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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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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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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글자수 :
13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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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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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토라 탈환 (1)

DUMMY

어느덧 세토라 앞에 도착했다.

중앙문에 서 있던 적들의 수는 확연히 줄어있었다. 루드의 예상대로였다.

실제로 세토라를 향해 오는 길에 몇 갈래로 나뉘어 말을 몰아가는 추적대들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병력은 거기에 몰려 있을 터였다.

엔테를 잃고 세토라만 빼앗는 건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세토라에 남은 건 아직 소탕되지 않은 공왕파의 병사들을 처리할 정도의 병력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성으로 들어가는 다른 통로들 역시 수비 병력이 최소한만 배치되어있었다. 그들은 세토라가 함락된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제가 은신에 관한 주문을 걸겠습니다. 몰래 접근하죠.”


루드가 이야기했다. 계획은 수비병들에게 몰래 접근 후 단숨에 해치우는 것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드는 또 거짓으로 영창을 하는 척 하더니 마법을 걸었다.

선두에는 크리스가 서기로 했다. 기사인 그녀가 앞에 서는 게 당연하기도 했지만, 여차하면 뒤에서 이런저런 ‘조작’을 하기 위해 루드는 맨 뒤로 간 것이다.

그렇게 조금 걷다가 문제가 생겼다.

길이 너무 어두운 탓이었을까. 어쩌면 평생 밤길 한 번 나설 일 없던 고귀한 신분의 소녀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와앗······!”


엔테가 어딘가 발이 걸렸는지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소리를 낸 것이다.


“!?”


크리스가 깜짝 놀라 돌아섰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역시 엔테님을 두고 오는 게 좋았을까?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크리스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루드가 잽싸게 엔테를 뒤에서 안은 다음 입을 막았다.


‘어, 엄청난 속도······.’


루드님은 사실 엄청나게 강할지도 몰라.

그래도 크리스는 단지 놀라고만 있진 않았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인 반응으로 검을 뽑으면서 경비병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차하면 뛰쳐나가 그들을 벨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비병들은 소리를 들은 낌새조차 없었다.


“위험했군.”


루드가 이야기했다.


“그, 그러게요······, 운이 좋았네요.”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한 탓인지 크리스는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루드는 그제야 엔테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건지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실수에 대한 창피함이었다.


“미, 미안해······.”


엔테가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떨궜다. 모든 계획이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망가질 뻔한 것이다.

루드가 빙긋 웃으며 그녀를 격려했다.


“괜찮습니다. 그런 실수도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저들도 눈치 못 챘으니 문제없겠죠.”


결코 그가 선량한 존재라서가 아니다. 그녀가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건 여러모로 그의 계획상 좋지 않은 탓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들킬 여지는 조금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루드가 걸어둔 마법은 마법 탐지 능력이 없이는 알아챌 수 없는 거의 완벽한 은신 마법이었으니까.

만약 지금 여기서 세 사람이 큰 소리를 지르고 모습을 드러내도 결코 그들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루드가 엔테를 붙든 건 간단한 이유였다.

자신이 사용한 마법이 그렇게 엄청난 것이라는 걸 숨겨야하니까.

그래서 마치 루드의 순발력과 행운이 겹쳐서 들키지 않은 것처럼 연기한 것이다.

약간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마법 효과인 탓으로 돌릴 수 있으리라는 계산.


“으, 응······.”


엔테는 힘없이 대답하며 다시 일어섰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진정이 안 되는 걸까. 그녀는 격렬하게 뛰는 심장이, 뜨거운 주전자처럼 화끈거리는 얼굴이,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엔테님, 괜찮으세요?”

“으응? 아, 괜찮아. 가자.”


크리스는 아무래도 석연찮았지만 루드도 별 말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더 이상은 은폐할만한 것이 남지 않았을 때 세 사람이 멈춰 섰다.


“거리가 꽤 되는 군요.”


크리스가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통로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은 총 네 명. 그들을 쓰러뜨리는 것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다른 곳의 병사들에게 침입이 전파가 되는 게 문제였다.

물론 루드가 핸슨의 추적대를 물리쳤을 때 사용한 마법이라면 손쉽게 가능하지만, 마력소모가 커서 아끼는 것으로 해뒀다. 그래서 대신 세운 작전이 루드가 경비병들을 혼란시키면 크리스가 그들을 해치우는 작전이었다.

실행에 막 옮기려는데 엔테가 입을 열었다.


“저기 루드······.”

“무슨 일이죠?”

“나, 나도 싸울 수 없을까? 호, 혹시 모르잖아. 나한테도 엄청난 잠재력이 있을지도······.”


그녀는 조금 전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 물론 그 저변에는 루드가 그녀의 무력함을 자극했던 탓이 가장 컸다.


“엔테님, 검을 써본 적은 있으십니까?”

“······.”

“사람을 죽여본 적은?”

“······ 그, 그게 없으면 안 되는 거야? 도구로 어떻게든 될 수도······.”

“불가능합니다.”


루드는 냉정히 말했다. 물론 실제로는 가능하다. 단지 그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을 뿐.

엔테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도 고집을 부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아직 어린 마음은 어쩔 수 없던 것이다.

루드는 일단 지금 당장 엔테를 달래기 위해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엔테님이 해주셔야하는 정말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이번에 싸우는 것은 저희한테 맡겨주시죠.”

“응······, 알았어.”


조금 힘없는 대답. 납득은 했지만 역시 아쉬운 모양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크리스님께 검을 배워보시는 게 어떨까합니다. 그때가 되면 크리스님께 드린 것보다 훨씬 좋은 걸 알아보겠습니다.”

“그거 좋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응.”


엔테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이번 일이 끝나면 정말로 검을 시작할 지도.

루드는 크리스와 간단히 작전을 짠 뒤, 세토라를 탈출할 때 소환했던 박쥐 하수인을 다시 불러냈다.

물론 이 박쥐 한 마리로도 성 안의 병사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크리스와 엔테에게는 그저 정찰용으로만 설명해뒀다.

이윽고 경비병들의 머리 위로 박쥐가 날아갔다.


“뭐지?”

“박쥐인가?”


경비병들은 루드의 하수인에 별다른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의 머릿속에 박쥐 한 마리가 뭔가 문제를 일으키리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의를 돌리는데는 확실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사이 엄청난 속도로 크리스가 경비병들에게 다가갔다.


“저, 적습······!?”


누군가가 눈치 챘을 때 그의 목은 이미 허공에 떠 있었다.

지금의 크리스는 레이몬드의 대표 기사 중 하나인 핸슨조차 단숨에 베어버린 실력이었다. 경비병 몇 명이 기습에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네 명의 경비병은 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휴우······.”


크리스는 이마의 땀을 닦아낸 뒤 손짓을 해서 두 사람을 불렀다. 무사히 성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갈라지죠. 저는 우선 1층에서 적들의 수비 병력을 격파하겠습니다. 두 분은 위층으로 올라가 병사들을 수습해서 성의 방어를 굳혀주시죠. 성의 구조로 보건데 집무실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리스는 걸리는 것이 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마법사가 이런 좁은 실내에서 병사들을 상대하는 건 좀 어려운 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싸움도 많이 해봤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그보다는 시간이 걱정이죠. 혹시라도 엔테님이 여기 계신 걸 알고 그들이 돌아오기라도 하면 그땐 저희의 패배입니다.”

“과연······. 루드님의 판단은 더 멀리 보시는군요. 용병 생활을 좀 하신 덕분일까요.”

“뭐, 그런 셈이죠.”


굳이 말하자면 마왕 생활을 좀 한 거지만.


“참, 그리고 엔테님.”


루드가 갑자기 자신이 차고 있던 목걸이를 벗어서 엔테에게 내밀었다. 사실은 오던 길에 창조해낸 도구였다.


“!? ······ 진심이야?”


엔테가 크게 당황했다. 이제 와서 자기더러 싸우라는 이야기인 걸까?

조심스럽게 받아들기는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결심은 했지만, 대체 어떻게 싸워야하는 거지!? 그, 그것도 잠재력이 알아서 해주는 걸까!?

그런 혼란을 알아챈 루드가 덧붙여 이야기했다.


“크리스님께 드린 것과는 다른 물건입니다.”

“그, 그럼?”

“보호 도구입니다. 엔테님의 목숨을 지켜줄 겁니다.”

“저기, 루드님. 엔테님은 제가 지킬 수 있습니다. 이건 루드님께서 갖고 계시는 게······.”

“지금은 엔테님이 가장 중요합니다.”


루드가 강하게 주장하자 더 이상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루드도 일단은 진심이었다. 현재로선 엔테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게 가장 복잡한 일이 되니까.


“어쨌든 서두르시죠.”

“네! 무운을 빌겠습니다!”

“······, 조심해야 돼.”


엔테는 루드를 향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 뒤 크리스의 뒤를 따랐다.

아직도 의심스러운 건가.

물론 그녀의 시선에는 그 외의 감정들도 담겨있었지만 루드는 그것까진 알아채지 못했다.


작가의말

힘을 숨긴 마왕님. 다음 편은 힘을 드러낸 마왕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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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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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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