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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476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21 12:15
조회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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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DUMMY

헤이우드에 도착한 노먼은 서둘러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 안에선 이미 헤이우드의 기사들이 모여 상황을 논의하고 있었다.

노먼이 상석에 앉자 기사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자가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페로난 왕국에서 보낸 군대가 현재 헤이우드의 국경 근처에 나타나 야영 중이며, 병력의 규모는 대략 3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사실 그 자체로는 딱히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헤이우드 영지에서만 끌어 모아도 5천 정도는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페로난 왕국에서 ‘전쟁의 의도가 아니었다’라며 한 발 빼기도 적당한 숫자였다. 국경도 안 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결론은 간단했다. 페로난 왕국은 철저히 상황을 보고 움직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마 린드버클의 소식이었을 것이다.


‘가레스 놈의 말이 맞았다는 건가······.’


노먼은 쯧하고 혀를 찼다.


“페로난의 군대는 움직이지 않을 거네. 조만간 물러나겠지.”


그의 말투는 대단히 단정적이었다.

상황을 모르고 있던 기사들이 어떻게 그가 확신하는 가에 대해서 묻자, 노먼은 린드버클에서 확인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페로난 왕국이 어째서 병사를 일으켰는지, 그리고 내통 중이던 레이몬드가 어떻게 됐는지를.


“과연······. 설마 했습니다만 린드버클 백작, 아니, 레이몬드는 정말로 나라마저 팔아먹을 작자였던 거군요.”

“그런 쳐 죽일 놈이······.”

“그래도 그 자의 목이 떨어졌으니 확실히 페로난도 물러나겠군요.”


명분이 사라져 버린 탓이다.

그들이 가진 전쟁의 명분은 처음부터 ‘이웃 국가의 적법한 통치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전쟁은 최소한 레이몬드가 살아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명분을 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플리온 공국이 아무리 소국이고 페로난 왕국이 그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나라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정복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들 역시 주변에 또 다른 적들을 끼고 있는 탓이었다. 레이몬드의 수하인 아르곤이 끝까지 린드버클을 사수하려고 했던 것도 그 이유였다.

명분도, 승리의 확신도 없이 전쟁을 벌일 정도로 페로난 왕국은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잘못되었어도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실제로 레이몬드가 린드버클에서 성공적으로 며칠만 시간을 끌었어도 반드시 일어났을 일이었다.

심지어 노먼이 정예 기병 및 기사들을 다수 이끌고 영지를 벗어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헤이우드 영지는 꽤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무척 불쾌한 일이 되긴 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페로난 왕국이 군대를 움직였다는 그 자체 때문이었다.

헤이우드의 기사들과 주민들 입장에서는 전쟁이 코앞에 닥쳤는데 영주가 자리를 비운 꼴이 되었다. 그 자체로도 불안감은 물론이고, 불신의 싹마저 키울 수도 있었던 것이다.

노먼에게는 그것만으로도 꽤 심각하게 느껴지는 문제였다.

애초에 그가 플리온 공국에서 그렇게 강력한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공국에 가장 거대한 위협이 되는 페로난 왕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그가 맡고 있는 역할.

그것을 위해 그에게 주어진 거대한 영지.

그리고 영지 내에서의 압도적인 위상 덕분이었다.

엔테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직접 병사들을 통솔해 세토라로 향했지만, 원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후작님. 그러면 대응은 어떻게 할까요?”


선임 기사가 질문했다.

아무리 그들의 군대가 물러가는 게 확실하다해도 적국의 군대가 국경 근처에 나타났으니 최소한의 대응은 하는 게 당연했다.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노먼의 선택은 반대였다.


“지금과 동일하게 작전은 밤까마귀를 유지가게나. 설령 그들이 진군한다한들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겠는가. 다른 지방의 영주들에게도 그렇게 전달하게.”


노먼은 대단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실추된 권위를 되찾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포함된 행동이었다.

이제 와서 각 영지에 전쟁을 대비하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에 대한 실책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노먼의 예상대로 기사들은 그런 자신감에 감탄했다.

설령 페로난이 당장 쳐들어온다고 해도 패배하지 않을 것만 같은 고양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그만 쉬시지요, 후작님.”


한 기사가 그렇게 권유했다. 노먼은 고개를 끄덕이곤 비서인 아이렌을 대동한 채 집무실을 벗어났다.

그렇게 어두운 복도를 몇 십 걸음쯤 걸었을까.


“젠장!”


노먼은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며 세차게 벽을 쳤다.

그는 바로 곁에 서있는 아이렌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아이렌조차 그의 분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먼은 린드버클에서 느꼈던 분노를 이제야 터뜨린 것이었다.


‘제대로 풀리는 게 없군······.’


세토라에서 엔테를 구한 건 배신자 놈과 꼬맹이 여기사, 그리고 어디서 굴러온지 모를 웬 용병 놈이었다. 레이몬드의 목을 벤 것도 역시 그 배신자 놈이었다.

노먼이 무리해서라도 가레스를 비방한 것은 그의 공로를 깎아내리기 위해서였고, 반대로 자신의 공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과적으로 노먼은 내세울 공이 별로 없어졌다.


‘대체 헤이우드가 한 게 뭐가 있지?’


항상 한 발 늦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누구보다도 빨리, 직접 병력을 끌고 왔다는 모습을 엔테에게 보여주긴 했지만, 사실 그조차도 많이 퇴색해버렸다. 그 어린 엔테가 자신에게 반항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득보다도 실이 많았다.

이제 다른 영주들이 자신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할 것이다. 영주가 섣불리 자신의 영지를, 그것도 공국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거점을 비웠다는 비난을 시작으로 말이다.

괜히 린드버클에서 다른 기사들이 엔테의 편을 든 게 아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다른 쪽에 있다.’


가레스를 포함한 레이몬드의 세력이 엔테의 휘하로 들어가게 생겼다.

물론 당장에는 그로 인해 수습할 거리가 늘어나는 꼴이 되겠지.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만 지나면, 아니 그녀가 영리하다면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그녀의 힘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플리온 공작의 힘은 그녀의 아버지, 노티어스 때보다도 훨씬 강해지겠지.

그것을 끝까지 막았어야했는데 페로난의 멍청이들이 또 망쳐놓았다.

물론 그녀가 훌륭한 군주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채여야 했다.


“이 품 안에서······.”


품 안에 있는 것은 비유적인 표현이었음에도 그의 생각은 실제로 그녀를 품에 안는 상상으로 넘어갔다.


“아이렌, 그 애를 데리고 와.”


노먼은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방으로 가 커다란 의자에 걸터앉았다.

반쯤 눈을 감은 채 그는 엔테를 그렸다.

황금빛 머리칼,

바다를 닮은 맑은 눈,

도톰한 입술,

이제 막 여성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봉긋한 젖가슴.

그녀의 순결한 육체······.

그녀를 생각했더니 몸이 뜨거워졌다.

곧 아이렌이 후드를 뒤집어 쓴 한 소녀를 방으로 데리고 왔다.

노먼이 소녀의 후드를 벗기자 소녀의 풍성한 금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텅 빈 눈이었지만,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사파이어 빛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엔테였다. 그리고 동시에 엔테가 아니었다.

완전히 빼다 박은 것처럼 닮은 소녀였던 것이다.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누구도 구분하지 못하리라.

다만 그녀의 표정은 마치 인형처럼 생기가 없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아이렌처럼.

노먼은 소녀를 보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소녀의 손을 거칠게 붙잡아 끌었다.

침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아이렌은 감정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변태 영감의 사생활 같은 아무래도 좋겠죠.

이런 이야기를 담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취향이긴 해서 넣긴 했습니다만, 사실 별 거 없는데도 시간이 오래걸려서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고 있긴 하네요. 흑흑...


물론 몇 가지 언급해야할 것 같은 정보가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이 내용들은 다른 편에서도 다시 한 번 언급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없어도 이해하는 것 자체는 문제없게 쓰고자 합니다.


안 읽으셔도 되는 편이기 때문에 저녁에 한 편을 더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확정까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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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0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8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6 2 10쪽
»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0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2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1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69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7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8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1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7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5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4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2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6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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