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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498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20 12:15
조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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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DUMMY

“루! ······드.”


엔테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낼 뻔했던 걸 겨우 참았다.

조만간 공국 전체의 대표자로서 통치자가 되어야할 그녀가 한낱 용병한테 의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물론 이미 타인의 눈에선 사라진 루드였기에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루드는 조심하라는 듯 엔테에게 눈짓을 준 후 고개를 까딱여 신호를 보냈다.

의도를 알아챈 엔테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잠깐 기다려요!”


기사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채고는 가레스에게서 한 발 물러났다.

지금은 일단 공녀지만, 사실상 공작의 명령이었다. 노먼의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이 상황은 그도 이해해줄 거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노먼 본인도 당연히 이해했기 때문에, 기사들을 재촉하는 것을 대신해 엔테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치 그녀의 다음 말을 가늠해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그 호의적이지 못한 눈빛은 엔테에게 터무니없는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그, 그의 충의를 믿겠어요! 모, 목숨을 걸고 반역자를 처단했잖아요?”


엔테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떠는 모습도 귀엽구나.

노먼은 속으로 웃으며, 그러나 겉으로는 냉정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이길 싸움이었습니다. 그는 최후의 순간에 이익을 쫓아 자신의 영주를 배반했을 뿐이지요. 그런 자를 기사로서 곁에 두기라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미 한 번 배반했던 자를요?”


노먼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네게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어서 내 의견에 동조해라.

윽.

엔테는 속으로만 내뱉었지만 표정으로 이미 드러나 있었다. 고작 16살의 소녀는 50대의 노련한 통치자와 싸울 힘이 없었다.

여기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루드, 알려줘.

그가 함부로 나설만한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마음속으로 찾게 되는 것은 역시 루드였다.

생각 같았으면 이미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루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눈앞에 있는 가레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쯤 페로난의 군대가 출발했을 것입니다.”

“페로난!?”


좌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이런 시기에?

하지만 노먼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가레스를 꾸짖었다.


“비겁하구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말을 지어낼 셈이냐!”

“레이몬드는 페로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성에 틀어박힌 채 그들을 기다릴 셈이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은 지체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목숨을 걸고 레이몬드와 그를 따르던 무리를 처단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후작님, 일단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사실이라면 이것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나선 것은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기사였다. 다른 영지의 대표로 온 노련한 기사였다.

노먼은 불쾌함에 얼굴이 찡그려질 것 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노기사에게 기회를 넘겼다.

노기사는 그의 배려에 목례를 가볍게 한 뒤 가레스에게 물었다.


“페로난의 군대가 오고 있다는 건 확실한가?”


그러자 가레스는 품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들어올렸다.


“여기 레이몬드가 페로난으로부터 받은 편지가 있습니다. 군대를 보내주는 대가로 1년 간 공국 전체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의 2할과, 헤이우드 영지의 지배권을 요구한 문서입니다. 물론 레이몬드는 여기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답신을 보냈습니다.”


다시 한 번 주변이 술렁였다. 어떻게 그렇게 패악한 일을 꾸밀 수 있느냐고.

그리고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엔테와 레이몬드 사이에서 저울질을 했던 기사들은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역시 그를 따르지 않기를 잘했다라고. 개인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자를 따를 뻔했다고.


“알겠네. 하지만 자네의 충의를 증명하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군.”


노기사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무시하기 힘든 무게가 실려 있었다.


“세토라가 습격당한 그 날, 자네는 어쨌거나 레이몬드를 도왔겠지. 그를 처단할 기회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했을 테니 말이야. 허나 만약 그때 공녀님이 운 좋게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레이몬드의 승리로 끝났을 걸세. 인정하는가?”


노기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노먼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대로라면 정말로 가레스가 처음부터 레이몬드를 배반하려는 생각이었다고 해도 죄를 물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가레스는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제 충의는 처음부터였단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세토라에서 공녀님을 시해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함께 간 병사들을 베고 공녀님이 탈출할 길을 뚫었습니다.”

“아! 그때 성에서 길을 열어준 게 그대였군요!”


엔테는 기쁨과 놀라움의 목소리로 가레스에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제단의 방에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게 가레스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누군지도 밝힐 틈도, 얼굴을 보일 틈도 없이 머리가 증발해버렸으니까.

순간 노먼의 표정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일그러졌다.


‘무슨 소린가 이게 대체! 엔테를 구한 건 크리스와 용병 나부랭이가 아니었나!?’


물론 그들의 실력만으로 해냈다는 것은 조금 의심을 하긴 했었다. 아르곤이 그렇게 허술한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에, 어쨌든 엔테가 무사한 것으로 충분했기에 넘어갔던 것이었는데······.


‘설마 가레스가 정말로 그때부터 배반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매도해버리기엔 엔테가 보증을 해버린 게 문제였다. 엔테가 같이 가레스와 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 않는가.

가레스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엔테에게 용서를 구했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능력이 부족하여 그 자리에서 반역자를 처단하지 못하고 공녀님께 폐를 끼쳤습니다.”

“아니에요. 가레스 경, 그대는 최선을 다했어요.”


엔테는 다시 주변을 향해 이야기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조금 전처럼 떨리지 않았다.


“세토라에서 그가 길을 열어준 덕분에 제가 무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외부의 세력까지 동원해 공국을 유린하려던 반역자까지 처단했어요. 저는 그의 충의를 믿겠어요!”

“엔테님, 그러나······!”

“옳으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노기사는 노먼의 말을 끊듯이 나서며 엔테에게 예를 올렸다. 주변의 다른 수많은 기사들도 그 의견에 따르며 엔테를 향해 예를 올렸다.


“크윽······.”


노먼은 속이 끓어올랐지만 어쩔 수 없이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지금 반박을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나저나 후작님, 어서 헤이우드로 돌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기사가 다시 노먼에게 말을 걸었다.

헤이우드는 페로난 왕국과의 접경지였다. 페로난의 군대가 정말로 진군을 시작했다면 필연적으로 헤이우드부터 노려지게 될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영주이자 총사령관인 노먼이 자리를 비우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물론 노먼도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섣불리 그렇게 행동할 수 없던 것이다.

애초에 가레스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건가? 반역자의 수하였고 배신자인데? 그는 여전히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때 루드가 엔테에게 슬쩍 신호를 보냈다.


“노먼 경. 헤이우드 영지에서 페로난의 군대를 막아주세요. 이곳을 수습한 후 지원할 병사들을 더 보내겠어요.”


엔테의 명령이 떨어졌다. 반박하자면 못할 것도 없긴 했다.


“······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따르기로 했다.

당연히 가레스에 대한 의심이 풀린 탓은 아니었다. 단지 영지를 걸고 해볼 만한 도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가레스의 말이 맞을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분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노먼은 병사들을 이끌고 린드버클을 빠져나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루드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마치 가레스에 대한 숨겨진 사실처럼.


작가의말

킹-꼰대를 이탈시켰습니다.

하지만 아직 꼰대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뭐가 됐든 마왕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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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 +2 19.04.26 98 3 11쪽
29 용기를 내는 방법 +2 19.04.25 103 2 10쪽
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1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9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7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5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3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70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8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9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6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5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3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3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3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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