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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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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99,381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1.21 20:29
조회
4,002
추천
64
글자
9쪽

노랑머리 (2)

DUMMY

“까앙~”


그녀의 가슴에 부딪치는 순간, 나는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의 가슴이 아닌, 딱딱한 쇠벽에 부딪치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으윽~”


내 공격에 튕겨져 나간 노랑머리가 일어났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와.. 이 병신 새끼, 이렇게 날 꼬신 거였냐? 진짜 음흉한 놈이네..”


의외의 공격에 당황한 듯한, 그녀.


‘제길.. 보호구를 입고 있었나..’


잊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절삭능력을 가진 각성자들은 약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노랑머리 처럼 단단한 방어구를 사용했었다. 조금만 침착했더라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었을텐데.다급한 마음에 그걸 놓쳐버렸다.


‘하긴.. 알았더래도 방법이 없었겠지..’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인가. 죽음의 위기라는 건 몇 번을 만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까운 거리에서 한 참 동안 나를 노려보던 노랑머리가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푸욱~”


이번에는 꽤 공격이 깊게 들어갔다. 가까운 거리이기도 했고, 내 기력이 약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나로 몸을 보호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이 씨발놈이~”


그녀는 미친 듯이 내게 공격을 퍼부었다. 나는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려 방어를 하려 했으나, 그녀의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곧 내 온 몸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난 너 같은 새끼가 제일 싫어.. X도 없는 게, 건방지게..”


이제 곧 무너지기 직전의 몸상태다. 빈틈을 봤는지, 노란머리가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혀 내 팔을 그었다.


“크아악~”


이번 공격으로 나의 왼팔이 잘려나갔다. 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내 비명을 들은 노랑머리는 그제야 잔인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젠장.. 지난 번에 양아치에 이어, 이번엔 미친년이냐. 통증에 뒹굴고 있는 내게 잘려나간 팔을 툭~ 하고 던졌다. 그리곤 잠시 앉아서 담배를 피기 시작한다.


‘싸이코 패스였던가?’


노랑머리는 분명 내가 고통 받고 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짓고 있는 미소는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부수며 희열을 느끼는 표정과 습사했다.


죽기 일보직전인데, 묘하게도 내 마음은 평온했다.


그 어느 때 보다 이면세계의 풍경이 내 눈에 잘 들어왔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나무들, 산에 구름. 여기저기 떠 있는 비누방울 속 귀여운 괴수들.


‘괴수.. 괴수?’


순간 내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노랑마리가 내게 던진 잘려나간 왼 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친 놈. 아직 기운이 남았냐?”


이미 승부는 끝났다. 노랑머리의 표정에는 조금의 위기감도 없었다. 그저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 발악을 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걸었다. 하지만 이미 너덜너덜 해진 다리는 그 걸음조차 버티지 못해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피투성이가 되어 질질 기어갔다. 그런 나를 노랑머리는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꼴깞하네..”


나는 제법 큰 비누방울 앞에서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 일어났다. 노랑머리는 못봐주겠다는 듯, 내게 걸어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하아아아아앗!”


내가 가진 모든 마나를 잘려나간 내 팔에 쏟아 부었다.


“너.. 뭐 하는 거야..”


내 왼팔은 괴수가 잠들어 있는 비누방울에 푸욱 꽂혔다. 말랑말랑한 젤리같은 것이 마나로 보호 받는 듯한 물질이었는데, 다행히 내 마나의 힘으로 비누방울을 뚫을 수 있었다.


“재생!”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스킬이다. 잠들어 있는 몬스터에게 재생 기술을 걸었다. 당황한 노랑머리는 내게 공격을 퍼부었다. 깊게 내 살이 배여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끼이이이잉~”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비누방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그 안의 괴수가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제... 젠장!!!”


노랑머리가 소리를 치며 뒤로 멀리 점프를 해 거리를 벌렸다. 나는 남은 모든 힘을 사용해 비누방울을 노랑머리에게 던졌다. 비누방울은 노랑머리에게 날아가며 터졌고, 흰 털에 붉은 줄무늬를 가진 외다리 괴수로 변했다.


“캬와아아악!”


불쾌하게 잠에서 깨어난 듯한 이 괴수는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노랑머리를 덮썩 깨물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이카론. 외발의 아수라. 참 무서운 놈이었는데.. ’


이카론은 사람처럼 생겼지만, 다리가 하나 밖에 없고 먼 거리에서 보면 마름모 꼴 형상이다. A급 괴수로 분류되는 이카론은 동작도 빠르고, 각종 강력한 마법도 능숙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괴수로 분류되었었다.


“꺄아아악~”


이카론은 노랑머리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갑옷과 함께 어깨가 통째로 뜯겨 나가버렸다.


‘큭큭큭~ 그래도 혼자죽지는 않았군.’


노랑머리가 이카론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


격심한 통증과 함께 눈을 떴을 때, 나는 아직 이면세계에 있었다.


“정신을 차렸나?”


고양이, 아니 흑표범이다.


“나는 아직 안 죽었나?”


“그래. 너 보다 상대가 먼저 죽었으니까.”


내 마지막 도박이 통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한 행동이었지만, 몬스터가 노랑머리를 먼저 죽이면 내가 살아날 실날 같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실제로 통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몰골이 험하군..”


한 팔이 잘려나갔고, 두 다리는 움직일 수도 없다.


“이제 치료는 안 해주나?”

“넌 초보자가 아니니까.”

“그렇군.”


나는 이면세계에 초대 받은 사람들은 어떤 단계를 거쳐 실험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아직 그 단계들이 무엇인지 파악은 못했지만, 이 고양이 아니 흑표범이 내게 우호적이어서 치료를 해준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흑표범이 내뿜는 특유의 공기는 언제나 건조하고 냉정하다.


“아직 게이트를 통과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잠시 회복을 기다려 줄 수 있나?”

“마음대로 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두 다리에 재생스킬을 걸었다. 뒤틀린 근육과 끊어진 신경들, 그리고 부서진 뼈가 다시 붙으며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내 두 번째 스킬이 재생이라 정말 다행이구나.’


회귀 전에도 재생이란 스킬을 몇 차례 겪어본 경험이 있다. 이 기술은 정말 기적의 기술이다. 재생스킬을 가진 사람은 강화신체를 가진 나 보다 훨씬 더 격렬한 전투의 선봉이 된다. 아무리 심한 부상을 당해도, 그것이 외상인 한 재생 기술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두 다리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나는 잘려나간 팔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이것도 될까?’


비누방울 속 괴수를 깨우는 과정에서, 뼈를 제외하곤 살과 피부는 모두 녹아버린 상태였다. 나는 잘려나간 뼈를 내 남아 있는 왼팔에 붙이고 재생 기술을 썼다. 그러자, 푸른 빛이 번뜩이며, 떨어져 나간 뼈가 서서히 붙기 시작했다.


‘이걸 보고 모두가 기적이라 말했었지.’


뼈가 붙자, 이번엔 잘려나간 팔뚝의 절단면에서 살과 근육이 부글부글 거품을 시작하더니, 서서히 살덩이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살덩이는 점점 내 팔둑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재생되었다. 외관상 손가락 끝까지,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부글부글 거리던 거품이 사라졌다.


나는 회복된 왼 팔을 움직여보았다. 하지만 팔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신경이나 조직들이 재생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군.’


어쨌든 외관상 회복되었으니, 관계는 없다. 왼팔은 깊스를 했다치면 되니까.


“이봐. 남은 치료는 돌아가서 하겠네.”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게이트를 빠져나가기 전, 노랑머리의 시체를 보았다. 어깨쪽부터 가슴까지 절반과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숨이 끊어진 후, 고양이가 바로 이카론의 행동을 중지 시킨 듯 했다.


‘역시 여기는 룰에 의해 굴러가는 곳이야.’


규칙. 규칙이 있다. 오늘 전투에서 난 몬스터를 깨운다는 한 가지 위험한 규칙을 알아냈다. 이런 규칙을 많이 알아낼수록 생존에 유리하겠지.


노랑머리가 입은 갑옷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사용 할 수 없었다. 이카론은 갑옷을 씹다가 여기 저기에 뱉은 것 처럼 보인다.


‘저건 뭐지?’


씹다 버린 껌 같이 변한 갑옷 사이로, 한 줄기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빛 가까이 다가가서, 정체를 확인해보았다. 커다란 루비 같은 붉은 보석이 걸린 목걸이었다.


‘아티팩트구나. 항마력이 있는 마정석을 썼나?’


노랑머리의 전략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절삭능력으로 공격력을 극대화 하고, 부족한 수비는 아티팩트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건 챙겨가야겠군.’


나는 그렇게 전리품을 챙기며,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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