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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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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99,355
추천수 :
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1.04 23:06
조회
5,109
추천
74
글자
8쪽

이면세계와 현실의 이중생활

DUMMY

이런 기술을 지난 생에 배웠다면, 지독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나이가 많아서 새로운 걸 배우는 게 두렵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이 기술을 쓸 수 있었다면, 아린이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결혼을 한 적은 없지만, 아린이를 잃었을 때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쿠와앙~”


내가 잠시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티가렉스가 다시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제 결판을 내자.”


나는 티가렉스에게 다가갔다. 티가렉스는 그런 내게 화염을 무섭게 뿌려댔다. 나는 그 화염을 피해가며, 빠르게 티가렉스에게 접근했다.


나는 탱커였다. 육체의 힘을 믿고, 전장에서 가징 위험한 곳을 돌진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하지만 돌진을 한다고 해서, 적의 모든 공격을 무식하게 맞는다면 몸이 배겨날 리 없다.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하되, 어쩔 수 없는 경우 몸으로 때우는 것이 탱커들에게 필요한 전투기술이다. 나 역시 그런 지겹도록 그런 훈련을 했고, 수 없는 실전을 겪었다.


‘티가렉스의 화염 정도야..’


조금씩 스치는 상처는 강화된 신체가 충분히 커버를 해주었다. 이윽고 티가렉스와 나의 거리가 나무창의 간격에 들어왔다. 티가렉스는 다시 내게 불을 뿜었다.


“단순한 놈.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지?”


나는 티가렉스의 공격을 우측으로 피했다. 녀석의 대가리 옆면이 훤하게 드러났다.


‘이런 걸 빈틈이라 말하지.’


나는 나무봉으로 녀석의 대가리를 힘껏 찔렀다.


“콰직~”


나무봉이 강타하자 티가렉스의 대가리가 90도로 꺾였다.


“캬아아악!”


티가렉스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승기를 잡은 나는 나무봉을 힘차게 휘둘러, 티가렉스의 머리를 때렸다. 사정없이 휘두르는 내 공격에 티가렉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댔다.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


나무봉에 기운을 밀어 넣는 게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는데, 티가렉스를 향해 힘차게 휘두르니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내 몸에서 강한 기운이 빠져 나갔다가, 봉에서 다시 기운이 밀려들어오며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티가렉스의 동작이 드디어 끊어졌다. 나는 조금의 숨도 차지 않았고, 나의 온 몸에는 청명한 기운이 충만했다.


‘전에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운이야.’


나는 혼자서 허공에 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터질 것 같이 넘치는 기운이 모두 사라 질 때 까지 봉을 휘두르고 싶었다. 하지만 기운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기운이 넘쳐났다.


“캬오~”


그때 죽은 줄 알았던 티가렉스가 내게 강한 불꽃을 뿜어내었다.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마지막 힘을 짜낸 모양이다. 하지만 내 눈에 녀석의 불꽃이 너무 느리게 보였다. 나는 녀석이 내뿜은 화염구를 봉으로 힘차게 때렸다.


“까강~!!”


봉에 맞은 화염구는 금속음을 내며 멀리 날아가, 나무에 적중했다. 폭발하듯 산산조각 난 나무는 파편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그 사이 나는 티가렉스에게 다가가, 봉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찍어버렸다.


“콰직!”


봉이 티가렉스의 머리를 관통하여, 땅에 깊숙하게 박혀 버렸다.


“후.. 이겼구나..”


혼자서 봉을 휘두를 때 보다, 전력을 다해 적을 상대 할 때 훨씬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난 이마에 또르르 굴러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땀을 닦아내자, 어디선가 아까 내게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던 고양이가 다시 나타났다.


“제법 이군.”

“또 시험이 남아 있나?”

“오늘은 이걸로 끝이야. 하지만 앞으로 종종 이면세계로 초대 받을 거니까 긴장을 늦추지마”

“그렇군. 그럼 이만 가도 되나?”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허공에 푸른빛으로 울렁이는 포탈이 생겨났다.


‘게이트구나.’


나는 고양이를 한 번 쳐다보곤, 말없이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뭔가 고속으로 빛의 공간을 통과 하는 기분이 들더니, 번뜩 눈이 떠졌다. 내 방이었다.


‘꿈이었나?’


나는 다시 한 번 온 몸에 기운을 일으켜, 신체를 강화하려 시도해봤다. 하지만 아무런 감각이 생기지 않았다.


‘꽤 생생했는데..’


몸이 제법 가벼웠고, 기분도 상쾌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데, 벽에 있는 물건을 보고 깜짝 놀라버렸다. 그 물건은 분명 내가 어제 티가렉스를 상대 할 때 사용했던 나무봉이었다.


‘꿈이 아니다.’


꿈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내게 신기한 일이 시작된 것 같다.


-----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20년 뒤 게이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과외 아르바이트다.


고은이가 소개 해준 첫 번째 과외. 월 40만원의 보수다. 일단 이걸로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다행히 난 대학 1학년 때 제법 성실하기로 유명했다. 경제적으로 급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 지인들 중에 과외를 소개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야. 유다정! 문제가 있으면 이 누나에게 제일 먼저 알렸어야 할 거 아냐!”


매주 소모임에서 참께 책을 읽던 이주연 선배다. 키가 크고 늘씬한 서구형 미인. 살짝 펌을 넣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다니곤 했다. 학교에서 알아주는 수재였다.


“요즘 좀 변한 것 같더다니. 정말 분위기가 달라졌네?”

“아.. 그런 거 아녀요.”


주연선배는 내 목에 헤드락을 걸며 말했다.


“야. 이 누나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사연이라는 게 대체 뭐야?‘


주먹으로 배를 툭툭 치는 주연선배. 맞다. 이렇게 걸걸한 선배였지.


“항복! 항복!”

“짜식이! 진작에 그럴 것이지.”


흐뭇하게 웃으며 주연선배는 내게 연락처를 하나 적어주었다.


“전화 한 번 해봐. 내 조칸데, 전에 하던 과외선생님이 유학을 가나봐. 너 소개했어.”


인간적인 배려가 느껴졌다.


“그리고 형균이 형에게도 연락 한 번 해봐라. 너 걱정 많이 하시더라.”

“네. 누나. 고마워요.”


누나라 말하기 민망하다. 그때는 누나였지만, 난 벌써 환갑을 넘은 시간을 살지 않았나. 주연누나는 털털하게 대답한다.


“나중에 등골 다 빼먹을 테니, 너무 고마워하지 말고.”


쿨 하게 손을 흔들며 돌아서는 모습이 제법 멋지다. 난 주연누나가 말한 대로 형균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형균. 졸업 후 동창 모임에서 자주 만났기 때문에 내가 확실히 기억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다정아. 너 요즘 과외 찾는다며.”

“네 형~”

“아직 찾고 있어? 형이 소개 해줄 사람이 있는데, 만나 볼래?

“아.. 네, 형. 고맙습니다.”

“고맙긴. 별거 아닌 일 갖고. 오늘 6시에 과 사무실로 와. 형이 저녁 사줄게.”

“네. 이따 뵐게요.”


통화를 끊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전 생에서 이들과 왜 멀어졌는지를 떠올려봤다. 이유가 생각나진 않았다. 학교라 하면, 그저 김진도에게 죽도록 당했던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그 이후 사업에 실패하면서, 내가 친구들을 밀어냈던 것 같다.


조금 더 이 따뜻한 생활을 느껴보고 싶다. 갈등이 된다. 그럴 수 없다. 내가 40년 전으로 회귀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사람들과 알콩달콩 지내기 위해 돌아온 것은 아니란 사실은 분명하다.


‘호의를 무시하니. 왠지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군.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무거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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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기획회의 (2) +2 16.11.25 3,396 51 8쪽
24 기획회의 +4 16.11.25 3,558 58 8쪽
23 첫 번째 사업은 커피 프렌차이즈 +4 16.11.24 3,828 55 9쪽
22 제너럴 악타비스 +3 16.11.24 3,887 61 8쪽
21 그놈. 양아치. +2 16.11.23 3,850 57 7쪽
20 균열 +3 16.11.22 3,922 62 8쪽
19 노랑머리 (2) +2 16.11.21 4,002 64 9쪽
18 노랑머리 +4 16.11.19 4,031 65 8쪽
17 숨겨둔 한 수 +7 16.11.18 4,034 63 7쪽
16 녀석과 싸운 후 일상이 달라졌다. +2 16.11.17 4,047 6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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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번외 - 꿈에 +4 16.11.16 4,066 57 3쪽
13 야! 버틀러! 저건 사람이잖아. +5 16.11.15 4,340 71 11쪽
12 사업아이템을 찾아라 +2 16.11.14 4,262 71 8쪽
11 고은이라는 아이 +4 16.11.12 4,361 70 8쪽
10 양동작전(Feint Operation) (2) +4 16.11.11 4,294 66 7쪽
9 양동작전(Feint Operation) +3 16.11.10 4,366 67 7쪽
8 진격의 탱커 +4 16.11.09 4,463 75 8쪽
7 바테즈 무리들 +2 16.11.08 4,536 71 8쪽
6 괴수 파사와 싸우다 (2) +3 16.11.07 4,594 76 7쪽
5 괴수 파사와 싸우다. +3 16.11.05 4,835 73 8쪽
» 이면세계와 현실의 이중생활 +2 16.11.04 5,110 74 8쪽
3 이면세계로의 초대 +2 16.11.03 5,757 8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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