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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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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3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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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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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반역자에게 심판을 (1)

DUMMY

며칠에 걸쳐 각지의 병사들과 대표자들이 차례대로 세토라에 도착했다.

거리가 멀리 떨어진 영지의 군대는 아직 행군이 진행 중이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모인 영지의 대표들이 모여 레이몬드의 제재에 대해 의논했다.

결론은 만장일치.

레이몬드와 그에게 협력한 그의 가신들에 대해서는 모든 작위를 박탈하고, 봉토를 몰수하며, 그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을 것.

그리고 그것은 아주 즉각적으로 실행될 예정이었다.


“이번 정벌에는 노먼 경이 총사령관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집무실의 상석에 앉은 엔테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저 역시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 또한 그렇습니다.”

“후작님이라면 안심이지요.”


다른 영지를 대표하여 참석한 나이가 지긋한 기사들도 대부분 찬성하는 말을 덧붙였다.


“이런 귀중한 임무를 받들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드시 반역자 레이몬드의 목을 공녀님께 바치겠습니다.”


노먼이 자리에서 일어나 엔테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가 지휘권을 받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지만 그것이 귀족의 예절이었다.

물론 파견한 병력은 노먼의 헤이우드가 가장 적은 편이었다. 그가 기병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정예들만으로 병력을 구성한 탓이었다. 그 점을 생각하면 대 병력을 파견한 영지에서 불만이 나올 법도 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조금도 없었다.

모두가 힘의 논리를 이해하고 있는 탓이다.

이곳에 참석한 지방 ‘영주’는 노먼이 유일했다. 그것도 그냥 영주가 아니었다. 플리온 공국의 하나뿐인 후작위를 받은 인물일 뿐 아니라, 공국과 다소 적대적인 페로난 왕국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아온 국경 사령관으로서 전쟁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은 인물인 것이다.

게다가 높은 확률로 엔테와 결혼해 공국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될 예정인 인물.

최소 백작위를 가진 영주들이라면 모를까, 대리인에 불과한 기사들로서는 아무리 수십 년씩 현역으로 활동했다고 해도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 출전으로 레이몬드를 직접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레이몬드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명분도, 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도망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을 게 분명했다. 사령관 따위를 맡아도 어차피 세울 공적이 없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정벌 자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엔테는 군주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영주들은 실리를 얻기 위해.


◇◇◇


린드버클을 정벌하기 위한 군대는 그날 새벽 곧장 출발했다.

각 영지의 병력과 수습된 세토라의 병력을 합치니 수천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대 병력이 되었다. 심지어 그것은 린드버클 영지에서 항복한 소영주들의 병력까지 가세하여 더욱 불어나기까지 했다.

며칠에 걸친 진군 끝에 원정군은 린드버클 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이미 해가 저무는 시간이었기에 공격은 다음날로 미루고 아영이 결정되었다. 어차피 성이 비어있을 게 뻔했기 때문에 서두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어차피 먼저 입성하는 것도 헤이우드의 몫.

그것을 억지로 가로채봐야 노먼에게 견제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함부로 정찰 같은 것을 나서겠다고 하는 자도 없었다.

단 한 명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루 종일 엔테를 괴롭히던 노먼조차도 자신의 텐트로 돌아간 깊은 밤, 루드가 엔테를 찾았다.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간이 집무실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지 않게 보여야 했기에 이곳을 선택했다. 특히 무엇보다도 루드에게 감시가 붙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엔테는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자리에 앉았다.

집무실은 밖에서도 실루엣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불이 커져있었기에 루드는 엔테의 앞에 무릎을 꿇어앉았다.

하지만 집무실의 안에는 엔테와 루드 두 사람 뿐이었기에 루드는 평소처럼 엔테를 평대했다.


“놈들이 함정을 준비했을지도 모르겠어. 먼저 정찰을 좀 했으면 하는데.”


처음에는 졸음으로 인해 그의 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에 엔테는 무심코 허락할 뻔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깨달았을 때, 그녀의 졸음은 단숨에 날아가 버렸다.


“너, 설마 홀로 린드버클에 가겠다는 거야!? 그것도 함정이라는 걸 알고서!?”


엔테는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루드는 ‘그래’라고 짧게 대답했다.

물론 그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엔테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키지 않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걸 왜 네가 앞장 서는 건데!”


선봉은 헤이우드의 군대다.

설령 함정이 깔려있어도 헤이우드가 밟는다.

공국 전체의 입장에서는 그것 역시 큰 손실이지만, 지금의 엔테는 다른 영주들과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병력 100을 손실시키는 것보다, 다른 영주의 병력 200을 손실시키는 게 훨씬 큰 이득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루드는 그녀가 그런 것을 학습하기 이전부터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정찰대를 자처한 것은, 자신만이 맡을 수 있는 냄새 때문이었다.


“린드버클 영지의 초입부터 느껴지는 기분 나쁜 냄새가 있었어. 아마도 너희들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악마만, 느끼는 뭔가가 있다는 거야?”

“물론이지. 노린 것 같으니까.”

“노렸다니? 너를?”

“아마도.”

“그런데 거길 가겠다는 거야!? 납득 못해!”


엔테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사지인 걸 알고도 뛰어들겠다는 자신의 신하를 어떻게 보내줄 수 있겠는가.

루드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냄새는 말이야, 우리들이라고 해도 예민하지 않으면 맡을 수 없는 냄새란 말이지.”

“그러니까 함정이겠지.”


엔테가 퉁명스럽게 뱉었다.


“놈들이 왜 그런 걸 준비했겠어?”

“함정이라며. 널 제거하고 싶은 거겠지.”


루드가 웃었기 때문에 엔테는 오답이라는 걸 알아챘다. 물론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기분인지라 엔테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루드가 설명을 이었다.


“여기에 이 정도의 병력이 모여 있지. 따라서 놈들의 패배는 어차피 예정된 거야. 겨우 나를 제거하기 위해 함정을 팔 이유는 별로 없지. 최후의 발악보다는 도주가 더 현명한 선택일 테니까.”

“······ 그래서?”

“놈들의 목적이 나를 드러내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 거지. 네 계약 악마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것도 다함께 성으로 들어가는 상황, 다시 말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엔테가 얼굴을 한층 더 찡그렸다. 이번에는 생각이 심각해진 얼굴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얼굴을 활짝 펴며 이야기했다.


“아! 그럼 내일 네가 여기에 남으면 되겠네!”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루드는 즉답으로 부정했다.


“대상이 너일 수도 있지. 가령 악마와 계약했다면 드러나는 함정이라거나.”

“······.”


엔테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둘 모두 끝장이니까.

사실 그녀도 이렇게 될 것은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그가 쓸데없는 행동을 할 리도 없고, 당연히 자신을 설득할만한 근거도 갖고 있을 거라고.


“뭔가, 생각은 있는 거지?”


다만 확인만이라도 받고 싶었다. 비록 말뿐이더라도.

혹시라도 그가 위험에 처하진 않을까,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을 도울 수 없는 게 아닐까.

엔테에게 솔직한 심정을 묻는다면 말로는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완전히 루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모인 수많은 영주들이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부터가 순전히 루드의 활약 덕분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전쟁터. 그녀에게는 너무나 무섭고 떨리는 장소였다.

물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리 없다는 것은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엄청난 수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그녀의 이름 아래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무엇보다도 부담스러운 것은 루드의 부재였다.

그리고 루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의도한 바였으니까.

그래서 그는 엔테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야기했다.


“물론이지. 아는 방식이니까 역으로 이용할 생각도 갖고 있고.”


그 말로 엔테의 걱정이 덜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 그의 제안을 막을 당위성은 그녀에게 없었다.


“알겠어. 하지만 위험해 보이면 빠져나와야 해. 알겠지?”

“그러지.”


엔테는 그제야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의 의미였다.

루드는 빙긋 웃으며 신하의 예를 보인 후 간이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길로 야영지를 빠져나왔다.

그를 감시하고 있던 사람들을 포함한 그 누구도 그가 떠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작가의말

항상 7~8시쯤 한 편 더 올렸는데 오늘은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내일쯤에는 드디어 일반연재로 승급 신청을... 흑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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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8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6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7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0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2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1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89 2 11쪽
»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69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7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8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1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7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5 2 10쪽
9 엔테의 결심 (2) 19.04.13 194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2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0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6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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