법사란 것들이 어느 정도의 힘인가 보려고 했더니, 이거 원. 하등 종족이 더욱 하등하게 변해버린 건가.”


얼음 기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살났다. 겨우 루드가 마력을 흘려보낸 것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분명히 얼음 기둥에 꿰뚫렸음에도 그의 몸에는 상처하나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보고 있던 모든 게 환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루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인간처럼 생긴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인간처럼은 느껴지지 않았다.

보고 있던 병사들은 거대한 사자 앞에 놓인 토끼처럼 말초적인 공포를 느꼈다.


“끄어어억!”


마법사가 팔의 통증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커다란 바위 사이에 팔이 낀 것 같았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팔이 떨어져 나갈 수준의 힘이었다.

베어버리자! 당장 이 놈의 목을 베어버리자! 하다못해 팔이라도 베어버리자!

마법사는 고통을 참기위해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면서 검을 번쩍 들어올렸다.

!?

하지만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마법사는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 모습 채로 굳어버렸다.


“이, 이게 대체!?”

“검을 다루는 솜씨가 형편없군. 내가 검은 어떻게 써야하는 지 가르쳐주지.”


루드의 눈이 빛을 뿜었고, 마법사가 들고 있던 검을 내리쳤다.


“끄아아아아악!”


마법사는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가 벤 것은 루드의 머리도, 팔도 아니었다. 자신의 팔이었다.

마법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챘다.

지배 마법.

바로 앞서 루드를 가로막은 병사들에게 일어났던 것과는 달리 엄연히 마력을 사용한 행위. 이런 게 통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상대가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법사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루드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슬금슬금 멀어지고 있었다.

이 녀석은 인간이 아니다.

이건 괴물이다.

악마다.

아니,


“마, 마왕······.”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공포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흐아아아!”

“마, 마왕이다!”

“죽고, 죽고 싶지 않아!”


시끄럽게 구는군.

루드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양 손을 가볍게 흔들자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졌다.

마법진의 크기는 홀 전체를 포함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마법진 위에 서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방패를 굳게 세우는 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뛰기 시작하는 자, 이미 체념하고 주저앉은 자. 그러나 그들의 운명은 모두 동일했다.

이윽고 땅속에서 불타는 거대한 창들이 솟구쳐 올랐다.


“캬아아아아아아!”

“히야아아아악!”


창에 꿰뚫린 병사들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보통의 불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순식간에 재로 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한, 그야말로 지옥의 불꽃이 그들을 태워버렸다.


“서, 설마 지옥불꽃 창!?”


마법사는 신음했다.

마법의 원천인 마나는 별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설 덕분에 마법의 단계는 성(星)이라는 표현으로 구분한다.

가장 낮은 단계는 1성.

가장 높은 단계는 6성.

그 이상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한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게, 6성의 마법조차도 문서로만 존재하는 환상의 마법이었으니까. 공국 최고의 마법사 중 하나였던 그조차 4성의 마법을 몇 개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조차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5성에 달하는 마법은 저 마탑의 마법사들이 온갖 마법시료를 쌓아놓고도 오랜 영창을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을 그런 마법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6성의 마법이 시전되고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어느새 홀에 있던 병사들은 모두 증발해버렸다. 재조차 남기지 않고 지옥의 불꽃에 완전히 연소되어버렸다.

이제는 루드와 마법사 둘 만이 남았다. 마치 이곳에 다른 병사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마법사는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침입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은 탓에 지루함에 지쳐 잠든 자신이 악몽을 꾸는 것이라고.

6성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위대한 마법사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상식이 붕괴될 것 같은데, 고작 스무 명도 되지 않는 병사를 태우기 위해 6성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설 속의 마왕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마왕······.”


그리고 그제야 마법사는 루드가 했던 말을 다시 기억해냈다.

밤과 어둠의 군세의 왕이라고.

루드가 다가오자 마법사는 넋 나간 사람처럼 제자리에서 부들거렸다. 손에 쥔 검으로 위협할 의지조차 없었다.

루드가 우뚝 서서 그를 내려다본다. 마법사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위, 위대한 왕이시여. 제, 제발 자비를······.”


루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원래 하등 종족들이 자신에게 보여야할 마땅한 태도였다.


“하지만 나는 자비가 없는 왕이다.”


루드는 그가 했던 말 그대로를 반복했다.

그러자 마법사의 몸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을 쥔 팔이 멋대로 자신의 목으로 향한 것이다.

팔은 단순히 스스로의 통제를 상실했을 뿐 아니라, 본래의 육체가 낼 수 있는 근력을 아득히 초월했다.


“아, 안 돼······.”


그 마지막 중얼거림과 함께 마법사의 목이 바닥을 뒹굴었다.


작가의말

으아, 안 돼! 증거인멸은 철저히 하는 주인공입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사랑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이 글에도 희망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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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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