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495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16 12:15
조회
257
추천
3
글자
9쪽

욕망의 신하

DUMMY

헤이우드의 병사들이 세토라에 들어왔다.

루드는 그들을 맞이하는 엔테의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전원 기병으로만 구성된 잘 훈련되어있고 정돈된 병사들이었다. 숫자만 해도 거의 천명에 달했다. 물론 개미들 치고는 강직해보이는 기사들도 있었다.

레이몬드가 세토라를 함락시킨 상태에서의 공성전이면 모를까, 정면 대결이라면 레이몬드의 병력과 붙었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으리라.

그 짧은 시간에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을 모아왔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확실하게 엔테의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군.’


기병의 맨 선두에 서있던 중년의 남자는 엔테의 모습을 보자마자 말에서 허겁지겁 내려와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오, 엔테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남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엔테가 싫은 기색을 내비치며 손을 피했지만, 남자는 거의 강제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인간에 대한 많은 조사를 했던 루드는 그것이 얼마나 무례한 행동인지 알고 있었다.

아무리 엔테가 정식으로 대관식을 거치지 못했다고 해도 그녀는 실질적인 플리온의 공작이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군주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가 일어서라 명하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를 제지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크리스마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장면이나 다름없었다.


“괘, 괜찮아요!”


겨우 엔테가 사양하며 손을 빼자 겨우 그 손을 놓아주었다.


“오, 감사합니다 ‘에스테레스’시여! 위대한 지혜의 신이시여! 엔테님을 무사히 지켜주셔서!”


물론 신이 아닌 악마의 소행이었지만.

그나저나 지혜의 신 에스트레스라니······.

처음 들어보는 신의 이름이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러가버렸기에 신조차도 새로운 이름이란 말인가.


“저분이 헤이우드 후작님입니까?”


루드의 질문에 크리스가 끄덕였다.

이름은 노먼. 인간의 귀족답게 풀네임은 매우 긴 이름인 남자였다.

수염 하나 없는 말끔한 얼굴은 노년기에 접어들었다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어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슷한 나이대에 비해서였다. 정말 잘 쳐주면 30대 정도일까.

당연히 엔테와 비교할만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엔테가 싫어할 만도 했다.


‘그나저나 영주가 직접 병사를 끌고 오다니.’


지금까지 전해들은 플리온의 상황으로 볼 때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플리온은 중앙집권체제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나라였다. 국력 자체가 약하다는 것과 더불어서 왕국을 칭하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였다.

그런 사정에 비해 헤이우드 영지는 너무 영향력이 컸다.

타국과의 가장 중요한 접경지일 뿐 아니라, 크기도 크고 인구도 많았다. 플리온 공작의 직할령과 비교해도 밀릴 게 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 모양이라면 굳이 엔테의 애매한 입장이 아니더라도, 공국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멋대로 구는 것도 이해될만한 하다.


“크리스 경, 참 큰일을 해주었군. 엔테님을 지켜줘서 고맙네.”

“아, 저보다도 이쪽 루드님의 공이 훨씬 더 큽니다! 엔테님을 무사히 성 밖으로 탈출시켰을 뿐 아니라 세토라를 지켜내는데도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굳이 할 필요 없는 걸 덧붙이는군.

크리스는 순수한 의도로 루드에게 공을 돌리고 싶었던 거겠지만, 루드의 입장에선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노먼의 시선이 루드에게로 옮겨갔다. 본적 없는 흑발의 남자. 세토리아의 기사로 새로 임명된 자인가?

노먼은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시군. 혹시 어느 가문의 분이신지 알 수 있겠소?”

“이름 없는 용병입니다. 공왕 전하의 명에 따라 공녀님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용병이라고?”


노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을 이었다.


“그렇군. 내 자네의 공을 높이 사서 특별히 더 보수를 주도록 하지. 아이렌, 그에게 계약금의 2배를 주도록 하게.”

“네.”


그의 말에 뒤에 있던 한 여성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만큼이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노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루드에게 이야기했다.


“어쨌든 수고 많았네. 그럼 이만 돌아가게나.”


아, 그런 이야기였나.

유치하군.

루드가 뭔가 대답하려는 순간,


“노, 노먼 경!”


엔테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모습에 루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노먼은 그녀의 태도에 놀랐지만 짐짓 아닌 척 하며 정중하게 대답했다.


“네, 엔테님.”

“제, 제 사람을 마음대로 내쫓지 마세요!”


엔테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조금은 겁을 먹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그녀가 완전히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녀를 구원하러 왔다고는 하지만 지금 세토라에는 헤이우드의 병사들이 새까맣게 깔려있는 상황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서 엔테를 범하든 죽이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명분이 없어서 그럴 리 없다고? 그가 레이몬드에게 붙어버리면 그만이다. 아마도 레이몬드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엔테를 대가로 헤이우드가 연합하는 것’은 그가 머리를 조아려서라도 받아들일 것이다.

세상에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아군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엔테는 레이몬드부터가 원래는 같은 편이라고 믿었다가 당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노먼에게 정면에서 대든다는 것은 엔테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노먼은 힘의 논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물론 그녀를 범한다거나 죽인다는 생각까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의 입장에선 ‘신부 교육’이었던 것이다.


“제 사람이라뇨. 용병이란 자고로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자들입니다. 엔테님이 무사하셨으니 그의 일은 끝난 게 아니겠습니까.”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데 대놓고 돈벌레 취급을 한다. 이 세상의 일반적인 관점인지 까진 알 수 없었지만 대우가 좋지는 않으리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엔테는 어떻게 반응할까. 루드는 조금 흥미가 돋았다.

슬쩍 본 엔테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그녀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세토라를 탈환하러 갈 때만큼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리라.

실제로 엔테는 상당히 위축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계약이 완수되면 루드가 떠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니, 보내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가장 곁에 둬야할 존재였으니까.

엔테에게 누굴 가장 믿느냐고 하면 분명 누구보다도 크리스였다. 그러나 그녀는 충성스럽고 솔직할 뿐, 자신을 이 세상의 혼란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니었다.

그게 가능한 것은 루드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그는 내 호위로 계속 일을 할 거에요!”


겨우 짜낸 것 같은 목소리.

맘에 들지 않았던 건지 헤이우드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용병이라는 자들은 돈만 받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자들입니다. 한 나라의 군주가 되실 분이 용병 같은 자를 호위로 두실 순 없습니다.”

“하지만 루드는 다르······!”

“가레스 그 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 자가 제대로 된 기사였다면 당연히 레이몬드의 목을 베어서 엔테님께 바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용병으로서 레이몬드 개인에게 충성하고 있기 때문에 반역에 동참한 것입니다. 용병이란 그런 것이지요.”

“······.”


물론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었다. 애초에 용병 출신이 아닌 자들도 반역에 동참하지 않았나.

하지만 노먼의 고압적인 태도에 눌린 엔테는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아니, 설령 반박했다고 해도 또 다른 말로 그녀를 곤란하게 했을 게 분명했다.

보다 못한 크리스가 앞으로 나섰다.


“후작님!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이 일에 대해서는 레이몬드에 대한 처리가 끝난 후에 다시 논의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엔테님도 갑자기 이런 일을 겪은 직후시니 곁에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것이 편하실 겁니다.”

“알겠네. 엔테님,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노먼은 엔테에게 그렇게 권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그러면서 슬쩍, 루드를 바라봤다. 아니, 노려봤다.

거기에 어려있는 것은 살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이었다.

아마 루드가 평범한 용병이었다면 바로 기가 죽어버렸을 것이다.

저 수많은 강병들의 지휘자가, 원한다면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저런 눈으로 바라본다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조아리고 좋은 보수를 받고 물러갔을 것이다.


“욕망인가······.”


루드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신을 섬긴다’라고 말하는 자 치고는 욕망이 노골적이군.

차라리 악마를 따른다가 어울릴 상황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것과는 참으로 다른 자였다.


‘크리스가 사람 보는 눈이 참 없군.’


저것은 충성이 아니다. 그가 충성을 맹세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환심을 사려고 했다는 게 맞겠지.

일단 한 번 지켜볼까.


작가의말

크리스는 나쁜 아이는 아니지만 사람보는 눈은 없습니다.


빨리 일반연재로라도 전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근데 앞으로도 글자수가 많이 필요해서 흑흑...

하루 편수 제한은 또 뭐람...


그나저나 슬슬 취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수입이 없는 생활은 역시 힘드네요.

월천킥은 몰라도 아르바이트 값은 벌렸으면 했는데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이 힘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에 대해서 19.04.25 94 0 -
32 잠시 헤어져 있어야할 때 +3 19.04.30 89 2 9쪽
31 소녀는 악마에게 기대어 선다 +4 19.04.29 94 4 11쪽
30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 +2 19.04.26 98 3 11쪽
29 용기를 내는 방법 +2 19.04.25 103 2 10쪽
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0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9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7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1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3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70 3 10쪽
» 욕망의 신하 19.04.16 258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9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6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5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3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30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