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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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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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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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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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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변혁 (11)

DUMMY

결국 이렇게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야 압수수색이 가능해졌고, 수사관들은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검찰은 오늘 경찰병력까지 대거 동원하여 거산 TV 법조팀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하는 기자들을 체포하고, 그 상황을 지켜본 일부 기자들이 반발하자 폭력까지 행사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언론 탄압에 반대하는 기자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은 마치 3.1 운동을 탄압하는 일본군을 연상시켰으며, 결국 독재시대의 공권력 남용을 재현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압수수색이 끝나자 거산 TV를 비롯한 언론들은 일제히 검찰의 행위를 비난하기 시작했으며, 압수수색 과정을 교묘하게 편집하여 검경의 행사가 매우 폭력적으로 묘사되는 영상을 틀어주었다. 그리고 한국 기자 연합회 등 여러 기자단체들이 성명서까지 내며 검찰에 대한 부정 여론을 확산시켰다.


또한 하루가 지난 후엔 성추행에 대한 기사를 터트렸다.


-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성추행을 일으켰다는 것이 취재결과 확인되었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연행된 여성 기자들 중 일부가 성추행을 당했음을 진술했으며, 경찰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경찰과 검찰의 성 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지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사가 나오자 각종 여성 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검찰과 경찰을 맹 비난하기 시작했다.


- 여성단체1: 공무를 집행하던 경찰이 대낮에 사람들 전부 있는 사무실에서 성추행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까!! 법무부장관과 경찰청장은 당장 책임지고 사퇴하십시오!!


- 여성단체2: 대한민국 공권력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로 자유로워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조사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굳이 피해 주장이라는 말을 써서 그들이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발언하시는 분들은 당장 멈추고 피해자라는 단어로 통일하여 주십시요. 이는 이미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을 두 번 상처입히는 2차가해이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들의 발언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기자들은 짜기라도 한 듯 경찰이 성추행을 했다고 전제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MBS의 김화진 기자의 질문은 결이 다르게 나왔다.


- MBS의 김화진입니다. 경찰 측의 주장에 의하면 공무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여성이 과하게 움직여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말만 듣고 상대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십니까?


TV 화면은 김화진의 말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하며 화가 올라오는 여성단체 회원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그럼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말씀입니까?!


여성단체 회원은 김화진을 강하게 쏘아보며 외쳤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 저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양측의 주장이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증거도 없이 한 쪽의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기자회견을 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것이죠. 물론 해당 여성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 계신 여성단체들은 제 3자 아닌가요?


-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라니요!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세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바로 2차가해입니다! 그리고 저흰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이니 피해자를 위해 나서는 것이 당연합니다!


- 그게 왜 2차 가해입니까?


- 피해자 입장을 생각해보세요! 본인이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겠어요!?


- 가해자로 지목된 분 입장을 생각해보시죠. 본인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요?


- 아니, 가해를 한 사람이 반성을 해야지 왜 가해자라는 말에 마음이 아파요!?


- 아직 가해자로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만.


- 왜 아닙니까!


- 왜 맞습니까?


- 피해를 입은 여성이 엄연히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런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어떻게 사실이 아닙니까!


- 여성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 무조건 사실이 되는 겁니까?!


- 그럼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말씀입니까?!


-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명백한 증거없이 양측의 주장이 다르니 조사나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저도 매우 큰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짓을 벌이는 남자들은 반드시 단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상대방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 역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놓은 증거라고는 그 여성의 주장 말고는 없네요.


- 피해자가 일관되게 진술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사실이지요!


-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역시 일관되게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단체 회원은 김화진의 말에 책상을 탕 치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 아니, 세상에! 기자님 여성 맞습니까? 여성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남자들 편을 들어요! 기자님같은 분들 때문에 수많은 선량한 여성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거 아니에요!


- 제가 보기에는 여러분의 이러한 행태 때문에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혐오를 느끼게 하여 수많은 선량한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것 같습니다.


클로즈업 된 화면에서는 안면 근육이 푸들푸들 떨리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여성단체 회원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김화진은 그 발언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 수첩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기자회견 영상은 에이튜브에서 생중계로 공개되었기에 이 모든 과정이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졌고, 몇몇 짤이 생성되어 SNS를 통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은 여성단체들이 들고 일어나며 MBS 사옥과 서초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으며, 이 기회를 틈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 야당 의원: 이게 말이나 됩니까! 경찰이 공무집행중에 성추행이라니요! 부끄러운줄 아시고 당장 책임있는 행동을 보이세요!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 여당 의원: 제가 아무리 여당 의원이지만 정부가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 해야됩니다. 그런데 이건 큰 문제에요. 요즘 시대에 성 인지 감수성이 이렇게 없으면 안 됩니다. 정부는 빨리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세요.


TV화면을 보고있던 남상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놀고들 있네."


그리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공보실 직원에게 usb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거 가지고 가서 잘 정리 해보세요. 그리고 MBS의 김화진 기자에게는 그냥 원본 통채로 넘겨줘요. 그래야 의심하지 않고 제대로 보도해줄테니까. 그 양반 엄청 까다로와요."


직원에게 건네준 usb에는 거산 TV 압수수색 당시 검찰 측에서 촬영한 현장 영상이 담겨있었다. 남상미는 여론전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미리미리 준비를 한 것이었고, 예상대로 거산 TV에서는 본인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한 영상을 언론에 뿌렸기에 이제 반격에 나서려는 것이었다.


- 저희 MBS에서는 검찰 측에서 촬영한 영상을 입수했으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편집을 하지않은 전체 영상을 받아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MBS의 영상 전문가를 동원하여 해당 영상에 어떠한 조작도 가해지지 않았음을 확인하였기에 송출을 결정 하였습니다.


MBS는 거창한 멘트를 필두로 흡입력 있게 편집한 현장 영상을 자막과 함께 보여주었고, 이 영상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적나라하게 들어있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여론은 다시 한 번 시끌시끌 해졌고, 인터넷에서는 남상미를 응원하는 댓글이 늘어났다.


- 여윽시 갓상미. 난 너를 믿었어.


- 언니, 의심해서 죄송해요~. ㅠㅠ.


- 저게 어딜 봐서 평화적인 시위고 경찰의 폭력 행사냐? 사무실에 못 들어가게 막고 서 있는게 평화시위냐? 먼저 폭력을 썼으면서 경찰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프레임을 씌워? 에라이~ ㅉㅉㅉ.


- 남상미 검사님 화이팅이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는 기레기들에게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성추행으로 갑론을박 하던 것들도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성추행은 민감하기 때문에 특히 자세하게 촬영해두라고 지시 했던 것이었다.


- 햐~ 갓상미 패기 보소~. 발언 죽이네~.


- 이게 어디를 봐서 성추행이냐? 지가 분을 못 이겨서 몸을 뒤틀다가 남자 경찰의 팔에 스친거지.


- 맞아. 저게 어떻게 해석하면 성추행이 되는 거야? 경찰들은 팔만 잡으려고 애를 쓰는구만. 지들이 몸을 가져다 댔으니 무고죄로 고소해야 하는거 아냐?


- 안타깝게도 성추행 주장은 여론전만 했을 뿐 고소는 하지 않았다네요. 그러므로 무고죄는 못 걸음.


- 하~. 저것들 자기들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 안되면 말고 식으로 언론에 뿌린 거 아냐?


- 그보다는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확인된 팩트인양 보도해댄 언론들이 더 큰 문제에요.


- 갓상미님~. 이번에 근거없는 의혹을 사실처럼 보도한 언론들도 전~부 수사해주세요~~!


그리고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그 동안의 언론 환경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시민단체들이 검찰에 고소장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한 차례 물갈이가 된 검찰은 지체없이 수사를 시작했고,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보도 자료를 뿌린 언론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철퇴를 맞기 시작했다. 언론사들과 기자들은 작건 크건 형사고발된 건에 대해 대응해야 했으며, 명백한 허위사실을 보도한 기자들과 언론들은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러다 결국 거산 TV는 남상미가 압수수색한 자료에 각종 고소고발건까지 합쳐져 언론사의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각자도생에 바쁜 언론사들은 도움을 줄 여력이 없었다. 따라서 다들 거산 TV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남상미로 인해 시작된 언론 개혁은 탄력을 받은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의 염원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토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혁은 뒤에서 그런 상황들을 즐기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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