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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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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99,366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1.19 07:35
조회
4,031
추천
65
글자
8쪽

노랑머리

DUMMY

‘제길.. 다시 여긴가..’


상처를 입고 이면세계로 끌려오다니. 암담하다. 양 다리의 통증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움직일 수는 없다.


‘여기가 죽을 자리인가 보군.’


한심했다. 김설진을 만나기 전에, 나는 회귀 후 생활이 꽤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로 나를 벌레 죽이듯 눌러 죽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나라는 존재가 한심해 견딜 수가 없다.


“정신이 드나?”


어느 때나 다름 없이 고양이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제 고양이라 말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다. 흑표범이라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흑표범은 나를 담담히 바라보았다.


“왜 살려달라고 말하지 않나?”


흑표범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살려달라고 한다고 하면 또 살려 줄 건가?”

“모르는 일이지.”


의외의 대답에 나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저 고양이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그저 이면세계의 특정한 규칙을 수행하는 자 일 뿐이다. 그렇기에 내가 구걸을 한다고 내 목숨을 살려주고 자시고 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함부러 선입견을 가졌군.’


나는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이미 한 번 죽어본 몸이고 지난 생에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기에 말이다. 크게 성공하지 못한 나의 모자람이 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후회가 남는 삶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도 덤덤했다.


“별로 삶고자 하는 의지가 넘치는 것 같진 않군.”

“난 살아 볼 만큼 살아봤으니까.”

“저런... 그녀는 빈껍데기를 데려 온 건가..”


고양이는 몸을 휙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강화신체를 끌어올려봐. 뭔가 좀 다를 거다.”


고양이는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살 길이 있는 건가..’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몸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다리는 부러졌어도, 몸에 맴도는 푸른 마나의 기운은 여전하다.


‘이상하다. 마나가 왜 이리 다리로 쏠려내려가는 거지?’


미묘한 감각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이능력을 각성했을 때 느낀 것과 같이 온 몸에 마나의 기운이 가득 맴돌았다.


‘스킬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 몸을 돌아다니는 기운이 무릎에 집중되면서 그 곳이 환하게 빛이 났다. 그러더니, 부서진 무릎의 연골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스킬이 생겨났다. 회귀 전 사람들이 ‘재생’이라 부른 것이다.


상처는 나았지만, 충격은 아직 남아 있는지 걷는 게 쉽지 않았다. 간신히 일어나, 절둑 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내 두 번째 상대인가보다.


‘제길. 타이밍 죽이는구나..’


-----------


<노랑머리>라는 영화가 있었다. 아역배우 출신의 여배우가 나와 파격적인 노출로 당시 불안하던 사회상을 연기했던 작품이다. 노출이 왜 불안이지? 여하튼. 그 작품의 여자주인공은 짧은 단발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짙은 화장을 하고 다녔다.


지금 내 앞에 나타난 상대가 딱 그렇다.


“뭐야. 아저씨. 벌써 다쳤어? 난 아무것도 안 했잖아.”


이면 세계에서의 전투에 익숙해보이는 여성이다. 진한 스모키 화장으로 칠해진 그녀의 두 눈이 찢어지면서, 듣는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꺄하하~ 이번에 내 상대는 다리 병신인거야? 재수 좋은데?”


그녀는 히죽 웃으며, 손을 허공으로 그었다. 그 순간 내가 잎고 있던 옷의 상의가 ‘서걱~“ 하며 섬뜩한 소리를 내더니 주욱~ 잘려나갔다. 그리곤 내 가슴에도 칼로 베인 듯, 길게 상처가 나며 피가 흘렀다. 하지만 피부의 겉 표면만 살짝 베인 가벼운 상처였다.


“뭐야. 강화신체야? 젠장. 상성이 안 좋네..”


그녀의 능력은 ‘절삭’으로 보인다. 수도로 무엇이든 잘라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 마나로 보호 받고 있는 괴수들의 피부는 단순한 물리적인 공격으로는 뚫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절삭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맨손으로 괴수들의 목을 간단하게 베어버린다.


다만 내가 가진 능력은 신체에 마나를 중첩해 마나 갑옷을 입는 강화신체다. 강화신체와 절삭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 볼 수 있다.


‘마나의 기운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여자는 다시 한 번 허공에 수도를 그어, 나를 공격했다. 역시 날카로운 칼에 베인 듯 한 섬뜩한 기분이 들며, 팔에 길게 상처가 났다. 첫 공격 보다는 상처가 더욱 깊은 듯 했다. 아마 마나의 기운을 더욱 올린 듯 했다.


‘제길... 창도 없으니..’


이번에 내가 이면세계로 끌려온 장소는 내 방이 아니라 김설진과 만난 까페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면세계에 오면 늘 내 손에 들려 있던 무기가 함께 따라오지 않았다. 내겐 극도로 불리한 싸움이다.


“오빠. 힘 좀 내봐. 왜 그리 힘을 못써.”


노랑머리는 신이 난 듯 연속공격을 퍼부었다. 미세하지만 상처는 계속 나고 있었고, 이 상처도 쌓이다보면 나중에는 완전히 힘이 다 빠져버릴 것이다. 옷이 다 누더기가 될 즈음, 나는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당하기만 하면 결코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보자.’


나는 누더기가 된 윗옷을 벗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마나로 둘러싸인 옷이 단단해지며, 봉처럼 길게 뻗어났다.


‘이걸로 공격은 무리지만...’


임시로 만든 이 봉은 내 마나를 오래 버텨낼 수 없다. 컨트롤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지만, 기껏 해야 십 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 십분도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공격을 한 다변 적에게 닿기도 전에 봉이 먼저 부서져 버릴 것이다.


근접전에 특화된 나는 어쨌든 노랑머리에게 다가가야 한다. 나는 봉을 돌리며, 그녀의 절삭 공격을 방어했다. 그리곤 최대한 신중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 병신이.. 저.. 뭐야!”


옷으로 봉을 만들어내는 묘기를 보더니, 노랑머리가 좀 당황한 것 같았다. 비슷한 마나에서는 흉내내기 힘든 묘기이긴 하다. 나는 20년 경력이 있으니 그나마 묘기라도 부릴 수 있는 것이지, 컨트롤에 미숙한 사람이 했다간 마나 봉이 잠시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터져 버릴 것이다.


‘그래도 묘기로 싸움을 이길 순 없지.. 기회는 한 번 뿐이다.’


나는 저벅 저벅 걸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노랑머리는 놀란 듯, 뒤로 물러섰다.


‘제발 붙어라.. 너도 확실하게 공격하려면 나와 거리가 가까워야 하잖아..’


노랑머리가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내 힘을 빼면서 싸우면 나로써는 방법이 없다. 이 방법은 다리가 불편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좀 당황한 듯 한 노랑머리는, 내 마나봉이 특별한 힘을 가진 게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곤, 곧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곤 공격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 그녀 역시 내게 가까이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걸렸다.’


낚시줄에 물고기가 강한 입질을 시작한 순간이다. 노랑머리의 공격은 거리가 가까워 질 수록 점점 더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급조한 무기로는 버티는 것 조차 힘들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노랑머리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내게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단단한 마나로 보호받던 봉도 누더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금이다..’


드디어 내가 계산한 거리까지 노랑머리와의 간격이 좁혀졌다. 그 순간 나는 온 몸의 마나를 다리에 집중해, 노랑머리에게로 한 순간에 점프를 했다.


“우드득~”


아직 정상이 아닌 내 두 다리가 먼저 부러져 나갔다. 두 다리를 잃은 덕에 나는 노랑머리가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을 만들 수 있었고, 그냥 머리에 마나를 두르고 그녀의 가슴에 강력한 박치기를 해버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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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획회의 +4 16.11.25 3,558 58 8쪽
23 첫 번째 사업은 커피 프렌차이즈 +4 16.11.24 3,828 55 9쪽
22 제너럴 악타비스 +3 16.11.24 3,887 61 8쪽
21 그놈. 양아치. +2 16.11.23 3,850 57 7쪽
20 균열 +3 16.11.22 3,922 62 8쪽
19 노랑머리 (2) +2 16.11.21 4,002 64 9쪽
» 노랑머리 +4 16.11.19 4,032 65 8쪽
17 숨겨둔 한 수 +7 16.11.18 4,034 63 7쪽
16 녀석과 싸운 후 일상이 달라졌다. +2 16.11.17 4,048 67 7쪽
15 패러럴 웹 (Parallel web) +4 16.11.16 4,045 7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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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야! 버틀러! 저건 사람이잖아. +5 16.11.15 4,341 71 11쪽
12 사업아이템을 찾아라 +2 16.11.14 4,262 71 8쪽
11 고은이라는 아이 +4 16.11.12 4,361 70 8쪽
10 양동작전(Feint Operation) (2) +4 16.11.11 4,294 66 7쪽
9 양동작전(Feint Operation) +3 16.11.10 4,366 67 7쪽
8 진격의 탱커 +4 16.11.09 4,463 75 8쪽
7 바테즈 무리들 +2 16.11.08 4,536 71 8쪽
6 괴수 파사와 싸우다 (2) +3 16.11.07 4,594 76 7쪽
5 괴수 파사와 싸우다. +3 16.11.05 4,835 73 8쪽
4 이면세계와 현실의 이중생활 +2 16.11.04 5,110 74 8쪽
3 이면세계로의 초대 +2 16.11.03 5,757 8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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