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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람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이 힘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노이람
작품등록일 :
2019.04.10 21:53
최근연재일 :
2019.04.30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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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2
추천수 :
102
글자수 :
134,464

작성
19.04.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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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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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엔테의 결심 (2)

DUMMY

“세토라를 탈환하겠어!”


엔테가 의지를 다지며 외치자, 크리스가 깜짝 놀라며 손을 휘저었다.


“에, 엔테님!? 아무리 그래도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젠 슬슬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반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크리스가 했던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도’라는 판단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였지, ‘가능성이 높다’는 아니었다.

그마저도 지금 루드 덕분에 힘을 끌어올린 탓에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던 것이다. 이 강제로 끌어올린 힘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만약 처음부터 가능성이 높았다면 루드가 엔테를 설득시키기 전부터 진작 계획에 뒀을 것이다.

크리스가 외쳤다.


“백작의 수하 중에는 가레스님도 있습니다!”


가레스.

이미 루드에게 당한지 오래였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많이 강한 사람입니까?”

“네!? 모르시나요!?”


루드의 질문에 크리스가 크게 당황했다. 이해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같은 태도.

유명한 녀석인가?


“아쉽게도 제가 기사님들의 이름에 대해서는 조금 아는 것이 부족하군요.”

“가레스님은 원래 용병이셨던 분이신데······.”


이런.


“흠······, 그러고 보니 이름 정도는 들어본 것 같기도 합니다만, 헌데 제가 아무래도 마법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니 다른 사람에겐 좀 흥미가 없어서······.”


크리스는 가레스에 대한 그의 무지(無知)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얼굴은 정말로 처음 듣는다는 눈치였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마법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긴 하니까.

그래도 이참에 확실히 알려주는 게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크리스는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강합니다! 공국 최강의 검사를 꼽는다면 반드시 그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아까 제가 쓰러뜨린 핸슨보다도 더 강합니다!”


물론 그 정도로 루드에게 가레스의 강함을 전달하는 건 무리였다.


‘개미가 비교 대상이어봤자지.’


공국에서 알아주는 기사인 핸슨도 그에게는 그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호기심은 조금 생겼다. 무엇보다도 지금 시대 인간들의 힘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시대가 변한만큼 한참 강해졌을 수도 있었다. 여전히 루드의 기준에서는 개미겠지만, 전쟁의 형태가 되면 달라지기 때문에 확인해두는 편이 좋았다.


“크리스님이랑 비교하면 어떨까요?”

“다, 당치도 않습니다! 다섯 번을 부딪쳐보기 전에 쓰러지고 말겁니다!”

“지금의 잠재력을 끌어올린 실력으로 말입니까?”

“그, 그건 아직 감이 안 오기는 하지만······. 아마도 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크게 밀린다는 표현은 아니었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물론 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더 강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루드의 입장에선 ‘고작’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아니, 그가 생각하고 있던 일반적인 인간이라는 종족의 수준에 비춰봐도 그랬다.


‘오히려 수준이 떨어진 것 같은데 이건······.’


그가 세상을 정복하러 나섰던 시기에 영웅이라고 불리던 자들 중에는 단신으로 수천의 마족 병사를 베어버릴 수 있는 기사들도 있었다. 인간의 병사와는 격이 다른데도 말이다.

그에 비해 지금 크리스의 실력으로는 마족 병사 열 명만 불러도 목숨을 걸고 싸워야할 것이다.

물론 플리온 공국이 너무 작은 나라라서 그럴지도 모르긴 했다.

그래도 일단 직접 봐두는 편이 좋겠지.


“혹시 그 자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음······. 알려진 유명세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부분일까요······. 장식이 거의 안 들어간 은색 갑옷을 즐겨 입는 분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오히려 눈에 잘 안 띄는 편이긴 한데, 반대로 얼굴은 굉장한 미남자라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입니다.”


은색 갑옷이라, 왠지 본 것도 같은데······. 미남자는 모르겠지만.


“뭐라고 할까······. 헝겊으로 싸놔도 빛을 가릴 수 없는 아름다운 보석이라고나 할까요?”


수수한 갑옷 따위는 상관없다는 비유인 모양이었다. 물론 외모가 강력한 장식이라는 건 루드도 이해하는 바였다.

그나저나 가레스에 대해 늘어놓는 크리스는 흡사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녀?

루드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설마?


“나는 가레스가 잘 생긴 줄은 하나도 모르겠던데······.”

“그건 엔테님의 취향이 너무 특이하셔서 그런 거 아닌가요! 가레스님은 모든 소녀들의 로망인데요!”

“네가 낮은 거야! 헤이우드 그 아저씨가 지금도 괜찮아 보인다면서!”

“그, 그건 내면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도 훌륭한 분이시긴 하지만······.”

“내면 운운하면서 어떻게 가레스를 맘에 들어 할 수 있어!”

“무, 물론, 그렇게 정의로운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로망이······.”

“흠······, 실례가 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크리스님은 여성분이십니까?”

“네!?”


루드의 질문에 크리스가 화들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보며 엔테가 입을 가린 채 ‘풋’하고 웃었다.


“네······. 일단은 여자입니다만······.”


크리스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과연. 체구가 작은 건 그 탓이었나.


“이거, 이거 실례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니까! 자주 미소년으로 착각 당해서 여자애들한테 고백 받고 그랬어. 아직도 크리스가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을 걸?”

“에, 엔테님!”


크리스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우물쭈물 거리며 이어지는 루드를 향한 질문.


“외, 외람된 이야기지만, 저······ 그 정도로, 남자처럼 보입니까.”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본심은 아니었다. 일단은 예의바른 청년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 말이 의외였는지 크리스의 얼굴에 살짝 당황하는 기색이 스쳤지만, 그래도 한 편으로는 맘에 들기도 했는지 억지로 참으려는 웃음이 같이 걸렸다.


“여, 역시 그렇죠!?”

“에이~ 갑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데 착각당할 만도 하지 않아?”

“기사로서 당연한 복장입니다!”

“그치만 좀 더 여성미를 드러낼 수 있는 복장도 있긴 할 텐데? 혹시 작은 거 들킬까봐 그러는 거야?”


엔테가 어딘가의 술 취한 아저씨처럼 응큼한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를 도발했다.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던지 크리스는 크게 당황하며 반문했다.


“그, 그렇게 작지 않습니다! 갑옷에 가려져 있을뿐이라구요!? 보신지 오래되셔서 그런 것 같은데 버, 벗으면 괴, 굉장하다구요!?”

“아, 그래? 근데 그런 말 루드 앞에서 해도 돼?”


엔테는 그가 악마이기 때문에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면서 태연하게 그런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저 그녀를 놀리고 싶었을 뿐이니까.


“흐이이이에에에엑!?”


하지만 크리스에겐 확실히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는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한 걸음 도망쳤다.

엔테는 그 모습을 보며 큰 소리로 깔깔거렸다.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으로.

크리스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지만 애써 침착한 척, 루드를 향해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방금 이야기는 잊어주십시오······.”


루드는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미소로 화답했다.

아무리 마왕 루드벨로트라도 이럴 때는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를 모르는 탓에.


“아, 실컷 웃었더니, 후련해졌다.”

“저, 저도, 실은 조금 그렇긴 합니다. 왠지······, 싸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군요.”


두 사람이 겨우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아니 그녀들의 말대로 전보다 한결 나아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이젠 덜 긴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엔테가 루드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무척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게 악마에게 보일만한 게 아니라는 건 모르나보군.

루드는 피식 웃었다. 솔직하게, 보기 좋았다는 생각 정도는 하면서.


“그럼 가볼까?”


의지를 다지며 엔테가 세토라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이제 마왕이 성 털어먹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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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소녀는 악마에게 기대어 선다 +4 19.04.29 93 4 11쪽
30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되었다 +2 19.04.26 98 3 11쪽
29 용기를 내는 방법 +2 19.04.25 102 2 10쪽
28 충성의 가치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2 19.04.25 90 3 10쪽
27 인간은 제법 악마와 닮았다 +4 19.04.24 110 2 11쪽
26 욕망의 존재만이 마왕이 될 수 있다 +2 19.04.23 159 3 9쪽
25 엔테가 해야할 일 (3) 19.04.22 126 2 10쪽
24 엔테가 해야할 일 (2) 19.04.22 113 3 8쪽
23 엔테가 해야할 일 (1) 19.04.21 136 2 10쪽
22 헤이우드 후작의 사정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21 148 4 8쪽
21 목 없는 마왕의 기사 (2) 19.04.20 154 3 8쪽
20 목 없는 마왕의 기사 (1) 19.04.19 330 4 10쪽
19 반역자에게 심판을 (4) 19.04.18 192 4 9쪽
18 반역자에게 심판을 (3) 19.04.18 192 3 9쪽
17 반역자에게 심판을 (2) 19.04.17 190 2 11쪽
16 반역자에게 심판을 (1) 19.04.17 170 3 9쪽
15 반역자의 준비 (안 보고 넘어가셔도 되는 편입니다.) 19.04.16 169 3 10쪽
14 욕망의 신하 19.04.16 257 3 9쪽
13 세토라 탈환 (4) 19.04.15 198 3 10쪽
12 세토라 탈환 (3) 19.04.15 172 3 10쪽
11 세토라 탈환 (2) 19.04.14 168 3 10쪽
10 세토라 탈환 (1) 19.04.14 195 2 10쪽
» 엔테의 결심 (2) 19.04.13 195 3 8쪽
8 엔테의 결심 (1) 19.04.13 192 3 7쪽
7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2) 19.04.12 241 3 9쪽
6 마왕의 축복을 받은 기사 (1) 19.04.12 247 3 7쪽
5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3) +2 19.04.11 272 4 10쪽
4 악마는 소녀를 구한다 (2) 19.04.11 3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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