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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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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6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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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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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반역자에게 심판을 (4)

DUMMY

“가레스······?”


아르곤이 숨을 삼키듯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처음 보고하러 왔던 병사처럼, 아르곤의 마음속에서도 온갖 복잡한 감정이 일어났다.

그가 어째서 엔테를 놓쳤는지, 그리고 그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일단은 그가 돌아온 것에 대한 기쁨이 가장 컸다.

남들이 뭐라 하건 아르곤에게 그는 믿음직한 기사였고, 최고의 실력을 지닌 기사였으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의 힘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될 테니까.


“지난 일은 나중에 묻겠네. 어쨌든 지금 상황이 급하니 어서······, 컥!”


아르곤은 잔뜩 커진 눈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쳐다봤다.

가레스의 검이 그를 찔렀다. 정확하게 심장을.

정말로 배신이라고? 가레스가?

세토라에서 핸슨이 그의 배신을 의심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치부했다.

조금 전 악마의 존재를 확인했을 때는 완벽하게 그의 배신에 대해서 부정했다.

그의 실력을 알아보고 그를 키워 올린 것도 전부 아르곤이었다.

그에 대해서 충분히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충심은 몰라도 책임감만은 확실한 자라고. 그래서 믿고 있었거늘.


‘아니, 정말로 가레스인가?’


혹시 그들이 첩자를 보낸 것은 아닐까?

처음부터 의심했어야했다.

왜 놓쳤을까?

레이몬드의 폭주에 영향을 받은 탓이었을까.

상황이 너무 급박한 때라 냉정을 잃은 탓이었을까.


‘내가 이것을 대비하지 못했다니······.’


아르곤은 힘겹게 손을 뻗어 가레스-어쩌면 첩자일지 모르는 그 기사의 투구를 만졌다.

얼굴을, 얼굴을 보여라!

그러나 은빛의 기사는 무심히 칼을 비틀어 뽑았다.

아르곤은 피를 분수처럼 쏟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주변의 병사들은 아르곤이 쓰러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가레스가 돌아와서 이젠 살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대체······.


“그어어어······.”


그러는 사이 기사를 따르던 병사들이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며 일제히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성 안을 지키던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크게 당황한 병사들은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했다.


“기습이다! 우선 성문을 막······, 커헉!”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싸우려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정체불명의 기사가 휘두른 검 앞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린드버클 성 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습한 병력이 고작 수십에 불과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병사 하나가 레이몬드가 휴식 중인방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배, 백작님! 크, 큰일 났습니다!”


병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프라우스가 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레이몬드가 그를 말렸다.


“무, 문을 열어서는 안 돼! 아, 악마가 온다!”


프라우스는 잠깐 멈칫했지만,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해대는 그 이야기를 정상적인 명령이라고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설령 진짜로 악마가 나타났다고 해도 어차피 방에 틀어박혀 있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될 리가 없잖은가.

프라우스는 레이몬드의 말을 무시한 채 문을 열었다. 밖에는 아연실색한 병사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

“기, 기습입니다! 지금 가레스님의 갑옷을 입은······, 커헉!”


갑자기 병사의 복부를 꿰뚫고 검이 불쑥 튀어나왔다.

프라우스는 뒤로 재빨리 물러나며 검을 뽑아 들었다.

병사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자, 그 뒤에 서있는 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레스!?”


틀림없이 가레스의 갑옷이었다.

첩자라고? 대체 어느 놈이지?

하지만 상대가 누구건 간에 중요하지 않았다. 적이라는 건 확실히 알았으니까.

일단 벤다. 정체는 그 후에 확인해도 늦지 않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가레스의 갑옷을 입은 기사였다.

예리한 은빛의 궤적이 프라우스를 향해 덮쳐들었다.


“!?”


프라우스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가까스로 기사의 검을 쳐냈지만,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곧장 따라붙으며 다시 검격을 날렸다.


“큭······!”


빠르다.

따라가는 것만이 고작인 예리하고 빠른 검술이었다. 프라우스는 몇 번이나 밀린 끝에 겨우 거리를 벌리는 것에 성공했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었으면 바로 당했으리라.


‘이게 다른 녀석이라고!?’


그가 아는 한 이 정도로 빠른 검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공국에 단 한 사람 뿐이었다.


“가레스, 네 놈······.”


프라우스가 노기 띤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가레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프라우스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가레스가 우위에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승산이 아주 없진 않았다.

그 역시 적어도 린드버클에선 가레스, 핸슨과 함께 레이몬드의 가장 뛰어난 3기사로 알려진 실력자였던 것이다.

가레스가 다시 프라우스를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조금 전처럼 일방적으로 전개되진 않았다.


카앙! 캉!


물론 여전히 프라우스는 지극히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다만 뒤로 밀리진 않는다.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그의 검을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실력 차이라고 해봐야 그 정도였다. 최소한 버티기만 할 생각이라면 프라우스도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였다.

그리고 어차피 버티기만 해도 결국엔 프라우스가 승리하게 될 테니까.

조금 지나면 기습으로 인한 혼란이 수습되고 곧 이곳으로 병력이 몰려올 것이다. 아무리 가레스라고 해도 그것을 감당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레스 역시 그것을 짐작하고 있는 탓인지 더욱 공격적으로 검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마치 방어할 생각조차 없는, 팔 하나쯤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쓰러뜨리고 말겠다는 듯한 의지를 담은 검.


‘그렇다면 이 싸움, 내가 유리하다.’


버티지 않고도 이길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가레스는 대단히 영리한 기사다. 아마도 그가 용병 출신이기 때문이리라.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릴 줄 알았던 것이다.

원래 가레스의 검은 빠른 속도와는 별개로 조급함이 없었다. 현란한 검술은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일 뿐, 그의 진짜 표적은 언제나 상대의 허점이었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었으니까.

뛰어난 실력에 그런 영리함이 더해졌기 때문에 그는 공국 최고의 검 중 하나라고 칭송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시간에 쫓겨 오히려 스스로가 허점을 내보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프라우스를 압도하리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니, 이미 그들은 호각세로 싸우고 있었다.

이어서 가레스가 프라우스의 복부를 노리고 검을 내질렀다.

프라우스도 막으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지 않고 가레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팔 하나를 내주겠다고? 아니, 목숨을 내놓아라!’


서로 목숨을 걸고 내지른다면 프라우스 쪽이 우위였다. 가레스가 복부를 찌르면 프라우스가 그의 목을 날릴 테니까.

과연 목숨을 걸면서까지 들어올 수 있을까? 결국 물러나야하는 것은 가레스였다. 그렇게 되면 더욱 긴 시간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가레스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그대로 파고들었다.

대결에 응했다고?

프라우스는 순간 깜짝 놀랐지만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승리. 이쪽에서도 치명상은 피할 수 없겠지만, 놈은 반드시 죽는다.


“가레스, 네놈의 패배다!”


프라우스의 외침과 함께 두 기사의 검이 서로의 몸을 향해 빛을 흩뿌렸다.


“큭!”


프라우스는 검이 복부에 꽂힌 충격으로 신음했다.

그러나 그의 승리였다.

가레스의 투구가 하늘 높이 솟았다가 굴러 떨어져 레이몬드의 눈앞으로 떨어졌다. 프라우스가 정확하게 그의 목을 베어 날린 것이다.

프라우스가 의도했던 그대로의 결과.

하지만 대체 뭐란 말인가, 이 감각은······.


“빈······, 투구!?”


레이몬드는 자신의 발밑에 떨어진 투구를 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

깜짝 놀란 것은 그것을 거기까지 날린 프라우스도 마찬가지였다. 가레스의 목을 베는 감각이 자신이 생각했던 그것이 아니었으니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마, 말도 안 돼······.”


머리가 없는 가레스의 몸이 움직여 칼을 비틀어 빼냈다.


“크아아악······!”


장을 헤집는 고통을 느끼며 프라우스는 비명을 질렀다.

대체 뭐란 말인가 이것은······.

가레스는 뽑아낸 검을 그대로 프라우스의 목에 박았다.

곧 프라우스는 공기가 빠지는 듯한 소리를 흘리며 축 늘어졌고, 가레스는 검을 뽑으며 그를 밀쳐냈다.


“히, 히이익!”


겁에 질린 소리를 내는 레이몬드를 향해 가레스가 돌아섰다.

분명 머리가 없음에도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 흉흉한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처럼 느껴졌다.


“히히, 이히히······. 악마가, 악마가 나를 죽이러 왔구나······.”


레이몬드는 완전히 실성해버렸지만,

그 사실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작가의말

목을 주고 배를 취한다!


그러고 보니 이번 편도 주인공이 안 나오는 군요.

아마 이 글은 종종 이런 식일 것 같네요. 왠지 싫어하는 분들이 많을듯 하지만...

그래도 스토리 전개랑 너무 상관 없는 경우는 지난 번처럼 표시를 달아놓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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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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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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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3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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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8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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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3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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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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