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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499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22 12:15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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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엔테가 해야할 일 (2)

DUMMY

“며칠만 쉬면되는 거겠지?”


크리스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엔테가 물었다. 비록 이전만큼 날을 세운 것은 아니었지만 목소리는 분명 따져 묻고 있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다.


‘끔찍하게도 챙기는군.’


물론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긴 했다.

그녀가 순수하게 신뢰라는 측면에서 누굴 가장 높은 위치에 올려둘 지는 루드도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확인해보지.”


루드는 그렇게 대답하곤 크리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천천히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거의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 뒤에서 엔테가 ‘힉!’하고 소리를 냈다.

그녀의 눈에는 마치 키스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피식.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살짝 웃은 루드는 슬쩍 잠든 크리스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옅은 분홍빛의 작고 도톰한 입술. 지금은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 묘한 색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탓에 인식하고 못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보니 크리스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물론 아직 여인보다는 소녀라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릴 정도로, 조금은 덜 자란 느낌이 있긴 했다. 그래도 확실히 소녀라고 느껴지는 엔테와는 달리 크리스는 어른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실제로도 그녀가 두 살 정도 연상이기도 했다.


‘정말로 이런 녀석이 남자로 오해받는단 말인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의외로 루드의 미(美)에 대한 감성은 보통의 인간이 가진 그것과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대다수의 인간들도 그렇다고 생각할만한 것이다.

루드만이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분명 종족으로서 악마라는 집단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바가 다르긴 하지만, 루드처럼 인간과 거의 동일한 감각을 가진 자들도 충분히 많았다.

그렇다는 건,


‘기사라는 놈들은 대부분 멍청이인 모양이군.’


이 아름다움을 구분해낼 수 없다니.

물론 루드 본인 역시 처음에는 그녀를 남자라고 오해할 정도긴 했으나, 아무래도 상황의 차이가 컸다.

분명 의식하고 바라보면 크리스는 꾸밈이 부족할 뿐, 확실한 미인이었다.

게다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떠나 이미 그녀에 대한 루드의 평가는 충분히 높았다.

낮과 빛의 종족들 중 자타가 공인하는 고귀한 종족인 엘프에 비교해도 충분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이 정도면 나의 첩으로도 고려할 수도 있겠지.’


원래의 루드벨로트였다면 물론 논외였겠지만,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는 루드로서는 충분히 고려할만한 대상이었다.

애초에 마지막으로 여자를 안은 게 대체 언제쯤인가.

봉인이 얼마나 지속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아득한 기억처럼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악마라는 것은 본디 욕망의 존재. 그것은 아무리 역사에 길이 남을 잿빛의 왕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마왕이라는 것은 욕망이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아무리 악마가 욕망의 존재라고 해도 사리분별이 없지는 않았다.

원하는 대로 마음껏 주무르는 건 다시 마왕 루드벨로트의 이름을 내건 뒤로 미뤄도 문제는 없었다.

그런 상념 와중에도 루드는 크리스가 흘려보내는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력을 확인하는 행동이었다. 그가 악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했다.


‘생명력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는군.’


그녀가 내쉬는 숨결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의 상태가 죽음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은 확인된 셈이었다.

그럼 이제 좀 더 자세히 볼까.

루드는 몸을 일으킨 뒤 크리스의 가슴 쪽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힉!”


하는 엔테의 소리에 잠시 손을 멈췄다.

루드는 슬쩍 엔테를 돌아보고 이야기했다.


“이상한 걸 하려는 건 아니니 괜한 오해는 하지 마라.”

“그,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엔테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태연한 척 했다.

물론 평생 남녀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던 16세 소녀에게는 자극적인 이미지였지만, 그래도 분명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것이다.

애초에 루드가 크리스에게 키스하는 줄 알았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것이리라.

루드는 다시 크리스의 가슴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미 엔테가 그녀의 갑옷을 모두 벗겨냈기 때문에 천옷만을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꿀꺽.

엔테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머리가 깨닫고 있는 것과는 달리, 본능이 전달하는 긴장감은 지울 수가 없던 것이다.

게다가 묘하게 두 사람의 분위기가 야릇했다.

조금 전 크리스에게 가까이 갔을 때 지었던 루드의 표정도,

그런 그에게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정신을 잃은 크리스의 얼굴도,

그리고 그런 그녀의 숨을 들이마시던 그의 행동도.

왠지 보고 있으면 안 되는 걸 훔쳐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루드의 손은 크리스의 가슴에 아찔할 만큼 가까이 다가가서 멈췄다.

엔테는 그제야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으, 으응······.”


크리스가 옅은 신음을 흘렸다.


“자, 자, 잠깐!”


결국 엔테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루드가 미리 경고를 해두지 않았다면 분명 거의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리곤 또 경비병들이 반응을 보이게 만들었겠지.

하지만 그녀로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만졌다.

아슬아슬한 곳에서 멈췄던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엔 루드의 손이 확실히 크리스의 가슴에 닿았다.

아니, 움켜쥐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의 농밀한 접촉이었다.


“너, 너 지금 무슨 짓······!?”

“이상한 건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하여간 인간 놈들은.”


루드는 덤덤한 목소리로 엔테의 말을 잘랐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였다. 루드가 크리스의 가슴에 손을 얹은 것엔 기본적으로 심장에 가까이하려는 의도였으니까.


“그, 그, 그렇겠지······?”


엔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런 상황에 대한 내성이 너무 부족했다.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루드는 원래의 의도대로 그녀의 몸에 미약한 마력을 흘렸다.

그것에 반응해 크리스의 입에선 좀 더 강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흑!”

“힉!”


하지만 어째선지 엔테도 따라서 신음성 같은 걸 흘린다.

소녀의 부끄러움은 내버려두고, 루드는 진지하게 크리스의 몸에 흘려보낸 마력을 통해 그녀의 몸을 진단했다.

물론 그가 사제들처럼 전문적인 진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마왕이라도 할 수 없는 건 있기 마련이니까.

단지 마(魔)에 지극히 가까운 존재로서 수많은 마법에 능통해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인간의 육체가 어떻게 망가져있는지 쯤은, 어떤 의미로 보면 악마가 더 잘 아는 부분이기도 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악마들은 거의 필연적으로 인간에게 흥미를 가지게 되어있으니까. 물론 루드는 그 중에서도 유난한 편에 속했다.

이번에는 그것을 떠나서 생각해도, 지금 크리스는 애초에 루드의 마력이 개입한 탓에 발생한 일이니 더욱 알기 쉬웠다.

진단 결과는 이상 무.


“예상보다도 상태가 더 좋군. 생각보다 더 금방 깨어날지도.”


그렇게 말하며 루드가 크리스의 가슴에서 손을 떼자 엔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다행이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담겨있으리라.


작가의말

주인공의 무결성(?)이랄까. 조금 해쳐지는 씬이지 않을까 걱정은 되긴 하네요. 사실 넣지 말까도 고민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저는 처음부터 약간은 이런 이미지로 그렸던 터라, 제 기준에서는 이상하진 않은데 보시는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타인에게 휘둘리는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긴 합니다. 원한다면 그 누구라도 휘두를 수 있겠지요.
---
라고 해놓고 졸렬하게 조금 수정했습니다.
캐릭터도 조금 바껴야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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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 +2 19.04.26 98 3 11쪽
29 용기를 내는 방법 +2 19.04.25 103 2 10쪽
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1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9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4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7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5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3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70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8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9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6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5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3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3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3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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