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조회수 :
692,083
추천수 :
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20.11.07 01:53
조회
517
추천
12
글자
11쪽

서울 (11)

DUMMY

육중한 몸체에 각진 몸매, 짙은 푸른색의 대형 SUV 차량이 한적한 주택가에 서서히 진입한 후 멈추어 섰다.


- 푸르르릉~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나고 차의 운전석 문이 열렸다.


- 탁.


차에서 내린 다부진 몸매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성은 뒤를 흘끗 돌아보고는 가볍게 몸을 날려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인적이 사라져 조용해진 길에 새로운 차량이 나타났다. 두 명의 남성이 타고있는 중형 세단은 먼저 진입해 주차한 SUV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정지했다.


세단 안의 남성들은 SUV 주변을 신중하게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어디 갔을까?"


"글쎄, 정보에는 이런 장소와 연관된 내용은 없었는데. 누구 친구라도 만나러 왔나?"


"본부에 연락해서 추가정보 조사요청 해봐."


"그러지."


대화가 끝나고 한 남성이 핸드폰을 꺼내 막 전화를 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조수석 창문을 두드렸다.


- 똑똑똑.


소리가 난 방향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린 남성들은 깜짝 놀라서 허우적거렸다.


"뭐, 뭐야?"


"읏.."


창문 밖에는 이들이 은밀히 뒤따르던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서 있었던 것이다.


차 안의 남성들은 싱글싱글 웃고있는 차 밖의 사내를 보다가 자신들끼리 눈을 마주치곤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쩔 수 없네."


그리고 안전벨트를 풀고 잠겨있는 차 문을 땄다.


- 달칵.


'어랍쇼?'


차 밖의 사내, 현정범은 차의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에 약간 황당해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여차하면 한바탕 해서 둘 모두 본부로 끌고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순순히 문을 열고 나오려는 태도에 의문이 든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얌전히 기다리는 현정범의 모습에 화답이라도 하듯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사내들 중 한 명이 가슴팍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뺐다.


'흠..'


현정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내의 손에서 달랑거리는 국가 공무원증이었다.


"뭐지? 국정원에서 왜 날 쫓아?"


현정범의 질문에 사내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건 네가 알 필요 없고.."


으르렁거리듯 현정범을 위협한 국정원 요원은 이어서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어떻게 우리 눈을 속였나?"


국정원 요원의 말에 현정범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풋.. 내가 이렇게까지 얕보이기도 참 오랜만이네. 크큭."


국정원 요원 중 한 명은 약간 비웃는듯한 현정범의 태도에 얼굴을 굳히고 달려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옆에 있던 다른 한 명이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현정범이 계속해서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너희들 국정원이라며? 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없나? 니들 수준의 애들 한 트럭이 와도 날 어쩌진 못해."


현정범의 말에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감히 움직이지는 못했다. 분명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현정범은 특급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더구나 오지에서의 실전경험까지 많은 그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제거할만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현정범은 그런 그들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꾸 성가시게 굴면 아예 지워주는 수가 있어. 그러니까 적당히 까불어."


말을 마친 현정범은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얼굴을 떼곤, 이들이 열받아하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현정범."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던 요원이 현정범을 불렀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잠시 쳐다보던 요원은 그의 뒤에 대고 질문을 던졌다.


"우리를 이렇게 대하는 것이 너한테 도움이 될 것 같나?"


하지만 현정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손을 들어 흔들었고, 국정원 요원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부르르릉~


현정범의 SUV가 주택가를 벗어나자 긴장이 풀린, 덜 신중한 요원이 화를 내며 말했다.


"뭐야, 저 자식은! 어떻게 우릴 이렇게 무시할 수가 있지?!"


어딜 가도 국정원 요원임을 밝히는 순간 저자세로 나오는 것만 경험해왔던 그로서는 무척이나 열이 받는 상황이었다.


"됐어. 우리가 뭐라고. 이거 이대로 위에 보고하면 알아서 해 주겠지. 토씨 한 마디도 빠트리지 말고 가감없이 보고하자고."


신중한 요원은 현정범의 태도에 대해 낱낱이 보고하는 것으로 사소한 복수를 다짐했다.





**




"예? 국정원이요?"


이상혁은 현정범의 말에 어이없어 하며 되물었다. 말인즉, 국정원 요원들이 자신들의 뒤를 밟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서 대놓고 협박했다는 것이니, 그 뒤처리는 자신이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 놈들 요새 계속 따라다녀서 짜증이 좀 났거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리측 핵심인원들은 다 감시당하지 않나 싶어."


"글죠. 저도 따라붙는 인원이 있기는 해요. 근데 뭐 저는 예전부터 그래서 별 감흥이 없었거든요."


이상혁은 말을 잠시 멈추고 테이블 위의 찻잔을 집어들어 한모금 마셨다.


"하지만 그걸 뭐하러 그렇게까지 하셨어요. 따라다니기는 해도 특별하게 위해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을텐데.. 그리고 걔들도 어차피 우리가 밤일 하는거 알아서 딱히 들키면 안 될 만한 것도 없는데.."


현정범은 이상혁의 핀잔에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나는 또.. 우리 하는 일 들키면 안 되는 줄 알았지."


"정말 숨겨야 되는 일들은 걔들이 모르는 곳에서 하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되요. 그런데 더 따라다니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으니 자존심 좀 상했겠네요. 아~ 귀찮은 일 만드셨어요."


"어, 그, 미안.."


SH 내에서도 가장 무서운 존재로 불리우는 현정범이 이상혁 앞에서는 타박을 당하는 생경한 광경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서희는 여전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알겠어요. 그래도 말씀이라도 해 주셔서 어떻게 해볼 여지는 있겠네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래. 그럼 난 간다?"


현정범은 내심 미안했는지 바로 일어서서 방을 빠져나갔고, 이상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 따라서 현재 조직 S의 수장이자 SH 그룹의 실질적 주인인 이상혁이라는 인물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그를 견제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한 준비까지 해야한다?"


국정원장의 대면보고에 임의용 대통령은 미간을 찌푸린채 질문을 했고, 국정원장은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한 듯 보임에 바짝 긴장해야 했다. 이제 막 재선에 성공한 인기있는 대통령의 실권은 자신의 목 하나 정도는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막강했다.


"예.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이런 식으로 무지막지한 재력을 지니고, 동시에 어느 정도의 무력까지 가진 존재는 없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국가 공권력에 위협적인 존재이기는 하지요."


"맞습니다. 이자는 매우 위험한 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정원 조직 내부에서도 이자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면서요? 부정적인 평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예? 아, 예, 그렇기는 합니다만..."


"지금까지 이들이 평정한 도시에서는 강력 범죄가 사라지고, 양아치들도 함부로 날뛸 수가 없어져서 치안이 좋아졌고요? 어떻게 보면 경찰이 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해결했다는 말도 있던데.."


"아, 예.."


"개별 상인들과도 명확하게 계약서까지 맺고 보호를 해주고요? 물론 자신들과 보호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도 없고 말이죠."


"예.."


"인천과 부산에 일본 야쿠자들과 중국 조직들의 패악질도 막아냈다고 하던데요? 그거 경찰이 해결할 수 있나요?"


"그건 좀.."


경찰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자들을 경찰력만으로 막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여기에는 커다란 유혈사태가 필연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중국과 일본의 은근한 압력 때문에 그대로 놓아둔 것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직간의 충돌이라면 달랐다. 외교적인 마찰을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군을 동원할 수도 없고 말이죠."


"그,.. 예.."


경찰력도 마음대로 동원하지 못하는데 군대를 동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 지역 조폭을 몰아내느라 집단으로 충돌한 것 말고, 한 번씩 얼쩡거리는 양아치들 혼내주느라 폭력 쓰는거 말고, 그들이 법적으로 뭘 잘못하고 있던가요?"


"..."


"국정원장님. 당연히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력이 저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커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실제로 저들이 마음먹고 소요사태를 일으키면 국가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존의 시궁창같은 현실을 해결해준 것도 그들입니다. 최소한 현재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도시의 밤이 매우 깨끗해졌고, 일본과 중국 조직의 우리 국민에 대한 침탈도 막아주고 있어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일을 하는 그들이지만, 국가가 해결해주어야 할 일을 해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합시다."


"네, 경청하겠습니다."


"일단 국정원장님 생각대로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는 합니다. 하지만 쓸데없이 견제랍시고 괴롭히는 것은 하지 마세요. 그들이 이 상태로 대한민국의 밤을 지켜주는 이상은 하고싶은 대로 하게 두자고요. 어차피 정말 최악의 상황이 생긴다면 군대를 동원하면 제압할 수 있잖아요. 설마 대한민국 군대가 저런 조직 폭력단 하나도 상대하지 못하는 당나라 군대라고 생각하나요?"


임의용의 질문에 국정원장은 급히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다.


"아,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한 번 이상혁을 만나보지요. 그걸로 최종 판단을 내립시다."


"예, 알겠습니다."


국정원장은 임의용의 축객령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고, 그런 그를 지켜보는 임의용의 한 손에는 예전에 이상혁과 만났던, 국정원 국내2부 소속 심시준이 작성한 SH에 대한 보고자료가 들려 있었다.


"흠..."


그리고 임의용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책상위에 놓여있는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 삑. 네, 대통령님.


"박지후 비서실장 들어오라고 해요."


- 삑.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




"오랜만입니다, 대통령님."


딱히 긴장한 기색이 없어보이는 이상혁의 인사에 박지후 비서실장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최고자리에 위치한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임의용 대통령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푸핫~. 역시. 당당해서 좋아."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웃음에 이상혁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뭘요. 저도 나름대로 긴장하고 있답니다. 우리 그룹의 미래가 달린 일인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천에서 난 히어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공지 및 글의 사실성 18.08.31 10,636 0 -
» 서울 (11) +3 20.11.07 518 12 11쪽
254 서울 (10) +2 20.10.24 446 12 12쪽
253 서울 (9) +2 20.10.20 485 8 12쪽
252 서울 (8) 20.10.17 494 10 12쪽
251 서울 (7) 20.10.17 476 11 11쪽
250 서울 (6) 20.10.06 550 10 11쪽
249 서울 (5) 20.10.03 521 11 11쪽
248 서울 (4) 20.10.03 496 11 11쪽
247 서울 (3) +2 20.09.17 568 11 12쪽
246 서울 (2) +2 20.09.12 587 13 12쪽
245 서울 20.08.26 678 12 11쪽
244 국군의 날 특집방송 20.08.19 696 10 15쪽
243 변혁 (12) 20.08.12 668 10 11쪽
242 변혁 (11) 20.08.04 644 10 11쪽
241 변혁 (10) 20.07.27 649 9 11쪽
240 변혁 (9) 20.07.23 669 12 11쪽
239 변혁 (8) 20.07.14 744 13 11쪽
238 변혁 (7) 20.07.09 696 12 12쪽
237 변혁 (6) 20.07.06 750 12 12쪽
236 변혁 (5) +2 20.07.04 710 14 11쪽
235 변혁 (4) 20.07.01 732 16 11쪽
234 변혁 (3) +1 20.06.25 744 15 12쪽
233 변혁 (2) 20.06.23 721 16 12쪽
232 변혁 +2 20.06.20 766 14 11쪽
231 사기 (8) 20.06.19 697 12 12쪽
230 사기 (7) +1 20.06.06 735 14 11쪽
229 사기 (6) 20.06.02 667 15 11쪽
228 사기 (5) 20.05.28 674 14 12쪽
227 사기(4) 20.05.24 707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