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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크 님의 서재입니다.

휘명의 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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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명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1
최근연재일 :
2021.08.12 23:38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3,106
추천수 :
150
글자수 :
456,238

작성
21.05.12 10:28
조회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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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이슥한 시각, 낡은 화물선 한척이 청진항으로 천천히 접근해오고있다. 낮게 이는 파도를 가르는 모습이 멀리서 외롭게 존재감을 나타내고있는 등대와 어울려 제법 운치있다.


육지에서 인근을 밝히는 조명기구라고는 앞서의 등대외에 길가에 세워져있는 가로등 몇개뿐이고 그마저도 띄엄띄엄하여 별빛이나 다름없을정도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원형에 가깝다는 점이 다행일까. 그럭저럭 사물들의 형태는 분간이 가능할정도는 되어서 배가 제 목표를 헷갈릴일은 없어보였다.


"뿌~웅~, 뿌~웅~"


그럼에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뱃고동을 굵고 길게 내뿜었으니, 이는 아마도 항구쪽에서 바다를 바라볼때 어두울 수 밖에없다는 점을 감안한듯싶다.


확실히 인적이 없고 낡아보이는 건물들과 시설등이 그 한적함을 더욱 부채질하고있다할정도여서 방문하는 측에서 노크나 인사와같은 예의를 담아 주의를 환기시켜줄 필요는 있을터다.


은은한 밝기속에서 항구를 포함한 육지는 여행자의 마음을 유혹하는듯 그 자태를 뽐냈으니, 시끄럽기만하던 선박의 엔진음도 이에 다다를수록 서서히 완화되어가서 그 배경에 점차 매몰되어가는듯했다.


하나가 없어지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나 그 자리를 차지하게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걸까? 기계음이 잦아들자, 이를 대신한 '철썩'거림이 주변에 만연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사람에겐 자연이 발하는 음향이 더 익숙한 탓인지, 상당한 안정감을 선사했다. 비록 불규칙적이긴해도 방파제와 선체등으로 넘실거리며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규칙적이며 인공적인 음색보다는 더 좋게여겨졌다.


아무튼, 이러한 배경등의 조화가 짐짓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정도였으나, 선내에 탑승한 이들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있었다.


묵직한 가방을 등뒤에 둘러매면서도 양손을 그냥 놀릴 수 없다는듯 인근에 잡히는 것들을 하나씩 챙겨서는 몸들을 일으키는것이다.


사람 팔뚝만한 두께의 기다란 원통형 물체를 몇개씩이나 어깨에 올리는건 차라리 쉬워보였다. 대다수는 금속제로 된 커다란 가방이나 무거워보이는 상자들을 양쪽으로 하나씩 들어대는것이다. 그럼에도 무리라고 여겨지지않을정도로 다들 체격이 건장했다.


이와같은 움직임들은 모두 선내의 방송이 울리고나서부터였다. 짧고 나지막해서 정확히 알순 없었으나, 자주 들어봤던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등은 확실히 아니었다.


한국어는 더더군다나 아니었으니, 듣고 행동한 이들 중 대부분이 백인인데다가 현재 위치한 곳을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러시아인일 확률이 높다.


청진항은 북한의 동북지역에 위치해있으므로, 여기서 가장 가까운 외국항구를 꼽으라면 바로 연해주에 소재해있는 블라디보스톡이다. 게다가 인근의 여타국가들이 황인종으로 이루어져있는 반면, 그에 속한 나라는 8할 이상이 백인이기에 이들을 러시아인으로 보는것이 가장 확률이 높은 선택이다.


흘러나왔던 방송의 언어 역시나 약간은 무미건조하며 딱딱 끊어지는 어감은 러시아어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어서 이와같은 짐작은 확신으로 이어졌다.


선내방송이후, 이렇게 짐을 잔뜩 짊어진 이들은 현측 통로로 줄을 지어나왔다. 때문에 그 외국어의 의미를 충분히 미루어짐작할만하지만, 놀라운것은 이들 모두가 만만찮은 흔들림속에서도 짐을 가득 든채로 중심을 잘만 잡으며 이동한다는것이다.


안그래도 좋은 체격들에 별다른 어려움도 느껴지지않을정도의 균형감각까지 더해지니, 근육들이 두드러져서 두터운 옷들을 무색케할정도였다. 아무튼 이런 광경에 빠져있는 사이, 배는 어느새 부두에 도달했으며 그즈음 정렬을 마친 인원들부터해서 질서정연하게 항구로 내려섰다.


육지와 연결된 잔교가 미세한 흔들림으로 이들의 상륙을 환영해주는듯했고 대기해있던 낡은 트럭들이 일제히 전조등들을 밝혀대며 주위를 환하게하여 이에 가세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는듯, 들고있던것들을 차량의 짐칸들에 적재하고는 잠시의 지체함도 없이 그대로 탑승하여 이내 육지방향으로 사라졌다.


여기까지의 모든 행위들이 자연스럽고도 빠르게 이루어져서는 마치 몇날 몇일동안 예행연습이라도한듯이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봐도 수상쩍은 행동들 투성이라, 인근을 관리하는 측에서도 허용해줄것같지않기에 단기간동안 여러차례 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졌고 이번이 처음이라고봐야할터다.


이는 그만큼 이들간의 단합이 잘되고 그 통제와지휘에 잘 따르고있슴을 미루어짐작케하는 일이리라.


보통의 선원들이라면야, 육지에 발을 디딘 즐거움에 잠시라도 머물면서 차 한잔을 마시거나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등을 주고받으며 잡담등으로 긴장을 푸는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한데, 일절 좌고우면하지않고 모두가 재빠르게 이동하는것으로보아서는 무언가 중요한 목적이 있으며 서둘러야하는듯싶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신들의 자취를 조금이라도 남기지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여서 그 행동거지들이 보통 수상스러운것이 아니다. 이들이 사라지고난 부두는 다시금 고요해져서 한밤중의 어둠속으로 사그러들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외곽의 건물 처마밑에서 붉은색 작은 빛이 깜빡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은연중에 드러내고있었다. 어둡게 코팅된 반투명한 창이 감싸고있어서 그런지 너무도 희미하게 새어나오고있는지라, 그 존재를 미리 알고있다고해도 자세히 살피기전까지는 확인이 제대로 안될정도다.


바로 반구형의 CCTV로서 빨간색의 점멸은 작동중임을 짐작케했고 그 속에 내장된 카메라의 방향으로 보건대, 앞서 사람들의 하선과 차량을 타고 떠나는 장면을 그대로 찍고있었슴이 틀림없다.


외따로 떨어진, 의외의 곳에 위치해있어놔서 대낮이라고해도 발견하긴쉽지않아보였는데, 그나마 어둠속에서 미약한 불빛탓에 운좋게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정박했던 배마저 떠나가고 항구는 다시금 한적함이 서서히 깔리기시작했다. 희미한 조명과 그에따른 어슴푸레한 건물들 모습이 잔잔한 파도소리와함께 이를 북돋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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