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 꿈에
꿈에서 깼다.
깜짝 놀라 일어났다.
조용한 내 방.
입고 있던 가벼운 반팔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꿈에서 깨어나고도 한 동안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제길.. 한 동안 안꿨는데..'
내 한 팔이 죽처럼 흐물흐물 녹아가면서,
구더기들이 녹아가는 내 살을 뜯어먹는 꿈이었다.
회귀 전, 생체 실험실을 빠져나온 후
자주 꿨던 꿈이다.
그 놈들은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었을까.
나는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과거의 난 각성을 했지만 묘하게 성장이 더뎠고,
능력을 과하게 쓰면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이 뒤틀어지는 등
끔찍한 고통을 겪곤 했다.
내가 원래 그렇게 타고난 것이었는지
생체 실험의 후유증이었는지.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실험의 후유증이라는 걸 알 것 같다.
내 몸은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이게 원래 내가 가진 잠재력이었을 것이다.
'강하면 뭐 하나.. 위험한 전장에서 싸우다가 골로 갈 게 뻔 한 걸..'
갑자기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다.
회귀 후 만난 가장 반가운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라면이었다.
TV를 켰다.
뉴스에서는 한강에 독극물을 배출한 비리 회사의 이야기로 하루 종일 시끄럽다.
'이 놈의 나라는 바람 잘 날이 없구나..'
물론 20년 후면 나라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다. 지금 아무리 저렇게 열심히 떠들어봐도 짧은 미래에 개삽질이 된다. 그런 걸 생각하면, 뭔가 다 초연해지는 기분이다.
보글보글 라면이 끓는다. 계란 하나 톡 하고 털어 넣고, 휘저었다. 나는 계란이 퍼지는 게 좋다. 국물 맛이 더 담백해지고 밸런스가 잘 맞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고은이와 약속이 있다.
나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말 어린 아이들 처럼 진지하게 연애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와 함께 있으면 어떤 위험이 있을 지 모른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삶이 있고,
그 삶을 내가 변화 시킬 자격은 없다.
그래도 이 정도 소소하게 즐거운 기분 정도는 용서 받을 수 있겠지.
오늘 날이 참 차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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