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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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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3,041

작성
16.11.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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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0쪽

패러럴 웹 (Parallel web)

DUMMY

"제.. 제길.. 가까이서 보니 더럽게 어리군."

"유언은?"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호의였다.


“넌 이면세계에 몇 번이나 갔나?”

“세 번이다.”

“세 번이라고? 괴... 괴물이냐. 쿨럭쿨럭~ ”


김상철은 호흡을 가다듬은 후 목걸이를 벗으며 말했다.


“난 40번 만에 그 지옥에서 탈출했다. 나오자마자 죽음이라니.. 환장하겠군.. 시발.. 크흑..”


그의 눈에서 피가 섞인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장에서, 나는 죽음을 앞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보았다. 그래서 이 또한 그저 무덤덤했다.


“부.. 부탁이 있다. 들어 줄 수 있나?”

“말해라.”


김상철은 목에 걸린 목걸이를 벗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한 팔을 움직이는 것 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나는 목걸이를 벗겨주었다.


"이.. 이것을 동생에게 쿠.. 쿨럭.. "

"..."

"쿨럭 쿨럭.. 카하악~ 켁켁~"


김상철은 죽어가고 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 해, 내게 말했다.


“도.. 동생에게 전해 줄 수 있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린놈이 냉정하군.”

"이제 그만 끝내자.."


온 몸이 으스러졌어도, 그는 각성자다. 당장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죽음을 기다릴 이유가 내겐 없었고, 그 역시 단말마의 고통을 길게 가져가는 것 보단 내 손에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김상철의 손이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고통 없이 보내주마.’


나는 윗옷을 벗어 그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곤 창으로 단숨에 그의 목을 베었다. 김상철의 목이 잘려나가자, 살쾡이만 해진 검은 고양이가 다시 나타났다.


“역시 네가 이겼군.”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도 익숙해지면 별 것 아니다. 다만 회귀 후, 그 감각을 잊고 지낸 시간들이 낯설어졌을 뿐이다. 약간 역겨운 감정을 개워내고 나니, 다시 게이트가 열렸나.


고양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검은 고양이에게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왔다.


---------------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자각몽이라도 꾸듯, 방의 천정과 주변의 풍경이 낯설다. 이면세계에서 돌아오면 늘상 겪는 위화감이었다. 김상철을 죽인 후라서 그런지, 오늘은 위화감이 더욱 심하다.


마음은 비릿한 역겨움에 가득 차 있어도, 몸에 맴도는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아니. 오늘은 컨디션이 유난히 좋다.


‘몸이 왜 이렇지?’


마나를 느낄 수 없게 된 이후, 평범한 인간의 몸은 어떤 불안정한 기운으로 들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불쾌감에서 해방 된 기분이다. 호흡 하나 하나에 단정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빠지면서, 몸에 상쾌한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마나를 쓸 수 있게 된건가?’


나는 몸에 마나를 끌어올려 봤다. 미세하지만 뚜렷하게 심장 주위를 돌고 있는 마나가 느껴졌다. 나는 현실에서도 다시 각성자가 된 것이다.


이면세계를 오갈 때, 언젠가 이렇게 될 것이란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현실에서도 각성을 하고 나니 좀 당황스러웠다.


‘어느 정도 힘이 갖고 있는지 봐야겠구나.’


나는 땅 바닥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온 몸의 마나에 집중을 해보았다. 이면세계에 있을 때 보다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기운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이종격투기 세계 챔피언을 어린 아이 다루듯 할 수 있다.


한 참 동안 마나의 흐름을 느끼던 중에, 문득 어제 김상철과 대전이 생각났다.


나는 이면세계를 빠져나올 때, 김상철에게 받은 USA와 그가 쓰던 무기인 일본도를 함께 갖고 나왔다. 방의 한쪽 구석에는 내가 사용하는 마법창, 김상철의 일본도, 그리고 USB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나는 김상철의 검을 들어보았다. 아주 날카로운 검날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잘 만들어진 검이야..’


나는 PC를 켜서 김상철이 내게 건내준 USB에 접속해 보았다. 3개의 폴더와 하나의 문서파일이 있었다. 문서파일에는 김상철의 인적정보가 적혀 있었고, 오픈되어있는 하나의 폴더에는 처음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Parallels Browser라고 되어 있었다.


‘패러럴 브라우저? 이건 뭐지?’


순간 머릿속으로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브라우저? 혹시 딥웹(deep web)처럼 각성자들만 검색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같은 건가?’


나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보았다. 그러자 익스플로어와 다른 색다른 브라우저가 펼쳐졌다. 브라우저에 접속하려면, 비밀번호와 인증절차가 필요했다.


'이 USB에 있을 것이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김상철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패러럴 브라우저에 접속 할 수 있었다. 브라우저의 첫 번째 페이지는 '패러럴'이란 이름이 적혀 있는 검색엔진이었다. 나는 그 검색 앤진에 '각성자'라는 키워드를 입력해 보았다.


'있구나. 일반적인 검색에는 조금도 잡히지 않더니..'


검색 페이지에는 각성자에 대한 갖가지 정보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몇 몇 정보를 클릭해 보았는데, 회귀 전 내가 알고 있던 각성자에 대한 진짜 정보가 맞았다.


인터넷에 각성자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각성자에 대한 정보가 통제되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이렇게 별도의 브라우저를 통해 심층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일 것이다.


패러럴 브라우저에 담겨 있는 정보는 무척 흥미로웠다.


‘벌써 몬스터들이 활동하고 있었나?’


과거에는 몰랐던 정보다. 내가 회귀하기 전, 몬스터는 이면세계에서 게이트를 통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게이트는 아직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세계 여기저기에 있는 이면세계의 균열에서 괴수들이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각성자들의 역사가 꽤 오래 되었고, 과거에는 각성자들이 역사 속에서 등장했다는 사실이었다. 신화나 역사 속 인물들 중 상당수가 각성자로 확인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근대 사회가 도래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각성자를 통제 할 수 있는 무기들이 개발되었고 각성자들은 정부의 관리를 받으며 수면 아래에서 활동을 한다는 게 요지였다.


‘이런... 세계사를 다시 보는 기분이구나..’


하지만 역사와 같은 부수적인 정보가 아닌, 실제 실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나 전략, 노하우 등은 회귀하기 전의 세계가 훨씬 발달 되어 있었다.


‘정보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이런 정보는 의도적으로 잘못 준 것 같은데..’


각성자들 사이에도 파벌이나 서클 같은 것이 있는 듯 했다. 분명 나라 별로 상황도 다를 것이다. 인간은 멸망하기 직전까지도 파벌을 나누고, 권력을 독차지 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회귀를 하기 전 세계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내가 그들의 권력 싸움에 끼어들 정도로 힘이 있지 않는 놈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가장 쓸모 있는 것은 각성자들의 무기를 거래하는 블랙마켓이군.’


심플하고 알기 쉬운 홈페이지에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대한 정보들이 주르륵 나열 되어 있다. 쇼핑몰이다.


나는 쇼핑몰에 들어가 수 없이 나열된 무기들의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거래 대상은 전세계에 활동하는 각성자 모두였다.


‘이거 굉장하잖아..’


무기들을 주르륵 살펴보았다. 무기들의 가격은 최소 수천만 원이었고, 비싼 것들은 수천 억원을 넘기도 했다. 나는 마법이 담겨 있는 내 무기와 김상철의 무기를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김상철의 일본도는 명인이 만든 것으로, 초급 각성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무기에 분류되어 있었다. 마나가 들어가 있진 않기 때문에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되었고, 비슷한 검이 5천 만원 정도 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내가 가진 창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랐다. 마나증폭 주문이 걸려 있는 창의 가격은 5억원 가량이었다. 김상철의 무기 보다 10배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다.


‘5억이라.’


내겐 돈이 필요하다. 창을 팔면 제법 큰돈을 벌 수 있고, 그 돈은 사업을 위한 자본금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이 창을 팔면 이면세계로 끌려갔을 때 위험할지도 모른다.


창은 아껴둬야했지만, 김상철의 검은 내게 필요가 없었다. 패러럴 마켓은 제법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제품 거래는 중고나라와 같이 사진 등으로 확인한 후, 직접 만나서 하게 되어 있는데 제품 판매 가격은 자유거래에 맡기지만 거래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정부 기관에 거래 내용을 알려야 했다. 거래 후 거래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거래 종료 등록을 하지 않으면 상위 각성자는 바로 정부 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다. 이 등록은 자유거래 시, 상위 각성자가 하위 각성자에게 물건을 강탈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호 절차였다.


'김상철의 이름으로 하면 되겠구나..'


아직 내가 이면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내 이름으로 등록하는게 다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김상철의 USB에는 그의 개인신상정보가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패러럴 웹의 등록정보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이 정보를 내 컴퓨터로 옮긴 후, 그의 이름으로 패러럴 마켓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몇 가지 절차를 거쳐, 나는 김상철의 검을 성공적으로 거래 하게 되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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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럴 웹 (Parallel web) +4 16.11.16 4,046 7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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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야! 버틀러! 저건 사람이잖아. +5 16.11.15 4,341 71 11쪽
12 사업아이템을 찾아라 +2 16.11.14 4,262 71 8쪽
11 고은이라는 아이 +4 16.11.12 4,361 70 8쪽
10 양동작전(Feint Operation) (2) +4 16.11.11 4,294 66 7쪽
9 양동작전(Feint Operation) +3 16.11.10 4,366 67 7쪽
8 진격의 탱커 +4 16.11.09 4,463 75 8쪽
7 바테즈 무리들 +2 16.11.08 4,536 71 8쪽
6 괴수 파사와 싸우다 (2) +3 16.11.07 4,594 76 7쪽
5 괴수 파사와 싸우다. +3 16.11.05 4,836 73 8쪽
4 이면세계와 현실의 이중생활 +2 16.11.04 5,110 74 8쪽
3 이면세계로의 초대 +2 16.11.03 5,757 8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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