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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99,365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1.15 23:59
조회
4,340
추천
71
글자
11쪽

야! 버틀러! 저건 사람이잖아.

DUMMY

‘이면세계구나. 한 달 만인가?’


모처럼이다. 동화에서나 나올 듯한 귀여운 동물들이 잠든 체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는 언캐니한 풍경. 차가운 공기. 익숙한 마나의 흐름들.


“왔나?”


검은 고양이다. 그런데 이번엔 약간 큰 것 같다. 만날 때 마다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몸 크기가 1m 정도는 되어 보였다. 전에는 고양이었다면, 이제는 어린 흑표범처럼 보인다.


‘이 녀석도 성장하는 건가?’


나는 한 손에 든 마나 창을 다시 한 번 만져봤다. 이면세계에서 3차례 몬스터를 상대하며 난 빠른 속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상대하는 몬스터들 또한 더욱 강해졌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위기가 있을지 모른다.


“이번에 네 상대는 저 녀석이다.”


나는 고양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사람 같이 생긴 이가 저벅 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뭐지? 인간 같은데?’


내게 다가오는 존재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졌다. 붉은 두건에 한 손엔 검을 들고 있었다. 인간. 나와 같은 인간이 분명하다.


“잠깐. 야! 버틀러. 저건 인간이잖아.”


나를 발견한 상대도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그래. 너희들 중 한 명만 살아남는다.”


고양이가 붉은 두건을 바라본다. 붉은 두건의 표정이 흠칫 굳더니, 이내 살인이 발생해야 하는 지금 상황을 받아들인 것 같다.


붉은 두건이 어깨에 메고 있던 무기를 꺼낸다.


'저건 일본도인가.'


잘 만들어진 검이다. 그는 나와 싸우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나는 붉은 두건이 '버틀러'라 부른 고양이에게 물었다.


“두 사람 모두 살 방법은 없는가?”

“없다.”

“아예 가능성이 제로인가?”

“그래.”


고양이는 말을 마쳤다는 듯, 휙 돌아서서 사라졌다.


"너도 무기를 꺼내.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붉은 두건이 내게 걸어오며 말한다.


“난 김상철이다. 너도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지?”


나는 김상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괴로우니까, 긴 말 하지 말자.”


나는 들고 있는 창으로 김상철을 겨눴다. 창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고, 내 푸른 기운과 결합하여 공명하기 시작했다. 붉은 실과 푸른 실이 얽혀 하나의 실이 된 듯한 두 기운이 창을 서서히 감쌌다.


“하앗!”


김상철은 두 손으로 검을 들어 강하게 내리찍었다. 김상철의 검은 잘 만들어진 일본도 같았다. 하지만 그의 무기에 맴도는 마나의 기운은 일정하지 않았다. 나를 공격 할 때만 마나를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마나를 집중하려는 건가? 재미있는 기술이군.'


나는 창을 올려 김상철의 검을 막았다.


“까앙~”


검날과 창날이 만나 강한 금속음이 터졌다. 평범한 검이면 충분히 부서지고도 남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김상철의 검은 무서지지 않았다.


‘마법이 실린 것 같진 않은데.. 좋은 검이군.’


마나가 실린 내 공격을 받은 후 김상철은 가볍게 퉁겨져나갔다.


“하앗!”


김상철이 힘차게 기합을 넣자, 그의 검 미세하게 흐르던 마나가 검은 기운으로 형상화 되며 촤르륵 솟아나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 검은 불꽃을 뿜는 마법 검 같았다.


마나가 실리지 않아도 김상철의 기운을 충분히 견뎌 낼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명검으로 보인다.


김상철 또한 내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느낀 것 같다.


“역시 여기까지 온 실력자라 이거지.”


처음 공격과 달리 이번 공격에는 마나가 실려있다. 내 창과 김상철의 검이 만났다. 마나가 실린 두 무기가 부딪치자, 번개가 치듯 섬광이 일었다.


“받아랏!”


김상철은 내 창을 한 차례 걷어낸 후, 내가 다시 자세를 잡기 전에 나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들어왔다.


“하앗!”


가로베기. 굉장히 위험한 공격이었다. 하마터면 자세가 풀린 상태에서 공격에 그래도 적중당할 뻔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넘어지며, 그의 공격을 간신히 피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내 몸은 반으로 잘렸을 것이다.


‘강하다.’


김상철은 아주 터프한 사내였다. 공격의 선이 굵직굵직하고, 용감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해.’


나는 창으로 김상철과 거리를 두고, 빈틈을 노려 그를 강하게 내리쳤다. 체중을 실어 강하게 내려쳤기 때문에, 위력이 상당한 공격이었다. 비록 김상철이 잘 막아냈지만, 자세가 약간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빈틈이다.’


나는 빠르게 자세를 잡곤, 창끝을 힘차게 내질렀다. 이번에는 김상철이 넘어지며 내 공격을 피했다. 나는 그대로 김상철에게 돌진하여, 한 차례 더 창으로 그를 내려쳤다. 김상철은 데굴데굴 구르며 공격을 피하며 급하게 일어나 자세를 다시 잡으려 했다.


‘기회’


난 다리에 마나를 집중해 스프링처럼 튕겨져 나가 그에게 육탄박치기를 했다. 오랜 시간 강화신체가 나의 주요 이능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어떤 능력을 쓰든 본능적으로 10%의 마나는 신체를 강화하는데 사용한다. 그런 나와 부딪친 김상철은 육중한 바위에 부딪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커억!”


내 공격을 받은 김상철이 충격을 받고 튕겨져 나갔다. 나는 빠른 속도로 그를 따라잡아, 쓰러진 그의 다리를 봉으로 내리쳤다.


“콰앙!~”


이번 공격은 분명 김상철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다. 나의 승리다.


“컥~커억~!!”


강한 충격을 받은 김상철은 누운 채로 입에서 선혈을 토했다.


"하아~ 하아~"


나는 쓰러진 김상철에게 다가갔다. 회귀 후 첫 번째로 살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약간 망설였다. 하지만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몰랐다.


"하앗~"


김상철은 누운 채로 내게 검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나는 튕겨 나가듯 김상철과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다.


"앜~ "


낭패다. 김상철의 검 끝이 오른 다리 끝을 배며, 부상을 입고 말았다.


'이런 병신 같이.. 각성자를 상대로 무슨 여유를 부린 거냐..'


나는 강화싴체를 끌어올려, 상처를 근육으로 덮어버렸다. 길게 배여진 피가 멎었다. 피를 멎게 했을 뿐, 상처가 나은 것은 아니다. 움직임이 다소 불편했다. 그 사이 김상철은 부러진 양다리를 손으로 쥐었다.


'뭐하는 거지?'


녀석의 손이 닿은 양 다리는 황금빛으로 빛났다.


'치유 스킬이다.'


낭패였다. 치유스킬이 뛰어난 사람은 부러진 뼈를 순식간에 붙이기도 한다. 김상철의 상처가 빠르게 낫는다면, 불리한 건 오히려 나다.


"하앗~"


두 다리를 강화하여, 순식간에 그를 향해 날아가듯 튕겨 달아갔다. 나의 빠른 공격에 김상철은 당황한 듯 몸을 돌려 피했다.


'악..'


창으로 찌르기는 실패하였고, 급하게 출혈을 막아둔 오른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김상철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였다.


"하악~ 하악~"


그는 검을 지팡이 처럼 의지해 서 있었다. 두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았다. 다리에 미세한 떨림이 보인다. 김상철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한 손으로 계속 상처를 치료 하는 게 보였다.


'그대로 둘 수는 없지.'


나는 조심스럽게 창을 휘두르며 김상철에게 공격을 가했다. 일격으로 그를 끝낼 생각이 아니다. 차분하게 그를 공격해 지치게 만든다면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서걱~"


2~3차례의 가벼운 공격이 지나자, 김상철의 검이 내 창을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해 빠른 찌르기로 내 가슴을 노렸다.


'위험했다.'


김상철 입장에서도 목숨을 건 카운터 공격이다.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하악~ 하악~"


김상철은 멎을 듯한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서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쉽게 죽을 생각은 없다는 거군.'


쉽게 생각했다간 팔 하나를 내주게 될 지도 모른다. 나 역시 집중이 필요하다.


두 팔에 마나를 집중했다. 그러자 창에 서려 있는 마나와 내 마나가 증폭되며 창을 휘감았다.


'막을 수 없는 공격을 한다.'


내 창은 허공에서 부드러운 원을 그리며 김상철의 머리를 강타하려 했다. 그러자 김상철이 아슬아슬하게 내 공격을 피하며, 몸을 돌리며 가로로 매 몸통을 노렸다. 나는 창을 새워 봉으로 김상철의 공격을 가볍게 막은 후, 다시 횡으로 창을 돌렸다. 김상철은 다시 한 번 당나귀 구르기로 내 공격을 막았다.


'지독한 놈..'


녀석은 구르기를 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부지런히 다친 다리를 치료했다. 나는 연속 공격으로 그가 치료 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았다. 순간 녀석의 손이 땅을 쥐었다. 흙을 던지려는 것이다.


'당할 것 같으냐.'


고개를 돌려 녀석의 흙 공격을 피하니, 김상철은 다시 일어나 치유스킬로 다리를 연신 치료하고 있었다.


'녀석의 스킬이 아직 능숙하지 않아 다행이군.'


김상철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살기만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두 팔에 담긴 마나를 끌어올렸다. 창이 허공에서 종횡으로 원을 그리며 김상철을 공격했다. 처음에는 카운터 공격을 시도 하려 했으나, 매서운 공격에 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꽤나 깊게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순간 내 몸에 쌓인 마나가 터져나오면서, 김상철을 향해 다섯 번의 힘찬 찌르기를 내질렀다.


"으윽~"


다섯 번의 공격 중 2번의 공격이 적중했다. 하번의 찌르기는 그의 어깨를 관통했고, 다른 하나는 그의 오른 다리의 살을 한 웅큼이나 뜯어가 버렸다.


"크아악~"


김상철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나는 김상철의 발로 멀리 차버렸다.


'후.. 이번에는 정말 이겼다.'


나는 죽어가는 김상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람을 죽인다. 지난 생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회귀 전 내가 있었던 곳은 전쟁터였다. 죽어나가는 것은 몬스터만이 아니다. 수백, 수천 명의 죽음을 내 눈으로 목격한 적도 있었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적도 있었다. 내 힘으로 최소 수십 명의 사람을 직접 죽인 바 있다. 전쟁을 겪은 자에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동안 평화에 젖다보니, 살인에 머뭇거리게 된다.


'약해졌군.'


나는 손에 창을 꽉 쥐고, 김상철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려 했다. 그때 죽어가는 김상철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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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양동작전(Feint Operation) +3 16.11.10 4,366 67 7쪽
8 진격의 탱커 +4 16.11.09 4,463 75 8쪽
7 바테즈 무리들 +2 16.11.08 4,536 71 8쪽
6 괴수 파사와 싸우다 (2) +3 16.11.07 4,594 76 7쪽
5 괴수 파사와 싸우다. +3 16.11.05 4,835 73 8쪽
4 이면세계와 현실의 이중생활 +2 16.11.04 5,110 7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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